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 번역지침
1. 개요
J. R. R. 톨킨이 직접 작성한 자신의 작품을 영어 외의 언어로 번역할 때의 지침. 흔히들 반지의 제왕 부록에 나온 발음법이나 서부어와 요정어에 관한 설정 부분을 번역지침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히 말해 '번역지침'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문서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이름들에 대한 안내'라는 별도의 문서#원문#미완성 번역본 를 가리키는 것이다. 다만 이 문서가 출판되어 흔히 접할 수 있는 책에 실린 적이 없어 따로 찾아봐야 하는 데다 공식적인 번역 역시 된 적 없기에[1] 국내 라이트 팬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앞서 나온 반지의 제왕 부록을 합친 것이 톨킨의 문학을 번역할 때 따르게 되는 원칙이 된다. 따라서 번역지침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때에도 지침에 대해 모두 숙지하고 이야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으며, 불필요한 논쟁을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아래 등장하는 논쟁도 몇몇은 지침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것으로, 예컨대
위와 같은 주장은 지침 문서에서 Hobbit은 따로 명시하면서 '번역하지 말라'고 적시한 것을 몰라서 나온 주장이다. 한편 난쟁이의 경우 Dwarf를 따로 항목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다른 항목에서 설명하면서 'dwarf를 번역할 때 사용한 단어'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번역하라고 적혀 있다. 대부분 번역지침 문서의 존재를 몰라 톨킨 번역지침이라 하면 그냥 고유명사를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이라고만 알아서 발생하는 오류들이다.호빗을 호빗으로 번역하면 드워프도 드워프가 되어야 하고, 드워프가 난쟁이면 호빗도 조금 다른 난쟁이가 되어야 할터이다.
즉, 톨킨 번역지침은 단순하게 모든 고유명사들을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이 아니다. 물론 굳이 간단하게 줄여 말하라면 그렇게 이해하는 것도 아주 틀리진 않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여러 오류들을 범하기 쉽다. 번역지침의 전제는 '서부어'를 번역한 영어 부분을 각 언어로 번역하라는 것이며, 번역지침에서는 그 전제에 대한 설명과 고유명사 중 반드시 번역되어야 할 서부어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작중 서부어 이외의 언어로 된 고유명사들은 번역의 대상이 아니라 음차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번역지침에 대해 논의할 때 명심하여야 할 사항 중 하나다. 물론 그렇게 음차하는 단어들의 경우, 부록에서 규정하는 대로의 발음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번역지침에서 나열한 번역 대상인 고유명사들은 서부어[2] 에 해당하는 고유명사들, 즉 호빗들의 이름, 서부어로 된 지명들이 대부분이고, 몇몇 보통 영어단어들이 일부 포함된다.
톨킨 본인이 몇몇 예시로 든 언어는 대부분 톨킨이 알고 있는 언어들만으로 쓰여 있지만, 지침은 모든 번역되는 언어들에 전부 공통적으로 적용되도록 요구된다. 톨킨이 이런 지침을 남긴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톨킨의 작품 속에 나오는 고유명사는 원래 영어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톨킨은 능청스럽게 "반지의 제왕은 고대 지구에서(설정상)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그 주인공인 프로도 배긴스가 쓴 '붉은 책'을 영어로 옮긴거다"[3] 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고유명사의 경우 서부공용어의 영어식 음차이며, 따라서 읽는 방식이 영어와 다르다고 언급한다. 또한 각국의 번역에 대해서도, 붉은책에 대한 해당언어의 번역이어야지, 붉은 책을 영어로 번역한 판본의 재번역은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기에, 어느정도 고유어를 따를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면 아라고른 2세의 별명 중 하나인 "스트라이더(Strider)"의 경우, 원래 단어가 "스트라이더"라는 것이 아니라 톨킨이 영어로 번역해서 써 놓은 말이 Strider라는 소리다. 호빗들의 이름의 경우, 샘와이즈 감지(Samwise Gamgee)는 '바나지르 갈바시(Banazîr Galbasi)'를, 프로도 배긴스는 '마우라 라빙기(Maura Labingi)'를, 메리아독 브랜디벅은 '칼리막 브란다감바(Kalimac Brandagamba)'를, 페레그린 툭은 '라자누르 투크(Razanur Tûk)'를, 빌보 배긴스는 '빌바 라빙기(Bilba Labingi)'를 각각 20세기 영국인들의 언어감각에 맞게 로컬라이징한 결과라는 설정이다.[4] 이처럼 고유명사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시 그 이름 자체가 아닌 '''이름의 의미'''를 중시하며, 최대한 그 언어의 실정에 맞춰서 번역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어 번역에서는 strider에 대해 "성큼걸이"라는 번역어를 채택했다.[5] 같은 맥락으로 한 가지 예시를 더하자면 빌보 배긴스의 성씨인 배긴스는 원래는 라빙기Labingi라는 서부어 성씨였다. 이를 서부어와 뜻이 통하는 영어식 성씨로 번역한 것이 배긴스인 것이다.
