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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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황동'''(黃銅)은 구리에 아연을 첨가해서 만든 황금빛 합금을 말한다. 혹은 놋쇠, 두석이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말 그대로 누를 황(黃)자에 구리 동(銅)자 쓰는 황동(黃銅). 일본어로는 신주(真鍮, 진유)라고 하며,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설 현장 용어에서도 이 표현이 많이 쓰인다.[1] 영어로는 brass.
2. 특성
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구리 6 : 아연 4의 사륙황동 또는 7:3 비율의 칠삼황동이 대표적이다. 아연 함량이 40%일 때 기계적 강도는 최대가 되나 40%를 초과하면 강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구리와 아연을 섞으면 구리의 색이 밝아지면서 노란 빛을 띠고 연성이 좋아져 가공이 쉬워지는데, 이 색깔이 금과 아주 비슷해서 주로 고급 악기나 장신구 등에 쓰인다. 특히 아연 함량 5~20%의 저아연 황동은 톰백 또는 길딩메탈[2] 이라 하여 금의 대용품으로 많이 쓰이는데 ''''금색으로 되어 있고 값싼 것''''들은 대부분 이 황동이라고 보면 된다. 여행가서 사는 싸구려 금색 장신구 같은 건 황동일 확률이 거의 백 퍼센트다. [3][4] 최근 들어 항균에 탁월하다는 것이 알려져 식기로써의 사용이 늘었다. 물론 마냥 값싼 것은 아니다. 구리가 가격이 좀 나가는 금속이라..
이외에도 주석, 알루미늄, 납, 철 등을 첨가하여 기계적 성질이나 내식성, 주조성을 향상한 것들도 쓰인다. 노르딕 골드도 일종의 황동.
3. 쓰임
3.1. 악기
금관악기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보통 금빛을 띠고 반짝이는 금관악기는 모두 황동으로 만들어졌다. 금관악기를 영어로 brass instrument라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그래서 행진곡 등을 연주하는 금관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악대를 '브라스 밴드'라고 한다. 금색을 띠는 악기 이외에 은색의 금관악기들도 있는데 이들 은색 악기도 결국은 황동과 연관된다. 황동을 구성하는 구리, 아연에 니켈을 더하면 은빛을 띠게 되는데 이를 '니켈-실버'라고 한다. 은색을 띠는 금관악기들은 황동에 은도금이 대부분이며 니켈을 첨가하여 만들어진다면 니켈실버라고 따로 표시한다. [5]
3.2. 식기
한국에서도 안성 놋그릇(유기)가 전통적으로 매우 유명했다.[6] 과거 신라에서 만드는 놋쇠는 특히 품질이 좋아 중국에서 신라동이라 부르며 귀하게 여겼으며,[7] 이 기술이 이어져 지금도 한국의 유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 참조.
가공의 용이성과 (부식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인체에 무해한 특성, 그리고 최근 들어 항균에 탁월하다는 것이 알려져 식기나 고깃집 불판 [8] 으로의 사용이 늘었다. 다만 할머니들 중에는 놋그릇 하면 치를 떠는 경우가 많은데, 설거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 쓰는 물건이 아닌 놋쇠 제기의 경우, 보관 중에 녹이 스는 경우가 많았다. 구리의 녹인 녹청은 독성이 강하므로 제거해주어야 하는데(다만, 일본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녹청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이것은 표면에서 잘 떨어지지 않으므로 기와를 깨뜨려 만든 사금파리[9] 조각과 지푸라기 등으로 죽어라 문질러야 했다. 물론 지금은 대형마트 등에서 광약(유기용제+왁스+연마제)을 사와 천에 묻혀 잘 문질러 닦은 뒤 다른 천이나 결이 고운 종이로 닦아 광약을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더운 비눗물로 씻고 맑은 물로 헹구어 광약을 완전히 씻어내면 된다. 때문에 예전처럼 고생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럴 필요가 없는 다른 그릇과 달리 별도로 시간을 들여 문질러 닦는 것은 상당히 고생스런 일. 그래도 황동 식기는 잘 닦아 놓으면 광택이 아름다워 고생한 보람이 있다.
