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달프
1. 소개
Gandalf the Grey / White. 호빗과 반지의 제왕의 등장인물. 통칭 회색의 간달프. 후에 백기사라는 별명도 생긴다. 신다린으로는 미스란디르[1] 라 부르며 난쟁이어로는 트하르쿤. 인간들은 남쪽에선 잉카누스, 북쪽에선 간달프라 부른다. 폭풍까마귀(Stormcrow)나 라스스펠(Láthspell)[2] 등의 모욕적인 별명도 있는데, 둘 다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간달프를 비난하는 별명으로 나쁜 소식을 몰고온다는 의미이다.
반지 원정대의 일원이자 대장이며, 이스타리와 신성의회의 주요 일원으로, 마이아로서의 본명은 올로린(Olórin). 이는 실마릴리온에서도 언급된다. 올로린의 이름의 주요 뜻을 차지하는 앞단어의 뜻은 '''꿈''', 대강 꿈 꾸는 자라는 의미다. 간달프란 호칭은 북유럽 신화의 한 난쟁이 이름에서 따왔다. Gand가 지팡이이며 Alf가 Elf와 비슷한 뜻임을 알면 왜 저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톨킨은 호빗#s-1.3 초고에서 간달프라는 이름을 난쟁이들의 대장에게 붙였다.
톨킨이 쓴 편지에 따르면, 그 자신은 간달프를 '방랑자 오딘'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림으로 묘사된 변장한 오딘의 모습은 그야말로 간달프 판박이. 챙 넓은 모자에 지팡이를 들고, 풍성한 수염까지 기른 방랑자 오딘의 모습은 영락없는 간달프. 물론 둘의 성격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
2. 정체
간달프는 발라인 만웨와 바르다가 추천하여 발리노르에서 가운데땅으로 파견된 마이아이다. 마이아들 중에서는 상당한 강자로, 작가 공인으로 적어도 탄생 시에는 사우론과 동급이었다.[3][4][다만] 실마릴리온의 발라퀜타에서는 이에 대해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
마이아 시절에 주로 기거한 지역은 로리엔이었으며, 발라인 만웨와 바르다의 백성이자 이르모의 조언자이며 니엔나의 제자이기도 했다.[5] 니엔나에게서는 연민과 인내를 배웠다고 한다. 처음 만웨에 의해 가운데땅 파견직으로 뽑혔을 때, 사우론이 두렵고 자신은 약하다며 파견을 거절했으나, 결국에는 임무를 받아들여 이스타리의 일원으로서 마지막으로 가운데땅에 도착했다. 간달프의 정체와 임무를 알게 된 조선공 키르단은 불의 반지인 '위대한 나랴'가 자신보다는 간달프에게 훨씬 유용할 것이라며 나랴를 간달프에게 줬다.[6]"마이아 중 가장 지혜로운 자는 올로린이었다. (중략) 그러나 올로린의 이야기는 (퀜타 실마릴리온에서) 전해지지 않는다. 그는 요정을 사랑했으나 그는 그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게 혹은 그들의 일원으로서 함께 했기 때문이다. (후략)"
"Wisest of the Maiar was Olórin. (...) But of Olórin that tales does not speak; for though he loved the Elves, he walked among them unseen, or in form as one of them, (...)"
발라의 임무를 받아 가운데땅에 파견되었기에, 궁극적으로는 아르다의 선과 악의 싸움에 관심을 보이던 일루바타르의 의지를 받든 부하였다. 때문에 모리아에서 발록과 대치할 때는 "비밀의 불의 신하이며 아노르의 화염을 휘두른다."[7][8] 라고 말하며 발록을 위협하기도 했다. 물론 평소에는 이런 정체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다니지는 않는다. '왕의 귀환'에서는 데네소르와 간달프의 기싸움을 구경하던 피핀이 간달프의 정체를 새삼스레 궁금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사영화 감독판에서는 "사람의 일생을 300번 거듭할 동안 이 땅을 거닐었지만..."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2.1. 마법 사용의 빈도와 마법사로서의 모습
설정상으로는 불과 빛에 관련된 마법에 능하다. 하지만 그가 마법을 쓰는 모습이라고는 반지의 제왕에서 사루만과 대결을 벌이는 모습(심지어 몇 합만에 지고 지팡이까지 뺏긴다),[9] 모리아로 가기 전 오크와 와르그의 습격을 받자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하늘로 던진 후 사방으로 불꽃을 터뜨려 적들을 태워버리는 장면, 모리아의 발록과 싸울 때 자신을 보호하는 마법과 검에 번개를 실어 공격하는 장면, 모종의 이유로 상대가 잡고있던 검을 뜨겁게 달구어 떨어뜨리게 하는 장면, 세오덴의 정신을 잠식하고 있던 사루만을 물리치는 장면, 빛의 권능을 행사하여 나즈굴에게 쫓기는 파라미르를 구하는 장면 등 3부작을 통틀어 봐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영화판에서는 비주얼적 요소를 가미해야 하니 나방을 전령으로 삼아 거대 독수리들을 부르는 모습도 나오고,[10]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는 돌 굴두르에 찾아가 군대가 보이지 않도록 한 마법을 풀거나 이어서 나타난 아조그의 추적을 마법과 지팡이를 휘둘러 일으킨 충격파로 건물을 부숴가며 대응하는 등 어느 정도 마법사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는 한다. 소설에서 묘사된 나즈굴과의 대결에서도 그 흔적의 묘사를 참조하면 꽤나 파괴적인 마법을 사용한 듯한데 프로도가 멀리서 번개를 보았다거나, 주변의 돌이 다 타버렸다는 묘사가 있다. 발록과 싸웠을 때도 마치 산 꼭대기에서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주위에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번개와 우박이 쏟아졌다고 묘사되고.