즉 번역을 할 때에도, 서부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과 같은 원칙을 따라서 각국 언어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로 골라서 번역해야한다는 것이 번역 지침 골자이다. 따라서 위의 예시에서는 스트라이더라는 영어 음차가 아니라, 성큼걸이라는 영어 뜻의 뉘앙스를 한국어에서 살릴수 있는 단어로 바꿔서 번역된다. 일본어 번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뜻대로 走男라고 번역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붉은책→(영문본)반지의 제왕이라고 주장하고, '''번역시 '붉은책→(영문본)반지의 제왕→(각국어본)반지의 제왕'이 아닌 '붉은책→(각국어본)반지의 제왕'으로 번역하라'''고 주문했다.
위의 설정은 반지의 제왕 부록 F에서 해설되는 부분이다. 부록 F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링크 참조.[6]
이 번역지침이 만들어지게 된 데에는 반지의 제왕 독일어판 번역이 형편없었던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후 톨킨은 반지의 제왕의 번역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번역지침을 만들었고, 해당 지침 내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몇몇 언어로는 예시도 제시하였다.[7]
이 번역지침이 중요한 이유는 톨킨이 '''직접''' 쓴 지침서라는 것이다. 톨킨이 그냥 소설가였다면 그냥 그런 것도 있구나 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톨킨은 언어학에 조예가 깊은 학자이자 교수였고, 외국어들도 꽤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베오울프 등 고대 영어로 된 작품들을 현대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는데, 이는 반지의 제왕을 번역할 때 설정상의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또한 톨킨은 번역지침에서 직접 번역지침에 따른 네덜란드어 번역 예시도 들은 바 있다. 언어와 언어학, 그리고 번역에까지 조예가 깊은 작가 본인이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면 따르지 않는 쪽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2. 한국에서
역대 한국 번역본들에서는 번역지침이 딱히 존중되지 않았다가[8] 가장 최신 번역본인 씨앗을 뿌리는 사람 판본에서부터 번역지침을 대폭 수용한 번역본을 내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이 지침을 존중해서 고유명사를 번역하고 있다. 물론 번역지침을 따르는 것도 그냥 번역을 한 것이 아니라, 번역어를 선정하는 데에 엄청 고민하면서 고유 명사 번역을 했다고 한다. 이는 씨앗사 판본의 역자 서문과 지금은 절판된 <톨킨 백과사전>의 일러두기인 '단어의 표기에 관한 규칙 (발음과 번역)'을 참조하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번역의 예시를 들자면
- 빌보 배긴스→ 골목쟁이네 빌보
- 스트라이더 → 성큼걸이
- 미들 어스 → 가운데땅
- 골드베리 → 금딸기
- 리븐델 → 깊은골
2.1. 논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한국어(좀 더 확장하면 아시아권 등 비(非)인도유럽어족 계열의 언어들)에 맞지 않는 상황이 많다는 주장으로 인한 논란들이다.
