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프랑코샹 서킷
1. 개요
벨기에의 쓰따벨로에 위치한 서킷. 서킷 길이 7.004 km.[3] 영국 실버스톤, 독일 뉘르부르크링, 이탈리아 몬차 서킷, 프랑스 라 사르트 서킷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매우 유서깊고 유명한 서킷이다. 또한 높은 평균속도를 자랑하는 초고속 서킷임에도 적절한 코너들이 잘 조합되어 드라이버들과 팬들에게 모두 많은 사랑을 받는 인기 많은 서킷. 매년 포뮬러 1 벨기에 그랑프리와 스파 24시, 스파 6시간, 스파 1000km 등의 내구레이스가 이곳에서 펼쳐진다.
서킷 이름인 스파-프랑코샹은 서킷이 위치한 쓰따벨로의 북동쪽에 있는 도시인 스파의 이름과 쓰따블로의 동네 이름 프랑코샹을 합친 것이다.
2. 서킷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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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코너인 오 루즈.[4] 1997년의 모습.
전용 경주장 구간과 공도 구간을 적절히 혼합한 서킷[5] 으로 초창기에 비해 서킷 길이가 거의 절반 가량 줄었음에도 전체 F1 캘린더에서 서킷 길이로는 압도적인 1위이다. 긴 길이만큼이나 다양한 코너들이 산재해 있고 또한 F1에서 가장 긴 가속구간도 갖고 있는 서킷. 몬차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고속서킷으로 분류된다. 산악 지형 특성상 비 변수도 많은데 서킷이 크다보니 어느 구간엔 비가 쏟아지는데도 다른 구간은 마른 노면인 상황도 나오곤 한다.
스타트 구간은 라 소스 코너를 기준으로 크게 2곳으로 나뉘어져있다. 하나는 현 F1에서 쓰이는 곳으로 라 소스 코너 이전의 짧은 직선구간이다. 또 하나는 라 소스 코너를 지나서 있는 구간으로 위 사진에서 보이는 약간 경사진 내리막 구간이다. 보면 알겠지만 출발 하자마자 바로 오 루즈로 진입하게 된다. 후자는 지금 많이 쓰이지 않지만 이 곳 개러지는 24시 레이스를 진행 할때 자주 쓰인다.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자마자 날카로운 헤어핀인 1번 코너 라 소스 (La Source)를 통과하고 나면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오르막 슬라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그 유명한 오 루즈 (Eau Rouge) - 라디온 (Raidillon) 구간으로, 이곳을 풀 스로틀로 통과할수 있는 레이싱 카테고리는 포뮬러 1과 LMP1, LM GTE 정도밖에 없다.[6] 이 코너를 통과하는 동안 F1 드라이버들은 최대 6G의 중력가속도를 수직으로 받는다. 중계화면으로 볼 땐 쉽게 느끼기 힘들지만, 대략 12층 건물 높이와 비슷한 높이를 순식간에 치솟아오른다 생각하면 된다.
오 루즈가 왜 중요하냐면 이 곳의 탈출 속도에 따라서 곧이어 펼쳐지는 케멜 스트레이트 (Kemmel Straight)의 속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공략에 실패해 케멜 스트레이트에서 속도를 받지 못하면 섹터1, 2를 다 지나 보내고 섹터 3의 버스 스탑 시케인 직전 스트레이트에서나 추월을 노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 루즈에서 F1 차량과 일반 GT급 레이스카의 스피드 비교 영상. '''오 루즈도 오 루즈지만 포뮬러 1의 압도적인 스피드를 느낄 수 있다.'''[7] F1을 제외한 GT급 레이스카들이 고속으로 오 루즈를 통과하려면 순간 브레이킹을 걸거나 가속페달을 잠시 떼어서 모멘텀을 끊고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가 바깥으로 밀려나 대형사고로 연결된다. 안그래도 진입속도가 무지막지한 코너인데 그대로 좌측 방호벽에 부딛히면 좋은 꼴은 절대 못 본다(...).
F1, LMP1, LMP2, LM GTE 카테고리만이 저길 풀스로틀로 통과할 수 있는 이유는 차체를 짓누르는 엄청난 다운포스와 넘사벽급 타이어 성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앞 뒤 커다란 윙이 엄청난 다운포스를 생성해내고, 넓은 슬릭 타이어의 접지력으로 저 코너를 풀스피드로 지나가는 것이다. 2014년 F1에 1.6 리터 V6 터보엔진이 도입되고 나서 다운포스 또한 규정에 따라 줄어들어 초반에는 F1도 속도를 아주 약간 줄이고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언제부턴가 다시 풀스로틀로 통과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제일 빠르고 어려운 코너인데 F1에선 이게 사실상 코너가 아니라는 얘기다!!!'''
길고 긴 케멜 스트레이트를 지나면 내리막과 함께 레 꽁브 (Les Combes) 시케인을 만난다. 라 소스부터 레 꽁브까지 합치면 1.8 km의 매우 긴 가속구간이므로 레 꽁브가 가장 좋은 추월포인트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F1에서 최고의 추월 장면 중 하나라는 2000년 벨기에 GP 미카 해키넨의 미하엘 슈마허를 추월하는 장면 또한 여기서 나왔다. 이후 10번 코너인 브뤼셀 (Bruxelles)과 11번 코너를 지나면 고속 코너인 뿌옹 (Pouhon)을 만나게 된다. 고속 (약 250 km/h) 내리막길이라 브레이킹 포인트 잡기도 힘들고 더블 에이펙스에 블라인드 코너 특성이 섞여서 공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후 S자로 계속 이어지는 코너들을 지나면 매우 완만한 오르막 코너인 블랑시몽 (Blanchimont)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에서의 속도에 따라 뒤에 이어질 버스 정류장 시케인 (Bus Stop Chicane)에서 추월기회를 엿볼 수 있다. 버스스탑 시케인은 원래 좌측으로 진입하게 되어있었으나, 2007년부터 우측으로 진입하도록 바뀌었다.
