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고르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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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신생대 올리고세 후기부터 플라이스토세 전기까지 아시아와 남극을 제외한 전세계 바다에서 널리 번성하다가 멸종한 치익목의 바닷새의 일종이다. 속명은 그리스어로 바다를 뜻하는 '펠라고스(πέλᾰγος, pelagos)'와 새를 뜻하는 '오르니스(ὄρνις, ornis)'를 합친 '바다의 새'라는 뜻이다.
2. 상세
팔레오세 후기부터 플라이스토세 전기까지 전세계 해안과 대양의 하늘을 주름잡았던 일군의 바닷새들이 속한 분류군인 펠라고르니스과의 대표격으로, 펠라고르니스과는 명명된 직후 한동안은 해부학적 측면에서의 유사성을 근거로 사다새목(Pelecaniformes) 또는 슴새목(Procellariiformes)의 일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계에 제출된 분석만 하더라도 가히 백가쟁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펠라고르니스과와 여타 조류들 간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일례로 사다새목과 슴새목 간의 미싱링크로써 황새목(Ciconiiformes), 아비목(Gaviiformes) 등과 함께 수조류(Aequornithes)라는 분류군을 이룬다고 주장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와 달리 안세리모르파이(Anserimorphae)[1] 와 근연관계에 있으면서 오돈토안세라이(Odontoanserae)라는 상위 분류군을 구성하는 오돈토프테릭스목(Odontopterygiformes)의 일원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도 조강 내에서 펠라고르니스과 조류들의 계통분류학적 위치가 어디쯤인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는 여러 분류군에서 주로 나타나는 해부학적 형질이 복합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일례로 방형골의 턱뼈돌기가 2개뿐이고 팔목뼈와 손바닥뼈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장골의 두상골돌기가 두드러지는 형태를 하고 있는 등 두개골과 아랫팔뼈에서는 기러기목 조류들과의 유사성이 확인되지만, 윗팔뼈와 복장뼈, 뒷다리뼈 등의 경우 오히려 수조류에 속하는 새들과 비슷한 형질을 보인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평가다. 여기에 펠라고르니스와 그 친척뻘 조류들의 화석 자료가 대부분 두개골이나 사지뼈의 일부 등 파편적인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온전한 형태로 발굴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문제도 있는데, 이처럼 열악한 화석 보존률 탓에 펠라고르니스과로 분류되는 조류들 대부분은 사실 서로의 동물이명인 것이 아니냐는 의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2]
펠라고르니스 또한 여타 친척뻘 조류들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아서, 팔라이오케노이데스(''Palaeochenoides'')나 팀파노네시오테스(''Tympanonesiotes'') 등 학술적 유효 여부가 불명확한 몇몇 속이나 프세우도돈토르니스속(''Pseudodontornis'')의 모식종인 롱기로스트리스종(''P. longirostris'') 같은 일부 종의 경우 펠라고르니스속의 동물이명 내지는 신규 구성원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현재 펠라고르니스속의 일원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종은 프랑스 제르(Gers) 주[3] 의 코퀴예 몰라세층(Molasse Coquilliere Formation)에서 발굴된 왼쪽 상완골 화석을 모식표본으로 삼아 1857년 모식종으로 동정된 미오카이누스종(''P. miocaenus'')를 포함해 모두 넷뿐이고, 이 중 모식종 다음으로 학계에 알려진 마우레타니쿠스종(''P. mauretanicus'')의 명명 시기가 2008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모식종 하나만을 거느린 채로 여타 근연속들과의 불명확한 관계 속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4]
구성원 대다수가 상당한 수준의 날개길이를 자랑하는[5] 펠라고르니스과를 대표하는 녀석답게 여타 근연속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덩치를 자랑한다. 당장 모식종의 경우 두개골 길이는 40cm 남짓 되고 날개를 쭉 펴면 최소한 5~6m 남짓 되었을 것으로 추산되며, 연구자들에 따르면 칠렌시스종과 마우레타니쿠스종의 날개길이도 대략 이 정도 되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계통분류학상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여겨지는 다소르니스나 오스테오돈토르니스(''Osteodontornis'') 등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덩치에 걸맞게 서식지도 상당히 넓었던 듯 한데, 실제로 지금까지 화석이 발견된 장소만 하더라도 모식종의 화석이 발견된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의 유럽 남서부 일대는 물론 마우레타니쿠스종의 모식표본이 출토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칠렌시스종의 모식표본이 출토된 남아메리카의 칠레, 그리고 산데르시종(''P. sandersi'')의 모식표본이 출토된 북아메리카의 미국 외에도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있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때 알바트로스 등이 소속되어 있는 슴새목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추정될 만큼 긴 날개와 염류샘[6] 등의 해부학적 특징 때문인지 복원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현생 알바트로스와 비슷한 외형으로 묘사되곤 하며, 실제 생태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 위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비행하면서 보내는 등 현생 알바트로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녀석의 골격을 살펴본 결과 뼈 내부에 다수의 기낭이 자리잡고 있어 덩치에 비해 체중이 매우 가벼웠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장시간 바다 위를 비행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점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주는 주된 해부학적 증거 중 하나다.
