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 4중주
한자 : 絃樂4重奏
영어 : string quartet
'''현악 4중주'''는 4명의 현악 연주자로 이루어진 중주 혹은 이를 위한 곡을 말하며 실내악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현재에도 널리 작곡되고 연주되고 있다.[1] 인원 구성은 보통 2명의 바이올린 연주자와 1명의 비올라 연주자, 1명의 첼로 연주자로 이루어진다. 현악 4중주는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편성이기 때문에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하고 완성도가 높은 장르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형태의 실내악도 대부분 현악 4중주를 기반으로 해서 다른 악기를 추가하거나 일부를 다른 악기로 교체하는 식으로 작곡되고 연주된다. 쉽게 말해 가성비 최고의 편성.
실내악의 원초적인 형태는 16세기 경부터 마을 행사나 귀족들의 파티 등에서 소수의 연주자들이 합주형태로 흥을 돋구기 위한 음악을 연주했던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4성부 이상의 합창곡의 일부 또는 모든 파트를 악기로 대체해서 연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종종 대체연주를 넘어 아예 악기를 위한 합주곡이 작곡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의도로 작곡된 합주곡의 예시로 르네상스 후기의 작곡가인 지오반니 가브리엘리(Giovanni Gabrieli, 1557-1612)의 소나타 피아노 에 포르테(sonata pian'e forte)가 있는데, 악보를 보면서 들어보면 알겠지만 기악곡임에도 불구하고 가사만 붙이면 바로 합창곡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선율이나 전개 수법이 다성부 합창곡과 똑같다.[2]
바로크 시대에는 이처럼 성악을 모방한 작법에서 벗어나 악기의 특성에 맞는 기악곡 양식이 발달했다. 실내악 분야에서는 트리오 소나타라는 양식이 유행했는데, 이 트리오 소나타는 두개의 독주악기와 밧소 콘티뉴오(basso continuo, 통주저음)로 이루어져 있으며 통주저음부는 베이스음정을 담당하는 저음 악기(비올라 다감바, 비올론 첼로, 바순 등)와 화성을 담당하는 건반악기(오르간, 하프시코드)로 구성되어 있다.[3][4]
하지만 당대의 뛰어난 작곡가들은 이 트리오 소타나의 형식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는데, 악기를 하나 이상 추가해서 합주곡을 만들거나 건반악기를 빼는 대신 다른 악기를 추가해서 4중주 형태를 구성하기도 했다. 현악 4중주 관련해서 이 시기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 1660-1725)의 6곡의 4중주 소나타인데, 이 작품에서는 기존의 트리오 소나타에서 쳄발로를 빼는 대신 비올라를 추가했으며 트리오 소나타에서는 보조역할을 했던 저음악기(첼로)를 독자적인 역할로 격상시켰다. 이 작품은 오늘날 현악 4중주의 원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텔레만도 현재 현악 4중주 구성의 'Sonata á Violino I, Violino II, Viola e Violono'와 같은 작품을 남겼다.
이처럼 바로크 시대에 실내악과 관련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있었는데, 진정한 현악 4중주는 비인 고전파 시기에 등장한다. 고전파 시대가 도래한 18세기는 귀족 사회에서 살롱문화가 크게 꽃피웠던 시기로 연주자 몇명이 모여서 귀족들의 여흥을 위한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로 이 시기에는 교향악이 본격 등장하고 악단의 규모도 점점 대형화되었는데, 교향곡이나 협주곡같은 대규모 음악을 거실이나 작은 연회장에서도 연주가 가능하도록 각 성부를 한명의 연주자가 담당하는 일종의 편곡연주가 많이 행해졌다.
이 시기 바이올린 2대/비올라/첼로로 구성된 현악 4주의 합주 형태는 이그나츠 홀츠바우어(Ignaz Holzbauer, 1711 – 1783)나 프란츠 크사퍼 리히터(Franz Xaver Richter, 1709-1789) 등 비인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들에게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의 4중주는 대부분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희유곡)나 세레나데(serenade) 등의 제목이 붙어 있으며 독자적인 음악성을 지닌 현악 4중주가 아니라 모임이나 파티에서 흥을 돋우는 여흥음악에 더 가까왔다.
이런 과도기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현악 4중주를 정립한 사람은 다들 아시다시피 바로 요제프 하이든이다. 하이든은 교향곡 분야와 마찬가지로 현악 4중주 분야에서도 4악장 형태의 형식을 정립했으며 특정한 용도를 위한 실용음악의 영역을 벗어나 독자적인 음악성을 갖는 장르로 승격시켰다. 그는 19살(1751년)때 처음으로 현악 4중주를 썼는데, 당시의 호평에 고무된 하이든은 이 양식을 선호하여 평생동안 68개라는 많은 수의 현악 4중주를 썼다(마지막 작품은 미완성).[5] 곡이 많은 만큼 부제가 있는 작품도 많은데 No.1 "사냥", No.30 "농담", No.32 "새", No.40 "꿈", No.41 "개구리", No.46 "면도칼", No.53 "종달새", No.61 "5도", No.62 "황제", No.63 "일출" 등이 있다.
다만 하이든이 처음부터 현재의 현악 4중주 양식을 확립한 것은 아니다. 시기에 따른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양식의 변화과정에는 당시 실내악 양식의 변천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가 초기에 쓴 현악 4중주는 당시에 유행했던 전형적인 디베르티멘토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4악장이 아니라 5악장 구성을 갖고 있으며 2악장과 4악장이 춤곡(미뉴에트), 느린 3악장, 빠른 피날레(5악장)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은 특별한 전개나 발전이 없는 2~5분 정도의 짧은 소곡 형태로 되어 있다. 또한 제 1바이올린이 주 선율을 이끌고 있으며 다른 현악파트는 반주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다.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만 독자적인 현악 사중주라기보다는 무도회나 사교모임의 배경음악에 가깝다.