3. 기타
- 1998년 8월 30일, 이 곳에서 그야말로 개막장 레이스가 펼쳐졌었다. 올드 F1 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레이스. 당시 비가 많이 내렸었는데, 이러한 레인 컨디션에서 완주한 차량은 도합 22대 중 8대에 불과했다.(...) 우승 드라이버는 조던 팀의 데이먼 힐. 첫 스타트 이후 라소스 코너를 지나고 나서 어마어마한 연쇄 크래쉬가 발생했는데, 이 크래쉬는 F1 역사상 최대의 크래쉬 장면으로 꼽힌다. 전방 시야가 최악이었기에 드라이버들 입장에선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워낙에 사고가 컸기에 바로 레드 플래그 선언 발동, 예비 차량들을 싸들고 와서 그리드에 세운 다음, 다시 스타트해야 했던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담으로 미하엘 슈마허가 데이빗 쿨싸드의 차량을 뒤에서 받으며 리타이어했는데, 이때문에 머리 뚜껑 열린 슈마허가 맥라렌 개러지를 털러 간 해프닝도 있었다.[8] 물론 사전에 피트 크루들이 말려서 몸싸움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단순히 충돌 장면만 보면 왜 쿨싸드의 잘못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당시 쿨싸드는 한 랩 뒤져있는 백마커 상태라 옆으로 비켰어야 했다. 정확히는, 규정에 따라 슈마허를 앞으로 보내주기 위해 속도를 줄였는데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0도 시계에서 자리도 안 비키고 속도만 줄인 것이었다. 그것도 레코드 라인 상에서. 비가 많이 와서 앞이 안 보였던 슈마허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게다가 슈마허는 현역 시절 한 성깔 했으니 이런 상황이 나오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 키미 래이쾨넨이 이 서킷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2004년 맥라렌이 전반기에 망했을 때(...) 후반에 부활하면서 시즌 유일한 우승을 스파에서 거뒀고, 소속팀 페라리의 차량 퍼포먼스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09년에도 이 서킷에서만큼은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키미 본인도 이 서킷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다.[9] 물론 스파 역대 우승 1위는 아니다. 역대 1위는 그 분이다.
- 포뮬러 1이 시작된 이후 10번째로 그랑프리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 현재 F1 서킷 중 유일하게 7 km를 넘는 서킷이라 위닝랩을 달리지 않고 1번 코너 헤어핀의 피트 출구로 역주행하여 복귀한다.[10]
- 르망 프로토타입용으로 개발된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에보가 2017년 루이스 해밀턴이 예선전에서 기록한 1:42.553의 기록을 0.783초 차이로 갱신했다. 측정된 기록은 1:41.770. 물론 이 기록은 그 다음 F1 시즌에서 제바스티안 페텔에 의해 기록[11] 이 갱신되었다.
- 2018 wec 경기 도중 SMP 레이싱 소속 17번 차량이 오 루즈 통과 후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드라이버는 무사했다.
- 2019년 8월 31일 포뮬러 2 경기 도중 앙투안 유베르트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번째 랩, 라디옹에서 유베르트가 배리어를 친 후 서킷 바로 옆에 가로로 멈춘 후 후안 마누엘 코레아가 유베르트의 차량과 매우 빠른 속도로 충돌하여 일어났다.[12] 이는 2014년 쥘 비앙키 이후 FIA 주관 오픈 휠 레이스에서 첫 사망사고이다.
[1] 이 서킷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랩타임.[2] 이 서킷에서 열린 레이스 도중 기록된 가장 빠른 랩타임. 대회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3] 현 개최 중인 F1 서킷들 중 가장 긴 서킷이다. 그래서 가장 적은 44바퀴를 돈다.[4] 스트레이트 이후 처음으로 꺾이는 구간을 오루즈, 그 이후 가파르게 올라가는 코너를 라디옹이라고 한다.[5] 당시의 공도 구간은 현재는 공도로 사용하지 않는다.[6]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트랙션 확보가 안되면 F1 레이스카도 속도 줄여야 한다.[7] 간혹 부가티 시론이나 코닉세그 레게라같은 도로주행용 하이퍼카가 F1보다 빠르다는 헛소리를 내뱉는 사람에게 이걸 보여주면 데꿀멍시킬 수 있다. 그 이유는 후술.[8] 당시 슈마허는 상당히 험악한 표정으로 복면을 벗어재끼고, "이 새끼가 날 죽이려 들어?"라고 말하며 당장 한 대라도 칠 기세였다.[9] 근데 알파 로메오 공식 유튜브의 팀메이트간에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영상에서 키미의 최애 서킷을 묻는 질문에 안토니오 가 스파라고 답하자, 본인은 몬차라고 답했다.(...) 안토니오의 반응은 "ㅋㅋㅋㅋ X팔 그럼 그냥 아무거나 갖다 붙이면 되는거잖아."[10] 이것과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2012년에는 젠슨 버튼이 우승에 심취한 나머지 기쁨에 겨워 위닝랩을 달렸다(...).[11] 예선 2차전인 Q2에서 기록한 1:41.501.[12] 코레아는 죽진 않았지만 척추 부상과 복합골절을 입었고 사고 후 2주일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