- 지침의 적용 자체에 대한 논란
톨킨 번역지침을 따를 경우 톨킨은 '레드북'을 직접 각국어로 번역할 것을 주문하는데, 레드북은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물건인지라 실제로 번역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실제 번역은 영어본을 번역하게 된다. 당연히 톨킨이 원하는 것은 영어본에 존재하는 설정상의 서부어 어휘들을 뉘앙스에 알맞게 번역하는 것, 그러니 영어판의 뉘앙스에 알맞은 단어를 골라서 번역해주길 바라는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지침에서 번역하길 요구하는 단어들은 고대 인도유럽어 계열에서 파생되었거나 따온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어떻게 번역해도 비유럽권 언어에서는 이상해진다. 신화, 설화 면에서도 문화적으로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요정, 난쟁이 같은 단어의 의미부터 달라지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번역, 특히 톨킨의 저작의 번역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원작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지 독자의 어감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서 언어적 설정을 매우 세밀하게 구성한 나머지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일부러 번역지침을 남긴 것이 톨킨이다. 즉 원문의 의미를 살리는 번역은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번역인 셈이다. 만일 다른 판타지 작품들처럼 언어나 발음에 별 의미가 없어 소리나는 대로 적어도 되는 성격의 작품이었다면 음차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번역본이 더 훌륭한 번역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은 그렇지 않다. 어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원작자의 지침을 일부러 무시하려 드는 행동은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작품 내용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과 맥락상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씨앗사식 번역이 강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씨앗사식의 번역본은 저자의 지침을 최대한 존중해서 번역한 것이므로 강요라고 볼 수 없다.[10] 물론, 현재 황금가지판 등 음차 번역본들은 절판되어 있다. 때문에 반지의 제왕을 구입하고자 할 때에 씨앗사의 판본을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11] 그러나 출판사가 그 사정을 감안해 주어서 독자들 입맛대로 판본을 나눌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또한 일부에서는 지침은 인도유럽어족 언어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한국어 번역에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 지침은 모든 언어(Any language)에 공통으로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다못해 톨킨이 언어학자가 아니었다면 옛날 사람이라 실수로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수 있다고 고려할 수라도 있지만, 톨킨은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에 참여하거나 고대 언어들의 복원에도 관심을 가지기도 한 언어학 부분에서도 권위자였다.[12] 물론 톨킨이 전문적으로 다룬 언어들은 모두 인도유럽어족, 그 중에서도 게르만어파들이지만, 모든 언어라고 적시하면서 문법부터 느낌까지 모두 다른 중국어나 일본어 등 아시아권 언어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도 없고, 인도유럽어 이외 언어에 적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면 따로 언급하지 않았을 리 없다. 지침에서 모든 언어라고 적시하는 만큼, 당연히 한국어에도 적용하는 게 맞다.
씨앗사식 번역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은 엘프를 요정으로, 드워프를 난쟁이로 번역한 것들도 싫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정도 되면 그냥 영어 독음이 좋고 한국어 번역은 촌스럽게 느끼는 정도 경우다. 극단적인 경우는 드래곤을 용으로 번역하면 '''촌스럽다'''고 싫어하기도 한다.
