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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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감정'''('''感情''')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다.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을 '''정서'''('''情緖''')라고 한다.
2. 용어에 대해
감정을 뜻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술적으로는 좀 더 세밀하게 용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통 'emotion'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감정으로 번역되지만 학술적으로는 '정서'로 번역된다. 정서의 정의는 대략 "어떤 외부 자극에 대해서 보이는 주관적 '느낌'(feeling에 해당하는 단어)[4] 과 관찰 가능한 '행동', ''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가 수반되는 반응"이 되겠다. 한편 'mood'는 '기분', 'temperament'는 '기질'로 번역될 수 있는데, 둘 다 일반적인 정서보다는 뭔가 더 오래가는 것을 말하며, 특정 대상이나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외에도 'sentiment'는 학술적으로 쓰이는 일이 별로 없는데, 상당히 격식 있는 표현에 가깝다. 여기서 앞부분을 따서 '센티하다', '센티해지다'같은 구어도 등장했다. 발음이 약간 다른 '센치하다' 역시 이와 같다.
왜인지 서구권에서 한국어의 '기분'이라는 단어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상하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타인의 감정이나 위신'이라는 사회적인 맥락에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아래 예시가 그렇다.
"Many cultures value a person's dignity over the truth. In Korea, they actually call it 'kibun'"
많은 문화권에선 진실보다 개인의 위신[5]
을 중요시 한다. 한국에선 이를 '기분'이라 부른다.
미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대사
3. 제임스-랑게 이론
심리학의 역사 초기에는 이것이 신체의 교감신경계의 각성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른바 '제임스-랑게 이론'이라 불리는 것인데, 이 이론에서는 감정이란 것이 단지 신체상태에 대한 뇌의 해석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외부자극→신체상태→감정''' 이라는 것이다. 알기 쉽게 과장해서 표현하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우니까 슬픈 것이다.'
이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게, 신체의 특정 행동이 특정 정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다분하다. 예를 들면, 재미없는 만화를 보거나 평이한 설명문을 보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인위적인 미소를 지은 채 보면 실제로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심지어 호흡하는 패턴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위적으로 특정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까지 밝혀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설명이 너무 단순하고 허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이 이론에 따르면 교감신경계의 각성이 감정보다 먼저 일어나야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화나면 감정은 바로 느끼는데 비해 신체상태는 30초의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이와 같은 단점으로 인해 제임스-랑게 이론은 최근까지 정서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들 중 하나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심리학, 신경과학적 발견이 증가하면서 제임스-랑게 이론이 확장되었다. 수정된 제임스-랑게 이론은 시상하부가 외부자극을 해석하여 교감신경계의 각성을 유발하고, 이 각성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 신체의 미주신경을 자극해 감정을 유발한다고 보았는데,[6] 이 이론이 인정받으면서 2017년 현재는 제임스-랑게 이론이 정설이 되었다.
4. 감정의 발달
생후 3개월부터 쾌와 불쾌가 나뉘는데 불쾌 정서가 더 빨리 관측된다. 5-6개월 경 불쾌 정서가 분노, 혐오로 분화되고, 9개월경에 불쾌에서 공포가 분화되며, 10에서 12개월 쯤에는 쾌 정서가 의기양양함과 애정으로 나뉜다. 18개월경에 질투가 불쾌에서 떨어져 나오고 생후 2년에 쾌에서 기쁨이 생겨난다. 한편 이렇게 발달한 감정이 같이 발전하는 인지구조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치심(18개월)이나 죄책감(3년)같은 복잡한 감정도 출현한다.[7]
유년기에서 성인기로 접어들수록, 감정의 측정 도구가 굉장히 세밀해진다. 특히 아동,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폭발적인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동시에 어른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원인 중 하나. 청소년기는 뇌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기, 즉 미완성 단계이기 때문에, 뇌의 차이로 인해 어른에 비해 자제력, 감정의 크기나 상황 판단 이후에 드러내는 정도가 단순하며 또 미숙하다.
