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험자
1. 개요
어떤 연구에 참여 또는 동원됨으로써 학술적 공헌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사람. 보건복지부에서 '''인간대상연구(HR)'''로 정해 놓은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의학이나 생물학, 생명과학 연구가 우선 떠오르지만, 많은 사회과학 설문조사 연구나,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종류의 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분야별로 이들을 일컫는 말이 다 다르고, 역할도 다 다르지만 일단은 이곳에 몰아서 서술한다.
'''실험자'''(experimenter)와는 용례가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말 그대로 그 실험을 "진행" 하는 연구 담당자를 부르는 말.
2. 상세
2.1. 피험자
영문명은 subject. 의학, 약학, 생물학 실험에 참가한다.
어떤 희귀한 의학적 질병이나 소견을 보일 경우, 또는 특정한 신약이 개발되었거나 혹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할 때 동원된다. 동물실험을 먼저 실시한 후에 진행하기도 하며, 정말 하드코어(…)한 것이 아니라면 심지어 알바를 쓰기도 하는 모양. 종종 지하철 광고판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그 시험 혹은 실험의 처치(treatment)[1] 를 한 피험자에게 시간적 차이를 두고 순차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이는 '''피험자 내 설계'''(within-subject design), 여러 피험자에게 서로 다르게 적용하게 되면 이는 '''피험자 간 설계'''(between-subject design)라고 부른다. 전자의 경우 우선 '''기저선'''(baseline)을 잡고 동일한 사람에게 약 A, 약 B, 약 C를 순서대로 투여하면서 생리적 측정치의 변화를 비교한다면, 후자의 경우 사람들을 여러 집단별로 나누고 이쪽에는 약 A, 저쪽에는 약 B, 또 저쪽에는 약 C를 투여하면서 이들의 측정치를 사람들 간에 서로 비교하게 된다.
피험자 내 설계는 주지하듯이 "적용 결과가 서로 섞여버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순서 효과, 이월 효과, 학습 효과, 피로 효과''' 같은 개념들이 나타났고, 이를 막기 위해 '''역균형화'''(counterbalancing)와 같은 무선적 조작방법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런 골치아픈 문제를 해결하려면 깔끔히 피험자 간 설계를 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참가자 수가 몇 배로 무지막지 증가하게 되고, 대개의 돈 없는(...) 사회과학 연구실의 경우 상당히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당장 흔한 2 by 3 설계만 해도 200~300명을 어딘가에서 구해야 한다. 이들에게 줄 사례비도 한두 푼이 아니고...
어쨌거나 의학에서 이러한 피험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실제로 플라시보 효과나 맹검법과 같은 주요 연구방법론적 발전들이 여기서 이루어졌다. 오늘날에는 각종 생명공학 관련 연구들에서도 활용되고 있고, 그 윤리적 문제가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 실정. 그래서 연구윤리위원회가 가장 까탈스럽게(?) 구는 분야이기도 하고, 가장 빡센 요구조건을 걸고 있기도 하다. 연구동의서만 해도 인체유래물관리동의서 같은 별의별 동의서를 받아내야 한다.
2.2. 참가자
영문명은 Participant. 사회과학, 사회심리학 실험이나 경제학에서 쓰이는 말이다.
어떤 사회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사람들을 모집하여 직접 확인해 보는 연구에 동원된다. 물론 겉으로는 똑같은 참가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실험 진행자와 공모해 놓은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별도로 '''공모자'''(confederate)라고 부른다.
수십 년쯤 전에는 이들 분야에서도 피험자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썼지만, 연구의 성격상 이들이 상당히 큰 역할을 담당하고, 주제 자체도 이들이 마냥 수동적으로 임할 이유가 없으며, 더불어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참가자로 명칭이 바뀌었다. 2010년대 현대에는 상당히 잘 정착된 용어.
