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
1. 개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다. 우리나라의 중부/북부 지방이나 중국 동북부, 러시아 등의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 기후가 서늘한 그늘에서 잘 자라며, 햇빛을 많이 받으면 오히려 꽃이 피지 않는다. 키는 약 1 m까지 자라며 꽃은 9월에 핀다. 표준적인 국명은 '투구꽃'이지만 '바곳'이란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바꽃'이라고 써야 맞지만, 이상하게도 조선시대 표기인 '바곳'이 더 많이 통용된다. 투구꽃속에 속한 식물을 적당히 투구꽃, 또는 바곳이라고 퉁쳐서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도 Wolfsbane이라느니 monkshood라느니 이런저런 단어가 많으나, 정확히 투구꽃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식물을 적당히 싸잡아 부르는 말이다.
꽃이 피지 않은 어린 새순이 쑥이나 미나리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투구꽃을 잘못 캐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덩이뿌리가 썩고 인근 다른 뿌리에서 새싹이 올라오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씩 자리를 움직인다. 링크[1]
사진으로 볼 수 있다시피 보라색 예쁜 꽃이 열려서 관상용으로 쓰이기도 하며, 각시투구꽃이라든가 투구꽃무리 등 이름을 공유하는 친척이 꽤 있다. 하지만 이 꽃이 유명한 이유는 조선시대 때 사약의 재료가 되었으리라 추정될 정도로 강한 독초라는 점이다. 장희빈의 사약으로 쓰인 것도 이 투구꽃이다. 하지만 이를 잘만 사용하면 통각 마비 마취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적정량을 넘기면 독초로 쓰이기 마련이다.
2. 약용
한약재로도 쓰이기 때문에 한약명이 따로 있다. 초오두(草烏頭), 초오(草烏), 오두(烏頭)는 투구꽃의 덩이뿌리를 뜻하며, 부자(附子)는 초오 옆에 자라는 조그만 덩이뿌리를 가리킨다. 부자 옆에 달린 더 작은 덩이뿌리는 측자(側子)라고 부르며, 부자가 없는 덩이뿌리를 천웅(天雄)이라 한다. 분류가 너무 세세하여 별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한방에서도 흔히 초오와 부자 정도로만 구분하는 듯? 진통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지만 독성이 있고, 또한 열을 내는 성질이 있어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투구꽃이란 이름을 낯설게 여기더라도, 초오풀이나 부자라고 하면 "아, 그거?" 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부자가 들어간 약은 꼭 미지근할 정도 또는 차갑게 식혀서 먹을 것. 법적으로는 취급할 수 있는 곳이 관련 제약사와 의료기관으로 제한되고, 독성을 제거하는 처리를 하도록 한다. 부자를 먹으면 열이 나기 때문에 일시적인 쇼크로 졸도하여 손과 발, 피부가 차며 호흡이 미약할 때에 강심제로 사용되며, 허리와 무릎, 다리가 차면서 신경통이 빈발할 때에 진통제로도 쓰인다. 금기(禁忌)로는 발열성 질환에 사용하지 못하며 임산부와 간기능장애·심근염에도 쓰지 못한다. 민간에서는 부자에다 북어와 돼지족발을 같이 넣고 오랫동안 달여서 신경통이나 냉증에 먹는다
이렇게 약용으로 체온을 북돋을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당연히 많이 먹으면 열이 미친 듯이 올라간다'''. 부자가 들어간 한약은 무조건 시원하게 식혀서 복용해야 한다.[2] 부자만 해도 이 정도인데 덩이줄기인 초오의 경우 더욱 독성이 강하다. 황후화에서 황후가 계속 마신 독 역시 투구꽃에서 추출한 독. 서편제 영화판에서는 초오를 가지고 눈을 멀게 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실제 독성은 전혀 다르며 영화와 같이 했다면 심정지로 사망했을 것이다.[3]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1990년 출판)과 드라마 허준(1999년 방송)에서도 어머니에게 부자가 들어간 약을 멋대로 먹이다가 어머니의 눈이 멀자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허준에게 찾아와 책임지라고 따지는 사람이 등장한다. 초오/부자를 잘못 먹이면 눈이 먼다는 속설이 꽤 예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투구꽃의 주 독성분인 아코니틴(Aconitine)이 신경세포 내 나트륨 이온 채널을 활성화하여 나트륨 이온(Na+)이 급격하게 신경세포에 쌓이게 하여 이러한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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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제어와 신경세포의 신호전달물질이 세포 내에 쌓이기만 하기 때문에 복용 후 약 10~20분 후부터 호흡곤란, 구토, 부정맥, 신경발작 등이 일어난다. 중독되면 심전도가 급격히 불안정해지는데 심폐소생술을 시행해도 몇 번이고 심정지가 발생할 정도이며,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독성작용 때문에 투구꽃은 사약에도 쓰이던 재료이다. 맹독을 얻기 위해 초오(투구꽃의 덩이줄기)를 잔뜩 달여 이를 주성분으로 만든 것이 사약이 되시겠다. 가끔 관절염에 좋다 카더라를 듣고 환자가 멋대로 독성을 제거하지 않은 투구꽃을 소량도 아니고 냄비에 왕창 끓여먹다가 오히려 몸을 버리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급성으로 응급실 - 중환자실 테크를 타는 사람 중 한약먹고 갑자기 그랬다는 사람들은 거의 다 자기 마음대로 초오나 부자를 캐다가 달여 먹고 심부전이 오는 경우이다.[4] 열을 마구잡이로 올리는 독성은 생각해보면 부교감 신경들을 박살내는 신경작용제들과 일맥상통하니 '''잘 모르는 풀은 먹지 말자.'''
