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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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피터 알버트 데이빗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
'''출생'''
1946년 7월 6일, 호주 멜버른
'''직업'''
철학자
'''종교'''
무종교 (무신론)
1. 개요
2. 윤리학적 입장
4. 여담


1. 개요


호주철학자. 전공 분야는 윤리학, 그 중에서도 생명윤리이다.
멜버른 대학교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2017년 3월 기준 멜버른 대학교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논쟁적인 윤리학적 논증을 통해 학계를 넘어 대중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피터 싱어는 현존하는 가장 논쟁적인 철학자일 것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점만큼은 명백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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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요커 #

"''싱어 박사: 새로운 멩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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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 대학 임용 당시 항의 시위 팻말


2. 윤리학적 입장


2010년대를 기준으로 피터 싱어가 취하는 윤리학적 입장은 다음과 같다:
  • 메타 윤리 (i.e. 도덕 및 윤리는 객관적인가?): 객관적인 도덕적 이유가 있으며, 이성적 판단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고 본다.
    • 과거엔 데이비드 흄으로부터 유래한 '도덕은 주관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주관주의적 입장을 취했지만, 2010년대 현재는 데릭 파핏의 영향을 받아 객관주의로 선회했다고 한다.
  • 규범 윤리 (i.e. 어떤 도덕 법칙이 옳은가?): 강경한 공리주의의 적통을 잇고 있다. 오랫동안 선호 공리주의(preference utilitarianism)를 옹호했지만 2010년대 이후 카타지나 드 라자리-라덱(Katarzyna de Lazari-Radek)의 영향을 받아 보다 전통적인 쾌락 공리주의(hedonistic utilitarianism)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터 싱어가 가장 영향을 떨치는 분야는 '''실천 윤리(practical ethics)''', 즉 규범 윤리를 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사안에 적용시키는 분야다. 그중에서도 특히 싱어의 전문은 '''생명윤리(bioethics)'''. 공리주의를 토대 삼아 양극화, 동물권, 낙태, 영아 살해 등 여러 윤리적 주제들에 걸쳐 매우 논쟁적인 주장들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터 싱어에게 묻는 20가지 질문 (영어)[2]

2.1. 동물권


피터 싱어의 1975년 저작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은 동물권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킨 저작으로 유명하다. 『동물 해방』을 통해 잘 알려진 개념 중 하나가 '''"종 차별주의(speciesism)"'''이다.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칙에 비춰볼 때, 행복이나 고통 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신경계가 발달한 생물체(예. 유인원, , 돼지 등)가 인간에 비해 차별받을 근거가 없다는 것. 곧 인류가 오랫동안 돼지인간보다 못한 것으로 본 것은 과거 인종이나 성별 등을 두고 차별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종 차별주의에 대해 더 자세하고 알기 쉽게 말해 보자면, 인간이 아니라 인외의 동물들을 실험체로 이용하고 있는 근거는 그들이 인간보다 지능이 낮기 때문에 고통을 덜 느낄 것이라는 주장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지능이 낮은 영유아나 지적 장애인들 역시 지능이 낮기 때문에 그 인외의 동물들과 비슷한 존재가 아닌가? 특히나 심각한 지적 장애인들은 절대로 비글 이상의 지능을 가질 수 없다. 게다가 부모가 없는 (굳이 부모가 없다고 비유한 것은, 절대다수의 동물 실험체는 태어나자마자 강제로 부모와 생이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사회적 약자들의 학대를 변호해 줄 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유아 역시 실험용 동물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동물 실험의 리스크를 감행하지 않고서도 이 사회적 약자들을 실험체로 쓰는 편이 훨씬 더 확실하고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실험체로 쓰자고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실험체로 사용되는 날에는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 실험체의 학대에 대해서는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같은 학대가 인간에게 벌어진다면 격노하면서 동물에게 가해진다면 무감각한 것. 이것이 바로 종차별주의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싱어는 돼지 등 성숙한 신경계를 가진 동물을 고려할 경우 채식주의가 상당부분 옳다고 주장한다. 식물에게서는 고통을 느끼는 중추 신경계를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곤충의 경우, 만약 몇몇 연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곤충이 주관적 경험을 하는 것이 옳다면 도덕적으로 고려해야할 이유가 생긴다.
보다 구체적으로 피터 싱어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다:

아기들은 당연히 고통을 느낍니다. 비인간 동물처럼요. 제 견해는 신생아들은 자기-의식(self-aware)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즉 과거와 미래가 있는 분리된 대상으로서 스스로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3]

[...]

