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노돈토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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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생대 쥐라기 전기에 유럽에 살았던 거대한 어룡. 속명의 뜻은 '절단기 이빨 도마뱀'이다.
2. 상세
상대적으로 후대에 등장하는 오프탈모사우루스 등의 어룡과 마찬가지로 다랑어를 연상시키는 유선형의 길고 건장한 몸체에 삼각형의 등지느러미와 위아래로 갈라진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생김새를 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길쭉한 몸체와 뱀장어처럼 꼬리를 따라 죽 이어진 꼬리지느러미를 이용해 곰치처럼 구불거리며 느리게 헤엄쳤을 트라이아스기의 원시적 어룡들보다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앞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길이가 비슷하고 뒷다리이음뼈가 퇴화하지 않았다는 점은 후대의 어룡들과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쥐라기에 살았던 어룡들 중에서는 가장 원시적인 부류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학자들에 따르면 헤엄치는데 필요한 추진력은 전적으로 꼬리지느러미를 통해서만 얻었을 것이며, 앞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단지 몸의 균형을 잡는 용도로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1811~1812년에 매리 애닝과 조셉 애닝 남매에 의해 영국 도싯 주 라임 리지스(Lyme Regis)에서 모식종의 골격 화석이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이크티오사우루스의 일종으로 여겨졌지만, 1889년에 별도의 속으로 재동정되어 지금과 같은 속명을 얻은 이후 다양한 종들이 발견되면서 한때는 10여 종을 거느리기도 했다. 종들마다 크기와 생김새가 각자 특색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아마 쥐라기 전기 당시 해양 생태계에서의 니치 역시 저마다 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식종인 플라티오돈종(''T. platyodon'')은 평균 9m에서 최대 12m에 이르는 몸길이를 자랑하는 템노돈토사우루스속의 최대종이었으며, 두개골 길이만 해도 1~1.5m에 달한다. 위쪽으로 살짝 휘어진 형태의 길쭉한 주둥이에는 뾰족한 원뿔형의 이빨이 촘촘히 돋아나 있었는데, 이 때문에 어류나 두족류를 주로 잡아먹는 어식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뱃속에서 암모나이트나 벨렘나이트 등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특히 공막고리뼈(Sclerotic ring)의 지름이 무려 '''25cm'''에 달하는데, 이 덕분에 지구상에 등장했던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거대한 눈을 가졌던 생물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이 커다란 눈은 태양광선이 거의 도달하지 못해 매우 어두침침한 심해 환경에서도 두족류 등의 먹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며, 거대한 공막고리뼈가 수압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주는 덕분에 상당히 깊은 수심까지 내려가 활동하는 것도 가능했으리라 추정된다. 또 태아를 품은 채로 화석화된 개체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는 템노돈토사우루스도 다른 어룡들처럼 난태생이었음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아제르구엔시스종(''T. azerguensis'')처럼 주둥이와 이빨의 생김새로 보건대 작고 연한 해양생물을 잡아먹고 살았으리라 추정되는 종들이 있었던 반면, 일부 종들은 어류나 두족류보다 더 큰 먹이, 이를테면 '''자기보다 작은 어룡이나 장경룡 등의 해양 파충류들까지도 잡아먹는''' 당시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모식종과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에우리케팔루스종(''T. eurycephalus'')의 경우 1m 가량의 두개골이 다른 종에 비해 더 깊은 형태를 띄고 있었고, 비교적 짧은 주둥이는 윗턱보다 아랫턱이 더 길었으며 둥글넓적한 뿌리로 턱에 단단히 고정된 크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돋아나있었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이 녀석이 상당한 턱 힘을 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아마 악어처럼 턱을 강하게 닫아 먹잇감의 살과 뼈를 깨부수는 방식으로 소형 어룡 등을 사냥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녀석의 이빨 사이에서 다른 어룡의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확인사살.
독일과 프랑스에서 발견된 트리고노돈종(''T. trigonodon'')은 이 녀석보다 더 본격적인데, 몸길이 약 9m에 두개골 길이만 무려 1.8m에 달하며 뱃속에서는 몸길이 3m 정도의 소형 어룡인 스테노프테리기우스의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트리고노돈종의 골격을 살펴보면 몸 전면부에서는 척추와 융합된 형태인 갈비뼈가 골반 쪽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덕분에 매우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생태계에서 수영 스피드가 꽤 빠른 축에 속하는 종이었던 스테노프테리기우스를 사냥해 잡아먹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에 가능했을 듯. 하지만 이처럼 여러 종들이 당시 해양 생태계에서 다양한 생태지위를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음에도 쥐라기 전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면서 어류의 헤엄치는 속도가 빨라지고 플리오사우루스처럼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는 등 환경이 변화하자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모두 멸종하고 만다.
3. 등장 매체
다큐멘터리의 경우 National Geographic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Sea Monsters: A Prehistoric Adventure에서 까메오로 출연했으며,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출연한 'Attenborough & The Sea Dragon'에서는 쥐라기 전기 해양 생태계의 주요 포식자급으로 좀 더 비중있게 등장한다.
인디 게임 메소조이카에서도 사육 가능한 고생물로 출연 예정이었으나 개발진이 제작 중단을 선언해버리면서 무산되었다.
[1] 원래 렙토프테리기우스(''Leptopterygius'')라는 별도의 속에 포함되어있다가 템노돈토사우루스속의 일종으로 재분류되었는데, 이 녀석이 트리고노돈종(''T. trigonodon'')의 동물이명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어 앞으로도 쭉 별개의 종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