물론 여기서도 윤리적 문제는 항상 중요하다. 특히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같은 막장(…)스러운 케이스에서도 보듯이, 어떤 실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참가자에게는 의외로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공모자를 섭외해서 참가자들을 일부 속일 경우에도 연구 말미에는 반드시 '''디브리핑'''(debriefing)이라는 것을 진행해서 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이런 문제들 역시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주로 따져보게 되는 것들.
의학이나 생물학에 비하면 그래도 나름 캐쥬얼한 편이라, 심리학과나 광고홍보학, 신문방송학 등등이 개설된 대학교에서는 교정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 "실험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 커피 쿠폰 제공" 이런 식의 찌라시들이 붙어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대학원생들이 실험 참가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붙여놓은 구인 광고이며, 길거리에서는 거의 실험 참가자 구인을 하지 않는다.(…) 질문지법 문서를 참고하자.
쉽게 구해질 수 있는 인력이지만 여전히 표본조사상의 방법론적 문제는 이처럼 크다. 예컨대 전미 대륙을 대상으로 일반화를 해야 하는 연구인데 연구 참가자들이 죄다 텍사스 시골 농부들이라면(…) 미국 북동부 대학생들의 특성은 거의 반영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반화의 문제는 이미 상기된 바와 같이 대학 2학년 문제, WEIRD 문제라고 하여 각각 연령 및 사회경제적 지위(SES)의 대표성, 그리고 범문화적인 대표성을 문제삼는 개념으로 정립되어 있다. 해당 문서 참고.
보다시피 경성과학의 실험에 비하면 더 거시적인지라 그 엄밀성이 좀 널럴(?)해 보이지만, 그 때문에 도리어 새로운 방법론적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연구자들이 다시 머리를 쥐어뜯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2.2.1. 경제학의 참가자
영문명은 Actor. 플레이어, 행위자라고도 부른다. 게임 이론 등에서 참가자라는 말을 쓴다.
2.3. 응답자
영문명은 Respondent. 사회과학의 질문지법 및 면접법에서 쓰이는 말이다.
사회학, 사회심리학, 경영학, 정치학, 행정학, 커뮤니케이션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등등의 수많은 사회과학 범분야에서 절찬리에 활용 중인 질문지법 및 면접법에 동원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런 설문이나 면접에 응하는 사람들에 있어서도 표본 대표성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
수업시간에 대놓고 연구원이 들어와서 설문지를 쫙 뿌리고 다시 쫙 걷어가는 식의 연구를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그 강의 첫 시간에 미리 공지가 되었다는 전제 하에 별도로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한하여 수업 가산점을 주도록 하고 있으며[2] 불참시 불이익은 없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대부분 이것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져서 연구 참여 자체가 하나의 강요가 되곤 하는데,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는 연구윤리 위반의 소지가 있으며 결과 데이터 역시 좋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연구를 할 경우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과연 이들이 얼마나 대표성을 갖겠는가 하는 것'''으로, 여기서 나온 방법론적 문제가 다름아닌 대학 2학년 문제다. 물론 이런 연구에서는 유의해야 할 점들이 일반적인 실험 참가자 모집의 경우보다 더 많다.[3]
연구윤리 상의 문제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그보다는 반응 패턴 상의 쭉정이를 걸러내는 게 문제다. 특히 질문지법 상에서는 정말 질 좋은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한 연구자들의 몸부림(…)이 이미 "조사방법론" 이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정리되어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남아 있다. 이 바닥 연구라는 것이 결국에는 연구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응답자들의 반응을 모아서 동료 학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방식과 통찰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
2.4. 실험체
어째서인지 대중매체에서는 피험자, 참가자, 응답자 이런 표현은 거의 안 쓰고 유독 "실험체" 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4] 그리고 이런 실험을 자행하는 집단은 거의 반드시 악의 조직이며, 이곳에서 근무하는 연구자들은 연구에 동원된 사람들을 그냥 실험체 ○○호 같은 식으로 부르면서 물건 취급한다. 당연히 연구윤리위원회? 연구동의서? 연구윤리? '''그런 거 없다.'''