이처럼 하이든의 초기 4중주는 디베르티멘토에 가까왔지만 10여년 후에 작곡된 op.9의 현악 4중주부터는 진정한 실내악의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2개였던 춤곡 악장을 하나로 줄이면서 4악장 체제로 바뀌었으며 소나타양식을 본격 도입하면서 악상의 전개가 훨씬 다채로워지고 곡의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op. 9의 작품과 전술한 초기작품을 비교해보면 악장이 하나 줄었는데도 연주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주제의 처리도 좀더 복잡하고 다변화되었으며, 여전히 제 1바이올린의 역할이 크긴 하지만 이전의 작품에 비해 다른 파트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이후 하이든은 다수의 현악 4중주를 작곡하면서 미뉴엣 악장과 느린 악장의 순서를 바꾸었으며 종종 미뉴엣을 빼고 스케르초 악장을 도입하기도 했다. 중기 이후 하이든이 확립한 현악 4중주의 악장 구성은 다음과 같은데, 교향곡과 사실상 구성이 동일하다. 다만 2악장과 3악장은 곡에 따라 순서가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에 대한 음악적 실험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비인 고전파 작곡가들은 앞다투어 하이든의 작법을 따른 현악 4중주를 작곡했다. 특히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 같은 대작곡가들이 현악 4중주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현악 4중주는 작곡가의 작곡능력과 음악성을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모두 음악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곡가들이며 나무위키에도 이들의 인생사와 작품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이 항목에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한다.
하이든의 후배 모차르트는 23곡의 현악 4중주와 2곡의 미완성 스케치를 남겼는데 특히 하이든에게 헌정한 "6곡의 하이든 4중주"('Haydn set', No.14~19)가 유명하다. 사실 모차르트는 하이든 4중주를 작곡하기 이전에도 현악 4중주를 작곡하였지만, 이 장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였는지 초기에 작곡하고 방치하였다가, 하이든의 현악 4중주들을 듣고 다시 이 장르에 대한 큰 매력을 느껴 그때부터 다시 현악 4중주를 쓰기 시작하였다. 이 하이든 4중주는 모차르트 중기 작품의 걸작 중 하나로 고전 실내악의 최고봉 중 하나인 동시에 그의 음악인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작품이다. 전술한 하이든이 구축한 현악 4중주의 양식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도 화성 위주의 고전파 작법에서 벗어나 바흐와 헨델 등 바로크 대가들의 악보를 연구하면서 터득한 대위법적인 전개와 특유의 유려하고 역동적인 선율 처리가 돋보인다. 하이든 역시 이 하이든 4중주에 큰 감명을 받았고, 모차르트의 부친인 레오폴트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하이든 4중주 중에는 모차르트 작품 중 드문 편인 단조음계의 15번 라단조, '사냥'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17번 내림나장조, 1악장의 도입부의 대담한 장2도 및 반음계의 사용으로 '불협화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19번 다장조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베토벤은 이 현악 4중주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작곡가인데, 그가 작곡한 초기 6곡, 중기 5곡, 후기 5곡 총 16곡의 현악4중주와 대푸가(Große Fuge, op.133)는 피아노 음악분야에서 그의 피아노 소나타 32곡이 차지하는 위상에 필적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베토벤 이후 그가 실내악에서 이룩한 음악적 성취를 넘어서는 작곡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초기 작품부터 여러 모로 파격적이었는데, 대선배 하이든조차 베토벤의 첫 현악 4중주를 접한 후에 '신참 주제에 뭐 이렇게 난삽한 음악을 썼어?'라고 혹평했을 정도.
베토벤은 도전정신이 강한 작곡가답게 선배 하이든이 구축한 4중주의 공식을 많이 벗어나고 있으며 특히 후기 현악 4중주 여섯 곡[6]은 현악 4중주 분야를 넘어 서양음악사 전체를 통틀어 깊은 영감으로 가득찬 절품(絕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 후기 4중주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작곡된지 한참 지나서야 제대로 연주되고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베토벤 사후 수십년간 이 후기 4중주보다 더 파격적이고 진취적인 작품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7]
베토벤의 후배 슈베르트 역시 15곡의 현악4중주와 몇곡의 미완성 스케치 및 현악4중주 형식의 여러 소품들을 남겼다. 10대 시절에 쓴 초기 현악 4중주는 습작에 가깝지만 생애 말기에 쓴 현악 4중주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13번, 14번, 15번 현악 4중주는 현재까지도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로 자리잡고 있다.