예를 들면, 중학생과 어른들에게 각각 지점토를 주고, 둘에게 똑같은 상황을 설명해서 그 상황에 어떤 감정을 느껴 얼마나 표현할 지 크기를 나타내라고 한 실험이 있다. 그 실험에서 중학생 피험자들은 망설임 없이 지점토의 크기를 결정하지만, 성인 피험자들은 실험자에게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며 지점토를 계속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성인의 감정은 청소년의 감정에 비해 꽤나 복잡한 단계와 상황 판단을 거쳐 더 세밀한 자로 측정되어 나타나는 것.[8]
또한 어린아이의 감정은 단편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점차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각각의 감정들은 점차 개성이 약화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예로 들면, 주인공 라일리(11세 여성, 아동기와 사춘기의 사이)의 감정 캐릭터(항목 맨 위 사진, 각각 공포와 불안/슬픔과 이해/행복/거부감/분노 를 상징한다.)들은 서로 판이하게 생겼으며 각자 자신의 의견만을 강하게 고집하고, 감정 계기판의 크기도 한 명이 충분히 전부 조작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성인들의 감정 캐릭터들은 서로 비슷한 패션에 다들 리더 감정의 말에 따르며 협력하고, 감정 계기판의 크기도 매우 크고 세밀해 다같이 앉아서 조작한다. 또한 성숙해지면 감정이 섞이는 묘사가 나온다.
5. 감정의 조절
대부분의 인간은 논리나 지성, 이성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 때 감정을 내세우는데, 그건 이미 자신의 논리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거라 생각해도 된다. 또한 이성이나 논리보다는 감정만을 내세워 상황을 보게 되면 스스로의 행동만을 정당화하게 되고, 결국 십중팔구는 역관광당하게 되어있다. 사회는 한 사람의 감정을 위해 희생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언가 목표를 장기적으로 길게 바라보고 인내심 있게 추진해야 하는 국내 정치, 국가간 외교 혹은 기업의 사업 경영의 경우는 감정을 너무 앞세운 나머지 상황을 길게 내다보지 못하고 그때그때 감정 따라 고식적이고 방편적인 대책만 내놓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없애라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기와 감정을 동의어라고 오해하고 이성과 합리주의만을 고집하는데, '''정상적인 감정의 표출은 몸에 이롭다. 반면에 건강하지 못한 감정, 즉 광기는 몸에 해롭다.'''
대체 감정이 무엇이기에 왜 존재하는 걸까? 정서치료에서는 감정이 다름아닌 '''정보의 재빠른 처리'''를 위해 탄생했다고 본다. 만약 감정이 없다면 생물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 동등한 처리 시간을 부여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 좋아하는'''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1000번 중에 999번 믿을 수 있었던 사람과 1000번 중에 1번만 믿을 수 있는 사람 사이에 정보처리의 우선권이 없어 같은 처리 시간을 할당하여 상당히 비효율적이게 살았을 것이다.[9]
즉, '좋아함'이라는 감정은 '믿을 수 있는, 나에게 이로운'이라는 정보를 담고있으며 '싫어함'은 '나에게 해로움', 분노는 '나를 보호해야함', 슬픔은 '내가 잃어버린 대상을 다시 찾아야함'과 같은 행동 지시를 담고있다는 것이다. 이를 정서치료에선 '''행동경향성'''이라는 말로 하고 있다. 정서치료의 목적 중 하나는 내담자가 몸이 외치는 행동경향성을 자각하고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감정의 기능을 알고, 감정을 효율적인 정보처리의 수단으로 삼게 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감정의 조절은 기본 덕목이므로, 상황에 따라 적당히 웃고 적당히 울고, 때로는 참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융통성없이 꾹꾹 참고 나중에 내뱉는것 또한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풀며 꾹꾹 참는 건 나쁜거야 라고 변명하는 것도 문제를 만들기에 좋은 건 아니다.
'''내가 느끼는 기쁨은, 남이 느끼는 슬픔일 수 있고, 내가 느끼는 분노는, 남이 느끼는 괴로움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감정은 상대의 감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상대에게 표출해야 한다.
