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왜

降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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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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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순한 일본인들을 가리키는 말. 반대 개념의 단어로는 순왜가 있다. 순왜는 일본에 귀순한 조선인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대표적으로 국경인.[2] 여담으로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진짜 '''일본인''' 배우가 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제법 있다. 오타니 료헤이와 타케다 히로미츠가 대표적인 케이스.

2. 탄생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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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시대를 종식시킨 후, 대륙(중국) 정벌을 명분으로 하여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이 임진왜란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휘하의 병력 뿐 아니라 그에 의해 무력으로 점렴당한 쪽의 세력도 적지 않게 참전하고 있었는데,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당연히 도요토미에게 적지 않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비록 패하긴 했으나, 이들이 이전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던 상대였던 히데요시의 명령을 받아 타국 땅까지 가서 전투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당시의 일본은, 고려 시절부터 650여년간 중앙 집권적 통일 국가를 유지해 온 조선에 비해, 120년 이상 분열된 채로 살아왔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일본인'이라는 국가관이 희박했다. 전국시대에는 가신이 주군을 배신하는 하극상이나, 가신이 다른 주군에게 옮겨가는거나, 한 번에 두 가문을 섬기는 행동[3]은 지극히 흔히 있는 일이었다. 어떤 가문에서 무공을 세우고 그 무공을 증명하는 문서인 '간죠(感狀)''를 받아서 다른 가문으로 옮겨가거나, 다른 가문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 받거나 주군에게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다면 옮겨가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배신'이라는 의리 없는 행동으로 여겨진 것도 아니었고 흠잡을 만한 일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 명의 주군을 말 그대로 끝까지 섬기는 '충'을 다한 사람이 지극히 드물었다.[4]
전국 시대 사무라이 계급의 일반적인 의식이란, 에도 시대 이후에 생각하듯이 '충'에 모든 것을 걸고 목숨을 바치는 광신적인 가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지극히 실리적으로 상황에 따라서 편을 바꿔가면서 이득을 취하는 사무라이가 대부분이었다. '충성스러운 무사'보다는 차라리 '용병'에 가깝게 살아가는 자들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용병으로서 대가를 받을 동안은 신의를 지켜야 하고 정면으로 배신을 때린다면 평가는 크게 실추하지만[5] 그런 게 아니라면 주인을 바꾸는 것은 크게 매도당할 일은 아니었고, 특히나 말단 무사일수록 그런 것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사정상 다른 일할 곳을 찾겠습니다.’ 처럼 좋게좋게 떠날 경우 오히려 원래 주군이 소개장을 써주는 일도 흔했다.[6] 이렇듯 일본 전국시대의 사무라이 사회는 의외로 현대의 직장생활과 상당히 흡사한 부분이 많다. 일본에서도 전국시대를 해설하는 교양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에서 직장생활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예가 많은 편. 다만 현대 직장생활에는 일본 전국시대처럼 총칼과 같은 폭력이 사용되지 않을 뿐이다.
이는 일본만이 아니라 외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 등의 해외 왕조에 이미 일본인 무사가 고용되었다는 기록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당시 일본 무사들은 다른 나라의 군주에 고용되는 것도 전국 시대에 한 무사가 다른 영주 휘하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미 히데요시에 불만이 있고, 조선 조정에 고용되어 대우를 받을 만한 자신이 있다면, 전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전쟁 초기부터 불만을 품은 일본군 병사들이 조선에 귀순하거나 투항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일본군 무사들이 탈영을 막기 위해 본진에 목책을 설치하기도 할 정도였다. 당시에 투항한 항왜들 가운데에서는 일반 병사들이나 무사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김충선이나 여여문 등의 장교급들까지 있었다.