전술한 대작곡가들의 후광에 가려져 있지만 현악 4중주는 18세기 후반에 매우 많이 작곡된 음악 양식 중 하나였다. 하이든의 동생 미하엘 하이든은 형이 확립한 양식에 맞춰서 19개의 현악 4중주를 썼다. 베토벤 시기의 인기 작곡가였던 훔멜은 3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며 베토벤의 제자였던 카를 체르니도 습작을 포함 거의 40개에 가까운 현악 4중주를 남겼다.[9] 비인 고전파 작곡가들 이외에도 이탈리아의 파가니니가 세곡, 오페라 작곡가인 도니제티가 18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며 로시니 역시 음악경력 초기에 편성은 다르지만 4개의 현악기를 위한 6개의 소나타를 작곡하였다.[10]
낭만주의 시기에 현악 4중주는 그리 각광받는 장르는 아니었다. 이 시기에는 파가니니, 쇼팽, 리스트 등 독주악기에서 신적인 기교를 갖춘 거장들의 비르투오조적인 경향이 두드러졌고 한편으로는 대규모 관현악단이 대거 등장하며서 규모가 크고 다채로운 관현악이 발전했다. 그에 비해 실내악은 독주악기의 화려함이나 관현악의 장대함이 없는데다 작곡하기는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현악 4중주의 명맥 자체가 끊겼던 아니고, 이 시기에도 뛰어난 작곡가들은 지속적으로 현악 4중주를 비롯한 훌륭한 실내악 작품을 내놓았다. 낭만주의 초기의 중요한 작곡가인 펠릭스 멘델스존은 6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며 로베르트 슈만도 3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다.[11]
요하네스 브람스는 모두 3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는데, 낭만주의 시기 최고의 실내악 작곡가라는 위상에 비하면 현악 4중주의 수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나마도 첫 4중주를 4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1879년)에 발표했는데, 평생 베토벤을 의식했던 작곡가 답게 이 현악 4중주에서도 베토벤의 작품을 많이 의식한 흔적이 보인다. 브람스 이외에 다른 낭만파 작곡가들도 현악 4중주를 많이 작곡하지 않고 한두곡 정도만 남겼으며 음악적인 중요성도 해당 작곡가의 위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나무위키에 항목이 있는 작곡가들을 예로 들면 안톤 브루크너가 한곡, 까미유 생상스가 두곡, 세자르 프랑크가 한곡, 스메타나가 두곡, 차이코프스키가 세곡, 막스 브루흐가 두곡, 가브리엘 포레 가 한곡.
다만 드보르자크가 "아메리칸"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12번을 비롯해 모두 14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는데, 낭만주의 시기 작곡가 중에는 매우 특별한 경우이다.[12]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와 모리스 라벨도 현악 4중주를 한곡씩 남겼는데, 두 사람 모두 음악경력 초기에 이 4중주를 작곡했지만 이미 나름의 독창성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에도 자주 연주되고 있다.
이처럼 낭만주의 시절 현악 4중주는 작곡가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아니었는데, 20세기 들어 낭만주의 특유의 거장주의(Virtuosism)와 거대주의가 쇠퇴하고 좀더 내면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실내악이 재발굴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실내악 분야에서 뛰어난 음악적 성취를 이룬 작곡가들이 많이 나왔다. 다만 20세기 이후의 현악 4중주는 더 이상 하이든의 4중주 작법에 얽매이지 않고 작곡가에 따라 매우 자유로운 구성과 독창적인 연주법을 갖고 있다.
헝가리의 작곡가 버르토크는 6곡의 현악4중주를 남겼는데, 이 6곡은 베토벤 현악 4중주의 계보를 잇는 20세기 최고의 실내악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르토크의 4중주는 1번에서 4번까지 점점 전위적인 성향이 강해지다가 5번을 기점으로 다시 보수적인 작법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각 작품마다 독자적인 수법과 특징을 갖고 있어서 음악 지망생들과 연구자들에게 많은 연구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같은 시기 같은 나라의 작곡가 졸탄 코다이는 2곡의 현악 4중주를 썼고 후배 헝가리 작곡가인 리게티 죄르지도 2곡의 현악 4중주를 썼는데 모두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역시 실내악에서 중요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32세부터 죽기 1년전인 68세까지 모두 15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으며 같은 수의 교향곡 못지 않은 위상을 갖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역시 베토벤처럼 생애 후반기에 작품성이 뛰어난 현악 4중주를 많이 썼다. [13]
현대음악의 거장 아놀드 쇤베르크는 4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는데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주목도는 낮은 편이다. 쇤베르크의 제자 알반 베르크는 현악 4중주 1곡과 현악 4중주를 위한 서정 조곡(Lyric Suite)을 남겼는데, 작품 수는 적지만 인상적인 작품성 때문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이름을 딴 현악 4중주단이 있을 정도.[14] 쇤베르크의 다른 제자 안톤 베베른도 1곡의 현악 4중주와 6개의 바가텔 같은 작품을 남겼다.
기타 나무위키에 항목이 있는 중요 작곡가 중에는 힌데미트가 7곡, 프로코피예프가 2곡, 벤저민 브리튼이 3곡[15], 스트라빈스키가 현악 4중주를 위한 이중캐논, 콘체르티노[16]를 남겼으며 브라질의 대표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로부스는 무려 17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다.
현악 4중주는 21세기 현재도 활발하게 작곡되고 있다. 2018년 현재 생존해 있는 작곡가들도 중요한 현악 4중주를 많이 남겼는데,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3곡, 필립 글래스는 현재까지 7곡[17]의 현악 4중주를 썼다.
아쉽게도 현악 4중주는 한국의 작곡가들에게 그리 익숙한 분야는 아닌데, 류재준의 현악 4중주에 마림바나 클라리넷을 추가한 5중주 정도가 알려져 있다. 다만 21세기 현재 젊은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현악 4중주를 위한 인상적인 작품들이 창작되고 있다.
18세기 이후 현악 4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기본적인 편성으로 자리잡았지만 당연히 이와 다른 편성을 위한 실내악곡도 많다. 악기 편성은 특별한 공식이나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곡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악기 편성 방법은 사실상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래 언급되는 편성 방법은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하며 이보다 훨씬 많은 편성이 가능하다.
현악 4중주의 제1바이올린은 와인 병의 라벨, 제2바이올린은 와인 병의 코르크, 비올라는 와인, 첼로는 와인을 담는 유리병에 비유하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그만큼 넷의 관계가 긴밀해야 하며, 한 사람이 지나치게 튀지 않고 넷이서 호흡을 맞춰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악 4중주 팀 내에서 불화가 생기면 금세 와해된다. 또 멤버 중 한명이 사망하면 따로 충원을 하지 않고 그대로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수의 멤버를 갖고 있지만 멤버 교체가 많은 록 음악 그룹과는 상당히 다른 대목. 다만 최근(대략 21세기 이후)에 결성된 현악 4중주단은 나름 멤버교체를 많이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파벨 하스 4중주단.