덧붙이면 반지전쟁 이전에 그가 활약했던 이야기 호빗에서도 마법을 쓰는 묘사가 꽤 있다. 빌보와 난쟁이들이 고블린들에게 잡혔다가 탈출 할 때 고블린들을 빛과 충격파로 날려버리거나, 와르그들에게 포위되어 나무 위에서 진퇴양난이었을 때 솔방울에 불을 붙여 던지는 장면 등이 그 예. 즉, 그는 꼭 필요한 순간에는 마법을 쓴다. 단, 직접적인 파괴의 마법으로 사우론을 대적할 수는 없다. 이는 부록의 하나인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의 이스타리의 장에서 서술이 되는데, 이스타리들이 가운데땅으로 파견될 때 인간의 형상을 했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인간의 형상을 하면, 아무리 마이아인 그들이라도 인간의 감정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의 본신의 힘을 가지고 타락할 경우, 가운데땅은 또 하나의 사우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 애초에 그들의 힘을 제약해버린 것이다.
다만 영화 스마우그의 폐허에서는 사우론이 직접 납시어 상대했을 때 발록에게도 사용했던 빛의 보호막을 일으켜 사우론의 힘을 어느 정도 막아냈지만 결국 상대가 되지 못 하고 사로잡히는데, 이것은 사실 반지의 제왕 원작 소설에서 간달프가 호빗 시점에 혼자 돌 굴두르로 갔을 때를 묘사한 서술과 정반대다. 소설의 서술은 간달프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돌 굴두르에 단신으로 몇 번 들어갔고, 그때마다 사우론은 간달프를 피해 물러났다고 되어 있다.[11][12] 아무래도 후술할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위치킹에 대한 우위 문제와 마찬가지로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간달프가 싸웠을 때 상황이나 갈라드리엘 등과 싸울 때 사우론의 상황, 목적도 달랐다. 간달프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접근한 정찰병 포지션인 바 그나마 혼자서 제압이 가능했고 그 목적 역시 잠시 감시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갈라드리엘 등과 싸울 때는 이미 목적도 다 이루어진 상황이고 간달프보다 더 센 사루만 등도 출동한 상황에서 라다가스트도 포함해 네 명과 다 싸우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이와 같이 원작보다 너프된 모습은 반지의 제왕의 세세하고 다양한 설정을 잘 모르는 라이트 관객들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잘 알지만 원래 반지의 제왕 세계 설정에서 간달프는 사우론과 같은 마이아지만 인간을 힘이 아닌 지혜로 이끌기 위해 제약을 받고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신의 힘을 드러낼 때는 강대한 발록과도 싸울 수 있는 것. 하지만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실사영화 시리즈를 보는 관객 대부분은 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 속 사우론의 신중함이나 어리버리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따라서 사우론이 간달프를 피하는 묘사를 하면 간달프가 사우론보다 더 강한데 왜 반지의 제왕에서 그 고생을 했느냐, 혹은 간달프는 평소에는 신나게 몽둥이질만 하더니 왜 사우론과 정면으로 대결할 정도로 강해지냐는 질문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되기에 피터 잭슨이 각색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캐릭터 너프는 아라고른이 두네다인이며, 인간을 초월하는 수명과 능력을 가졌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이스타리, 마이아란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다만 이후 나온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는 사루만이 모르굴의 검을 가져온 간달프에게 "이스타리는..." 이라고 하며 이스타리의 의무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아라고른이 두네다인이라는 점, 87세라는 점 모두 완전판에서만 나오는 대사이다. 이는 반지의 제왕 영화화를 통해 그동안 팬들만 알고 있던 이스타리나 두네다인 등의 설정이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외에도 원작에 비해 영화에서는 너프가 된 장면이 몇번 나왔다. 위의 상황도 그렇고 왕의 귀환에서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 도중 마술사왕의 공격에 당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원작 설정상으론 마술사왕은 인간 출신이라 천사나 다름없는 존재인 간달프가 질래야 질 수가 없다. 하여간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 볼때 "대마왕=사우론, 주인공 파티의 리더=아라고른과 간달프"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던 것. 사실 반지의 제왕은 원작 팬들이 보기에도 간달프의 너프, 레골라스의 먼치킨화(...), 조금 너프된 듯한 아라고른 등 일부 사소한 디테일을 제외하면 아주 고증이 잘 됐다고 평가받는다.
아울러 반지의 제왕 시대에 이르러 발록과의 전투에서 한 번 사망한 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상술한 금제가 풀려서인지 알음알음 적극적인 권능을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 상 백색의 마법사로 거듭난 후 첫 등장 씬도 의미심장하다. 강력한 빛으로 아라고른, 레골라스, 김리가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한 뒤 말을 거는데, 처음에는 사루만의 목소리[13] 로 말하다가 정체를 밝히라는 아라고른의 요구에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나타낸다. 본인의 말로는 원래 사루만이 되었어야 할 모습을 대신한다고 한다.[14] 더불어서 이 분이 타고 다니는 백마는 호빗,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선의 세력의 탈것 중 최고인 섀도우팩스다. 그림자보다 빨리 달린다는 명마 중의 명마로 말들의 왕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왕이라는 별명이 과연 과장이 아닌 것이 나즈굴과 그들이 타고 다니는 펠비스트의 공포를 퍼트리는 권능에 의해 다른 말들이 우왕좌왕할 때 혼자서만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정도다. 영화판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레골라스가 '내 눈이 멀쩡한 것인가' 라고 감탄할 정도.
2.1.1. 망캐? 힘법사?
간달프 마법 안쓰는 만화.jpg 스포일러 주의
반지의 제왕 영화가 한창 화제였을 때는 힘법사나 망캐 드립은 상당히 유행해서, 정말로 우스갯소리로 하는지 진지하게 하는지 분간이 안가는 편인 경우도 있었고, 진지하게 왜 마법은 안 쓰냐는 사람들도 가끔 있었다.