다만 주둥이 가장자리에 뾰족뾰족한 톱날 모양의 구조물[7] 이 연속적으로 돋아나 있었다는 점은 현생 알바트로스 등과 확연히 다른 지점으로,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주둥이 생김새는 오징어나 물고기 같은 미끌거리는 먹잇감을 사냥할 때 자칫 놓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붙잡아두는데 유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커다란 돌기 사이사이마다 작은 돌기가 하나씩 돋아있는 것이 특징이며 살아있었을 당시에는 부리를 이루는 각질층에 함께 덮여있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윗턱의 돌기가 자리잡은 가장자리 바로 안쪽을 따라 아랫턱 돌기들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깊이의 고랑이 늘어서있어 입을 완전히 다무는 행위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라고 한다.
펠라고르니스속 산하의 네 종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녀석은 아무래도 1983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챈들러브릿지층(Chandler Bridge Formation)에서 발굴된 두개골과 오른쪽 견갑골 및 상완골 일부 등을 모식표본으로 삼아 2014년에 신종으로 명명된 산데르시종일 것이다. 전체 골격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근연종의 것을 토대로 이 녀석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단순히 골격만 따진 날개길이도 5.2m 가량 되었으리라는 수치가 나온데다, 현생 알바트로스 등의 사례를 참조해 깃털 등의 길이까지 포함하면 최대 추정치가 무려 '''7.4m'''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날 수 있는 조류 중 최대종이라고 알려진 아르겐타비스의 골격 날개길이 4m와 깃털까지 포함한 최대 추정치 6.5m를 뛰어넘는 것이었는데,[10]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의 국립진화통합센터(National Evolutionary Synthesis Center) 소속 연구자인 대니얼 크세프카(Daniel Ksepka)가 이 녀석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 학계는 물론이고 고생물 덕후들과 일반 대중들까지도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2018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서사하라 게란(Gueran) 지역의 '''에오세 중기'''에 해당하는 바토니아절 시기에 형성된 아리달층(Aridal Formation)에서 종명을 알 수 없는 펠라고르니스(''Pelagornis'' sp.)의 부리 일부분으로 추정되는 상악골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펠라고르니스속의 등장 시점이 더 이른 시기로 앞당겨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 등장 매체
ARK: Survival Evolved에서 길들일 수 있는 생물로 나오는데, 설정화에 적혀있는 학명으로 보건대 모식종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바닷새라는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강조하고자 했는지 키블과 생선살이 아니면 길들일 수도 없고, 길들인 후에도 생선살 외에는 먹지 않는다. 또한 헤스페로르니스나 이크티오르니스 같은 여타 바닷새 유닛들과 마찬가지로 실러캔스와 메가피라냐, 검치연어 등의 특정 수중생물을 상대할 경우 한 차례 공격만으로도 빈사상태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데, 사냥한 생물의 시체를 즉시 채집하는 특수능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선살 수집 등에서 상당한 효율성을 발휘한다. 그 외에도 비행 속도 자체는 그저 그런 편인 반면 물 위에 내려 앉으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등 기본적인 스펙 자체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지만 바다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을 경우 생각보다 쏠쏠히 써먹을 수 있는 특수 능력을 여럿 보유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1] 고니, 개리 등의 여러 물새류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기러기목(Anseriformes)과 멸종한 원시 조류들인 베가비스목(Vegaviiformes), 가스토르니스목(Gastornithiformes) 등을 아우르는 분류군이다.