유명한 현악 4중주단의 경우 이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아마데우스 4중주단, 스메타나 4중주단, 알반 베르크 4중주단, 보로딘 4중주단, 야나체크 4중주단, 파벨 하스 4중주단, 베토벤 4중주단[19]. 또는 국가명이나 지역명을 이름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헝가리 4중주단, 체코 4중주단, 덴마크 4중주단, 부다페스트 4중주단, 프라하 4중주단, 도쿄 4중주단, 암스테르담 4중주단, 라살 4중주단(라살은 뉴욕 맨하탄의 거리) 등. 종종 제 1 바이올린 주자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하는데 이런 이름을 가진 대표적인 4중주단으로 베그 4중주단(Sándor Végh), 타카치 4중주단(Gábor Takács-Nagy) 등이 있다.
물론 이런 관례와 상관없는 이름을 가진 악단들도 상당히 많다. 에머슨(미국의 시인) 4중주단, 과르네리(현악기 제작자) 4중주단, 아르테미스 4중주단 등.
긴 작품을 연주할 때는 악장과 악장 사이의 쉬는 시간에 늘어진 현을 다시 튜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베토벤의 현악4중주 14번처럼 전체 7악장이 40분간 쉬지 않고 연주되는 경우는 연주 후반부에 튜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올라 개그에 의하면 바이올린 연주자와, 바이올린을 조금 못하는 연주자와, 예전에 바이올린을 했던 연주자와, 바이올린을 싫어하는 연주자 네 명이 모여 작곡가를 씹는 모임이라는 농담이 있다.
영어 : string quartet
1. 개요
'''현악 4중주'''는 4명의 현악 연주자로 이루어진 중주 혹은 이를 위한 곡을 말하며 실내악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현재에도 널리 작곡되고 연주되고 있다.[1] 인원 구성은 보통 2명의 바이올린 연주자와 1명의 비올라 연주자, 1명의 첼로 연주자로 이루어진다. 현악 4중주는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편성이기 때문에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하고 완성도가 높은 장르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형태의 실내악도 대부분 현악 4중주를 기반으로 해서 다른 악기를 추가하거나 일부를 다른 악기로 교체하는 식으로 작곡되고 연주된다. 쉽게 말해 가성비 최고의 편성.
2. 역사
2.1. 현악 4중주의 기원
실내악의 원초적인 형태는 16세기 경부터 마을 행사나 귀족들의 파티 등에서 소수의 연주자들이 합주형태로 흥을 돋구기 위한 음악을 연주했던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4성부 이상의 합창곡의 일부 또는 모든 파트를 악기로 대체해서 연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종종 대체연주를 넘어 아예 악기를 위한 합주곡이 작곡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의도로 작곡된 합주곡의 예시로 르네상스 후기의 작곡가인 지오반니 가브리엘리(Giovanni Gabrieli, 1557-1612)의 소나타 피아노 에 포르테(sonata pian'e forte)가 있는데, 악보를 보면서 들어보면 알겠지만 기악곡임에도 불구하고 가사만 붙이면 바로 합창곡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선율이나 전개 수법이 다성부 합창곡과 똑같다.[2]
바로크 시대에는 이처럼 성악을 모방한 작법에서 벗어나 악기의 특성에 맞는 기악곡 양식이 발달했다. 실내악 분야에서는 트리오 소나타라는 양식이 유행했는데, 이 트리오 소나타는 두개의 독주악기와 밧소 콘티뉴오(basso continuo, 통주저음)로 이루어져 있으며 통주저음부는 베이스음정을 담당하는 저음 악기(비올라 다감바, 비올론 첼로, 바순 등)와 화성을 담당하는 건반악기(오르간, 하프시코드)로 구성되어 있다.[3][4]
하지만 당대의 뛰어난 작곡가들은 이 트리오 소타나의 형식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는데, 악기를 하나 이상 추가해서 합주곡을 만들거나 건반악기를 빼는 대신 다른 악기를 추가해서 4중주 형태를 구성하기도 했다. 현악 4중주 관련해서 이 시기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 1660-1725)의 6곡의 4중주 소나타인데, 이 작품에서는 기존의 트리오 소나타에서 쳄발로를 빼는 대신 비올라를 추가했으며 트리오 소나타에서는 보조역할을 했던 저음악기(첼로)를 독자적인 역할로 격상시켰다. 이 작품은 오늘날 현악 4중주의 원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텔레만도 현재 현악 4중주 구성의 'Sonata á Violino I, Violino II, Viola e Violono'와 같은 작품을 남겼다.
이처럼 바로크 시대에 실내악과 관련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있었는데, 진정한 현악 4중주는 비인 고전파 시기에 등장한다. 고전파 시대가 도래한 18세기는 귀족 사회에서 살롱문화가 크게 꽃피웠던 시기로 연주자 몇명이 모여서 귀족들의 여흥을 위한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로 이 시기에는 교향악이 본격 등장하고 악단의 규모도 점점 대형화되었는데, 교향곡이나 협주곡같은 대규모 음악을 거실이나 작은 연회장에서도 연주가 가능하도록 각 성부를 한명의 연주자가 담당하는 일종의 편곡연주가 많이 행해졌다.
이 시기 바이올린 2대/비올라/첼로로 구성된 현악 4주의 합주 형태는 이그나츠 홀츠바우어(Ignaz Holzbauer, 1711 – 1783)나 프란츠 크사퍼 리히터(Franz Xaver Richter, 1709-1789) 등 비인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들에게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의 4중주는 대부분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희유곡)나 세레나데(serenade) 등의 제목이 붙어 있으며 독자적인 음악성을 지닌 현악 4중주가 아니라 모임이나 파티에서 흥을 돋우는 여흥음악에 더 가까왔다.