당연히 한의사들은 이 계통의 약은 매우 신중하게 쓴다. 심부전도 심부전이지만 가볍게도 가슴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이 있고 일단 먹을 때 혀가 아리고 식도가 타는 듯한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5] 일부 한약재 유통업체에서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운 부자와 작은 초오, 천오두를 마음대로 섞어 유통하는 경우가 있으니 한의사들도 주의해야 한다.[6]
일부 소위 약초 전문가들이 초오만 먹으면 안 죽는다 운운하는데 전부 개소리니 믿어서는 안 된다. 다만 개인 특성에 따라 다량의 아코니틴을 복용해도 제법 잘 버티는 경우가 있는데 어디까지나 케바케며 그런 사람도 한 번에 훅 갈 수 있으니 목숨 가지고 도박은 하지 말자.
게장과 감을 먹고 설사로 혼수상태가 된 경종에게 연잉군이 인삼과 부자(투구꽃 뿌리)를 달여 먹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부자는 사약재료로 쓰이지만 소량은 약재로 쓰이기에 사용했는데, 경종이 그 약을 먹고 그날 승하했다. 이 일은 영조가 재위 내내 경종 독살설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었다.
3. 기타
이 독성 때문에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선 소지 자체로 위법이었고 위반하면 사형을 당했다.
옛날에는 늑대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서 늑대풀(wolf's bane, wolfsbane, 한국식 발음은 울프스베인)이라고도 불렀다. 실제로도 보장하는 독성을 지녔지만. 때문에 넷핵에선 늑대인간에 감염된 상태를 치료하는 음식으로 등장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나 변신 상태에서도 이성은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약이 나오는데, 이 약의 재료 또한 투구꽃이라 한다.
일본에서 벌어진 투구꽃 살인사건이라는 사건에 이 꽃이 연관되었는데, 이유는 이 사건의 범인이었던 남자가 보험금을 노리고 투구꽃의 독과 복어 독을 이용한 배우자 살인사건을 저질렀기 때문. 투구꽃의 독과 복어의 독(테트로도톡신)은 효과가 서로 반대라 함께 복용하면 길항작용이 일어난다. 이를 이용해 복어독으로 투구꽃의 독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1시간 40분이나 늦춰[7] 당시 경찰을 미궁에 빠뜨렸지만 결국 해당 사건을 끈질기게 조사하던 대학 교수에 의해 수법이 밝혀졌고 범인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저걸 반대로 활용하면 한쪽 독에 중독되었을 때 치사량일 경우 다른 독을 써서 병원 갈 때까지 최후의 발악용으로 써 볼 수는 있다는 얘기다. 물론 서로 상쇄될만큼 타이밍과 양을 조절해서 연명이 가능하더라도 간이 박살날 확률이 크다.
사극에서 독화살에 묻히는 독으로 자주 등장하며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맞은 독화살의 독도 초오였으며 선덕여왕(드라마) 에서 공주 천명이 맞은 독화살의 독 또한 초오 독이였다.
2020년 PS4 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주인공 사카이 진이 몽골군을 처치하기 위해 자신을 돌봐준 유모이자 사카이 가문의 가신인 유리코를 찾아가 전수 받는 독침의 재료가 바로 이 투구꽃이다. 유리코의 어머니쪽 집안에서 대대로 알려진 이 독침은 양을 조절하면 마비효과가 있지만 농도를 올리면 사람도 단번에 죽일 수 있다고 언급한다. 높은 신분의 사무라이인 사카이 진이 정정당당하지 못한 암살병기를 사용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이는 작중 후반부 진행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의외로 중요한 꽃이다.
영화 요가학원:죽음의 쿤달리니도 요가수련생들에게 요가 수련 시작전에 먹이는 마약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용도로 먹이는게 이 투구꽃 뿌리차인데 이것 때문에 수련생 하나가...
[1] 첫 해에 싹 난 뿌리가 식물체와 함께 썩고 주위에 새로 난 덩이뿌리에서 이듬해 싹이 트는 식물은 꽤 많다.[2] 한약의 용법 중 약을 식혀서 먹어도 별 영향이 없는 경우도 있다.[3] 서편제 원작에서는 염산을 이용하여 눈을 멀게 한다. 영화로 찍어야 하니 내용을 바꾼 듯하다. [4] 실제로 중환자실 근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환자가 우르르 몰려오는 '시즌'이 있다고 한다.[5] 매우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초오가 들어간 한약을 먹고 환자가 사망한 의료분쟁 중 한의사가 그럴 리 없다며 직접 약을 복용하고 사망한 일이 있었다. 해당 한의사들이 약을 달이는 과정에서 실수했거나, 또는 유통상 문제가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썼다고 추정한다. 제정신이라면 초오 같은 독한 약을 지나치게 많이 처방할 리가 없고, 그렇게 많이 넣었다면 독성 이전에 먹을 때 아린 맛과 타는 느낌이 심하기 때문. 호언장담하며 직접 먹기까지 했으니, 절대 많은 양을 처방하진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독약이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을 리가...[6] 부자와 초오, 천오두가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부자가 초오, 천오두보다는 덜 독하다. 약재로서의 위상도 부자가 훨씬 높은데, 이 역시 독성 통제의 용이성 여부가 크게 영향을 미친 듯하다. 법제 여부도 못미더워서 직접 법제해서 쓰는 한의사들도 많다.[7] 투구꽃의 독은 복용하고 10분에서 15분 정도면 중독증상이 발생한다. 당시 용의자 신분이던 범인은 언론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미소를 지은 채로 무죄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