- 번역어의 선택에 대한 논란
엘프→요정, 드워프→난쟁이, 드래곤→용을 싫어하는 이유가 "촌스럽기 때문"이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국어 번역지침이라고 해도, 각 언어세계관에 존재하지 않는 의미나 단어들을 무리하게 번역하다가 본의 아니게 오역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있기 때문. 간단히 예를 들어 엘프(Elf)와 페어리(Fairy)는 둘 다 요정으로 번역되지만 엄연히 다른 존재이며, 그리고 유럽 및 중동의 드래곤과 동아시아의 용이 다르다는 것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번역지침을 따른다고 해도 한국어 세계관에 없는 단어는 억지로 이상한 말을 만들어서 번역하는 것보다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어떻게 봐서는 더 옳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거기다 같은 유럽권에서 사용되는 언어들로는 그나마 번역 논란이 상당히 드물다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현대 영어와 연관성이 거의 없는 동아시아권 언어로는 어떻게 번역을 해도 뭔가 불편해지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러나 상기한 주장은 '제기될 수는 있겠으나' 역시 비판의 여지는 많다. 가령 드래곤과 같은 단어에 있어서도 이미 일상언어적으로 드래곤과 용이 동일한 대상을 가르킬 수 있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성경 번역에 있어서도 개역개정판 판본부터 공동번역, 가톨릭 새번역까지도 성서에 나오는 '드래곤'을 '용'으로 번역하여 표기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이 한국에 번역될 때는 아무리 빠르게 잡아도 이런 식의 언어 사용이 자리잡은 지 오래이며(가장 최초의 번역만 하더라도 70~80년대에 출판되었으며, 그 때는 이미 드래곤과 용이 섞여 쓰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서구에서도 동양의 용을 굳이 원어를 존중하여 중국어 기준으로 음차하면 Lung(한어병음 표기로는 Long이지만 실제 발음은 '룽'에 가까우므로), 일본어 기준으론 Ryu, 한국어 기준으로는 Yong으로 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으나''' 서구권에서도 동양의 용을 간단하게 '드래곤'으로 표기하는 것도 일상적이다.[14]
마찬가지로 엘프, 페어리의 구분이 한국어 번역에서는 모두 '요정'으로 통일되어서 다른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문제에서도 '''일차적으로 레젠다리움 세계관에 엘프와 페어리가 따로 구분되어 등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며''' 당장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중국식 표기만 하더라도 여기서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드워프, 노움 같은 고유명사들이 엄연히 '''톨킨식에 가깝게 번역이 잘 되어 있다.'''(한국판은 그냥 드워프, 노움을 음역하는 것을 택했지만) 즉, 굳이 번역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중국식 와우 표기를 보고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것은 단지 한국판의 표기가 익숙했기 때문이며, 그 한국판 번역마저도 '파이어볼'이 아니라 '화염구'라는 게 이상하다는 등의 반발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자. 또한 레젠다리움의 설정을 더 파보면 톨킨이 베렌과 루시엔을 처음 쓸 때 등 초창기에는 요정을 '''엘프가 아닌 페어리'''라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엘프냐 페어리냐 따지는 것에 톨킨 자신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미 전달의 부분이 아니라 단순히 '어감이 구리다는 이유'로 까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빌보 배긴스보다 골목쟁이네 빌보가 훨씬 친근한 느낌과 평범한 호빗이라는 정감어린 느낌이라 좋아하는 팬층도 있듯이 취향차에 불과하다. 번역지침에 맞고 틀리고를 떠나 어떤 번역어에 대한 어감상의 호불호는 갖고 있을 수 있으며, 해당 취향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비판받을 순 없다. 어감에 대한 선호로만 본다면 '빌보 배긴스'와 '골목쟁이네 빌보'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는 예를 들어 '시팅 불'과 '웅크린 황소' 중 어느 이름의 어감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취향차 정도밖에 안된다. 지침에 맞는지 틀린지를 따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어감상의 문제에서는 옳고 그름이 없다.
'골목쟁이'라는 번역에 관해서는 아직도 상당히 말이 많은데, 적어도 그 중 '골목쟁이'라는 단어가 한국어에 맞지도 않는 말이라는 건 명백하게 틀린 지적이다. 골목쟁이는 국어사전에도 '골목에서 더 들어간 좁은 곳' 이라고 실려 있는 한국어 단어가 맞다. 나름 호빗 족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단어이기도 하다.[15] 원문의 의미와 다르므로 당연히 이견이 생길 수 있는 번역이기는 하지만 '명백하게' 틀린 번역이라고 할 수준까지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골목쟁이가 한국어와 맞지 않는 단어라고 따지는 사람들이 명심할 점 중 또 하나는, 'baggins'나 'baggin'이 톨킨 관련 문서 이외에 쓰이기나 하는 단어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스웨덴어의 'Bagger' 번역의 경우 그 뜻이 '자루에 들어간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걸 한국어로 한마디로 표현'''해보라고 할 때 제대로 답할 수 있겠는가?
