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

 



土着倭寇
1. 개요
2. 유래
3. 비판
4. 기타


1. 개요


대대로 그 땅에서 살아옴을 뜻하는 '토착'(土着)[1]과, 전근대 일본의 해적집단을 가리키는 단어인 왜구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한국의 신조어이다.
근래에 사용되기 시작한 신조어 같지만, 이 단어의 원형이자 준말인 '''토왜'''는 놀랍게도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이용된 단어였다. 토왜가 가리키는 자는 같은 한민족이지만 왜인보다도 적극적으로 매국 행위를 일삼은 자로서, 침략 왜구가 조선에 귀순해서 토착인이 된 경우인 항왜나 근현대에 일본인이 한반도에 이주한 경우인 재한일본인과는 구분된다.
실제 진짜 왜구 중에도 일본 열도(혼슈 출신 뿐 아니라 류큐 등) 출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조 시기의 통일신라나 고려, 조선 등 한반도 국가 출생으로서 왜구 등 해적에 가담하여 노략질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이 전부 일본인 해적단 소속으로서 왜구인 것은 아니었고, 왜구가 아닌 다른 나라 쪽 해적단임에도 불구하고 왜구인 척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왜구왕 왕직으로 이 왜구는 명나라 출신이다. 자세한 것은 항목 참조.
토왜는 해방 이후에 복잡한 현대사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사어가 되어버렸지만, 2019년 초 역사학자 전우용에 의해 '''토착왜구'''로 변형되어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작 전우용은 토착왜구가 자신이 만든 단어가 아니라면서 본인에게는 토착왜구 단어의 저작권이 없다고 말했다.
전우용이 역사 속에 묻혀 있었던 토착왜구를 재발굴한 이래로 토착왜구는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등지에서 쓰는 사람만 쓰는 은어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경원 전 의원의 반민특위 발언이 사회적인 논란를 일으키게 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일본의 국가적 도발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난 뒤에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크게 늘어났다. 네이버 데이터랩, 토착왜구 검색어 추이 일본의 우경화에 따라 일본이 명분없는 군사적 도발경제 제재를 자행하고 있는 이 시국에 덮어놓고 일본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언론이나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표면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는 친일파의 용례를 일부 대체하여 진보 진영이 일본과 친일반민족행위자에 우호적이다고 매도하기 위해서 비난할 때 사용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구체적인 용법은 소설작가 조정래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 즉, 과거 일부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진보 성향의 사람을 빨갱이로 매도했던 것과 똑같이 일부 진보 진영에서도 보수 진영을 매도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토착왜구는 보수가 새롭게 말려들어가게 된 프레임으로, 보수와 진보가 빨갱이, 토착왜구와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서로를 몰아가는 프레임 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독재자 후예" "좌파독재"...총선 앞두고 시작된 여야 '프레임 전쟁' 수십년 동안 빨갱이로 매도 당해온 진보 진영과는 달리 보수진영은 이와 같이 직설적인 언어로 매도당한 역사가 없기 때문에 토착왜구 프레임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김문수 “지금은 토착왜구 아닌 토착빨갱이 몰아내야 할 때” 정치권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와같은 매도성 발언을 반복한다면 상호협력을 통한 건설적인 사회 건설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2019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자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창작 이미지와 구호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행했으며, 유명한 보수 진영의 후보들을 중심으로 일본과 억지로 연관지은 각종 루머들이 난무했다.

2. 유래


2019.3.18 [뉴스줌인] ‘토착왜구’ 어원은?