2.2. 현악 4중주 양식의 완성자 하이든
이런 과도기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현악 4중주를 정립한 사람은 다들 아시다시피 바로 요제프 하이든이다. 하이든은 교향곡 분야와 마찬가지로 현악 4중주 분야에서도 4악장 형태의 형식을 정립했으며 특정한 용도를 위한 실용음악의 영역을 벗어나 독자적인 음악성을 갖는 장르로 승격시켰다. 그는 19살(1751년)때 처음으로 현악 4중주를 썼는데, 당시의 호평에 고무된 하이든은 이 양식을 선호하여 평생동안 68개라는 많은 수의 현악 4중주를 썼다(마지막 작품은 미완성).[5] 곡이 많은 만큼 부제가 있는 작품도 많은데 No.1 "사냥", No.30 "농담", No.32 "새", No.40 "꿈", No.41 "개구리", No.46 "면도칼", No.53 "종달새", No.61 "5도", No.62 "황제", No.63 "일출" 등이 있다.
다만 하이든이 처음부터 현재의 현악 4중주 양식을 확립한 것은 아니다. 시기에 따른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양식의 변화과정에는 당시 실내악 양식의 변천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가 초기에 쓴 현악 4중주는 당시에 유행했던 전형적인 디베르티멘토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4악장이 아니라 5악장 구성을 갖고 있으며 2악장과 4악장이 춤곡(미뉴에트), 느린 3악장, 빠른 피날레(5악장)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은 특별한 전개나 발전이 없는 2~5분 정도의 짧은 소곡 형태로 되어 있다. 또한 제 1바이올린이 주 선율을 이끌고 있으며 다른 현악파트는 반주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다.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만 독자적인 현악 사중주라기보다는 무도회나 사교모임의 배경음악에 가깝다.
이처럼 하이든의 초기 4중주는 디베르티멘토에 가까왔지만 10여년 후에 작곡된 op.9의 현악 4중주부터는 진정한 실내악의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2개였던 춤곡 악장을 하나로 줄이면서 4악장 체제로 바뀌었으며 소나타양식을 본격 도입하면서 악상의 전개가 훨씬 다채로워지고 곡의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op. 9의 작품과 전술한 초기작품을 비교해보면 악장이 하나 줄었는데도 연주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주제의 처리도 좀더 복잡하고 다변화되었으며, 여전히 제 1바이올린의 역할이 크긴 하지만 이전의 작품에 비해 다른 파트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이후 하이든은 다수의 현악 4중주를 작곡하면서 미뉴엣 악장과 느린 악장의 순서를 바꾸었으며 종종 미뉴엣을 빼고 스케르초 악장을 도입하기도 했다. 중기 이후 하이든이 확립한 현악 4중주의 악장 구성은 다음과 같은데, 교향곡과 사실상 구성이 동일하다. 다만 2악장과 3악장은 곡에 따라 순서가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다.
- 1악장 - 소나타 형식의 빠른 악장
- 2악장 - 소나타/론도/변주곡 등 다양한 형식의 느린 악장, 관계 조성으로 전조(주로 주 조성의 4도나 5도 관계로 전조)
- 3악장 - 미뉴엣 트리오(또는 스케르초)
- 4악장 - 론도나 소나타-론도형식의 빠른 악장
2.3. 하이든 이후의 현악 4중주
하이든의 현악 4중주에 대한 음악적 실험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비인 고전파 작곡가들은 앞다투어 하이든의 작법을 따른 현악 4중주를 작곡했다. 특히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 같은 대작곡가들이 현악 4중주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현악 4중주는 작곡가의 작곡능력과 음악성을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모두 음악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곡가들이며 나무위키에도 이들의 인생사와 작품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이 항목에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한다.
하이든의 후배 모차르트는 23곡의 현악 4중주와 2곡의 미완성 스케치를 남겼는데 특히 하이든에게 헌정한 "6곡의 하이든 4중주"('Haydn set', No.14~19)가 유명하다. 사실 모차르트는 하이든 4중주를 작곡하기 이전에도 현악 4중주를 작곡하였지만, 이 장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였는지 초기에 작곡하고 방치하였다가, 하이든의 현악 4중주들을 듣고 다시 이 장르에 대한 큰 매력을 느껴 그때부터 다시 현악 4중주를 쓰기 시작하였다. 이 하이든 4중주는 모차르트 중기 작품의 걸작 중 하나로 고전 실내악의 최고봉 중 하나인 동시에 그의 음악인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작품이다. 전술한 하이든이 구축한 현악 4중주의 양식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도 화성 위주의 고전파 작법에서 벗어나 바흐와 헨델 등 바로크 대가들의 악보를 연구하면서 터득한 대위법적인 전개와 특유의 유려하고 역동적인 선율 처리가 돋보인다. 하이든 역시 이 하이든 4중주에 큰 감명을 받았고, 모차르트의 부친인 레오폴트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하이든 4중주 중에는 모차르트 작품 중 드문 편인 단조음계의 15번 라단조, '사냥'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17번 내림나장조, 1악장의 도입부의 대담한 장2도 및 반음계의 사용으로 '불협화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19번 다장조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베토벤은 이 현악 4중주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작곡가인데, 그가 작곡한 초기 6곡, 중기 5곡, 후기 5곡 총 16곡의 현악4중주와 대푸가(Große Fuge, op.133)는 피아노 음악분야에서 그의 피아노 소나타 32곡이 차지하는 위상에 필적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베토벤 이후 그가 실내악에서 이룩한 음악적 성취를 넘어서는 작곡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초기 작품부터 여러 모로 파격적이었는데, 대선배 하이든조차 베토벤의 첫 현악 4중주를 접한 후에 '신참 주제에 뭐 이렇게 난삽한 음악을 썼어?'라고 혹평했을 정도.