마법사라는 설정의 캐릭터임에도 상술했듯이 정작 원작에서 마법을 쓰는 장면이 상당히 보기 드물고, 영화에서도 마법사라면서도 적들을 다 쓸어버리는 그런 기술같은건 하나도 못쓰고 지팡이와 검을 이용한 격투 장면만 주로 많이 보여준 탓에 우스갯소리로 힘법사나 물리속성 법사, 망캐 드립을 듣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은 게임에 기반한 세계관의 작품이 아니다. 소설 역시 초기 판타지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만큼 중세적 이미지의 마법사 모습이 두드러지고 거기에 초기적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것이라 보면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손에서 화염을 마구 뿜어내거나 천둥, 번개나 얼음폭풍 같은 것을 일으켜 수많은 적을 단번에 몰살 시키는 마법사의 이미지는 초기 RPG인 던전 앤 드래곤이나 기타 유럽, 일본 판타지 게임, 소설 등 '''다양한 상업적 매체를 거치며 굳혀진 인식'''이고, 힘법사 드립은 순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RPG 게임 등에서의 마법사 이미지로 간달프를 해석했기에 나온 것이다. 본래 웬만한 게임에서는 대부분 마법사 캐릭터가 전사 캐릭터보다 근력이 약하다고 설정되어 있지만, 그러한 것은 '실제로 마법사의 힘이 약해서' 라기 보다는 밸런스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게임은 플레이 스타일을 나누어서 재미를 주기 위해서 클래스를 나누는데, 클래스별로 차별점을 주고 클래스 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스탯을 차등분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 스탯이 위주인 마법사 캐릭터는 힘 스탯의 분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법과 관련된 수치를 포기하면서 힘(근력)에 투자하는 특이한 캐릭터가 나오긴 하지만, 이 경우는 반대로 마법사로서의 본업이 안되는 이상한 캐릭터가 되는 것. 실제로 던전 앤 드래곤의 창시자중 한명인 개리 가이객스는 인터뷰에서 (D&D 기준으로) 간달프는 비효율적인 캐릭터라고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중세시대 사람들이 생각했던 원래의 마법사라는 존재는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고 환각을 일으키며 음모와 술수를 꾸미는 존재나 또는 그 힘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구원자 정도로 그려졌다. 대표적인 예로 아서왕 신화의 멀린을 생각하면 된다. 간달프가 마법사인데 칼을 다루는게 이상하다느니, 스탯이 어떠냐느니 하는건 마법사라는 개념이 생소한 동양권 문화에서 미디어가 만들어낸 것들 중 단편적인 관점의 마법사만을 접한 이들이 간달프를 그러한 관점으로 보려고 해서 생기는 일인 셈이다. 톨킨이 1892년에 태어나 1900년대를 살았던 사람임을 감안해본다면 간달프는 각종 RPG 게임에서 나오는 수많은 후발주자들과 비교해선 안된다. 신화적 관점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마법사의 모습을 톨킨이 정말 잘 만들고, 잘 표현한 것이다. 애초에 저 스텟 이야기도 의미가 없는 것이 간달프는 인간이 아닌 초월자이니 스텟 기초치가 높아, 힘에 투자하고 남은것을 지식에 투자했음에도 인간보다 지식이 높아도 이상할게 없다.
또한 마법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작품마다 설정이 완전히 다르고, 마법사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서양 판타지에서는 마법사라는 개념이 생소한 동양과 다르게 메이지, 위치, 워록, 위자드 등과 같은 개념으로 나뉘기도 하는데, 생애를 마법 연구에 투자하는 마법 전문가만을 마법사로 정의할지, 아니면 그저 마법을 좀 쓸 줄을 알면 모두 마법사로 정의할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기준을 설정할지는 순전히 작가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관이 전혀 다른 매체의 마법사를 비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덧붙여 간달프는 따지고 보면 인간이 아니라 톨킨 세계관에서 신 중의 하나인 마이아로서 중간계에 파견되었기 때문에 인간 마법사였던 위치킹이나 나즈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같은 마이아로서 동급인 사우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병사들에게 용기를 주고 타이르며 중간계의 여러 사건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본다면 간달프는 게임에 등장하는 마법사로써의 이미지가 아니라, 구원자로서 마법사로 그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초인적인 존재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로써 마법이라는 수단을 이용하기는 했다.
또한 그것과는 별개로 작중에서 마법사면서도 육탄전도 능숙하게 하는 간달프의 모습이 인상깊었는지 이후로 간달프를 오마쥬한 힘법사 캐릭터가 종종 나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Fate 시리즈의 멀린.
2.2. 이스타리로서의 성과
이스타리 항목에 잠시 언급돼 있듯이, 톨킨은 이스타리를 파견하여 사우론을 견제하겠다는 발라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편지로 밝혔다. 간달프는 나머지 4명의 이스타리와 달리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며 정세를 살폈고, 사루만과 같이 사우론의 세력을 견제하는 데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청색의 마법사 둘은 기록이 되어 있지 않을 지경이고[15] , 라다가스트는 숲속에 관심이 더 많았을 뿐만 아니라[16] 직접적으로 나선 적이 별로 없다. 사루만의 경우에는 사우론을 견제하는 것 자체는 잊지 않았고 최후까지 사우론과 맞서 싸우려했으나, 그 견제의 방법이 매우 잘못됐다.[17] 사루만은 더군다나 인간을 힘으로 눌러 규율을 엄히 다스리고 싶어했다.[18]
거기에 사우론은 절대반지가 돌아다니고 있음을 간파했고,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아르노르는 멸망했으며, 오랜 내전으로 힘이 바래가던 곤도르는 절대반지의 파괴에 회의적이었고[19] , 난쟁이는 별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남쪽의 세력이 지워졌고[20] , 곤도르-로한 연합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였기에 인간도 사실상 분열된 상태.[21] 요정의 힘은 이제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가운데땅에 대한 애정도 상당히 식어있었다. 간달프를 도와 함께 일을 도모했어야할 마법사들은 배신했거나, 관심이 없거나, 먼 곳으로 떠나버렸기에 간달프는 혼자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해야했다.
