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기
[clearfix]
1. 개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어류의 일종. 우리나라에서 조기라 하면 보통은 이 참조기를 가리킨다. 전라남도 서남쪽 방언으로 '조구'라고 부르기도 하며 배가 노랗다는 이유로 '노랑조기', '누렁조기', '황조기'로도 부른다.
2. 특징
주요 서식지는 대한민국 바다와 동중국해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따라 제주도로 이동하고 날이 풀리는 2월쯤부터 서해로 올라와 번식을 한다. 번식기는 3월에서 6월까지다. 번식을 끝마칠때 쯤이면 겨울이 찾아올 시기가 되니 다시 남쪽으로 이동한다.
몸길이는 30cm 안팎으로[1][2] , 입술은 붉고 배는 황금빛(또는 노란빛)이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조금 길다.
부레를 움직여서 소리를 낼 수 있다. 소리는 대체로 "뿌욱, 뿌욱"으로 들리며 이는 무리를 지은 참조기 떼가 서로 흩어지지 않게 하거나 암수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때 사용하는 것이다. 근데 한 두마리가 내는 소리라면 모를까 무리를 지은 참조기들의 소리가 얼마나 큰지 자산어보에서는 참조기를 잡을때 구멍을 뚫은 대나무 통을 바다에 넣어 울음소리를 파악했다는 내용이 있으며, 현재에도 참조기를 잡는 어부들이 참조기 무리의 소리때문에 밤을 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조기의 머리를 쪼개놓고 보면, 뇌 옆으로 사람 이처럼 생긴 두개의 백황색 뼈가 보인다. 이걸 어뇌석(魚腦石), 어두석(魚頭石), 어침골(魚枕骨), 두중석(頭中石), 혹은 이석(耳石)이라고 하는데 조기가 헤엄을 칠 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차돌에 비유할 정도로 굉장히 단단한 뼈이기 때문에 생각없이 씹었다가는 이가 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뼈는 한방에서 약으로 쓰인다. 이 뼈 때문에 참조기를 포함한 민어과의 물고기들은 과거 석수어(石首魚) 혹은 석두어(石頭魚)라고 불렸다.[3] 의미는 당연히 '''돌머리 물고기'''.
3. 쓰임새
명태, 고등어와 함께 한국인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생선. 참조기는 동해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고 서해에서 많이 잡히므로 서해안 지방에서는 명태나 고등어보다도 친숙한 생선이다. 때문에 명태가 동해, 고등어가 남해를 대표하는 생선이라면 참조기는 서해를 대표하는 생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4] 반면 일본에서는 명태와 마찬가지로 잡어 취급이고, 어묵 재료로 쓰이는 것이 고작이다.[5] 중국도 마찬가지로 어선들이 참조기를 잡으면 한국 어선에 돈을 받고 판다고 한다. 마트에서 파는 조기 중에 중국산 조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럴 필요없다. 어차피 같은 바다 황해에서 한국어선이 잡았느냐 중국어선이 잡았느냐의 차이이다. 냉장 기술 차이로 신선함 차이 정도야 있을지 모르지만.
1980년대까지는 전남 영광군에서부터 전북 부안군의 위도까지의 칠산바다와 연평도 해역이 참조기의 어장으로 가장 유명했으나 지금은 전국 참조기 어획량의 70%가 제주도와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잡힌다. 이 어장의 이동은 남획으로 인한 참조기의 생애 패턴의 변화때문이라고 한다. 이때문에 해마다 참조기철이면 제주도 주변 해역은 중국어선들로 가득차고 이들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려는 해경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최근에는 참조기 양식이 연구되고 있으며 거의 상용화에 목전을 두고 있는 모양이다. 이 양식 기술을 퍼뜨려서 상용화에 힘쓰는 모양.#
요즘은 고급생선 취급을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고등어나 꽁치처럼 상당히 흔했던 생선으로, 6-70년대만 해도 큼지막한 조기를 통째로 구워서 도시락 반찬으로 싸오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바닷가에 인접한 시골지방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생선으로 조부모가 있는 집안에는 조기구이를 해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90년대 초만 해도 3~6월 번식기에는 알배기라고해서 알을 가득 밴 암컷들도 동네 시장에서 많이 팔았는데 조기 알은 명란보다 풍미가 뛰어나 많이 찾았으나 최근엔 개체수 유지를 위해서인지 알배기 생선을 찾기 어렵다.
참조기의 보존 처리 형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굴비. 그 중에서도 영광 굴비. 서해안 지역에서는 그냥 생조기로도 매운탕이나 조림 등을 잘 해먹는다.[6]
참조기 새끼는 황석어, 또는 황새기라 불리우는데 황석어는 성체 참조기처럼 그냥 먹기도 하지만 젓갈로 담근 황석어젓이 유명하며 충청도 서해안, 전라도 서해안 지방에서 많이 먹는다. 다만 황석어젓 특유의 비린내와 쿰쿰한 맛 때문에 호불호를 심하게 타는 편. [7]
군대에서는 가면 튀김으로 자주 맛볼 수 있다. ...라고 서술되어있었지만 사실 황석어는 황강달이라는 다른 어종이다. 비슷하게 생겼고, 조기 새끼가 더 많이 잡히기에 상인들이 황석어라고 팔 뿐이다. 맛은 황석어 쪽이 낫다.
질 좋은 참조기는 부세 맛이 난다. 쉽게 말하자면 특유의 기름 쩐내 같은게 안나서 먹기 쉽다.