다만 번역지침에서 'Baggins'는 Bag나 Sack의 뜻을 포함한 단어로 번역하라고 지시한 만큼 골목쟁이라는 단어는 엄밀히 말하자면 지침에 어긋나는 번역인 점은 맞다.[16] 골목쟁이라는 번역이 원문의 Baggins의 교묘한 어감을 없앤 것은 사실이다. Baggins는 노골적으로 영단어 동사 bag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가방에 뭔가를 넣다 또는 안전하게 챙겨두다라는 뜻을 가진다. 이는 소설 호빗에서 아르켄스톤을 챙긴 Bilbo Baggins(빌보 배긴스)의 활약과 연관된다. 이렇게 뭔가를 챙겨둔다 어감의 성은 후속작에서 프로도의 활약에까지 이어지지만, 한국어판에서는 Baggins를 골목쟁이로 번역함으로써 이러한 느낌을 살리지 못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Baggins를 배긴스라고 번역했어도 그런 느낌이 전혀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번역지침을 따라서 발생한 문제라기보다는 따르는 과정에서 선택한 단어의 문제이다.
한편으로 지침에서 배긴스 항목에는 이 번역과 관련하여 참조할 사항이 있는데, 톨킨은 지침에서 Baggins가 시골에 있던 자신의 고모/이모[17] 의 농장 이름이었는데, 그 농장이 진입로의 맨 끝에 있었다고 언급한다. 길의 끝에 있었다는 부분에서 '골목에서 더 들어간 좁은 곳'이라는 뜻의 번역어 골목쟁이와 그 뜻이 통하는 면이 있다. 번역자들이 골목쟁이라는 번역어를 채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즉 번역지침에는 엄밀히 말해 맞지 않지만 그래도 완전히 근거가 없는 번역어는 아니고 오히려 세세한 뒷배경까지 고려된 번역어임에는 확실하다는 것.
- 음차하는 경우 채택하는 발음의 논란
지침을 제대로 따를 경우에도 음차하는 고유명사들은 존재한다. 주로 요정어 계열의 명사들인데, 아무 논란 없이 깔끔히 번역되는 경우들이 많지만 발음이나 철자법이 복잡한 경우에는 한글 표기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편 씨앗사 이전의 번역들의 경우, 요정어 발음들을 영어식으로 읽어 음차한 것들도 많은데, 이것들은 논란의 여지 없이 오역이다. 흔히 알려진 것들이 아이센가드를 이센가드라고 적거나, 간달프를 갠달프로 적는 것, 보로미르를 보로미어라고 적는 것 등등이 있다. 비교하자면 로마의 Caesar를 번역할 때 남유럽 발음을 따라 카이사르라고 적는 것이 아니라 영어가 속한 게르만어족에서 나타나는 모음화 R 발음을 따라 시저라고 적은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특히 이 부분들은 영어로 제작되는 영화들에서 배우들도 흔히 하는 실수인지라[18] 설정을 잘 모르고 대충 번역하는 경우엔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19]
이 정도는 단순히 요정어를 영어식으로 적은 것이라 명백한 잘못이고, 고치기도 쉽지만, 발음의 음차에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띈다. 예를 들어, 요정어 이름인 Maedhros는 일단 서부어가 아닌 요정어이므로 음차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음차하는 과정에서 '마에드로스'라고 적을지 '마이드로스'라고 적을지가 갈린다. 이렇듯이 비록 요정어 표기와 발음에 관해 톨킨이 남긴 해설을 따른다 해도, 그것을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예를 들면, Fingon에서의 ng발음이 있다. 씨앗사 실마릴리온에서는 핑곤으로 번역되었지만, '핀곤'이라고 표기하는 것도 발음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사실상 같은 발음이지만, 일단 표기는 다르니만큼 표기의 일관성 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간간히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Khazad-dum도 음차 문제의 한 예시인데, Kh발음은 한국어에서 일대일로 대응하는 발음이 없다. 따라서 비슷한 발음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물은 '카잣 둠', '크하잣 둠' 정도로 나뉜다. 