간달프는 깊은골에서 비밀회의를 지켜본 뒤, 한가닥 희망[22] 을 발견하긴 했으며 반지 원정대의 리더가 되는 것까지는 잘 수행했으나, 사루만의 지속적인 훼방과 모리아에서의 절망적인 상황[23] 까지 보고 임무가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간달프는 이에 모리아의 발로그를 견제함과 동시에 몸을 내던졌으며, 애초에 이 싸움에서 간달프는 살아남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의 죽음을 통해 임무의 완전한 실패를 알렸으며 자신의 운명을 일루바타르에게 맡겼다. 이에 일루바타르는 간달프를 돌려보냈고, 덤으로 힘의 제약을 조금 더 풀어 주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허리를 굽히고 항상 방랑자처럼 사람들을 대했던 회색의 간달프가 아니라, 더 고귀하고 근엄하며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을 가진 백색의 간달프가 된 것이다. 실제로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백색의 간달프는 더 완고하고 힘이 넘치며 다른 사람들이 경청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활 이후, 이스타리로서의 제약은 여전했으나 간달프는 이제 사람들을 더 잘 설득할 수 있었고, 가끔씩 자신의 힘을 드러내어 가운데땅의 여러 세력을 견제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그가 힘을 드러낸 경우는, 패퇴하는 오스길리아스의 병사들을 공격하는 나즈굴을 향해 이스타리의 빛을 내뿜을 때[24] , 정문을 박살낸 앙그마르 마술사왕이 성내로 진입할 때 이를 저지한 것[25] 등이 있다. 결국 간달프를 포함한 이스타리는 임무를 완수하는 데 실패했으며, 간달프는 이 사실을 깨닫고 본인을 던져 일루바타르에게 탄원한 셈이다. 간달프는 이후 새롭게 얻은 권능으로 사우론의 세력을 성공적으로 끝장냈다. 결국 발라의 계획은 실패했으나 간달프는 자신의 의무를 완수한 셈이다.
2.3. 앙그마르의 마술사왕과의 우열에 대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나즈굴의 리더 마술사왕의 마법에 의해 그의 지팡이가 부러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초반부 웨더톱에서 나즈굴들과 9대 1로 싸워 그들을 격퇴시킨 적이 있다. 물론 그 스스로도 아홉 명을 전부 상대하기 아주 껄끄러웠다고 했고, 이후 나즈굴들이 멀쩡이 돌아다닌 것을 보아도 쓰러뜨렸다고 보기보다는 일시 물러가게 한 정도이긴 하다.[26] 하지만 대장을 포함해서 9명이 달려들고도 격퇴당했다는 것은 충분히 간달프의 우위를 증명하며, 이후 마술사왕이 기껏 프로도에게 칼빵을 놓고도 아라고른이 갑자기 나타나자 후퇴를 선택한 것도 상당부분은 간달프에게 혼구멍이 난 덕이라고 톨킨이 밝힌 바 있다. 이 우위는 원작 마지막 권인 '왕의 귀환'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나즈굴은 그의 상대로써 한참 모자랐다. 영화의 각색은 곤도르가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마술사왕이 가진 힘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피터 잭슨 감독이 무게감을 실어준 결과로 보인다.
다만 마술사왕이 간달프를 "늙은 바보"라고 조롱하며 '너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죽을 시간이 되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단순한 도발이다. 한편으론 데네소르의 대사[27] 를 가지고 일각에서는 왕의 귀환 시점에서 마술사왕이 강해진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지만 이 말은 간달프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섭정 데네소르의 비아냥으로 해석되는 것이 보편적이며 [28] 근데 생각해보면 1편에선 부러진 나르실 말고는 변변한 무기도 없던 아라고른이 나즈굴 다수와 맞서는(그 중 하나는 마술사왕으로 추정된다) 묘사도 있다.
또한 마술사왕은 누메노르인의 망령, 즉 출신 성분은 '인간'이다. 애초에 '신'의 종족인 아이누 출신이며 중에서도 가장 지혜로운 마이아로 꼽히던 간달프의 상대가 될 수가 없다. 애초에 많은 제약을 받은 회색의 마법사였을 시절에도 발록을 무찔렀는데 제약이 완화된 백색의 간달프가 마술사왕에게 진다는 것은 마술사 왕이 발록보다 훨씬 강하다는 소리가 된다. 마술사왕은 'Man(남자 혹은 인간)'에게 죽지 않으리라는 글로르핀델의 예언이 있었으니 간달프는 그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 또한 옳지 않은 해석인데, 마이아인 간달프는 남자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기 때문. 특히나 메리가 마술사왕을 공격해서 쓰러트리는데 일조한 것을 생각하면 Man이란 단어는 인간 남자에 한정된 표현이라 보는 것이 옳다. 예언의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술사왕이 에오윈과 메리에게 목숨을 잃을 것이란 예언에 가깝지, 간달프와 마술사왕의 우열관계와는 하등 무관하다.
하지만 '간달프가 앙그마르의 마술사왕보다 윗급이니까 간달프가 무조건 이긴다'라고 보는건 톨킨의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 톨킨의 작품은 현대의 배틀물이 아니라 고전적인 신화의 서사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의 능력치는 절대적인게 아니라 선악의 대립구도와 서사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때문에 원작에서 마술사왕이 간달프를 이기지 못했다 한들, 그것이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은 아니다. 당시의 서사에 간달프와 마술사왕을 대입해보자면, 간달프로 대표되는 선의 세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었고, 마술사왕으로 대표되는 악의 세력은 승리를 거머쥐기 직전이었다. 현대의 판타지 소설이라면 그래도 캐릭터의 능력치가 어딜 가는건 아니라 마술사왕이 간달프를 이기는건 무리겠지만, 서사적 구도를 중시하는 톨킨 세계관에서는 그만큼 악의 세력이 강해졌고 선의 세력이 약해졌다고 이해해야 한다.
또한 엄밀히 말하면 사우론의 종복들은 사우론의 힘이 강해질수록 강해진다. 이실두르가 사우론을 무찌른 후 반지악령들이 무력하게 변해버렸던 것이 그 예시다. 또한 모르도르는 한때 선의 세력에 의해서 완전히 와해되었지만, 사우론의 힘이 되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중간계 최고의 세력으로 성장한다. 헌데 반지에 제왕에서는 이에 대한 정치적, 행정적인 묘사가 거의 없다. 완전히 와해된 악의 제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다시 최강의 세력이 되었는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사우론의 힘이 커진것에 비례해 다시 강해졌다고 묘사한다.
