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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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잔치국수는 한국의 전통적인 국수 요리 중 하나로 결혼식, 생일잔치, 환갑잔치 등의 행사에서 국수 가락처럼 오래 잘 살라는 의미로 차려진다. 삶은 국수 사리에 고명채(볶은 소고기, 제육, 호박, 당근, 달걀지단, 오이채)등을 얹고 고기육수(소, 돼지, 닭, 꿩)나 멸치장국을 부어내면 완성되는 간단한[1] 조리 방법으로 본래 많은 손님에게 빠른 시간에 식사를 대접하기 위한 음식이었다. 북한에서는 깽깽이국수라고 한다.
2. 특징
조선시대의 잔치는 단순히 초청한 손님 뿐만이 아닌 생판 모르는 지나가던 행인이나 거지에게까지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손쉽게 만들어서 누구에게나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필요했으며, 잔치국수가 이러한 역할을 해 왔다.[2] 물론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잔치국수를 만들곤 한다. 분식집 및 국수집에 꼭 들어가는 메뉴이며, 성당이나 교회 등에서 심지어 무료로 제공한다.
건면은 보관이 용이하고[3] 조리 시간이 짧아 최초의 패스트푸드로 여겨질 만큼 그때그때 손님에게 대접하기 좋다. 또 과거에는 한반도엔 밀이 귀했기 때문에 대접 요리로도 적당했는데, 우리나라에 메밀면이 발달한 이유도 밀가루를 구하기 어려워서이다. 대장금에서도 장금이가 임금 생일 때 쓸 밀가루(진가루)를 잃어버려 고생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밀가루가 흔해지기 시작한 것은 미군정 이후 본격적으로 밀가루를 '''대량'''으로 원조(援助) 받고, 이후 분식 장려 운동까지 추진된 이후다.
오늘날에도 잔치 이후 하객들에게 대접하는 대표적인 음식이고, 결혼식 피로연에 많이 대접하는 특성상 아직 결혼 안한 총각 처녀들에게 '그래서 국수 언제 대접할 거냐'는 식으로 농담을 거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이 해 먹는 요리이기도 하다. 약간 변형된 발음으로 '국시(кукси)'라고 부르며, 이는 강원, 경상, 전남, 함경지방의 방언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잔치국수와는 달리 국물이 차고[4] 고기가 좀 많이 들어가는 것이 차이점.[5]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멸치국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닭고기나 쇠고기 등으로 만든 다른 육수를 쓰는 경우도 있다. 먹기에 간편한 음식이니만큼 인스턴트 식품으로도 개발이 많이 되었는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군납 제품으로 유명한 멸치 쌀국수, 농심에서 개발한 후루룩 국수 등이 있다.
조리법이라 해봐야 멸치 육수에 소면을 삶아 넣기만 하면 되고, 거기에 딱히 필수적인 고명은 없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면 요리이나 특징이라고 하면 온도가 중요한 음식으로 너무 뜨겁게 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잔치국수의 다른 이름이 온면(溫麵)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면을 삶은 후 찬물에 식히거나 따로 놔둬 식혔다가 적당히 뜨거운 멸치육수에 담아 내어 먹기 좋은 따뜻한 온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술집 등에서 부메뉴로 잔치국수를 면도 국물도 방금 만들어 뜨거운 채로 말아 나오는 곳이 있는데, 먹어보면 정말 밍밍하고 맛이 없다. 따뜻하고 면발도 부담 없는 두께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엄청 많은 양도 순식간에 입 속으로 후루룩 넘겨 순삭시킬 수 있는 먹기 쉬운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자칫 그만큼 과식하기도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비슷한 예로 짜장면 역시 너무 뜨거우면 맛이 급격히 떨어진다.
3. 요리 방법
3.1. 재료
- 소면 또는 중면: 엄지 첫째마디와 검지로 원을 만든 만큼을 집으면 1인분.[6] 참고로, 잔치국수 전문점에서는 중면을 쓴다. 소면은 비빔국수용으로 더 많이 쓰인다.
- 물
- 다시마: 너구리 사이즈의 2배가 적당하다.
- 국물용 굵은 멸치와 디포리(말린 밴댕이)[7]
- 그 외 준비물: 계란지단, 쇠고기, 애호박, 김치, 국물용으로 말린 표고버섯이나 양파를 넣어도 무방하다. 바지락도 괜찮다. 고명은 대체로 오방색을 맞춰서 올리는 편이다(노랑-노른자지단, 하양-흰자지단, 파랑-호박채, 빨강-당근채나 김치, 검정-김가루나 표고).
3.2. 과정
- 물을 팔팔 끓인 뒤, 소면을 넣는데 끓어 넘치기 쉬우니 자리를 비우지 않도록 한다. 면을 삶는 시간은 1분 30초에서 2분 정도로 가정마다 화력이 다르니까 처음 할 때 면이 익는 시간을 기억해 두면 좋다. 면을 넣고 중간에 2번 정도 찬물 반 컵씩 넣어가며 끓이면 면이 더 쫄깃해진다. 단, 찬물을 넣고 다시 팔팔 끓어오르면 넣는다. 면이 다 익으면 바로 찬물에 헹궈주자. 헹궈주면 면이 더 쫄깃해진다.