6. 종류
아래 항목 중 한자가 있는 문서는 유교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 정한 '''칠정'''의 요소이기도 하다.
- 기쁨(喜)
- 분노(怒)
- 슬픔(哀)
- 즐거움(樂)
- 사랑(愛)
- 증오(惡)
- 욕망(慾)
- 감동
- 그리움
- 권태
- 샤덴프로이데
- 수치심
- 실망
- 애증
- 억울
- 원망
- 자괴감
- 자신감
- 죄책감
- 질투
- 집착
- 짜증
- 호기심
- 고기압 ↔ 저기압: 비유적 표현.
- 행복 ↔ 불행
- 희망 ↔ 절망
- 두려움 ↔ 설렘
- 걱정 ↔ 기대
7. 창작물
가면라이더 고스트에서 무겐 다마시는 인간의 감정 총 7가지의 힘으로 싸운다.
창작물에서는 인류나 기타 지적 생명체의 감정을 에너지 원으로 이용하는 존재들도 종종 등장한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는 격렬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다이들이 감정조절에 끊임없이 노력하며, 이것에 실패하면 다크사이드로 빠져들게 된다고 본다. 즉, 다크사이드는 단순한 악의 개념이라기보다는 '감정을 이해하고 대하는 하나의 관점'이라는 것. 자세한 내용은 다크사이드 항목 참고.
영화 이퀼리브리엄에서는 모든 종류의 감정을 약물 '프로지움'으로 완전하게 박멸한(정확히 말하면 마치 박멸한 것처럼 보이는) 사회가 그려지고 있다. 심지어 가장 원초적이고 본성적인 공포나 불안 같은 것도 마찬가지로 제어가 되는 듯. 그러나 정작 그러한 사회를 이루어 낸 지배계층들은 감정의 혜택을 멀쩡하게 누리면서 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고.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인 인사이드 아웃은 이 감정을 내세워 만든 영화이다.
애니메이션 난다 난다 니얀다에 나오는 버섯들이 인간의 감정을 상징한다. 버섯(난다 난다 니얀다) 문서 참조.
유미의 세포들도 비슷하다.
마블 코믹스의 러브, 헤이트는 이름 그대로 사랑의 힘과
증오의 힘을 다스리는 여신들로 나온다.
신조협려의 고묘파와 절정곡은 감정을 없애려 하는데 이는 하늘을 거스르는 짓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8. 기타
감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그 수를 헤아리자면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다.[10] 심리학, 철학계에서는 끊임없이 연구되는 부분이다. 아래 도표는 로버트 플루치크의 마음 바퀴(Feelings Whee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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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관련 문서
[1] 국내에서는 '소심'이라고 현지화되었다.[2] 국내에서는 '까칠'이라고 현지화되었다.[3] 국내에서는 '버럭'이라고 현지화되었다.[4] feeling은 심리학에서는 잘 안 쓴다. 대신 광고심리나 마케팅 분야에서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원인이 불명확한, 막연하게 느껴지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원인이 특정되고 맥락에 따라 구체적 의미가 부여되면 정서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5] 이 대사에서 해당 단어 dignity는 '품위'와는 약간 다른 맥락으로 쓰였다. 존중받으면 뿌듯함을 느끼고 침해받으면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개인의 자존감을 말한다.[6] 이 설명은 위의 난점을 해결한다.[7] 임성관,'독서',시간의 물레,2010,pp51-52[8] 출처: EBS 다큐프라임-이상한 봄,사춘기[9] 비슷한 이유로, 컴퓨터 공학에서는 '그리디 알고리즘'(탐욕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최적인 값(최댓값 혹은 최솟값)을 선택하여 결과값을 도출하는 알고리즘이다. 이는 인간의 감정 중 '탐욕'과 비슷한 면이 있으며, 선택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그 결과 얻은 해가 100% 최적의 해는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10]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중 예시로 부끄러움은 '쪽팔린다', '수치스럽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등의 다양한 표현이 나오는데 언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하나의 감정이 세분화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