KBS 뉴스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의 유학자인 정암 이태현(1910~1942)이 쓴 "정암사고(精菴私稿)"라는 산문집에서 '토왜(土倭)’라는 말이 친일부역자란 뜻으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학자 전우용은 정암 이태현이 그 말의 창안자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서 많이 쓰다 보니 지식인의 문집에도 등재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
실제로 KBS의 보도보다 이른 시기에 언론이나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문헌 등에서 토왜가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이용된 것이 확인된다. 팩트체크, 토착왜구 뜻하는 '토왜(土倭)' 1908년에 처음 사용
1908년 4월 5일자 대한매일신보
[image]
▲壹團厲氣凝聚하야 一進會가 生出이라 大和魂魄換着하니 土倭之稱難免이라 自衛團의 兼毒으로 傳染病이 熾盛하니뎌 心腸을 淸潔하지
토왜는 1908년 4월 5일자 대한매일신보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이 기사에서는 역병의 기운이 모여 일진회(一進會)가 나타나 일본의 혼백으로 옷을 바꿔 입으니 토왜(土倭)라 불리기를 면하기 어렵다고 서술하고 있다.#
1910년 6월 22일자 대한매일신보
[image]
<土倭天地=None>
▲獰風猛雨此天地에 許多人種化出하니 土倭種類遍滿하야 蠧國病民통歎일셰
▲國家事는 何如턴지 一時浮榮圖得할졔 此約彼條藉功하며 別般運動密勿하니 이것도 土倭
▲韓面日腸相雜하니 倀鬼輩의 行色이라 何等聲明煽唱인고 暗裏凶計舞弄하니 이것도 土倭
▲兵力하에 依庇하야 各地方에 出沒하며 奪財겁奸恣行하니 指使者의 惡行이라 이것도 土倭
▲分憂責을 自負하고 鼻息下에 聽令할졔 無辜良民鞭撲하야 千인坑塹陷落하니 이것도 土倭
▲幾分月銀摘食할졔 睚眦怨을 欲報하야 搆虛날誣秘探中에 流毒生靈慘虐하니 이것도 土倭
▲殊方語學稍解하면 一爪牙를 甘作하고 債錢으로 作奸하야 奪人家産無餘하니 이것도 土倭
1910년 6월 22일자 '대한매일신보'에는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이 실렸으며, 토왜(土倭)를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간의 종류(人種)’으로 규정하고 아래와 같이 분류했다.#
  • 뜬구름 같은 영화를 얻고자 일본과 이런저런 조약을 체결하고 그 틈에서 몰래 사익을 얻는 자. 일본의 앞잡이 노릇하는 고위 관료층
  • 암암리에 흉계를 숨기고 터무니없는 말로 일본을 위해 선동하는 자. 일본의 침략행위와 내정간섭을 지지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 일본군에 의지하여 각 지방에 출몰하며 남의 재산을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 친일단체인 일진회 회원
  • 저들의 왜구 짓에 대해 원망하는 기색을 드러내면 온갖 거짓말을 날조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독을 퍼뜨리는 자. 토왜를 지지하고 애국자를 모함하는 가짜 소식을 퍼뜨리는 시정잡배
일제의 언론탄압으로 인해 대한매일신보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에서는 토왜가 상대적으로 적게 등장하는 편이지만, 민간에서는 국권침탈의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매국노를 비난하는 말로 토왜 표현을 널리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의병장 유인석이 동료 의병에게 보낸 편지에는 "오늘날의 정세는 예전과 크게 다릅니다. 토왜가 경외(京外)에 두루 차 있고, 왜병 수만이 나라 안에 포진해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문인 황현이 의병장 임병찬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기치를 세우고 북을 울리기가 바쁘게 토왜의 표적이 되는데 어떻게 앞길에 격문을 보내고 선성을 울릴 수 있으리까"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 외에도 통감부 문서, 동아일보, 잡지 개벽, 매천야록, 기려수필, 소의신편, 관동 창의록, 관란재 일기 등의 자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토왜로 지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토왜는 해방 이후에 친일파 처벌 문제가 부상함에 따라서 다시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에서는 토왜가 해방이 되고도 죄값을 치르지 않고 멀쩡히 살아남아 동족을 빨갱이로 매도하여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했으며, 경향신문, 공사의 분간 동광신문은 친일파의 범위를 너무 넓게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광신문, 친일파와 그 처벌 문제, 범박한 토왜규정은 천부당만부당한 일
전반적으로 토왜의 사용 시기는 1904년부터 1910년까지의 국권침탈기와 일제강점기 전후에 몰려있는 걸 볼 수 있다. 국권침탈기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본격적으로 대한제국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한 시기로, 이 시기에는 조정의 친청파와 친러파를 몰아내고 내각을 장악했던 친일파의 전횡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갑신정변 이래로 국권침탈에 앞장서온 이들은 국왕도 무시하고 맘대로 조약을 체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이 때의 친일파는 이미 국익을 위해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현대보다 한자어의 사용에 민감했던 당대의 사람들은 그들을 더이상 친일파라고 부르지 않고 토왜라고 불렀다.

3. 비판


단어 자체가 강한 공격성과 혐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조금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도 친일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데에 사용된다. #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던 금태섭 의원도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들을 ‘토착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이라며 당을 탈당하였다. # 진중권 교수도 2020년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의 논란에 대해 "김원웅씨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그 경박함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지적했다. #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을 공격할 때 쓰이는 빨갱이처럼,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을 공격할 때 쓰이는 단어로 정착되었다. 과거의 보수가 종북몰이를 한 것처럼 좌파 진영에서 친일사관과 무관한 보수, 정치에 관심없는 단순한 일뽕, 더 나아가 정치적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까지 싸잡아 토착왜구라고 친일몰이를 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왜구'는 '일본해적(적군)'이란 뜻이므로 '토착중공군', '토착인민군'[2]과 대응할 수 있는 뜻인데, 이는 보수주의자를 비하하는 동시에 과거 우리 민족을 학살한 '적군'과 동일시하는 의미다. 만약 학살, 약탈전쟁범죄를 저지른 적군을 옹호하는 자, 이 적군과 맞서 싸운 국군/아군을 존중하지 않고 하찮게 여기거나 비난하는 자, 매국행위하는 자가 있다면 '토착~(적군)'라고 비판할 순 있지만 근거도 없이 정치성향이 다르다거나 특정 당/정치인을 비판 혹은 옹호한다는 등 따위의 이유로 악의적으로 비난한다면 명백한 허위사실유포명예훼손이다.
또한 현재 이 단어의 쓰임이 자국민 낙인 찍기용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빨갱이라는 단어와도 매우 비슷하다는 의견 또한 일부 있다.
21대 총선 직후 윤미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윤미향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비판 여론에 대해 "정의연 공격하면 토착왜구"라면서 맞섰고 심지어 이용수 할머니마저도 토착왜구라며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의 해당 문단 참조.

4. 기타


아직 와패니즈라는 용어가 한국에 알려지기 이전이었던 2000년대에도 친일, 혐한 성향의 서양인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런 서양인을 부를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3] 일부 반미 진영에서는 이들을 일컫는 멸칭으로 토착왜구의 바리에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서양왜구", "양키왜구"라는 단어를 드문드문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1] 이 단어가 다른 접미사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로 '토착민'(土着民)이 있다.[2] 6.25 전쟁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조선인민군[3] 미술사 용어인 자포네스크를 와패니즈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