[2] 일례로 1977년 명명된 넵투니아비스(''Neptuniavis'')라는 속의 경우 모식종인 미란다종(''N. miranda'')과 미노르종(''N. minor'')의 2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각각 다소르니스속(''Dasornis'')과 오돈토프테릭스속(''Odontopteryx'')의 모식종으로 흡수되어버렸고 속명 또한 다소르니스속의 동물이명으로 재동정되었다.[3] 과거 미디피레네(Midi-Pyrénées) 레지옹 산하에 있다가 2016년부로 랑그도크-루시용(Languedoc-Roussillon) 레지옹과 통합되어 현재는 옥시타니 레지옹의 관할 하에 있다.[4] 굳이 따지자면 프랑스 보르도에서 발견된 상완골 화석을 토대로 델포르트리종(''P. delfortrii'')이라는 이름의 신종이 1869년에 동정되긴 했지만, 현재는 모식종의 동물이명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논외로 친다.[5] 일례로 오돈토프테릭스속의 톨리아피카종(''O. toliapica'')은 펠라고르니스과에 속한 조류 중 가장 작은 축에 속하지만, 두개골 길이만 하더라도 20~25cm 가량에 날개길이 및 몸무게는 각각 현생 알바트로스속(Great albatross, ''Diomedea'')들과 갈색사다새(Brown pelican, ''Pelecanus occidentalis'')에 견줄 정도다.[6] 장기간 바닷물에 노출되어 있을 때 체내 염화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관으로, 주로 바다거북 같은 여러 해양 파충류와 펭귄, 물떼새 등의 바닷새들에게서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펭귄이나 물떼새 등의 염류샘이 안와 위쪽에 자리한 반면, 이 녀석을 위시한 펠라고르니스과 조류들의 염류샘은 안와 안쪽에 위치했다는 차이점이 있다.[7] 이는 전상악골과 하악골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비록 생김새는 이빨처럼 생겼지만 뿌리 부분이 각자 별도의 치조에 박혀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빨이라고는 볼 수 없다. 펠라고르니스과의 구성원 중 하나가 그리스어로 "가짜 이빨이 달린 새"라는 뜻의 프세우도돈토르니스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나, 펠라고르니스 및 그 친척뻘 되는 조류들을 통칭할 때 "가짜 이빨이 달린 새(false-toothed birds)"라는 별칭이 심심치않게 쓰이는 것도 바로 이 특유의 이빨 모양 골조직 때문이다.[8] 흰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화석 자료가 확보된 부위를 나타낸 것이며, 연한 푸른색으로 칠해진 나머지 부분은 칠렌시스종의 골격을 참고하여 그린 것이다.[9] 왼쪽은 콘도르의 일종으로 북아메리카의 비행 가능한 조류 중에서 가장 큰 평균 3m 가량의 날개길이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콘도르(California condor, ''Gymnogyps californianus'')를 묘사한 것이다. 오른쪽은 날개길이 평균 3.2m로 나그네알바트로스(Wandering albatross, ''Diomedea exulans'')와 함께 알바트로스과(Diomedeidae)에 속한 조류들 중 최대종으로 손꼽히는 남방로열알바트로스(Southern royal albatross, ''Diomedea epomophora'')를 묘사한 것이다.[10] 다만 둘 중 누가 지구상에 출현한 비행 가능한 새들 중 가장 거대하다는 타이틀을 거머쥘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데르시종의 손을 들어주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아르겐타비스를 타이틀 보유자로 보고 있다. 전자의 경우 날개길이만을 기준으로 잡은 결과인 반면, 후자는 산데르시종의 몸무게 추정치가 최대 40kg에 불과한데 비해 아르겐타비스는 최대 72kg까지 나갔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날개길이와 몸무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아르겐타비스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