대체적으로 굴비로 만들어서 구워 먹지 않고 보존처리를 안한 생조기 상태로 매운탕이나 조기조림 등을 해서 먹어도 맛이 좋은 편에 속하는 생선이지만, 잔가시가 제법 많은 편에 속하는 생선이어서 먹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는 편이다. 그리고 크기가 큰 참조기일 경우 일단 크고 살이 (크기가 중간 이하의 참조기보다) 뼈를 바르기가 좀 더 수월하고 상대적으로 살도 많아 뼈를 바르고 나서도 그다지 아쉽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크기가 중간 이하의 참조기일 경우 뼈를 바르기도 힘들 뿐더러 그 뼈와 잔가시들을 죄다 발라내고 난 후에 남은 살의 양도 적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살이 잘게 쪼개지는 특성이 있고 표면이 미끄럽기에 젓가락으로 집으면 확 분해되어 집기가 어렵다. 결국은 숟가락으로 퍼먹는 지경에 이를 정도니...
고급 어묵의 식재료로도 쓰인다. 국내 어묵들 중 대부분 냉동연육(물고기 살코기)을 사용하나 고급 어묵은 순수 참조기살을 이용해 만든다. 참조기 살코기의 고유한 단맛과 튀긴 이후 응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용된다. 순수 어육으로 만든 어묵은 기존 밀가루 어묵 대비 탄력이 높아 어묵탕을 끓일 경우 어묵이 풀어지지 않는다.
다만 튀겨 먹지는 말자. 짬밥으로 자주 나오는 조기 튀김은 군 장병들과 예비역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최악의 반찬 중 하나이다. 이유는 쓴맛이 나는 내장의 맛이 살에 배어들며, 머리와 지느러미는 타고, 살이 터져 모양도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싹 튀기다 보니 살도 딱딱하고 먹을 것도 별로 없다. 가시를 제거해줄 리가 없으니 먹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대개 버려져 조기튀김이 나오는 날은 짬타이거 회식날이기도 하다. 튀김옷을 입혀도 맛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 차라리 영국 요리가 더 맛있을 정도. 그런데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먹는다.
다만 이건 대충 만드는 피쉬 앤 칩스의 생선 튀김쪽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많은 장병들의 수를 감당할 수 없는데다 일일이 전부 애써 만들 여유도 없어서 그냥 통째로 튀겼으니 제대로 된 요리를 기대하는 게 무리다. 반면 가정에서 조리하기 전 내장과 머리를 제거하고 어느정도 성의를 들여서 튀기면 짬밥 버전하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꽤 맛이 좋다.
4. 역사
한국 문헌에는 석수어(石首魚), 석어(石魚), 구을비석수(仇乙非石首) 등의 이름으로 기록되어있다. 이미 고려 말 이색의 시문에 등장하며[8]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석수어는 영광군 서쪽의 파시평(波市坪)에서 난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때에 여러 곳의 어선이 모두 여기에 모여 그물로 잡는다. 관에서는 세금을 거두어 국용(國用)에 쓴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미 참조기의 주산지에서는 조기어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었고, 파시(波市)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파시(波市)란 바다에서 열리는 생선시장으로 영광 앞바다와 연평도 부근, 충남 녹도나 군산 위도는 조선시대 대규모로 조기파시가 열리는 장소였다.
승정원일기 기록을 보면 조기는 공납 진상품, 관리의 주급, 상여금, 혹은 성균관 유생이나 훈련도감 관원들의 사기진작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쓰였음을 알 수 있으며, 가장 보편적인 소비방식은 소금에 절여 통째로 말려먹는 것이지만 민간에서는 젓갈이나, 채소를 넣어 국을 끊여먹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조기를 식용하지 않았는데, 청나라 불법 조업 어선들이 참조기 산지인 연평도와 해주를 피해, 청어 산지만 골라 조업했다는 기록도 있다.[9]
일본에서는 조기를 작은 크기로 덴푸라처럼 튀겨먹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일본에 가보면 조기 덴푸라를 맛볼수 있다.
[1] 재래시장이나 5일장에서는 도미크기의 커다란 조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맛은 별로 없어서 주로 제삿상의 디스플레이 용도로 쓴다. 작은 것 서너 마리 대신 큰 거 하나가 올라와 있다면 십중팔구 이 녀석.[2] 참고로 흔히 먹는 조기는 몸 전체가 탱글탱글한 느낌인 데 반해 이 녀석은 뱃살이나 꼬리 끝부분 빼곤 푸석푸석하다.[3] 단 한의학에서 어뇌석을 약용으로 사용할 때에는 참조기나 부세의 것만 사용한다.[4] 하지만 명태는 동해에서 거의 씨가 말라, 러시아 오호츠크해에서 잡아 오는 판이다가 최근 양식에 성공한 상황이다. 참조기 역시 어장이 바뀌어 지금은 서해보다 남해에서 더 많이 잡혀 서해를 대표하는 생선이란 말이 무색해졌다.[5] 다만 요즘은 어묵 재료로 쓰기보다는 한국에 판다. 그쪽이 훨씬 수익이 남으니까. 물론 명태의 경우엔 알은 빼가고 나머지를 수출한다.[6] 전술했듯 생조기를 말하는 것. 조기 매운탕은 내지에서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7] 아닌게 아니라 까나리 잘먹기로 유명한 MC몽이 입에 넣자마자 고통속에 몸부림치며 뱉어버렸다. [8] 이색의 유고집 목은고(牧隱藁) 권22. 이색은 지방민에게 말린 조기를 선물받았는데, 이 때도 이미 말린 조기를 먹는 식문화가 퍼져있음을 짐작 할 수 있다.[9] 고종 10년 계유(1873) 5월 17일(갑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