저는 "모든 지각이 있는 생명체는 고통을 겪지 않고 살아갈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을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동일한 고려 하에서 모든 지각이 있는 생명체는 스스로의 이익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겁니다. 이때 차이점은 중대합니다. 왜냐면 지각이 있되 자기 의식을 하지 않는 생명체는 삶을 지속하려는 것이 그 스스로의 이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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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 뉴욕 타임즈 기고문 (2000년 3월 12일)

[지각이 있되 자기-의식을 하지 않는 생명체는] 어떤 의미에선 죽임 당하는데 있어 비개인적이다(impersonal). 그런 생명체를 죽이는 것은 우주의 행복 총량을 줄이겠지만, 그 개인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이게 잘못이 맞다 한들, 이런 잘못은 그 죽인 개체만큼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유사한 개체를 태어나게끔 함으로써 상쇄할 수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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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 (1979), 『실천 윤리 』, 2차 출처 (BBC)


2.2. 효율적 이타주의



브라질 영화 『중앙역』에서 도라는 [...] 어느 날 1000달러를 벌게 될 기회를 잡는다. 해야 할 일이라고는 9살짜리 노숙자 소년을 어떤 주소로 데리고 가는 것 뿐이다(듣건대 그 소년은 부유한 외국인에게 입양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소년을 그 주소로 데려다주고, 돈을 받고, 그중 일부로 텔레비전 세트를 사서 좀 즐겨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한 이웃이 초를 친다. 아이가 너무 나이가 많아 입양될 수 없으며, 그 대신 아이는 살해당해 장기매매가 이루어질 거라는 것이다.

[...]

도라가 이웃에게 말하길, "세상살이가 쉽지 않잖아, 나 말고는 다들 신형 티비를 갖고 있고 말이지. 티비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 애를 팔아넘기는 거라면 말야, 사실 뭐 고작 길거리 꼬마 하나일 따름이잖아?"라고 했다고 해보자. 관객의 눈에 도라는 괴물로 비쳐질 것이다.

[...]

도라가 소년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비난을 퍼부었을 선진국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면 도라네 집보다 훨씬 더 안락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실 미국의 평균적인 가정은 수입의 거의 1/3을 도라의 새 텔레비전보다 딱히 더 필요하지 않은 데 쓰고 있지만 말이다.

[...]

결국 장기매매 업자한테 노숙자 아이를 팔아먹는 브라질인과 있는 TV를 더 좋은 걸로 교체하려는 미국인 간의 윤리적 차이가 대체 무엇인가? 그 돈을 기부해서 지금 궁핍한 아이들을 살리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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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빈곤의 싱어 해법

철저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는 관점에서 효율적이자 효과적인 기부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누구에게 기부가 돌아가야 하느냐'라는 문제에서 '누구에게 동정심이 가는가'는 으뜸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싱어 본인은 수입의 1/3 정도를 효율적인 자선 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2.3. 낙태영아 살해


동물권와 같은 맥락에서 태아 낙태가 정당화된다고 본다. 신경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으며 의식을 아직 형성하지 못한 태아의 경우 행복이나 고통 같은 것을 느낀다고 볼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충분히 성장한 돼지가 오히려 공리주의 원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싱어는 그 연장선 상에서 영아 살해 또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왜냐면 갓 태어난 영아 또한 의식을 하고 있다고 볼 근거가 희박하기 대문이다. 즉 단순히 출산 여부를 거쳤는지 아닌지는 인격을 갖는다고 보기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보는게 싱어의 견해다.

