진수식
1. 개요
進水式
launching ceremony
건조한 배를 진수(進水), 즉 물에 띄우는 시점에서 조선공들의 수고를 격려하고 선원들이 안전하게 항해하기를 바라는 등의 목적으로 여는 행사. 배의 선체를 조립하고 엔진, 발전기, 스크루, 레이더, 함포, 미사일[1] 등 장비를 탑재하고 독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운다. 이때 이름을 붙이고 선체번호도 부여되기 때문에 진수식은 명명식(命名式, christening ceremony)을 겸하기도 하고 명명식은 따로 하기도 한다. 배의 특성상 한번 진수한 뒤에는 다시 뭍으로 올라올 일이 드물기 때문에, 특히 거대한 배의 진수식은 장관으로 많은 구경꾼들이 모이기도 한다.
고대 바이킹들은 배를 진수할 때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 타히티에서는 피를 뿌렸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배와 관련하여 비슷한 문화가 전승되었다. 이런 야만적인 행사였다가 서유럽에서는 18세기부터 사제를 불러 포도주로 이를 대체했다. 이것이 현대의 뱃머리에 포도주나 샴페인 등의 술병을 깨뜨리는 의식으로 바뀐다. 그리고 도끼로 진수선을 절단하는데 상선의 경우엔 선주의 딸이나 아내가, 군함은 진수식에 참여한 VIP(남성)의 부인이나 VIP(여성) 본인이 하게 된다. 국내 조선소의 경우 조선 3사 모두 절단에 쓰는 도끼로 순금을 입힌 특제 강철 도끼를 사용한다. 미 해군 같은 경우에는 전사자나 이름있는 군인의 이름을 명명한 군함이 진수될 때 명명되는 사람의 어머니나 딸, 아내가 샴페인병을 터트린다. 공통점은 이를 행하는 사람은 어지간하면 무조건 여성이라는 것으로 이들을 업계에서는 선박의 대모 혹은 스폰서라 부르며 이러한 전통은 국내외할것없이 함선의 종류 불문 21세기에도 꾸준히 유지되는 중이다.
진수식 때 남자가 샴페인 병을 던지거나 던진병이 안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그 배의 함생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징크스가 존재한다.
현대에는 드라이독처럼 지상에서 배를 건조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수식 때 직접 배를 띄우지 않는 경우도 많다. 드라이독에 물을 주수해서 진수하는 경우 규모에 따라서 배 한척을 진수시키기 위해 한나절 내지는 하루 꼬박 드라이독에 물을 파부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물 다찰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샴페인 병만 깨트리거나 아니면 깨트린 후 도크의 주수펌프를 가동하여 도크에 물이 쏟아져 들어가는 모습만 보는 걸로 행사를 끝내고 실제 진수는 한참 나중에 건조공정의 '일부'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때는 말만 진수식이고 그냥 '완성 행사'에 가깝다. 아니면 행사 전이나 도중에 물을 집어넣어 행사 즈음 혹은 도끼질하기 전에 완전히 차 있게 만들고, 진수선을 색종이 든 박에 연결해 끊으면 벌어지게 하거나, 타이밍에 맞춰 조작하는 별도의 장치로 박이 터지게 만드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한 물에 띄운 뒤에도 상당기간을 장비의 장착 및 테스트를 위해 조선소의 안벽에 계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샴페인 병을 깨는 행사를 진수식 때가 아니라 명명식이나 취역식 때 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권에 따라 샴페인이 아닌 물건을 사용하거나 추가적인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샴페인을 깨트린 후 코코넛을 깨고 선원들이 민속요를 부르는 퍼포먼스를 추가적으로 한다. 그리스나 러시아와 같이 정교회가 강세인 국가에선 정교회 사제가 직접 성수를 뿌리며 선박을 축복하는 의식을 치루기도 한다.
해군의 경우 진수식을 한다고 바로 배가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물에 띄운 다음 의장 공사를 해야 할 곳도 여럿 있는 경우가 많고, 테스트 항해를 한 다음에 통과하면 취역식을 거쳐 정식으로 취역하게 된다.