작가들이 실험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아는지와는 별도로, 이런 류의 실험들은 거의 대부분 무자비하고 잔인하며 잔혹한 것으로 묘사된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받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실험이 대다수. 보통은 이들을 통해서 데이터를 얻은 후[5] 제대로 된 방법을 알게 되면 자기네 조직원들에게 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그들의 복지를 증진한다거나... 하는 것이 대표적인 스토리다. 실험체를 간단히 폐기하고 소모시키는 것 역시 결국 '''자기네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듯. 물론 일부 막장적인 조직에서는 자기네 조직원이라도 잘못하면 한순간에 실험체 신세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 스토리도 명목상으로는 그렇고 실제로 묘사되는 걸 보면 단순히 실험 진행자의 즉흥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진행되는 게 아닌가 싶은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그들의 가학적 악취미를 해소하기 위해 저지르는 뻘짓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데이터는 뒷전이고 사람 몸에 몹쓸짓을 하며 낄낄거리는 걸 보면 그냥 고문기술자가 아닌가 싶을 지경. 이런 악역들은 작품의 잔혹성을 배가시키면서 그와 동시에 주연 또는 조연급의 실험체 인물의 탈주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인물들이 주조연으로 등장하면 95% 확률로 '''탈주''' 내지는 예전에 탈주해서 악의 조직의 추적을 받고 있거나, 이마저도 뿌리치고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경험이 있는 인물로 나온다. 나머지 5%는 탈주가 아니라 조직으로부터 쓸모없다고 버려진 폐기물 취급인 경우. 반면 엑스트라로 등장하면 99% 확률로 이상야릇한 액체가 가득한 커다란 유리관 속에 산소호흡기를 달고 둥둥 떠서 잠들어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조치는 거의 대부분 그 실험체들에게 안 좋은 방향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6] 가끔 주조연이 이런 유리관을 박살내고 이들을 전부 구해주는 전개로 흐르기도 한다.
이들이 주인공의 적으로 맞서는 경우 의외로 주인공을 상당히 고전시킨다. 독자들로 하여금 "이들이 이렇게 세다면, 이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완성체는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와 같은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기능을 한다.
창작 위키 SCP 재단의 세계관에도 비슷한 존재들이 있는데, 이들은 실험체와 거의 유사한 역할을 하지만 D계급 인원(D-class personnel)이라고 불린다. 단순히 흥미와 호기심을 위해 희생된다는 설정은 위키 작가들 사이에서도 지양되는 편이며, 어떤 D계급 인원들은 SCP의 보호 및 관리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실험에 참여했다가 희생당하는 것도 결국에는 SCP를 더 잘 관리하기 위한 비결을 알기 위해서라고.
2.5. 기타
기아자동차의 자동차들(내수)은 판매량은 많지만, 현대차 차량이 출시되면 현대차 차량과 경쟁차량이었던 기아차들의 판매량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대표적 사례가 현대 그랜저와 기아 K7--
3. 관련 문서
[1] 이하의 사회과학에서는 조작(manipulation)이라고 부르는 편.[2] 이렇게 수행된 논문에는 "참가자들은 강좌 가산점(course grades)을 희망하여 연구에 자원한 ○○학개론 수강 학부생들로 구성되며..." 같은 표현이 붙게 된다.[3] 그 외에도 특별히 더 신경써야 할 점을 (나무위키에서 자체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다음이 있다. 20대 초반이 대다수인 참가자들이 동기부여가 되어 연구에 잘 몰입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였는가? 집단압력이 작용하여 옆 학생의 응답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가? 친한 학생들끼리 떠들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는가? 전체 대비 ○○학과 전공자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강의의 진도가 늦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연구의 진행이 시간에 쫓기지는 않는가?[4] 물론 영어로는 그냥 subject이고 한국어 의미도 거의 동의어에 가깝다. 그래도 "피험자" 보다는 "실험체" 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거리감이 느껴질 수는 있다.[5] 아마도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6] 알고보니 이 액체가 신체를 변이시키는 기능이 있다거나... 아니면 실험체의 어떤 능력을 강제로 억제시킨다거나 하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