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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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의충목 개불과에 속하는 환형동물의 일종. 이전에는 몸에 체절이 없기 때문에 환형동물문과 다른 의충동물문으로 분류했으나 DNA 염기 서열을 이용한 계통 분류학적 분석결과 환형동물문 하위 강으로 재분류되었다. 환형동물문의 특징인 입주머니(Prostomium)와 비슷한 납작한 주둥이(Flattened proboscis)를 가지고 있다.
2. 외형
몸길이 10~30cm 정도이며, 조간대 또는 그 아래 지역의 사니질 퇴적물에 U자관을 만들어 살고 있다. U자관 내에 개불 외에 다른 공생 생물이 존재하며, 비늘갯지렁이류(''Hesperonoe''), 속살이게류(''Scleroplax''), 이매패류(''Cryptomya''), 망둑어류(''Clevelandia'') 등이 알려져 있다.[3] 이러한 생태 때문에 영어권에선 '주모벌레(Fat innkeeper worm)'라고 불리기도 한다. 캄브리아기 시대의 오토이아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처음 보는 사람은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해괴하게 생겼다. 개불이라는 이름도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해서[4] 붙여진 이름이다. 개불의 모양새는 거죽이 벗겨진 수컷 개의 생식기와 '''아주아주 흡사하다.''' 사람의 생식기가 평소에는 포피에 싸여 보호되듯, 개의 생식기도 평소에는 거죽에 싸여 보호된다. 그러나 교미를 할 때는 벗겨지는데, 붉게 충혈되어 있는 것이 딱 개불 모양이다.
영어권에선 '''penisfish'''라고 해서 무슨 오컬트생물 취급인 모양. 영문 위키백과에선 아예 학명으로 등재해 놓고 "한국에 관련된 문서"로 분류해놨다. 위키백과의 '개불' 문서에 올라온 사진들은 전부 '''대한민국에서 촬영된 것들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해변에 수천마리 밀려올라와서 현지인들을 놀라게 했다. 안 먹는 문화권 사람들에겐 그냥 '딜도랑 똑같이 생긴 미스테리 생물'이었다는 후문. 그리고 언론에서도 수달, 갈매기 외에 한국인이 천적이라고 할 정도면 한국인이 개불에 환장한다는건 외국에도 익히 알려진듯 하다.
중국에서는 바다에 내장 토막이 돌아다닌다고 해장(海腸)이라고 불렀다. 일본명은 '유무시(ユムシ)'인데, 큐슈 지역에서는 '이이마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일반인들은 대부분 그냥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고급 낚시용 미끼로 쓰이기 때문에 낚시꾼들에게나 제법 알려져 있는 정도다. 아는 사람들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 다만 홋카이도나 토호쿠 일부 지역에서 룻츠(ルッツ)라고 부르며 회나 초무침으로 먹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는 그나마 인지도가 높다.
3. 섭식
보통 녹조류, 규조류 등의 부유성 조류와 비생물성의 미세 과립을 섭식한다.
입을 벌린 채로 해수를 입 쪽을 향하게 흐름을 만들어 부유물을 걸러먹는다. 이 흐름을 이용해 항문 방향으로 나온 배설물을 물과 함께 밖으로 뿜어낸다.
4. 식감
생긴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여겨진다.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나며 바다 향기가 느껴진다. 동물성 식재료에는 당류가 별로 없거나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짠맛이나 피비린내 같은 다른 요인에 가려서 단맛이 아주 드문데, 개불은 특이하게도 달콤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단맛이 강하다. 이것과 비슷하게 동물성 재료인데도 달콤한 맛을 느낄 만한 식재료라면 생간 정도. 물론 달다고 해서 과일이나 설탕같은 강한 단맛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밥을 입 안에서 오랫동안 씹었을 때 느껴지는 정도의 단맛이다.
지금처럼 널리 먹기 시작한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으며 90년대 정도만 해도 횟집에서도 메뉴에 없고 아예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르거나 먹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오히려 과학 시간에 해부용으로 많이 쓰였다. 그러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중반 정도부터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난생 처음 수족관에서 개불을 보고 질겁한 사람도 많았고 회로 먹는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기도. 단 고려말 신돈이 정력강화를 위해 즐겨 먹었다고 기록이 있듯 자주는 아니어도 예전에도 먹긴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생김새 때문에 그런 믿음이 생긴 것 같으며 중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개불을 섭취했다고 한다.
신선한 것은 그대로 회를 쳐서 먹으며 석쇠에 구운 다음 양념해서 먹거나 꼬치구이로 먹기도 한다. 그 외에 생선을 낚을 때 미끼로 쓰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쉬운 요리로 바닷가 주변 횟집에 가면 스끼다시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보통 싱싱한 물건을 발견하기 힘드니 싱싱한 것이 나올 때 그날 그날 먹는 것이 좋다.
횟집 수족관 안의 개불은 핑그르르 돌면서 물 속을 이동하는데, 이게 보다 보면 꽤 귀엽다. 여담으로 회쳐 나온 녀석에게 충격을 가하면 움직이면서(!) 크기가 쭈그러지면서 더 쫄깃해진다. 단 살아있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후경직 현상이다.
5. 여담
잡을 때는 연결된 두 개의 구멍을 확인하고 한쪽 구멍부터 판다. U자 혹은, J자 형태이기 때문에 옆으로 난 구멍이 나오면 그 구멍을 따라 파면서 찾아내 잡는다. 삽질을 잘못해 구멍이 안 보일 경우에는 물이 흘러나오는 곳을 찾아서 파내면 된다[5] . 마지막으로 삽으로 개불을 찍지 않도록 주의. 찍을 경우 상처로 피와 내장이 흘러나와 주변 흙에 스며든다.
일부 해삼처럼 입쪽에 강모가 있는데, 조리할 때는 강모가 있는 입부분을 따고 안에 있는 내장을 제거한 후, 남은 표피를 회로 먹거나 불에 구워 먹는다고 한다. 통째로 먹어도 해는 없지만 맛은 보장하지 못 한다고 한다.
의외로 헤모글로빈을 포함한 혈액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라, 손질하는 모습을 처음 보면 몇몇 해삼같은 생김새와 맞물려 상당히 충격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겉모습과 달리 잘랐을 때 쏟아지는 붉은 피와 내장의 양이 장난이 아니라서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함의 극치를 달린다. 오히려 평소의 겉모습보다 손질하는 모습을 보면 더 못 먹게 되는 사람이 생길 정도. 또한 헤모글로빈 계열 혈액 특성상 오래 두다 보면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손질할 때 피와 창자 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맛이 매우 비려지므로 철저하게 제거해 주고 표피만 먹을 수 있게 헹궈야 한다.
6. 매체에서의 개불
미스터 초밥왕 번외편인 한국 편에서 '한국식 초밥'을 만든다고 하면서 개불로 초밥을 만든 적이 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개불초밥은 신라호텔로 가던 도중 실제로 먹어봤다고 한다. 이후 개불 초밥을 만들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에 많은 요리사들이 진땀을 빼야 했다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3화에서 한강 유람선에서 남들은 푸아그라와 캐비어를 찾을 때 혼자 개불을 찾아서 모두를 당황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