3.3. 군용
황동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 중 하나는 탄피다. 내압에 쉽게 터지거나 찢어지지 않으면서 경도는 철(대부분의 총포에서 약실의 모재료)에 비해 낮으므로, 황동은 현재 탄피로써 가장 이상적인 재질이다. 특히 순간적인 압력변화는 크면서도 크기의 제약 때문에 두껍게 만들기는 힘든 소구경탄(즉 돌격소총, 권총 등 개인화기용)의 경우 대부분 황동으로 만들어진다. 또 군대 계급장도 한때는 황동제여서 영어 Brass 라는 단어는 군 장성 등 고위 군인 또는 군대조직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황동은 현대 인류에게 있어 중요한 기초 군사자원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하루도 분쟁이 끊일 날이 없는 지구촌이다보니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수많은 황동이 탄피로 가공되어서 소모되고 있다. 워낙 엄청난 양이 소모되기 때문에 '''황동의 가치와 가격은 황동 탄피가 개발된 이후로 엄청나게 뛰어올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등 동구권에선 생산성과 가격 등의 이유로 강철 탄피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강철 탄피는 경도가 높아서 삽입과 배출 과정에서 총기 내부를 마멸시킨다. 또 구리 합급이라 녹이 거의 안 슬어서 탄약고에 대량으로 쌓아놓고 관리하기 편한 황동에 비해, 강철 탄피 탄약은 탄피의 겉면에 방청페인트를 별도로 칠해놓기 때문에 급탄이 원활하지 않고, 장기 보관 시엔 탄피 내부에 녹이 끼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철제 캔에 무산소 무습기 밀폐포장을 해놔야하는 등 관리가 굉장히 번거롭다.[10] 일년 내내 건조한 사막지역이라면 몰라도, 기후가 전반적으로 습하거나 우리나라같이 일년 중 몇 주 동안 비가 주룩 주룩 오는 경향이 있는 곳이라면 강철탄피는 쓰려야 쓸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군처럼 언제 일어날지 모를 전면전을 대비해 항상 탄약고를 가득 채워두고 오랫동안 보관하는 군대는 황동 탄피를 선호한다. 기관포 등 대구경탄의 경우엔 소구경탄처럼 압력 변화가 심하지는 않기 때문에 알루미늄이나 티타늄(...)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군대 가서 사격 후 탄피를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극성스럽게 회수하려 혈안이 되는 건 탄 유출과 그에 따른 총기 난사 사고 방지 목적 외에 이런 이유도 있다. 은근 몸값 있는 물건이니... 전시에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위치 노출 방지[11] 겸해서 어느정도 회수하려 드는 편. 미군도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상황이 여유자적하면 대충 봐서 눈에 띄는 건 회수하려 든다. 사격훈련때는 국군처럼 한발한발 회수 하는게 아니라 빗자루같은걸로 쓸어담지만. 그깟 탄피라고 우습게 여기면 뼈아프다. 실제로 미군이 탄피 회수 그딴 거 신경 안 쓰던 월남전 당시 파병된 한국군이나 주변 관계자들 중에 탄피를 긁어모아 귀국 후 내다 팔아 돈 좀 만졌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존재한다.
3.4. 공업용
접착력이 좋아서 가스가 잘 새지 않기 때문에 공업용으로 쓰일 때에는 가스통같은 압력용기의 연결부분에 많이 사용된다. 또한 가스, 스팀, 물에 대한 내식성이 철에 비해 월등히 높으면서 가격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자재보다 저렴하고[12] 작업도 편리하기 때문에 밸브와 배관 부속으로 엄청나게 많이 사용된다. 보통 흔히 볼 수 있는 금속제 열쇠 중에서도 이것을 사용한 예가 많다. 시계 중에도 저가의 제품 중에는 케이스(시계 몸통)를 구리가 적게 들어간 황동 합금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저렴하지만 무겁고 스크래치가 잘 나며 도금을 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아 잘 벗겨진다.