또한 마이아라고 해서 인간보다 절대적으로 강한 것은 아니다. 실마릴리온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이실두르도 사우론을 이겼고, 사루만도 그리마에게 죽었다. 그러나 이 두 케이스는 마이아의 권능을 인간이 이겨낸게 아니다. 사우론의 경우는 길 갈라드와 엘렌딜이라는 걸출한 용사 둘을 끔살시킨 직후라 힘이 많이 빠져 있을 때였고, 사루만은 저 당시 간달프에 의해 지팡이가 부러지고 이스타리로서의 모든 권능을 잃은 상태여서 간교한 두뇌 말고는 아무 힘도 없는 노인네였다. 물론 실마릴리온에서는 마이아, 심지어 발라 출신인 모르고스도 놀도르 요정 핑골핀이나 요정 여성 루시엔같이 더 못한 존재들에게 굴욕을 당하곤 한다. 게다가 톨킨이 편지를 통하여 스스로 밝히길, 가운데땅 세계관에서는 사악한 존재가 되어 타락하면 오히려 힘이 약해진다고 한다.[29] 일루바타르가 의도한 아르다는 원래부터가 선하고 정의로운 것만이 존속하고, 악하고 타락한 것은 자멸하기 때문. 애초에 반지의 제왕은 이런 파워밸런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반지원정대 내에서 간달프의 목적은 프로도가 길을 잘 찾아가게 도와주는 것이지 마술사왕을 물리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원작에서 나왔다면 톨킨 세계관에서 문제될건 없지만, 원작에도 없는 장면을 넣었기에 이런저런 논란이 된 것이다. 즉, "간달프는 마이아니까 죽었다 깨어나도 인간출신인 마술사왕이 이길 수 없다"고 못박을 순 없겠지만, 원작에선 최소한 마술사왕이 우위를 보인 적이 없고 오히려 초반부에 혼자 나즈굴을 전부 격퇴한 장면이 있어 마술사왕이 우위라고 볼 근거 자체가 없으니, 우위라고 보는 건 비약이다. 또한 톨킨 세계관에서 더 하위의 존재가 마이아나 발라를 격퇴하는 경우가 있다곤 해도 극히 드물다. 마술사왕이 간달프를 압도하는 것은, 원작에서는 간달프를 상대하는걸 꺼려한 사우론이 당당히 그를 쳐발라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터 잭슨만의 창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하다 못해 마술사왕이 지팡이를 부러뜨리자마자 간달프가 지팡이를 재생시켜 재전을 펼치는 장면을 넣었으면 간달프의 우위는 유지되므로 문제없이 넘어갔을 수도 있다.
3. 작중 행적
3.1.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시리즈
톨킨이 구현한 마법사의 의미는 '현자'에 더 가까우며 그의 힘의 원천이나 행적을 따져보면 '성직자'로도 볼 수도 있다. 아울러 그의 진정한 정체가 마이아임을 감안하면 천사로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샤이어에서는 아무도 그의 진정한 모습을 모르며 단순히 축제에서 불꽃놀이를 보여주는 재밌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가 호빗 마을에서 종종 보여준 불꽃놀이는 화약을 이용한 것이며, 그가 원래 가진 의미로나 실제 행적으로나 마법을 펑펑 써대며 적을 제압하는 이미지는 아니며 싸울 때도 그냥 지팡이와 검으로 적을 때려잡는다.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개봉 당시 "마법사 주제에 공격 마법 하나 안 쓰냐" 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거기서 나온 별명이 '랜턴', '올힘법사', 또는 '직업: 마법사(물리)'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이란 작품에서 마법의 의미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뭔가 대단한 일"을 일컫는 신화적인 의미가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간달프는 도저히 모을 수 없는 원군을 모으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이기도록 도왔다. 그래서 마법사인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실사 영화판 3부작 내내 플롯과 이야기 흐름 대부분을 사실상 단독으로 리드하며, 반지 원정대의 리더 역할을 하는 등 핵심 인물로 나온다. 1편 반지 원정대에서 그는 옛 친구의 빌보의 111번째 생일을 축하해주러 샤이어를 방문한다.[30] 몇 십년만에 빌보와 재회한 뒤 그가 자신의 파티 연설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절대반지로 사라지는 쇼를 보여주고 과거 골룸처럼 그 반지에게 집착하려는 빌보에게 엄숙히 반지를 버리라 진심어린 충고를 한뒤 여행을 떠나는 그를 배웅한다. 그리고 프로도가 갖게된 그 절대반지에 관한 모든 긴 이야기를 해주며 그 반지에 주인인 사우론과 그의 부하들이 그 반지를 찾아 너를 죽이려 할테니 당장 샤이어에서 브리로 떠나 그곳에서 만나자고 하고 자신은 사루만과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하러 간다. 하지만 사루만은 사우론에게 타락해 있었고 결국 사루만에게 제압당한 간달프는 아이센가드 탑 꼭대기에 감금되지만 라다가스트의 거대 독수리들의 도움으로 사루만의 회유에 유혹을 물리치고 가까스로 탈출하여 깊은골에서 프로도와 다시 만난다. 마침 그곳에서는 엘론드가 주최한 인간 요정 난쟁이들의 의회가 열렸고 현재 중간대륙을 위기로부터 구할수있는 방법은 반지를 당장 모르도르에 가져가서 파괴하는 방법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사람들이 반지의 향후 행방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프로도는 자신이 반지 운반자가 되겠다 자원한다. 그의 용기에 탄복하여 함께 따라나선 간달프를 중심으로 아라고른, 레골라스, 김리, 보로미르 등이 포함된 반지원정대가 결성되었고, 간달프는 최연장자이자 학식과 경험 높은 마법사로서 그들을 모두 이끌게 된다. 그러나 사루만의 계속되는 방해공작으로 자신이 가기를 꺼려했던 모리아로의 경로를 할 수 없이 택하게 되고, 그곳에서 두린의 재앙이라 불리는 고대의 악마 발록과 마주치게 된다. 원정대를 먼저 보낸 후 간달프 혼자서 발록과 대적하는 것은 1편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다리를 무너뜨려 발록을 떨어뜨리지만, 발록이 들고 있던 채찍을 간달프에게 감아버리는 바람에 같이 추락하고 만다. 이에 프로도[31] 를 비롯한 모든 원정대원들이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지휘권을 이어받은 아라고른의 지시를 따라 계속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2편에서 그는 자신이 끝내지 못한 사명과 임무를 마저 완수하기 위해 다시 중간계로 파견되어 백색의 마법사로 더더욱 강력해져서 부활하게 된다. 