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계 폴란드인
1. 개요
러시아인 혈통의 폴란드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2011년 통계 기준 13,000여 명 정도에 달한다.
2. 역사
키예프 루스가 폴란드 왕국과 공존하던 시절 가톨릭을 믿는 루테니아인들이 폴란드로 망명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들의 후손들은 천 년에 가까운 기간을 거치며 언어, 문화적으로 폴란드 현지에 완전히 동화되었다. 러시아계 정체성과 정교회 신앙을 가진 폴란드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근세 말기~현대의 일이다. 러시아인 관료들이나 군인들이 폴란드에 아예 뿌리박은 경우는 드물었고[1] 주로 러시아 정부의 탄압을 피해 도망 온 고의식파 신도들이 많았다.
폴란드 분할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 멸망한 후 러시아 제국 치하의 폴란드로 러시아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했다. 폴란드 입헌왕국 시절에는 러시아 제국군이 주둔하거나 몇몇 러시아인들만이 이주하는 게 전부였으나, 러시아 제국 직할령이 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러시아 제국령 폴란드에 러시아인들이 많이 이주하게 되었다. 특히 러시아 제국의 농노제 폐지 이후에는 러시아 제국 본토 및 러시아 제국 치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 지역의 구 농노계 주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러시아령 폴란드로 이주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 대전으로 러시아령 폴란드가 독일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점령된 후에는 러시아령 폴란드의 러시아인들이 독일 제국군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에게 학살당하거나 추방당하는 일이 많았으며, 그나마 남은 러시아인들도 구 러시아령 폴란드의 폴란드 문화를 복원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어 사용 및 정교회 신앙을 탄압당했다. 폴란드 제2공화국 성립 후에는 그런 상황이 더더욱 심해져서 폴란드의 일부 러시아계 주민들은 동방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아예 서방 전례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러시아계 정체성마저 상실하기도 했다. 이들 상당수는 폴란드의 탄압을 피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였는데, 당시 폴란드 제2공화국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인구의 45%는 정교회 신도였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 제2공화국에는 러시아인 외에도 잔류한 러시아인 인구보다 훨씬 더 많은 벨라루스인, 우크라이나인 정교회 신도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폴란드의 잔류 러시아인들은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와 소련을 각각 구심점으로 삼아 정교회 신앙과 러시아계 정체성을 지켜나갔다.
폴란드 인민 공화국 시절에는 러시아계라는 이유로 탄압받는 일은 없어졌으며, 그에 따라 제1차 세계 대전 및 폴란드 제2공화국 시절에 구 러시아령 폴란드를 떠나 러시아 본토로 도망친 러시아인의 후손들 중 일부가 폴란드로 돌아오기도 했다. 폴란드에 주둔하던 소련군 병사들이 폴란드 현지 여성과 결혼하여 자녀를 얻는 경우도 존재했다. 다만 탄압 자체를 안 받은 러시아계 폴란드인들은 무신론자 한정이었으며, 정교회 신앙을 계속 유지하던 러시아계 폴란드인들은 폴란드 인민 공화국의 국가 무신론에 의해 탄압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 폴란드 내 러시아계 주민들의 거주지로는 바르샤바의 프라가 지구, 칼리닌그라드와의 접경지대, 비아위스토크가 대표적이다. 프라가 지구를 제외하면 대체로 구소련 국가들과의 접경지대에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비아위스토크는 폴란드 내에서도 러시아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토착 폴란드인들과는 역사적인 문제로 갈등하기도 하지만 독일 제국과 나치 독일에 대해서는 일치단결로 비판을 한다. 독일 제국의 경우 토착 폴란드인들은 독일 제국 치하 폴란드인들의 가톨릭 신앙을 탄압한 것에 대해서, 러시아계 폴란드인들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령 폴란드 점령 후 구 러시아령 폴란드의 러시아 민족과 정교회 문화를 탄압한 것에 대해서 비판한다. 나치 독일의 경우 폴란드와 러시아 양국의 입장에서 모두 침략자였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3. 문화
오늘날 폴란드 내 정교회 성당 및 정교회 유적들은 러시아 제국 시절 러시아계 이주민들이 남긴 유산인 경우가 많다.[2] 그 이유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동유럽/중유럽의 국경선을 다시 정하는 과정에서 스탈린의 소련이 폴란드 영토 중 벨라루스인/우크라이나인 인구가 많은 지역을 다 벨라루스/우크라이나에 이양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즉 폴란드-리투아니아 시절 만들어진 정교회 성당과 유적들 대부분은 더 이상 폴란드 영토에 있지 않다. 폴란드의 정교회 성당 중 러시아 제국과 무관한 경우도 있는데, 폴란드의 구 독일령·오스트리아령 지역에 있는 정교회 성당들은 구 러시아령 폴란드에서 이주해온 정교회 신자들이 세운 것이다.
대체적으로 폴란드 정교회를 믿지만 무신론자도 많다. 극소수이지만 정교회 전례 동방 가톨릭 교회를 믿는 경우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