또한 사포를 쓰기 힘들 정도로 굴곡이 많고 깊은 금속 제품을 다듬어 내거나 녹을 벗겨내는데에 황동 솔이 쓰인다. 일반 섬유로 된 솔은 금속의 녹을 벗기거나 연마하는 데 쓰기에는 너무 약하고, 철제 솔은 금속을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손상시키기 때문. 현장에서는 주로 신주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다.
3.5. 건축 자재용
상술했듯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 일반적으로 '신주' 라고 불린다. 실외에 설치하는 계단 층계 끄트머리에 미끄럼 방지용으로 홈이 난 길다란 황동 판이 사용된다. 또한 수전금구(수도꼭지) 몸통의 주 원료이며[13] 산업용 시설의 배관자재뿐만 아니라 주거, 상업용 건축물의 배관자재로도 많이 쓰인다.
3.6. 문구류
샤프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제도 샤프의 경우 적당한 무게감(대략 20~25g 사이)을 위해서 사용하는데, 고급형 제도샤프는 바디까지 황동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14] , 저가형 제도샤프의 경우는 바디는 대충 플라스틱으로 만들더라도 선단이나 내부 스프링부분을 황동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회사 창립 70주년 한정판이랍시고 그립부 황동에 18K 금도금을 한 샤프'''도 나왔다.
3.7. 동전
대한민국 1원(1966~67년), 5원(1966년~), 10원(1966~2006)짜리 동전, 일본 5엔짜리 동전의 재질로 쓰인다.
3.8. 기타 생활물품
가죽 공예에 쓰이는 똑딱이, 기타 장식들 같은 파츠금속 파츠들은 대부분 황동으로 만든 제품을 사용한다. 일본의 KANE사 제품을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황동의 녹스는(에이징되는) 특성이 가죽과 잘 맞고, 번쩍거리는 은색보다 덜 튀어서 가죽과 잘 어울리기 때문. 그리고 앤틱 가구의 손잡이등등 생활공예품들의 금색 파츠들은 대게 이 황동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구리가 비싸서 일반 철, 니켈로 된 파츠들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고급 제품들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죽 공예의 경우 저렴한 제품들에는 니켈로 된 은색 파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4. 여담
- 우리가 군대의 장성들을 “별”이라 부르는 것처럼 영어에서는 “브래스”(황동)라 부른다. 흔히 “탑 브래스(top brass)”라는 표현을 쓰며 이는 사령부 장군들을 지칭하는 말.
- 스팀펑크에도 기계 장치들이 주로 이것으로 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가공의 용이성으로 인해 스팀펑크의 모태가 되는 시대의 정밀기기들이 대부분 황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카메라에서 라이카의 라이카 바르낙 시리즈와 RF 카메라 모델인 M형 라이카가초창기 M3 부터 상판과 하판이 황동재질로 되어 있다. 카메라 상판과 하판에 도료가 칠해져 있지만 중고제품의 경우 칠이 벗겨지면 황동의 색이 드러난다. [15] 여기서 황동의 색이 드러난 라이카 카메라를 볼수있다.
- 소니의 이어폰인 XBA-N3의 노즐과 XBA-100의 하우징이 황동을 사용해서 만들었으나 코팅이 잘 벗겨진다고 한다. 같은 일본 오디오 회사인 JVC의 우드 시리즈 이어폰들은 나무 하우징 뒷편의 마감재로 황동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내구성이 약한 황동답게 엄청나게 찍혀댄다(...)
- 연금술로 납을 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던 것들은 사실 대부분이 황동으로 사기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전 문단에 서술한 약 한사발 들이킨 회사도 있다.
- 피규어 파손 시 복구용으로도 쓰인다. 파손된 면에 수직으로 황동봉을 꽂아넣어 다시 떨어지지 않도록 만든다.