베토벤은 도전정신이 강한 작곡가답게 선배 하이든이 구축한 4중주의 공식을 많이 벗어나고 있으며 특히 후기 현악 4중주 여섯 곡[6]은 현악 4중주 분야를 넘어 서양음악사 전체를 통틀어 깊은 영감으로 가득찬 절품(絕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 후기 4중주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작곡된지 한참 지나서야 제대로 연주되고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베토벤 사후 수십년간 이 후기 4중주보다 더 파격적이고 진취적인 작품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7]
베토벤의 후배 슈베르트 역시 15곡의 현악4중주와 몇곡의 미완성 스케치 및 현악4중주 형식의 여러 소품들을 남겼다. 10대 시절에 쓴 초기 현악 4중주는 습작에 가깝지만 생애 말기에 쓴 현악 4중주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13번, 14번, 15번 현악 4중주는 현재까지도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로 자리잡고 있다.
전술한 대작곡가들의 후광에 가려져 있지만 현악 4중주는 18세기 후반에 매우 많이 작곡된 음악 양식 중 하나였다. 하이든의 동생 미하엘 하이든은 형이 확립한 양식에 맞춰서 19개의 현악 4중주를 썼다. 베토벤 시기의 인기 작곡가였던 훔멜은 3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며 베토벤의 제자였던 카를 체르니도 습작을 포함 거의 40개에 가까운 현악 4중주를 남겼다.[9] 비인 고전파 작곡가들 이외에도 이탈리아의 파가니니가 세곡, 오페라 작곡가인 도니제티가 18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며 로시니 역시 음악경력 초기에 편성은 다르지만 4개의 현악기를 위한 6개의 소나타를 작곡하였다.[10]
2.4. 낭만주의 시기의 현악 4중주
낭만주의 시기에 현악 4중주는 그리 각광받는 장르는 아니었다. 이 시기에는 파가니니, 쇼팽, 리스트 등 독주악기에서 신적인 기교를 갖춘 거장들의 비르투오조적인 경향이 두드러졌고 한편으로는 대규모 관현악단이 대거 등장하며서 규모가 크고 다채로운 관현악이 발전했다. 그에 비해 실내악은 독주악기의 화려함이나 관현악의 장대함이 없는데다 작곡하기는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현악 4중주의 명맥 자체가 끊겼던 아니고, 이 시기에도 뛰어난 작곡가들은 지속적으로 현악 4중주를 비롯한 훌륭한 실내악 작품을 내놓았다. 낭만주의 초기의 중요한 작곡가인 펠릭스 멘델스존은 6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며 로베르트 슈만도 3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다.[11]
요하네스 브람스는 모두 3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는데, 낭만주의 시기 최고의 실내악 작곡가라는 위상에 비하면 현악 4중주의 수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나마도 첫 4중주를 4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1879년)에 발표했는데, 평생 베토벤을 의식했던 작곡가 답게 이 현악 4중주에서도 베토벤의 작품을 많이 의식한 흔적이 보인다. 브람스 이외에 다른 낭만파 작곡가들도 현악 4중주를 많이 작곡하지 않고 한두곡 정도만 남겼으며 음악적인 중요성도 해당 작곡가의 위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나무위키에 항목이 있는 작곡가들을 예로 들면 안톤 브루크너가 한곡, 까미유 생상스가 두곡, 세자르 프랑크가 한곡, 스메타나가 두곡, 차이코프스키가 세곡, 막스 브루흐가 두곡, 가브리엘 포레 가 한곡.
다만 드보르자크가 "아메리칸"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12번을 비롯해 모두 14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는데, 낭만주의 시기 작곡가 중에는 매우 특별한 경우이다.[12]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와 모리스 라벨도 현악 4중주를 한곡씩 남겼는데, 두 사람 모두 음악경력 초기에 이 4중주를 작곡했지만 이미 나름의 독창성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에도 자주 연주되고 있다.
2.5. 20세기 이후의 현악 4중주
이처럼 낭만주의 시절 현악 4중주는 작곡가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아니었는데, 20세기 들어 낭만주의 특유의 거장주의(Virtuosism)와 거대주의가 쇠퇴하고 좀더 내면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실내악이 재발굴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실내악 분야에서 뛰어난 음악적 성취를 이룬 작곡가들이 많이 나왔다. 다만 20세기 이후의 현악 4중주는 더 이상 하이든의 4중주 작법에 얽매이지 않고 작곡가에 따라 매우 자유로운 구성과 독창적인 연주법을 갖고 있다.
헝가리의 작곡가 버르토크는 6곡의 현악4중주를 남겼는데, 이 6곡은 베토벤 현악 4중주의 계보를 잇는 20세기 최고의 실내악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르토크의 4중주는 1번에서 4번까지 점점 전위적인 성향이 강해지다가 5번을 기점으로 다시 보수적인 작법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각 작품마다 독자적인 수법과 특징을 갖고 있어서 음악 지망생들과 연구자들에게 많은 연구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같은 시기 같은 나라의 작곡가 졸탄 코다이는 2곡의 현악 4중주를 썼고 후배 헝가리 작곡가인 리게티 죄르지도 2곡의 현악 4중주를 썼는데 모두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역시 실내악에서 중요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32세부터 죽기 1년전인 68세까지 모두 15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으며 같은 수의 교향곡 못지 않은 위상을 갖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역시 베토벤처럼 생애 후반기에 작품성이 뛰어난 현악 4중주를 많이 썼다. [13]
현대음악의 거장 아놀드 쇤베르크는 4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는데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주목도는 낮은 편이다. 쇤베르크의 제자 알반 베르크는 현악 4중주 1곡과 현악 4중주를 위한 서정 조곡(Lyric Suite)을 남겼는데, 작품 수는 적지만 인상적인 작품성 때문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그의 이름을 딴 현악 4중주단이 있을 정도.[14] 쇤베르크의 다른 제자 안톤 베베른도 1곡의 현악 4중주와 6개의 바가텔 같은 작품을 남겼다.