- 멸치장국을 낸다. 멸치는 내장을 제거해서[8] 준비하고 다시마를 쓸 경우 젖은 행주로 한 번 닦는다.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고 끓여주고, 물이 끓으면 멸치를 넣고 12분 정도 끓이는데[9] 오래 끓이면 비린내가 나기 쉬우니 주의할 것. 맛술이 있다면 한 큰 술 정도 넣어도 좋다. 12분 후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내고 간을 한다. 기호에 따라서 바지락을 넣어서 국물을 내기도 한다. 시판하는 국시장국을 써도 된다. 내륙지방에서는 물에 간장만 풀어 먹기도 한다. 더운 여름날 불 앞에 오래 서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간단히 하는 쪽이 더 낫다. 면 삶는 시간은 오래 안 걸리니까.
- 소면과 멸치장국을 섞는다. 소면을 찬물에 헹궜으니 멸치장국은 팔팔 끓어 뜨거울 때 붓는다. 조금 요령을 부리면 소면에 장국을 부어 면을 데운 뒤 장국만 덜어내서 다시 끓여 부어주는 토렴을 해줘도 좋지만 그냥 팔팔 끓은 장국을 부어도 무방하다.
- 고명을 얹는다. 현재의 잔치국수에서 사용되는 고명은 흔히 달걀지단, 오이, 김 등이 사용되지만 본래는 그냥 김치를 가볍게 씻은 것을 고명으로 사용했다. 이때 그냥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빼는 것이 좋다.
3.3. 참고사항
- 육수는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할 수가 있는데, 남에게 대접하는 게 아니고 간편하게 먹을 거라면 끓는 물에 멸치 다시다를 약간 넣어도 제법 먹을 만 하다. 질 나쁜 멸치 육수보다 낫다는 사람도 많다. 넣는 양은 입맛에 맞게 각자 알아서 넣으면 된다. 하다 보면 감이 잡힌다.
- 가게서 파는 것을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멸치, 양파, 다시마 등 여러 가지를 넣고 푹 삶으면 국물이 나온다.
- 다시마는 너무 오래 삶으면 끈끈한 물이 나오고, 국물의 다른 재료의 맛 성분이 오히려 다시마로 흡수되므로 국물 맛이 나빠진다. 찬물에서부터 넣어 끓이고, 끓어오르면 잠시 두었다가 건져내는 것이 좋다. 건진 다시마를 버리지 않고 찬물로 씻어 끈끈한 성분을 제거하고 폭 2mm 이하로 잘게 채썰어 꾸미로 조금 올려도 된다.
- 면을 삶을 때는 좀 큰 냄비나 솥에 물을 넉넉히 끓이는 것이 좋다.[10] 물이 적으면 소면에서 전분이 나와 죽처럼 삶아질 수도 있으니 주의. 면이 냄비 바닥에 붙지 않게 잘 저어주며 끓일 것. 물이 너무 모자란다 싶으면 물을 더 부어주면 되는데, 면 양이 많을 때엔 찬물을 많이 넣으면 다시 끓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불어버리므로 뜨거운 물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 보통 소면 포장지 뒷면에 국수 조리법이 적혀있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읽어볼 것. 자사 국수장국을 쓰라는 것은 무시해도 좋다. 익히는 시간은 끓이는 양과 화력에 따라 편차가 크며, 쫄깃하게 익히기 위해 찬물을 중간에 붓는 횟수에 따라서도 달라지니 포장지 내용을 전적으로 믿지 말고 면을 보며 직접 판단하자.[11] 한 가닥 건져 먹어보는 게 가장 확실하다.
- 멸치 내장을 제거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멸치 배 부분을 잡고 꼬집어 떼어내면 검은색 내장이 떨어진다. 멸치 몸통을 한 번 더 확인해서 남은 내장이 있으면 마저 제거할 것. 기름기 없는 프라이팬에 센불로 살짝 볶아 쓰면 비리지 않아 더 좋다.
- 애호박은 새우젓으로 간한 뒤 기름에 살짝 볶아서 올린다. 뜨거운 국물에서 더 익기 때문에 너무 볶으면 씹히는 맛이 없어져 안 좋다. 일반적인 호박볶음 요령은, 설익힌 위에 불을 끄고 조리도구의 잔열로 마저 익히는 것.
- 어쨌든 면 익히는 시간 조절만 잘 하면 나머지는 굉장히 쉽기 때문에 겁 먹지 말고 도전해 보자. 정 자신 없으면 시판 국수장국 양념을 넣고 국물을 끓이면 그만이다. 아무래도 야매다보니 멸치 육수보단 맛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12]
- 금방 끓인 육수를 넣는 대신 냉장고에 차게 식혀서 넣으면 시원하고 맛있는 냉멸치국수가 된다. 주로 더운 여름에 많이 먹는다.