- 미니어쳐 게임 에서도 주석 미니어쳐에 틀에 들러붙지 않고 잘 떨어지도록이탈제로 발려져있는 탈크(활석)를 벗겨내기 위해서 집요하게 사용된다. 이를 벗겨내지 않고 도색하는 경우 이탈제인 만큼 도색층이 붙어있지 못하고 벗겨져 떨어지기 때문. 치약바른 칫솔을 쓰기도 하지만 이 경우 제거작업이 매우 힘들어지기에 결국 황동솔을 쓰게 된다고.
[1] 자재를 판매하는 판매상도 신주라는 용어를 훨씬 많이 사용하며 "황동XX 주세요"라고 말하면 뭔지 모르는 경우도 가끔 있다.[2] 정확히는 구리 95 + 아연 5 + 납 1[3] 다만 그 황동조차도 구리가 비싸져 황금 페인트라 불리는 분말 황동을 점착용제에 혼합한 페인트를 바르기도 하고 플라스틱에 도금하는 방법이 나온 이후에는 플라스틱에 도금한 것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실제 황동제와 달리 퉁겨봤을 때 울리는 소리가 다르고 또 무게가 다르긴 하나, 황동보다 싼 철이나 알루미늄같은 금속에다 황동도금이나 황동 페인트, 심한 경우 광택을 낸 금속 위에 노란 투명 래커를 바르고 안에 납을 채워 무게를 늘리는 식으로 더 교묘하게 위장하기도 한다.[4] 일렉트릭 기타 제조사인 깁슨에서는 그들의 혁신적인 솔리드바디 기타인 레스폴모델의 색상으로 금색을 채택했는데, 이때 금색을 내기 위해 황동이 함유된 페인트로 윗면을 칠했다. 그래서 오래된 골드탑 기타들은 세월에 의해 동이 부식되어 붉은빛을 띄는 경우가 많다. 이후 리이슈 등을 거치면서 금색을 내는 페인트가 바뀐 이후에는 색조가 약간 다르다.[5] 대중적으로 '황동 같은 금속으로 만든 악기를 금관악기라고 한다'라고 인식하나 이는 틀린 말이다.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를 가르는 기준은 악기가 만들어진 소재가 아닌 연주 방식 및 소리는 내는 방법에 따라 갈린다. 즉, 지금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악기라도 분류 상으로는 엄연히 목관으로 분류된 악기가 대표적으로 플루트가 있으며, 색소폰의 경우 태생부터 금속제이나 '목관악기의 구조를 금관악기에 옮겨서 양자의 장점을 취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졌으며 실제로도 그렇기에 목관악기로 분류된다.[6] 그래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나온거다.[7] 이는 신라가 8세기경 구리합금 전문 제작기관인 철유전(鐵鍮典)을 만들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였다. 사족으로 발해의 경우에는 철이 유명했다고 한다[8] 구리 합금이라 열 전도가 잘 된다는 특성 덕이기도 하다.[9] 도자기 깨진 부스러기를 일컫는 말. 자기로 만든 것은 너무 단단해 황동이라도 표면에 상처가 나므로 쓰면 안 된다.[10] 미국 총기시장에서 팔리는 동구권 규격 탄약을 보면 이상하게도 무슨 참치캔같이 포장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탄피 재질이 강철이라는 뜻이다.[11] 탄피가 나뒹군 걸 추적하다 보면 전투 지역과 다음 이동 경로가 뻔히 보이게 되며, 이는 곧 적군의 기습이나 정확한 반격으로 이어지기 때문. 적군이 아군보다 한 발 앞서 예상 이동 경로에 매복하거나 하면...[12] 원재료는 황동이 더 비싸지만 스테인리스 특성상 가공이 어렵기 때문에 정밀 가공한 자재의 최종 가격은 스테인리스가 더 비싸진다.[13] 대부분 크롬 도금된 형태로 은색으로 반짝거리지만 도금이 벗겨지면 황동의 색깔이 드러난다.[14] 황동이 플라스틱에 비해서 당연히 가공하는데 훨씬 힘들고 단가도 높기에 그만큼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15] 단 M9 티타늄 에디션이나 라이카 M 262, M4-2 등 일부 한정판 모델이나 저가형 모델은 황동이 아닌 티타늄,알루미늄,강철 등 다른 금속재질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