2.4. 장애인



공리주의 원칙의 연장선 상에서 '회복의 여지가 없는 동시에 생애에서 고통을 겪을 것이 명백한 영아는 부모 등의 동의가 있을 경우 살해 혹은 안락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왜냐면 영아 살해는 상기한 바처럼 그 자체로는 도덕적 하자가 없으며, 더욱이 치명적 장애를 가진 아이는 그 자신이나 사회에 있어서나 '최대 행복'에 부정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 피터 싱어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에 해당한다. 주된 논거로는 싱어의 주장이 우생학 같은 그릇된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또한 장애인이 생애에서 누리는 행복의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편향적 판단에 기초한다는 점 등이 있다.
장애인 인권 운동가이자 변호사였던 해리엇 맥브라이드 존슨이 쓴 피터 싱어와의 대담에 관한 후기 (영어)

3. 비판


보편적인 도덕에 의문을 던지는 과격한 주장이 있는 만큼, 반발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피터 싱어 윤리학의 대부분은 공리주의에서 곧장 따라나오므로 피터 싱어에 대한 비판은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채식주의, 동물권에 대한 비판과도 다수 일맥상통한다. 각각의 문서를 참고할 것.
고통이나 인간과 자연의 구분 등 근원적인 개념의 모호성 자체에 대한 비판은 피터 싱어 개인의 주장에 대한 온당한 비판이라고 하기 어렵다.

4. 여담


2020년 6월 18일에 시행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생활과 윤리 9번 문제에 롤스와 함께 해외 원조의 입장에 대해 묻는 문제로 출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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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이 제시한 이 문제의 답은 '''1번'''이다.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4번 선지가 싱어의 입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평가원의 의견인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직 교사가 9번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평가원은 정답 이의 신청에 대해 '''정답에 이상이 없음'''이라고 판단하며 그에 대한 설명 역시 탑재하지 않았다. 이에 오르비의 한 유저가 '''피터 싱어 본인에게 메일을 보내 직접 답장을 받았다.''' #1 #2
'부유한(풍요로운) 국가들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을 해외 원조의 대상에서 제외하냐'는 물음에 피터 싱어는 '''그렇다'''[5]고 답했다. '''즉 피터 싱어 본인이 직접 해당 문제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생활과 윤리라는 과목 자체가 응용 윤리, 실천 윤리에 대해 주로 다루다 보니 현대 철학자들의 입장에 대해 많이 물을 수 밖에 없는데, 작고한 롤스와 요나스 등과 달리 싱어는 아직 생존해있기 때문에[6] 발생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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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18년학년도 수능 생활과 윤리 18번에서 비슷한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이 때는 3번 롤스에 관한 선지가 논란이 되었지만 싱어에게도 '''"풍요한 사회의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서 모두 제외되어야 한다."'''란 선지가 존재했다.
[1] Peter Singer may be the most controversial philosopher alive; he is certainly among the most influential.[2] Peter Singer, "Twenty Questions", ''Journal of Practical Ethics'' 4(2): 67-78[3] I have never denied that newborn humans are sentient. That would be crazy position. Obviously babies can feel pain -- as can nonhuman animals. My view is that newborns are not self-aware, that is, do not have a sense of themselves as a separate object, with a past and a future.[4] This kind of being is, in a sense, impersonal ... in killing it; one does it no personal wrong, although one does reduce the quantity of happiness in the universe. But this wrong, if it is wrong, can be counterbalanced by bringing into existence a similar being which will live an equally happy life.[5] Yes, I do.[6] 싱어 외에도 매킨타이어, 길리건, 나딩스, 왈처, 하버마스 등이 아직 생존해있다.[7] 이 사건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면서 '메일'이 부각되는 바람에 마치 싱어의 변화된 입장을 새롭게 알아내어 증거로 삼은 것인 양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메일에서는 싱어의 예전 저작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을 단순히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메일이 오가기 전에 어떤 윤리 교사가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린 이의제기 글을 보면 이미 싱어의 예전 저작 『실천윤리학』의 내용들이 근거로 밝혀져 있다. 이 저작은 현재 생활과 윤리 교과서에도 나오므로 이번 오류 사태가 교육과정 범위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2015 교육과정 미래엔 교과서 209쪽). 싱어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은 바로 이 『실천윤리학』의 내용을 토대로 문의한 것이며, 싱어는 그에 대해 옳다는 확인을 해 준 것일 뿐이다. 참고로 해당 교사의 이의제기 글은 다음 카페 『도덕윤리 교육 연구 모임』에 교사 자신의 게시글로 보존되어 있다. http://cafe.daum.net/moraltc/MS9O/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