독에 물을 채우지 않고 그냥 육상에서 레일 위에 건조 후, 완성되면 바다로 밀어넣는 방법도 있다. 육상에 해수면 높이의 독을 파고 개폐문과 펌프 등의 설비까지 갖출 필요가 없이, 그냥 완만하게 바다로 들어가는 평야에 선로만 깔거나 원시적으로 아예 통나무를 일렬로 눕혀놓고 그 위에 배를 건조한 뒤 밀어넣으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이쪽이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방식이다. 함수나 함미가 바다를 향하게 건조하고 천천히 밀어넣는걸 정면 진수식, 아예 배 측면이 바다를 향하게 건조하고 옆을 밀어 한번에 수면으로 자빠뜨리는걸 함측면 진수식이라고 한다. 위 영상의 마지막에 나오는 배는 NOAA 파견부대의 군함이다.
항공모함 같은 배는 너무 커서 이런식으로는 진수하지 못 한다. 정면으로 진수시키면 수면에 먼저 들어간 함수는 부력으로 뜨는데 함미는 아직 육상 위에 있으므로 중간이 뜨게 되고 이 과정에서 용골에 무리가 간다. 그렇다고 측면으로 진수시키기엔 덩치가 너무 커서 균형 복원이 안 될 불안성이 있고. 결국 함급이 거대한건 독에서 건설하는게 제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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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근처에서 잘못 얼쩡거렸다간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탈 수도 있으니 주의(...).[2]
여담으로 이렇게 독이 아니라 레일식 진수만 했던 시대에는 선박이 완성되기 전까지 레일에서 안 미끄러지도록 잡아주는 쐐기 역할의 거치목(고임목)을 고아 놓았는데 배가 완성되면 이걸 치울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치우는 순간 선박은 레일을 타고 수면을 향해 미끄러지기 시작할 테고, 사람의 신체는 여기 빨려들어가면 말 그대로 즙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치우는 사람은 치우자마자 죽기살기로 달려야 했다. 때문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이 일은 노예나 전쟁포로, 근세에는 범죄자를 썼는데, 만약 살아남는다면 그 대가로 자유를 주었다고 한다. 근대에는 높은 위험수당을 주고 노동자를 썼다고, 물론 현대엔 원격으로 치운다.
일러스트리어스급 항공모함 3번함인 포미더블에 경우 진수식 때 거치목이 부서지는 사고가 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배가 선대를 벗어난 것이 마치 스스로를 진수했다고 여겨져 '스스로를 진수한 함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 각국의 진수식
2.1. 대한민국
영상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HMM 알헤시라스호 명명식 영상. 대한민국 해운 산업 재건에 의미가 있는 선박이라 대통령이 참석하였는데, 이는 특이한 경우이다.[3]
- 대한민국에서는 진수식을 한다고 배를 밀어넣는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폭죽을 쏘아올린다던지 하는 등으로 인해 행사 자체는 화려한 편이다.
- 군함이 진수하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박은 대한민국 영부인이 도끼질하는 경우가 많다. 군함은 영부인과 대통령, 국방장관이 같이 도끼질하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상선은 영부인 단독 혹은 해당 조선소의 여직원과 함께 도끼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군함이 진수할 때 영부인이 오지 않으면 국방장관의 부인이 도끼질을 한다.
2.2. 미국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의 진수식(2014년). 보면 알겠지만 미국도 높으신 분들의 향연이다. 해군 군종관과 함장부터 해당 프로그램 책임자, 해군핵추진프로그램 국장인 존 리처드슨 제독, 해군참모총장 조너선 그리너트[4] , 해군부 획득차장, 버지니아 주 주지사와 하원의원, 전임 국방장관과 부통령인 도널드 럼즈펠드와 딕 체니 등이 참여했다.
2.3. 영국
2.4. 일본
이즈모의 진수식. 보면 알겠지만 진수선을 자르는 사람이 당시의 방위대신 에토 아키노리(江渡聡徳)와 부총리인 아소 다로이다. 여성이 진수선을 자르는 것과는 좀 다른 일본의 풍경. 그들 옆에 서 있는 해군제독 두 명은 키 큰 쪽이 다케이 도모히사 해상막료장, 작은 쪽이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막료장이다.
[1] 일반 상선의 경우 뒤의 부분은 해당 사항이 없다.[2] 해당 진수식은 조사선 루벤 러스카의 진수식으로 진수식 후 사상자는 근처에서 발이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진 선원 1명 밖에 없다고 한다. 해당 영상을 찍은 인물은 별 부상 없이 잘 살아있다.[3] 그 이전에는 해운 산업이 어려웠던 시기인데다 최순실의 농락으로 인해 한진해운이 망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만큼 회생 가능성이 높았던 기업이라 이런 말이 나온 것.[4] 정작 이 두 제독은 잠수함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