3. 귀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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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조정은 전쟁 초기엔 귀순해온 일본군 병사들을 의심하여 처형하기도 하였다.[7] 그러나 이들이 전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에는 조선 조정이 일본군의 귀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후로 항왜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그 수가 1만이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교차 검증이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한양으로 몰려든 항왜들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조선 조정이 이들을 분산 배치할 필요성을 느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했었고, 임진왜란이 끝난지 30년 가까이 지난 이괄의 난 때도 100명이 넘는 항왜를 동원한 것으로 보아 최소 수천명의 항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총포술에 지식도 있는 데다가 전쟁 경험이 풍부하여 왜란 당시 큰 활약을 하였다. 또한 당시 전투 기술이 열악했던 조선군에 총포술과 검술 등을 퍼뜨리는 데에도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았다. 특히 여여문은 항왜 장수들 가운데에서도 선조의 총애를 받아서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선조가 크게 상심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4. 왜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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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옷을 입고, 조선의 말을 쓰고

조선의 틈새에서 살더라도.

우린 그저 그들에게 빌어먹을 왜놈일 뿐이오.

내 아무리 스스로가 불변(不變)하다 말하여도..

이 세상이 끝내 변해버린 것이라면..

나 역시도 그저 변한 것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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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칼부림 中

임진왜란 이후에도 항왜인들은 상당 기간 동안 조선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마을에서 일본 풍습을 유지하고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8] 일부는 전쟁 당시 천애고아가 된 조선인 소녀들을 데려다 결혼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손을 두기도 했는데 그 자손들 역시 일본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괄의 난 당시 이괄이 가장 신뢰하던 부대도 항왜 150명으로 구성된 정예 부대였는데, 사무라이도 아닌 아시가루임에도 태생적으로 날붙이 등의 냉병기를 잘 다루는 일본인들인지라 조선에서는 일당백을 재현해냈다.[9] 조정에서는 이들의 전투력이 막강함을 알고는 동래 왜인들을 1천명 정도 고용하여 막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왜인을 왜인으로 막는다는 것은 잘못된 계책이라며[10] 반대가 심해 무산되었다. 이원익은 "걔네들에게 1천명만 보내라고 하면 과연 1천명만 보내겠습니까? 그리고 더 많이 오기라도 하면 임진왜란 꼴 나지 말라는 보장 있습니까?"라고 주장하면서 반대론의 선봉에 섰고 처음엔 하도 다급해서 에라 모르겠다 청하고 봅시다!라던 여론이 즉각 반대로 선회했다. 참고로 당시 동래 왜인들은 대부분 군인이나 무사도 아닌 상인들이었다. 실록을 읽어보면 '너네끼리 죽어라'는 발상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다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당시 조선에선 일본인병사가 전투종족으로 보인 모양이다.
이괄의 난과 이후 병자호란 당시에도 투입되었는데 병자호란 당시 이들의 나이는 대부분 60대였다.[11]
김충선(金忠善, 일본 이름은 사야카沙也可)은 항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괄의 난 당시에도 조정을 위해 싸웠을 뿐 아니라 병자호란 최대의 참패로 꼽히는 쌍령 전투에서도 패주 대열의 후열에서 추격해오는 청의 군사들을 막아내 조선군의 전멸을 막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경상도 우록동에 자리를 잡고 여생을 보냈고 후손을 남겨 우록 김씨(友鹿 金氏)의 시조가 되었다. 이 외에도 검술에 능해 조선군의 훈련을 맡았고 울산성 전투에도 참가했던 여여문(呂汝文, 일본 이름은 요여문要汝文)[12] 과 함박 김씨(咸博 金氏)의 시조인 김성인(金誠仁, 일본 이름은 사여모沙汝某)[13]이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왜인 마을은 시간이 지나자 명나라 유민의 마을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압박을 받아 조선 사회에 차츰 동화되어 사라지게 된다. 아마 통혼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군인이었기에 남성이었을 테고 자식을 남기려면 조선인들과 결혼했어야 했을테니... 적어도 항왜의 자손 대에 이르면 정상적인 결혼이 일상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조선 정부는 외부 이민자들이 자기들끼리 풍속을 유지하는 건 모른 척하고 봐줄 생각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거나 독신으로 사는 것은 그닥 봐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살고 싶으면 어차피 조선인이 되지 않을 방법도 없었다.[14] 따라서 지금에 와선 당시 항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집단은 한국에 없다. 그리고 반대로 임진왜란 당시 건너간 조선인 커뮤니티도 일본이 급격히 중앙 집권화를 겪은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중세에는 이런 경우가 상당히 흔했다. 프랑스의 예를들면 전쟁으로 치고 박으면서 영국계나 독일계 혈통도 섞인데다가 노르망디에서 왕과 거래해서 충성을 바치는댓가로 농사지을 땅을 받은 노르만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대에도 여전히 뽀글머리 라틴족이 대부분이다.