팡고른 숲에서 메리와 피핀의 신병을 엔트 나무수염에게 맡기고, 두 호빗을 추적해온 아라고른, 레골라스, 김리와 다시 만난 그는 로한의 수도인 에도라스로 달려가 사우론의 영향으로 완전히 타락해버린 로한의 왕 세오덴을 사루만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켜 구해낸다. 그러고 나서 모든 에도라스의 백성들을 헬름 협곡으로 피신시키고 닷새 뒤 새벽에 동이 틀때 동쪽을 바라보라 하며 자신은 지원병들을 부르러 떠난다. 아이센가드에 수만 명의 우르크하이 오크들이 헬름 협곡으로 쳐들어와 나팔산성 전투가 벌어지고 적들에게 완전히 함락당해 모두가 도륙되기 일보 직전 그의 말대로 새벽녘 해가 뜨면서 모든 로한의 기마대들[32] 을 이끌고 와 오크들을 전부 쓸어 버리고 섬멸시켜서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1편보다는 비중이 조금 낮아졌지만, 극적으로 등장해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3편에선 아이센가드에 가두어진 사루만을 회유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대신 그로부터 팔란티르를 회수한다. 그런데 이것을 엿본 피핀에게서 아라고른이 왕이 되기 전에 곤도르의 수도 미나스 티리스를 선점한다는 사우론의 전쟁 계획을 알아챈다. 이를 막기 위해 세오덴에게 군을 정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은 피핀과 함께 미나스 티리스로 가서 그곳의 섭정인 데네소르 2세를 알현한다. 하지만 섭정이라는 작자는 허수아비 왕만도 못한 개노답 통치자[33] 였고, 간달프는 개판 오분전이 되어버린 곤도르의 막장 시국을 수습하려 애쓰지만 수비대장 파라미르마저 아버지인 데네소르의 뜻에 부합하기 위해 의미 없는 오스길리아스 탈환명령을 수행하다 화살을 맞고 사경을 헤매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편 모르도르의 사우론의 대군이 본격적으로 곤도르를 향해 진군을 시작하자, 피핀으로 하여금 봉화를 올리도록 하여 로한에 구원을 요청한다. 이후 어마어마한 모르도르의 군세가 펠렌노르 평원 앞을 새카맣게 뒤덮자, 아들 파라미르의 중상으로 멘붕해 버린 데네소르는 갑자기 퇴각해서 목숨을 부지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만, 간달프는 바로 지팡이로 그를 기절시키고 혼자 미나스 티리스의 병사들을 진두지휘한다. 제자리를 지키라면서 질주하는 것만으로도 군사들의 사기는 잠시나마 충전되어 다시 방벽으로 복귀하고 치열한 공성전을 벌인다. 하지만 이후 파성퇴 그론드가 성문을 돌파하여 오크 군대가 트롤들을 앞세워 몰려오고, 거대한 트롤을 칼로 베어죽이는 기염을 보여주는 등 병사들과 함께 적의 공격을 겨우겨우 막아내는 혈투를 벌인다. 결국 수세에 몰려 성문을 모든 도시가 쑥대밭이 되어 전부 함락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놓이는데, 설상가상으로 앙그마르의 마술사 왕과의 일전에서 지팡이가 부러져 버린다.[34] 바로 그때 세오덴이 이끄는 로한의 6천 기병들과 아라고른이 데려온 망자들의 군대의 도움으로 모든 적들을 전부 일망타진하고 극적으로 도시를 멸망 위기에서 구해낸다. 한편 간달프는 이 와중에 미쳐버린 데네소르로부터 파라미르를 구해낸다. 하지만 모르도르의 운명의 산으로 향하는 프로도와 샘의 사이에는 사우론이 결집해 놓은 오크 1만 명이 남아 있었고, 이들을 유인하고자 아라고른, 레골라스, 김리, 에오메르 등과 함께 모든 잔여병들을 이끌고 모르도르의 검은 문 모란논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그리고 결국 프로도는 간달프의 안목을 입증하듯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절대반지를 파괴시키는 데 극적으로 성공하여 사우론과 모든 오크들은 전부 소멸되어 결국 가운데땅의 자유 종족들이 승리하게 됨으로서 간달프의 목적이었던 사우론 타도는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미나스 티리스에서 아라고른을 곤도르-아르노르 연합왕국의 새로운 왕으로 즉위시키는 대관식을 거행하고 리븐델의 요정들 및 반지 운반자들(빌보, 프로도)과 함께 발리노르로 돌아가는 것을 끝으로 제3시대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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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 역은 본래 진성 톨킨 덕후 크리스토퍼 리가 노리고 있었던 역이었으나 결국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시리즈에서는 이안 맥켈런이 맡게 되었다. 크리스토퍼 리는 간달프 역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고 톨킨 본인에게 인정받았으며 리 본인도 이를 죽을 때까지 자랑스럽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상의 간달프 이미지로 자신보다 이안 맥켈런이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하고 이안에게 양보한 것이다. 이 때 이안 맥켈런이 게이라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영화와 성향은 별개,[35] 그야말로 완벽한 간달프 연기를 해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톨키니스트인 크리스토퍼 플러머에게 제안이 갔지만, 플러머는 자기 나이에 뉴질랜드에서 3년을 보내기엔 적어도 죽기 전에 다른 나라들도 가봐야 한다고 여겨 거절하며 자신이 연기했으면 간달프는 훨씬 더 싸늘한 캐릭터가 됐을 거라고 하면서 맥켈런의 연기를 칭찬했다. 가장 유명한 후보로는 숀 코너리가 알려져 있는데, 피터 잭슨은 어마어마한 개런티를 제시했지만 이미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던 코너리는 반지의 제왕 줄거리를 끝내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거절하였고 2012년에 이안 맥켈런이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36] 나중에 맥켈런은 코너리가 간달프 역을 맡았으면 적어도 간달프가 스코틀랜드에서 왔을 게 분명하다고 드립을 쳤다.