기타 나무위키에 항목이 있는 중요 작곡가 중에는 힌데미트가 7곡, 프로코피예프가 2곡, 벤저민 브리튼이 3곡[15], 스트라빈스키가 현악 4중주를 위한 이중캐논, 콘체르티노[16]를 남겼으며 브라질의 대표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로부스는 무려 17개의 현악 4중주를 남겼다.
현악 4중주는 21세기 현재도 활발하게 작곡되고 있다. 2018년 현재 생존해 있는 작곡가들도 중요한 현악 4중주를 많이 남겼는데,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3곡, 필립 글래스는 현재까지 7곡[17]의 현악 4중주를 썼다.
아쉽게도 현악 4중주는 한국의 작곡가들에게 그리 익숙한 분야는 아닌데, 류재준의 현악 4중주에 마림바나 클라리넷을 추가한 5중주 정도가 알려져 있다. 다만 21세기 현재 젊은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현악 4중주를 위한 인상적인 작품들이 창작되고 있다.
3. 현악 4중주에서 파생된 편성
18세기 이후 현악 4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기본적인 편성으로 자리잡았지만 당연히 이와 다른 편성을 위한 실내악곡도 많다. 악기 편성은 특별한 공식이나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곡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악기 편성 방법은 사실상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래 언급되는 편성 방법은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하며 이보다 훨씬 많은 편성이 가능하다.
- 현악 3중주(string trio) - 보통 제2 바이올린이 빠진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편성하지만 바이올린2/비올라나 바이올린2/첼로 같은 편성도 존재한다.
- 현악 3중주에 다른 악기가 하나 추가된 4중주 - 전술한 현악 3중주 편성에 클라리넷/오보에 같은 관악기나 피아노/기타 같은 악기를 추가한다. 현대에 와서는 타악기나 민속악기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모차르트의 오보에 4중주(K. 370)나 파가니니의 15곡의 기타 4중주가 있다.
- 현악 5중주(string quintet) - 보통 현악 4중주의 편성에 비올라를 추가하는데, 종종 비올라 대신 첼로나 더블베이스를 추가하기도 한다. 모차르트는 비올라가 추가된 편성의 현악 5중주를 총 6곡(K.174, 406, 515, 516, 593, 614) 썼는데, 하이든 4중주 못지 않은 작품성을 갖고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토벤도 같은 편성의 현악 5중주를 3곡(op.4, 29, 104) 썼으며 브람스 역시 두 개의 현악 5중주가 있다(op.88, 111). 첼로를 추가한 곡으로는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가 유명하다.
- 현악 4중주에 다른 악기가 추가된 5중주 - 이 편성은 현악 4중주 다음으로 많이 작곡되는 실내악 양식이며 일종의 챔버 협주곡(chamber concert)의 느낌이 난다. 대표적인 곡으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K. 581), 호른 5중주(K. 407),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op. 34),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 등이 있다.[18]
- 6중주(sextet) - 현악 6중주는 보통 바이올린 2/비올라 2/첼로 2의 편성을 갖는데, 이 편성의 대표적인 현악 6중주로 브람스의 6중주 2곡(op. 18, op. 36), 차이콥스키의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op.70)이 있다.첼로 대신 더블베이스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현악기가 아닌 다른 악기를 1대 또는 2대 추가해서 6중주를 구성할 경우 매우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멘델스존이 15살에 쓴 피아노 6중주의 경우 바이올린/비올라2/첼로/더블베이스/피아노 와 같은 편성을 갖는다.
- 현악기만으로 7중주(septet) 이상을 구성하는 경우는 실내악이라기보다는 거의 합주나 챔버 관현악에 가까와지기 때문에 보통 7중주 이상의 편성을 실내악으로 분류하는 경우는 현악기가 5개 이하인 경우에 국한된다. 대표적인 7중주로 베토벤의 7중주(op. 20)가 있는데,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에 클라리넷/바순/호른을 추가한 편성으로 되어 있다. 슈베르트의 8중주(D.803)는 베토벤의 7중주 편성에 바이올린이 하나 추가된 형태이다. 멘델스존이 만 16세에 쓴 현악 8중주(op.20) 는 예외적으로 현악 4중주를 2배로 확대한 편성(바이올린4,비올라2,첼로2)이다.
4. 기타
현악 4중주의 제1바이올린은 와인 병의 라벨, 제2바이올린은 와인 병의 코르크, 비올라는 와인, 첼로는 와인을 담는 유리병에 비유하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그만큼 넷의 관계가 긴밀해야 하며, 한 사람이 지나치게 튀지 않고 넷이서 호흡을 맞춰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악 4중주 팀 내에서 불화가 생기면 금세 와해된다. 또 멤버 중 한명이 사망하면 따로 충원을 하지 않고 그대로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수의 멤버를 갖고 있지만 멤버 교체가 많은 록 음악 그룹과는 상당히 다른 대목. 다만 최근(대략 21세기 이후)에 결성된 현악 4중주단은 나름 멤버교체를 많이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파벨 하스 4중주단.
