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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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Secale cereale''
영어: Rye
프랑스어: Seigle
스페인어: Centeno
독일어: Roggen
일본어: ライムギ (ライ麦)
중국어: 裸麥
러시아어: Рожь
1. 개요
벼목 화본과(볏과)에 속하는 곡식의 일종. 아나톨리아와 캅카스 주변 지역이 원산지로, 유럽과 아시아 북부 여러 지역에 전파되었고 특히 중유럽과 동유럽에서는 주요 작물로 재배되었다. 밀과 비슷한 기후조건에서 생장이 가능한데, 밀에 비해 척박한 토지에서도 잘 자라므로 밀이 자라기 어려운 토양을 가진 지역에서 재배해왔다. 하지만 식감이 워낙 거칠고 맛에 대한 평가도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1] 밀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라, 주로 동물 사료로 쓰거나 먹을 것이 궁한 빈민들이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어 명칭은 영어의 라이(Rye)에서 파생되어 ライ麦(라이무기)라고 했는데, 한국에서도 일본어 명칭을 직역했는지 호밀을 '라이보리'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심지어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렸을 정도지만, '호밀'이란 국명이 뻔히 있는데 굳이 '라이보리'란 억지스러운 번역명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사장되었다.
2. 활용
2.1. 빵
호밀빵 항목 참조.
2.2. 제과
케이크나 과자도 만들 수 있는데, 특히 프랑스 북동부의 랭스를 원산지로 하는 팽 데피스(Pain d'épices)라는 케이크가 유명하다. 직역하면 향신료빵으로, 이름 답게 호밀가루와 꿀, 향신료를 섞은 사워도우 반죽을 오븐에 구워 만든다. 배합하는 향신료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주로 계피나 팔각 같은 강한 향을 가진 것이 쓰인다. 이 때문에 독일의 렙쿠헨, 폴란드의 토룬 등과 비슷한 맛과 향이 나며, 그 향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꽤 극명하게 갈린다.
2.3. 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위스키의 일종인 라이 위스키의 주재료로 사용하며, 감자 대신 이걸로 만드는 보드카도 있다. 독일에서도 밀맥주(Weizenbier)와 비슷한 방식으로 호밀맥주(Roggenbier)를 빚어 마시기도 했는데, 맥주 순수령이 공표되고 나서 큰 타격을 받아 생산량이 급감했다. 물론 20세기에 와서 맥주 순수령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호밀맥주의 상업적 양조도 재개되었는데, 아직 독일 남부 바이에른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만 마실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매우 낮아 청량음료로 취급되는 양조주인 크바스의 주원료로도 쓰인다.
3. 기타
호밀과 보리, 밀 등 화본과 식물에 균류의 일종인 자낭균류가 번식하면 맥각이 생기는데, 각종 알칼로이드가 생성된다. 여기서 합성한 게 마약의 일종인 LSD이며, 알칼로이드 성분을 자궁의 수축, 분만촉진, 지혈제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데 주로 호밀에 맥각균을 접종시킨 것을 쓴다. 맥각 중독은 중세까지 서양에서 강력한 질병 중 하나였다.
한국에서는 1921년 강원도 난곡의 독일인 농장에서 독일로부터 도입된 호밀이 처음 재배되었기에 재배 역사가 오래되지 않는 곡식이지만, 식감이 거칠고 풍미가 좋지 못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수요가 없어 널리 재배하지 않았다. 이용 방법도 한정되어 있었고, 낱알을 그대로 식용하는 것 외에는 일부 지방에서 간장이나 된장을 만드는 데 이용하던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가축용 사료의 가격이 계속 오르자, 농한기 사료작물로 한국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가을철에 벼를 수확한 논에 호밀 씨앗을 뿌려 농한기 동안 재배하다가, 다음해 5월경에 덜 여문 호밀을 베어 소의 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식용으로 재배하기에는 아직 타산이 맞지 않아 재배 면적은 아직도 좁은 편이다.
[1] 독일 북부~동유럽 일대의 호밀빵을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먹어왔던 문화권에선 호밀빵의 거칠고 시큼한 식감을 그리운 고향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보통 한국인처럼 호밀빵을 접해본 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호밀빵을 처음 먹어보면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