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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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효내
• 기오질기
• 김성인
• 김충선
• 난여문
• 노고여문
• 노부토키로
• 마고토키로
• 사고여무
• 사백구
• 사쇄문
• 산여문
• 서아지
• 신시로
• 야시로
• 야여문
• 오카모토 에치고
• 요질기
• 여문연기
• 여여문
• 염지
• 준사
• 첨지
• 평구로

6.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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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왜

[1] 사진의 인물은 네이버 웹툰 칼부림의 김충선. 가장 유명한 항왜로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임진왜란 부분에 짧막하게 항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표적인 인물'''로 이름이 올라와있다.

[2] 다만 두 개념이 배신이라는것만 빼고 정반대냐면 꼭 그렇진 않다. 항왜는 대다수가 자발적이었겠지만 순왜는 대다수가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 때문에 조정에서도 다시 투항할것을 권하기도 했다.

[3] 대표적 예가 아시카가 쇼군가와 오다 노부나가를 동시에 섬긴 아케치 미츠히데.

[4] 물론 이런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한 명의 주군을 오래 섬긴 무사는 '후다이'라고 해서 가문의 중신으로 대접받긴 했다.

[5] 특히 아케치 미츠히데 같은 다이묘가 그러면 더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기 쉽다.

[6]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고참 가신 토리이 모토타다의 경우 이에야스가 모토타다의 공적을 치하하며 간죠를 써 주겠다고 하자 모토타다가 "그런 건 다른 가문으로 옮겨갈 때나 필요한 거니 저에겐 필요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이런 부분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7] 대표적인 항왜 출신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김충선이 일본 학자들로부터 존재를 의심받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충선이 투항했다고 전하는 시점에서는 조선 조정에서 항왜들을 첩자로 간주하고 투항하는 족족 죽이고 있었는데 아무리 '조선에서 받드는 중화의 문물을 사모해서'라는 이유가 있다고 한들 가면 일단 죽일 게 뻔한데 쉽사리 항복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 다만 이에 대해서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에서 김충선의 이름이 실제 언급되고 해당 기록들을 믿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묻혔다. 다만 아직 일본 측 위키 같은 곳에서는 그 무렵에 김충선으로 개명한 항왜가 실존은 했을지 몰라도 그렇게까지 이름있는 위치는 아니었을 거라고 주장.

[8] 물론 언급했다시피 일본인이라는 국가적 공동체 의식은 희박했으므로 그냥 자기네들이 살던 곳의 풍습이라고 하는게 더 맞겠다.

[9] 아시가루라고는 하나 바로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틈만 나면 일어났던게 일본이었던 만큼 사무라이들에는 못미쳐도 적어도 전투경험이 있다는 점으로 인해 무시할 거리는 못된다.

[10] 당시 조정에서 동래 왜인들을 통해 조정의 상태가 일본에 알려질 것을 우려하여 쓰지 않았다고도 한다.

[11] 다만 왜인 마을이 얼마 동안 유지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자녀들도 항왜로 취급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12] 일본어로는 요나몬(ようなもん)에 가까운 발음으로 추정된다.

[13] 일본어로는 사나보(さなぼう)에 가까운 발음으로 추정된다.

[14] 이건 임진왜란 후에 남은 명나라 장병들이나, 명나라 망하고 조선으로 망명한 대륙 유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당시 조선에서 현재 차이나타운과 비슷한 마을을 세우고 자기네 풍습을 유지하며 살았는데, 세금이나 군역 없이 재조지은 운운하며 배째라 하다가, 숙종 때 와서 모조리 정리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