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1. 소개
팥을 주재료로 하여 만든 죽. 대한민국에는 동지에 귀신과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 팥죽을 먹는 풍속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옆나라 일본과 중국, 베트남에서도 만들어 먹으며, 쩨(chè)라는 팥죽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 단맛이 센 팥죽을 단팥죽이라고 부르는데, 대개 단팥+죽인 줄 알지만 실제로는 단+팥죽으로 뜻풀이가 된다. 단팥으로 만든 죽이 아니라 팥죽이 달다는 뜻인 것이다.
2. 한국의 팥죽
동지 섣달 먹는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찹쌀을 동그랗게 빚어 만든 새알이 들어갈 때도 있다. 옹심이, 옹시래미라고도 하는데 이는 경기 방언이다. 새알심이라고도 하며 나이수에 맞는 개수를 한개당 나이수에 맞게 씹어야 복이 잘 온다고 한다.
흔히 달달한 단팥죽을 떠올리지만 팥죽을 달게 먹는 것은 우리 식문화가 아니다.[2] 전통적으로 한국의 팥죽은 안 달게, 경우에 따라 약간 짭짤할 만큼 소금간을 해 배추김치, 물김치를 곁들어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구한 말부터 일본인 거류민들이 많았던 군산시나 부산광역시 지역에서 유행하던 달콤한 일본식 팥죽이 단맛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아 현대에는 전통 팥죽을 대체한 것이 지금의 팥죽이다. 물론 한국식 단팥죽을 일본 단팥죽으로 볼 순 없으며, 정확히는 새알이 있는 기존 한국 팥죽에 간만 달게한 것이 한국 단팥죽으로 나름 퓨전 스타일인 셈. 아직도 경상북도 내륙 지방에선 윗 세대로 갈수록 동짓날이면 짠 팥죽을 먹는 경향이 더 두드러지며 개항을 통해 일찍부터 설탕이 풍족했던 군산을 비롯한 전북 서부 지역은 단팥죽을 많이 먹는다. 물론 과거에도 엿을 넣어 단팥죽을 만들기도 했다.
바리에이션으로는 일반 팥죽보다 달짝해서 간식으로 치는 단팥죽과 새알대신 밤이 들어간 밤팥죽, 쌀대신 국수를 넣은 팥칼국수 등이 있다. 팥죽을 먹을때는 항상 새알심파, 칼국수파, 밥알파가 대립하곤 한다.
호남 지역에서는 팥칼국수가 아예 '팥죽'으로 통하고 새알심이 들어간 팥죽은 동지죽, 동지팥죽이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팥칼국수가 주류를 차지한다. 그리고 소금 대신 설탕을 입맛에 따라 넣어서 먹는다.
조리법은 거의 유사하지만 단팥죽은 설탕을 넣어 간을 하고, 그냥 팥죽은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단팥죽은 더욱 되어지고, 그냥 팥죽은 더욱 질어진다. 사실 간을 하는 방법으로는 소금을 넣으면 본연의 단 맛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덜 질리고 더 간간한 맛이 나지만 간식용으로는 아무래도 단팥죽이 맛있다. 그 외에도 단팥죽에는 팥껍질을 걸러내고 그냥 팥죽에는 껍질도 갈아넣는 등의 마이너한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단팥죽을 먹고, 중국에서는 경우에 따라 2가지 형태를 다 먹지만 다른 잡곡과 섞여 식사용으로 납팔죽 처럼 먹을 때는 그냥 팥죽의 형태로, 디저트로 먹을 때는 단팥죽의 형태로 먹는다.
동지 섣달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귀신은 빨간색을 싫어하는데, 이에 따라 빨간색인 팥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 옛날에 죽 뿐 아니라 팥을 뿌리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각종 동양권 매체에서 귀신을 잡을때 팥을 뿌리기도 한다. 아무래도 소금보다 효력이 좋은지, 비전문가는 안 던지고 전문가들이 자주 쓴다.
그 기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처용가에서 유래한다.
그 외에도 어느 한 아들이 죽어서 역병 귀신이 되자, 그 아들의 아버지가 아들이 생전에 팥죽을 싫어했으니 문 앞에 팥죽을 뿌리라고 조언해서 귀신을 쫓아낸 이야기가 있다.
참고로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어가면 애동지라 하는데 애동지에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팥죽을 쑤지 않고 팥을 넣고 시루떡을 해 먹는다고 한다.