3.2. 호빗 실사영화 시리즈
호빗 3부작 에서의 간달프 역시 이안 경이 연기했다. 그런데 그나마 아라고른이나 레골라스 등 설정상 키가 큰 캐릭터가 적당히 있었던 반지의 제왕 시기와 달리 호빗에선 대부분의 장면에서 간달프 외엔 모두 특수 촬영[37] 이 필요한 드워프나 호빗들과 함께 나와야 하기에 혼자 배우 얼굴 붙여놓은 인형들을 상대로 연기하는 경우가 잦아 많이 외로워했다고 한다. 종국에는 이게 심해져서 상당히 고통스러워 했다. 빌보의 집에서 드워프들이 모여서 파티를 여는 신을 찍을 당시, 연기라는 것은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해야 하는데 '이건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울었을 정도이며, 여차하면 영화를 찍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갈 마음까지 먹었다고. 덕분에 제작진들이 이안 맥켈런 경을 달래기 위해서 고심했다고 한다.
제작진 언급에 의하면, 그가 힘의 반지 중 하나인 불의 반지를 끼고 있었기에 간달프의 지팡이는 불꽃이 타오르는 형상을 바탕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이 지팡이는 뜻밖의 여정에서부터 계속 써오다가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사우론과 맞서 싸우다가 소멸되고, 다섯 군대 전투에서는 라다가스트의 지팡이를 빌려 사용하게 되는데 라다가스트에게서 얻은 이 지팡이는 그가 백색의 간달프가 되기 전까지 계속 쓰게 된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반지의 제왕 시점의 간달프 지팡이와 라다가스트의 지팡이가 비슷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38]
영화내에서 그는 빌보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뒤[39] 그의 집문에 지팡이로 룬 문자 'ᛓ'를 새겨놓아 얼마 후 집에 참나무방패 소린과 그의 12 가신들에 난쟁이들을 전부 모집하여, 그들과 빌보를 이끌고 난쟁이들에 땅인 에레보르를 다시 되찾아 탈환하는 것을 돕기위해 그들을 이끌며 모험을 떠난다. 난쟁이들을 인도하면서 여러곳을 지나다가 리븐델에 들려서 갈라드리엘 엘론드 사루만 등과 함께 백색회의에 참석하여 현재 상황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그러다 고블린의 소굴에 빠져서 난쟁이들이 수백마리 오크에게 붙잡혀 무기도 몽땅 빼앗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간달프가 나타나는 것 만으로 고블린들은 모두 공포에 빠지고 난쟁이들은 용기를 되찾아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키는 등 크게 활약한다. 간달프의 권능이 있었기에 난쟁이들은 수적 열세에 압도되지 않고 고블린들이 우르르 몰려올 때마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빠져나가고, 심지어 킬리는 고블린들의 화살을 칼로 튕겨내고는 자기도 놀란 표정을 짓기도 한다. 호빗:스마우그의 폐허 에서 그는 잠시동안 일행들과 떨어져서 라다가스트 를 만난뒤 혼자서 돌 굴드르에 들어가 조사를 하다가 오크무리들과 마주치고 거기서 사우론과 대면한뒤 철창에 갇히게 되어 죽을위기를 맞지만. 뒤늦게 도착한 갈라드리엘, 사루만, 엘론드와 라다가스트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탈출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그가 마이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힘으로나 위치로나 훨씬 못 미치는 존재인 갈라드리엘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을 두고 갈라드리엘을 너무 띄워준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있지만, 이는 간달프의 겸손함을 드러내려는 장치일 뿐 서열과는 상관 없다.[40] 호빗: 다섯군대의 전투에선 에레보르에서 인간/엘프 연합과 난쟁이들에 전투에 벌어지려 하지만 그 순간 오크 군단이 습격해와 어찌저찌 인간 요정 난쟁이들을 모두 연합시켜 오크들과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자세한 건 다섯 군대 전투 참고). 피터지는 난투극 끝에 겨우 인간 요정 난쟁이들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난쟁이들은 스마우그가 지키고 있던 자신들의 땅을 되찾게 되어 모험을 끝마침으로 샤이어로 돌아가는 빌보와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1편 초반 장면인 빌보의 111번째 생일날 그와 재회하면서 영화 끝.
여담으로 간달프와 동급의 존재인 사루만도 갈라드리엘에게 호칭을 붙이긴 해도 간달프처럼 겸손하게 고개 숙여 대하지는 않는다. 또한 간달프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서 다인 2세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를 했는데, 무쇠발 다인은 갈라드리엘과 달리 가운데땅 전체 기준으로 보면 그냥 난쟁이 군주에 지나지 않고, 간달프 본인도 다인을 소린보다 답답한 고집불통 드워프로 보고 있었는데도 공손하게 인사한 것이다. 또한 간달프는 두네다인조차 아닌 일반 인간 군주 중 하나에 불과한 세오덴에게도 "세오덴 왕이시여"라고 경의를 표하고 조언을 할때는 옆의 참모 자리에서 공손이 하지 윗사람의 위치에서 지시하지 않는다.[41] 이러한 모습은 간달프가 자신의 권위와 권능과 상관 없이 상대를 존중하고 공손히 대하는 품성을 나타낸 것이지 딱히 갈라드리엘 버프가 아니다. 또한 일루바타르로부터 이스타리로서의 제약이 풀어지기 전이라 자기 주장을 덜 내세웠던 시간대이다.
4. 명대사
피핀: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요."
간달프: "끝난다고? 아니,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죽음은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할 또 하나의 길일 뿐이야. 이 세상에 덮인 회색 비의 장막이 걷히면, 모든 것이 은빛 유리로 변하겠지... 그러면 넌 보게 될 거야."
피핀: "보다니요, 간달프? 무엇을 말이죠?"
간달프: "하얀 바닷가와 그 너머를. 빠르게 솟는 태양 아래... 아득한 녹색 빛의 나라를."[42]
피핀: "뭐, 그건 그리 나쁘지 않네요."