이상의 예시들 외에도 몇몇 논쟁의 대상이 되는 단어들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은 번역지침보다는 언어학, 특히 음소학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보통은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도 인식하기 어렵고, 인식하고 나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없다면 논쟁에 참여하는 것도 어려워 여기까지는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 지침에 대해 오해하여 발생하는 논란
- 현재
그러다 최근 북이십일 출판사에서 새로 번역 판권을 취득하였다는 것이 알려지며 북이십일 판본에서는 어떤 번역이 채택될지에 대해 잠시 다시 번역어의 채택에 대해 토론이 제기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씨앗사의 번역을 따르며 몇몇 개선할 점만 고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져서 씨앗사식의 번역어에 대한 선호가 다시 확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1] 물론 비공식 번역은 존재.[2] 소설 내에서는 영어로 번역되어 영어 단어의 형태로 등장한다.[3] 무슨 소린지 잘 감이 안 잡힌다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생각해보면 된다. 여기선 아예 역자라고 자칭하는 작가가 각주의 형식을 빌려 열심히 우긴다(...)[4] 출처는 반지의 제왕 부록.[5] stride가 성큼성큼 걷다는 뜻이고 -er이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므로[6] 분량이 길긴 하지만 위에서 말한 설정상의 상황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7] 참고로 독일어판 반지의 제왕은 이후 개정되었고 현대 유통되는 번역본은 정상적인 내용이다.[8] 고유명사를 모두 음차한 건 아니고, 명확하게 영어 단어인 고유 명사 등은 번역되기도 했다. 고유 명사 번역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9] 물론 사람마다 달라서 씨앗을 뿌리는 사람판 외 버전으로 접한 사람들 중에서도 씨앗사의 번역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10] 그것도 설정 논쟁이 벌어질 때 가장 큰 권위를 갖는 톨킨 자신의 1차적 발언이다.[11] 참고로 황금가지판도 구하려고 하면 구하기는 쉽다. 아직까지는.[12] 물론 '아시아계 언어들까지 포괄한 언어학'까지는 딱히 관련이 없고 언어학 자체보다도 '영어학'과 '영문학'이 주요 분야지만 여기서는 아시아계 언어들을 모르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 적은 부분.[13] 톨킨은 호빗들의 이름을 짓는 데 설정을 덧붙이는 등 상당히 공을 들였으며, 그만큼 번역지침에 있어서도 번역하는 대상 항목들로 많이 수록되었다.[14]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룽 드래곤이나, 몬스터 걸 백과사전 세계관 등에서는 동양의 용과 서양의 드래곤이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 다른 종으로 묘사되므로 이런 경우에는 드래곤과 용을 별개의 단어로 취급하는 게 맞겠지만, 반지의 제왕이 그런 세계관이었던가?[15] 호빗들은 모험을 싫어하며 목가적이다. 어찌 보면 우물 안 개구리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격.[16] 배긴스 집안과 친척인 색빌 배긴스(Sackville Baggins) 집안의 경우 Sack 부분을 반영하여 자룻골 골목쟁이네라고 번역되었다.[17] 어느 쪽인지는 명시되지 않고 aunt로만 언급되어 있다.[18] 물론 영화를 찍을 때 상당히 신경써서 발음을 지도하지만, 아무래도 설정을 모르고 보면 그냥 영어 발음으로 보이기 때문에 틀리기 쉽다. 같은 맥락에서, 진성 톨키니스트였던 고 크리스토퍼 리의 경우에는 발음을 틀리는 경우가 없다.[19] 영화 자막 제작 등이 대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