도깨비는 팥죽을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만화 꼬비꼬비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사실은 지역마다 달라서 팥죽을 좋아하는 도깨비도 존재한다. 반대로 도깨비를 회유하는 음식이 필요하면 메밀묵이라고 작중 소개되고 있다.
죽 계열이 늘 그렇듯 조리 중 잘 젓지않으면 눌어붙고 눌은 냄새가 배기 마련인데, 학교 급식의 경우 종종 너무 깊은 솥으로 인해 눌어붙음이 발생한데다가 레시피가 괴상해지면 담배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남곤 한다.
지난 1997년 12월 동짓날의 한 노인이 팥죽을 먹고 각혈(토혈)을 하고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 외에도 긴장할 때 흘리는 땀을 '''팥죽땀'''이라고도 표현하며, 마음이 무르고 약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물렁팥죽'''이라는 말도 있다.
2.1. 조리법
3. 중국의 팥죽
[image]
중국에는 '홍두죽(紅豆粥 hóngdòuzhōu)'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당수(糖水, tángshuǐ)'라는 따뜻하고 달콤한 죽 요리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보통은 겨울에 따뜻하게 해서 먹지만, 여름에는 일본의 젠자이처럼 차갑게 해서 먹거나, 남은 팥죽을 얼렸다가 아이스크림처럼 먹기도 한다.
중화요리 중 광동 요리 음식점에서는 저녁식사 후 주로 먹는 디저트로 나오며, 대부분 별다른 첨가물 없이 제공하지만, 간혹 사고야자나무에서 추출한 녹말이 함께 제공되기도 한다. 홍두죽에 주로 넣는 감미료로는 편당(片糖) 또는 돌설탕(rock sugar)을 사용해서 만든다. 또한 귤이나 오렌지의 껍질을 얇게 잘라서 넣고 같이 끓이기도 하는데 의외로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달달한 팥죽과 무척 잘 어울려서 맛있다.
4. 일본의 팥죽
[image]
일본에서는 크게 '시루코(汁粉, しるこ)'와 '젠자이(善哉, ぜんざい)' 라고 하는 두 종류의 팥죽이 존재하며, 관동/관서 지역에 따라 두 종류의 구분이 다르다. 관동에서는 물기가 많은 것을 시루코, 물기가 적은 것을 젠자이라고 하며[3] , 관서 지역에서는 시루코와 젠자이 모두 물기가 많으며 팥을 으깨는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완전히 으깬 코시앙을 사용하면 시루코, 성기게 으깬 츠부앙을 사용하면 젠자이) 광장히 달게 먹는 것이 특징이며[4] , 한국과 비슷하게 안에 떡이나 경단을 넣어서 담아낸다. 이외에도 밤조림이나 찹쌀만두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겨울에 주로 많이 먹으며, 보통 우메보시(매실장아찌)나 시오콤부(소금 뿌린 다시마) 같이 시고 짠 반찬과 같이 제공된다. 쉽게 질리는 것을 막고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고 짠 음식으로 미리 입가심을 해두는 것이다.
또한 특이하게 오키나와에서는 간 얼음에 설탕에 졸인 강낭콩을 올리고 모치와 연유 등을 얹은 팥빙수와 비슷한 음식을 젠자이라고 한다.
'고쇼가쓰'(小正月)[5] 라는 명절에도 팥죽을 먹는데, 정확히 말하면 하얀 죽에 팥을 조금 섞은 것이다.
5. 관련 문서
[1] 자갈치시장이 어묵 등 생선요리만 유명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나, 나머지 먹거리들도 제법 유명하다. 다만 그게 서울 남대문시장에 비해 마이너할 뿐. 참고로 남대문시장은 육묵 등 고기 요리가 주로 유명하다.[2] 현대 한국의 음식의 기본은 단맛이지만 이는 전통과는 무관한데 근대 이전의 한반도에서는 단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맛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탓에 근대 이후 설탕이 보급되자마자 찌개나 국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음식에 폭발적으로 단맛이 첨가되었다.[3] 왼쪽이 시루코, 오른쪽이 젠자이. [image][4] 앞서 말했듯이 한국의 단팥죽이 이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5] 한국의 정월 대보름 / 중국의 원소절과 유사하나, 메이지 유신 이후의 다른 명절들처럼 양력 1월 15일로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