유명한 현악 4중주단의 경우 이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아마데우스 4중주단, 스메타나 4중주단, 알반 베르크 4중주단, 보로딘 4중주단, 야나체크 4중주단, 파벨 하스 4중주단, 베토벤 4중주단[19]. 또는 국가명이나 지역명을 이름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헝가리 4중주단, 체코 4중주단, 덴마크 4중주단, 부다페스트 4중주단, 프라하 4중주단, 도쿄 4중주단, 암스테르담 4중주단, 라살 4중주단(라살은 뉴욕 맨하탄의 거리) 등. 종종 제 1 바이올린 주자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하는데 이런 이름을 가진 대표적인 4중주단으로 베그 4중주단(Sándor Végh), 타카치 4중주단(Gábor Takács-Nagy) 등이 있다.
물론 이런 관례와 상관없는 이름을 가진 악단들도 상당히 많다. 에머슨(미국의 시인) 4중주단, 과르네리(현악기 제작자) 4중주단, 아르테미스 4중주단 등.
긴 작품을 연주할 때는 악장과 악장 사이의 쉬는 시간에 늘어진 현을 다시 튜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베토벤의 현악4중주 14번처럼 전체 7악장이 40분간 쉬지 않고 연주되는 경우는 연주 후반부에 튜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올라 개그에 의하면 바이올린 연주자와, 바이올린을 조금 못하는 연주자와, 예전에 바이올린을 했던 연주자와, 바이올린을 싫어하는 연주자 네 명이 모여 작곡가를 씹는 모임이라는 농담이 있다.
[1] 괴테는 현악 4중주를 가리켜 "네 명의 지식인이 나누는 대화와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2] 그래서 이 시기의 기악곡들은 거의 대부분 딱히 악기 지정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음역을 벗어나지 않는 한 어떤 악기로도 연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3] 화성부는 종종 건반악기 대신 테오르보나 류트와 같은 기타형 악기들이 담당하기도 했다.[4] 참고로 바흐의 오르간곡 가운데 '트리오 소나타'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 몇 있는데(예를 들어 BWV 525-530), 원래 실내악 양식인 트리오 소나타를 오르간의 3성부(양손 + 페달)로 옮겨 놓은 실험적인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오르간 트리오 소나타는 실내악 편곡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BWV525-530을 오보에/비올라/통주저음으로 연주한 예제 또는 자신이나 다른 작곡가의 트리오 소나타를 오르간으로 편곡한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BWV 586, BWV 1027).[5] 하이든의 작품번호 목록에 있는 현악 4중주는 모두 77곡이다. 이 중에 op. 2의 2곡과 op. 3의 6곡이 하이든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op. 3의 6곡 가운데 처음 2곡은 로만 호프슈테터(Roman Hoffstetter, 1742-1815)라는 작곡가의 작품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작품번호에 속한 나머지 4곡도 스타일상 호프슈테터의 곡으로 강하게 추정되고 있다. 또한 번외로 작품번호 0번을 부여받은 작품이 하나 있는데, 이 작품은 op. 1에 속한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1751년에 작곡되었지만 출판이 따로 이루어졌었기 때문에 작품번호도 따로 부여받았다.[6] 그의 현악 4중주 No.12~16 다섯 곡과 대푸가(op.133)[7] 후술되는 멘델스존이나 슈만의 현악 4중주도 기본적인 작법 측면에서 베토벤보다 오히려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8] 마블의 2012년 빅히트작인 어벤져스(The Avengers)중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수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로키의 계단등장씬에 흐르던 곡[9] 다만 소심함의 대명사였던 체르니는 생전에는 현악 4중주를 한곡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악보를 바탕으로 최근에 악보 출판과 레코딩이 이루어지고 있다. 잊혀진 작곡가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체르니의 4중주를 들어보면 좋은 작품들이 꽤 있다. 체르니 현악 4중주 d단조 [10] 로시니는 두 대의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악기를 지시했는데 현재는 주로 현악 합주 형태로 연주된다. 더블베이스 파트의 음역대만 조금 수정하면 현악 4중주로도 연주가 가능하다.[11] 참고로 멘델스존의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도 현악 4중주 1곡을 남겼는데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평론가에 따라서는 동생의 현악 4중주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도 있을 만큼 작품성은 인정을 받고 있다. 들어보기 [12] 원래 체코는 뛰어난 현악 4중주단의 전통이 깊은 나라로 19세기 후반의 보헤미안 콰르텟(체코 콰르텟)부터 현대의 파벨 하스 콰르텟에 이르기까지 명망있는 현악4중주단들의 연주역사와 그 유산의 깊이가 대단하다.[13] 정식 트랙에 있는 15곡의 4중주 외에 미완성 작품이 하나 있으며 4중주를 위한 소품도 몇 곡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4중주 중 다수는 지휘자 루돌프 바샤이(Rudolf Barshai) 등에 의해 챔버 교향곡(chamber symphony)으로 편곡되기도 했다.[14] 이 알반 베르크 4중단은 당시 전위음악가로 명성을 날렸던 악단 이름의 제공자처럼 상당히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곡 해석으로 유명하다.[15] 추가로 출판되지 않은 2곡과 현악 4중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가 있다.[16] 통상적인 현악 4중주는 쓰지 않았다.[17] 학생 시절 습작으로 쓴 3곡까지 합치면 10곡이다.[18] 다만 슈베르트의 송어 5중주는 현악편성이 기존의 현악 4중주 편성이 아니라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로 구성되어 있다.[19] 이 위압감 넘치는 인물의 이름을 딴 4중주단은 1923년 구 소련에서 결성되었으며 1987년에 해체될 때까지 주로 소련에서만 활동했고 음반도 많이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다소 생소한 악단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전성기때 쇼스타코비치등 쟁쟁한 소련 작곡가들의 작품을 많이 초연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