간달프: "그래. 나쁘지 않지."
"울지 말라곤 않겠다. 모든 눈물이 나쁜 건 아니니까."
"누구나 살다보면 원하지 않은 일들을 겪게 된단다. 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야.
그저 우리는 주어진 매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할 뿐이지."
[image]I am a servant of the Secret Fire, wielder of the flame of Anor. The dark fire will not avail you, flame of Udun! Go back to the shadow. You shall not pass!!!
번역:나는 비밀의 불의 사자이며, 아노르의 불꽃의 지배자다.[43]
네 어둠의 불은 무용지물이다. 우둔(Udun)의 불꽃이여!
어둠으로 돌아가라!! '''너는 지나갈 수 없다!!!'''
모리아의 다리에서 발록을 가로막으며
갈라드리엘: 미스란디르, 그 반인족은 왜 데려왔죠?
간달프: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루만은 오로지 위대한 힘만이 악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지만 내가 발견한 진실은 달라요. 진실은 작은 것들 속에 있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행동들이 악을 잠재우는 겁니다. 친절과 애정을 담은 단순한 선행이요. 왜 빌보 배긴스를 데려왔냐고요? 아마도 내가 두려운 순간, 그가 내게 용기를 심어주어서겠지요.
5. 기타
- 영화에서 간달프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사가 있는데 두 개의 탑에서 에오메르 군대를 찾아가기 전에 아라고른에게 "300명의 인간에 버금가는 수명을 살았다"는 말을 한다. 즉, 일반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70세로 잡아도 최소 20,000세 이상이라는 것. 마이아에게 수명은 그다지 의미 없는 것이긴 하지만.[44]
- 영화 반지의 제왕이 인기를 끈 직후 나온 전략 시뮬레이션 반지의 제왕: 중간계 전투에서는 혼자서 게임을 지배하는 사기 유닛으로 나왔다. 이 당시 해외에서의 별명은 '스트롱 간달프'. 간단히 말하자면 마이아의 제약을 완전히 풀어버리고 전력을 다하는 듯한 간달프로 발록이나 사루만이나 마술사왕이나... 답이 없다.
- 반지의 제왕 온라인에서 현자 클래스는 검과 지팡이 이도류 장비가 가능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간달프가 옛날에 쓴 소설'의 페이지를 모아야 한다. 그런데 간달프의 말을 들어보면 이 소설이라는 물건이 실은 심심풀이로 어느 귀족 아들에게 써줬던 것인데 어느 현자가 이를 보고 "이건 연구할 가치가 있다!"며 복사한 뒤 뿌려대자 후회하고 태워버렸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은 게 좀 있었고(…) 그 남은 걸 다 모아 읽으면 특성 획득.
- 기본적인 모티브는 떠돌이 모습의 오딘이라고 작가가 직접 밝혔고, 핀란드의 민족 서사시인 칼레발라의 주인공인 베이네뫼이넨의 오마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참고. 간달프가 스스로를 칭하는 '비밀의 불의 사자'라는 말이 기독교(가톨릭 위주)의 '성령의 불'이라는 뜻과 연결되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실 그가 한 번 부활한다는 점과 가장 충실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볼 때는 반지의 제왕 내에서 프로도와 더불어 가장 기독교적인 속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애초 아이누 자체가 천사에 대입되는 종족이기도 하고. 참고로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톨킨의 세계관에서 자유로운 종족의 생명의 원천은 바로 '불멸의 불꽃'이다. 이는 일루바타르만이 부여할 수 있으며 모르고스는 이를 따라하다가 실패하고 오크 같은 애들이나 양산하게 되었다. 이를 모르고 반지의 제왕=아서왕 오마쥬, 간달프=멀린의 오마쥬[46] 로 보는 사람들도 몇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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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는 둘도 없는 대인배지만, 답답할 때나 답이 없을 땐 까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메리와 피핀을 붙잡고 화낼 때라던가,[47] "도망쳐, 멍청이들아!(Fly, you fools!)" 장면이나,[48]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권위나 포스로 찍어누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자신을 불신하고 적대적으로 대했던 데네소르를 상대로는 진짜 자비가 없다. 웬만하면 타인을 답답하게 여기기는 해도 멸시까지는 하지 않는 그조차 데네소르는 철저하게 멸시할 정도다.[49] 영화판에서도 동일하며, 적들이 미나스 티리스 코앞으로 쳐들어왔는데도 퇴각하여 목숨을 보전하라는 명을 내리는 데네소르를 보다못한 간달프가 아주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직접 지팡이로 두들겨 패서 기절시킨 다음 임시 총 지휘관으로 나서 전군에 방어명령을 내리는 장면도 있다.
- 한국 더빙 성우는 KBS방영한 1편에서는 최흘[50] , SBS에서 방영한 2,3편에선 각각 유강진과 김태훈이 맡았다. 프랑스판은 Jean Piat(장피아트)[51] 가 맡았는데 이분은 무려 1924년생으로 2018년 9월 18일에 별세했다. 동영상
- 피핀이 팔란티르의 돌을 건드릴 때 한번만 묘사된 것이지만, 잘 때 눈을 뜨고 잔다.
- 김리에게 젊은이들과 얘기할 때는 장황하게 설명해줘야 해서 따분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정작 누군가 뭘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설명해 준다. 너무 자세해서 몇 페이지에 달할 때도 있다.
- 간달프 스타일도 있다. 노래 가사까지 만들어 불렀다.
- 영화의 이안 맥켈런경의 풍채 때문에 간달프를 상상하면 그는 언제나 키가 크다. 허나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에 따르면 사실 그의 키는 제일 작다!
- 남극 로스 섬(Ross Island)에서 남서쪽 방향에는 여러 계곡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이름이 간달프 계곡(the Gandalf Ridge)이다. 소설에서 간달프는 흔들림 없지만 깐깐한 인물인데, 간달프 계곡에서 산출하는 암석이 단단하고 치밀하면서도 날카롭기 때문이다. 평소 꽤나 유쾌한 성격인 필립 카일 교수가 이쪽을 조사하면서 붙여준 장난어린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