- 양 조절은 손가락으로 하거나 요리 프로그램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상관 없지만, 저울을 하나 구하는 게 제일 확실하고 편하다. 국수뿐 아니라 무슨 음식이든, 계량하는 습관을 들이면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맛과 양이 왔다갔다 하는 일은 없다.
- 간을 할 때 따로 양념 간장을 내어 올리기도 한다.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깨, 다진 파와 마늘 등을 넣어서 만든다. 양은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넣으면 된다.
4. 여담
양의 조절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적당한 기분으로 국수를 손님께 내어드릴 경우 손님 배 터지거나 굶는 모습을 볼 수 있다.[13] 매우 쉽게 간식으로 먹을 수 있으니 자주 해먹는 것도 좋지만, 변화를 주고 싶다면 소면을 장국에 넣지 말고 그대로 먹거나, 참기름만 뿌려 먹어도 별미. 초고추장을 뿌리면 비빔국수가 된다. 노인층 중심으로 집에서 그렇게 먹는 사람들이 꽤 많다. 베이스가 베이스인지라 스파게티 면을 집어넣지 않는 이상 무슨 면이든 맛있다.
유래가 유래다보니 가정집이든 식당이든 맛이 고만고만한 편이다. 특별히 엄청나게 맛이 있지도, 그렇다고 없지도 않은 게 보통이다.
상당한 고칼로리 음식이다.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밀가루로 된 면이 주성분이다 보니 상당한 양의 탄수화물을 자랑하며, 밥과 달리 후루룩 후루룩 잘 넘어가다 보니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먹다가 '''진짜 배가 터질 때'''쯤에 그만 먹는다. 그리고 거의 순수한 탄수화물이다 보니, 체내에서 소화되면서 혈당량이 급속도로 올랐다가 혈당량이 떨어지면 또 다시 허기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 먹게 된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의 국수류가 그렇지만,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은 아니다. 유튜브 2011년 영상이 아직까지도 유명하다. 곱배기 국수 6그릇 순삭. 일반인은 따라하면 큰일난다.
질 좋은 국물 멸치를 쓰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당근과 호박 채친 것[14] 을 따로 익히기 귀찮으면 국수 장국물에 넣어 같이 끓여도 된다. 그러면 칼국수와 비슷하지만 면만 따로 준비한 셈이라 맑은 국물이 된다. 그럴 때는 채소가 너무 익지 않고 젓가락에 잡히도록 주의하는 게 포인트인데, 국수장국을 낼 때는 약간만 끓이므로 조금 요령이 생기면 시간 맞추기가 가능하다.[15]
5. 관련 문서
[1] 물론 고명과 육수 등 밑준비가 번거롭지만, 일단 준비를 해 놓으면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조리해서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간단하다. 결혼식에 몰려드는 하객들을 간편히 대접하기에는 최고의 메뉴.[2] 의외로 조선시대까지는 이름 모를 나그네에게 흔쾌히 저녁상과 방을 내어줄 정도로 인심이 후했는데 이는 고려시대까지 한반도의 국교역할을 한 불교, 조선시대 때 주류가 된 유교의 가르침 때문이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자기가 이럴 정도로 인성과 재산이 좋다는 것을 과시하는 측면이 강했다. 게다가 당시엔 화폐 경제와 교통 수단의 미비로 그렇게 많은 여행객들이 돌아다니는 시기도 아니라서, 이런 과객은 몹시 드물게 나타나는 편이었기에 그다지 부담도 안 되는 편이었고. 또한 여행객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타지의 정보를 얻기도 했다.[3] 소면의 유통기한은 수 년에 달한다. 수 개월 수준의 라면과도 큰 차이.[4] 꼭 차갑게만 먹는 건 아니다.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기도 한다.[5]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미할 스파소프 아슈미노프가 선보였다.[6] 집밥 백선생에선 500원짜리 동전 정도의 면적이라고 설명한다.[7] 멸치나 디포리나 둘 중 하나만 넣어도 맛있고, 섞어서 육수를 내도 맛있다.[8] 일부 지역에서는 이 과정을 멸치 똥을 뺀다고 한다.[9] 물론 제대로 하려면(특히 대량 조리를 할 때) 3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괜히 오랫동안 우리라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10] 어지간한 요리의 포인트는 큰 솥과 고화력이다.[11] 어차피 포장지에도 1~2분, 3~4분 등으로 대략의 시간이 쓰여 있다.[12] 충분히 넣으면 맛은 확실한데, 거의 사먹는 것에 준하는 비용이 들 것이다.[13] 부족하면 사리를 더 삶아넣고 간을 다시 맞춰 주면 되긴 한다.[14] 그 외에 건더기 고기도 있다면 포함.[15] 단, 이것은 '''가족용'''으로 할 때고, 그릇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고명은 따로 준비하는 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