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 & Forget
1. 개요
미사일을 발사(Fire)하고 나면 그 후 미사일은 알아서 표적을 향해 날아가므로 발사자는 미사일에 대해 잊고 있어도(Forget) 알아서 표적에 명중한다는 말이다. 직역하면 발사 후 망각. 줄여서 F&F라고 하기도 한다.
미사일을 발사한 발사자는 일단 발사해 놓은 미사일을 섬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없으므로 다시 다른 표적에 대해 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혹은 그대로 이탈하여 도망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발사자의 생존률을 크게 높여주는 셈이다.
대신 일단 발사한 후에는 발사자가 발사체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데다가,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기계가 스스로 프로그램된 상태만 가지고 적을 식별하기 때문에 적의 기만책에 잘 속을 뿐 아니라 재수없으면 아군 쪽으로 되돌아오는 역효과 등이 날 수 있다. 작은 크기 탓에 미사일이 가질 수 있는 탐지능력이 발사자보다 훨씬 낮은 것도 문제.
따라서 일단 발사 후 망각 방식을 선택한 미사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유도의 일부분을 발사자가 수행한다던지, 완전 수동식 목표 조준을 시행한다던지 , 되돌아올 경우를 대비한 긴급폭파명령체제를 갖춘다던지 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게 마련이다.
현재 각국에서 사용중인 발사 후 망각 무기들은 대공미사일이나 대전차미사일이나 아예 이미지 센서를 박아서 시커의 목표 추적 성능도 엄청나게 좋아졌고 이미지로 적을 인식하므로 플레어 등의 전통적인 기만책도 무시하며, 대 레이더 미사일의 경우 상대가 레이더를 꺼도 마지막 전파 발신 위치로 찾아가 때린다던지 대전차미사일은 전차가 연막을 쳐도 마지막 위치에 내려찍는다던지 하는 식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아주 똑똑해졌다.
물론 기만책도 그에 맞게 발전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지만 극초기 자율무기처럼 발사자에게 돌아온다거나 하는 멍청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2. 적용 사례
2.1. 대공 미사일
2.1.1. 적외선 유도 방식
AIM-9, AIM-132, R-27T, R-73, 미스트랄, 신궁, 스팅어 등 대부분의 열추적 미사일은 발사 후 스스로 목표물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쫓아가는 방식의 F&F 미사일이다.
그냥 뒤꽁무니를 쫒아가는 것은 아니고 비례항법으로 적의 진행방향을 계산하여 적의 미래의 위치로 날아가는 식이다. 초기 미사일들은 저해상도, 저감도 센서를 사용하여 플레어 등에 쉽게 기만되고 적의 배기구를 바라보고 있어야 락온이 되는 등 추적 성능도 떨어졌지만 현재 사용되는 적외선 유도 미사일들은 128X128 수준의 열영상 이미지 센서를 박아서 초기 적외선 유도 시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추적 성능을 지니며 플레어는 전투기와 형체가 다르니 무시하는 등 기만책에도 잘 속지 않는다.
열추적 미사일은 처음부터 F&F로 개발된 사례로, 애초에 탐지 가능한 거리가 짧아서[1] 미사일에 달린 탐색기나 발사자의 탐색기나 탐지범위에 큰 차이가 없고 가시거리 내에서 목표의 뒤꽁무니를 보면서 쏘아야 했기 때문에 기술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2.2. 레이더 유도 방식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F&F가 가능한 모델이 9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당시의 대표적인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었던 AIM-7과 R-27R은 모두 명중 때까지 발사자의 지속적인 유도가 필요한 반능동 레이더 유도방식이며, 만약 회피기동을 해야 한다거나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발사자가 목표물에 대한 레이더 추적을 그만두면 미사일은 목표물을 잃어버리게 된다.
최초의 능동 레이더 유도방식 미사일인 피닉스의 초기형이었던 AIM-54A는 종말유도 단계에서만 자체 레이더를 통해 F&F가 가능하고 중간 유도단계까지는 F-14가 계속 유도해줘야 하는 반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을[2] 택하였기에 완벽한 F&F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배치된 AIM-54C부터는 데이터 링크 + 관성 유도를 중간 유도 방식으로 채택하였기 때문에 확실히 최초의 능동 레이더 유도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주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이나 R-77은 F&F 방식의 미사일이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게임 등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완벽한 F&F는 아니다. 이 미사일들은 중간유도 단계에서 관성항법+데이터링크 방식을 사용한다. 크기 문제로 인해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레이더의 성능은 발사한 전투기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수준으로, 잘 해봐야 10~20km 정도의 탐지 범위를 가지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발사자가 적기를 탐지하고 중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공격을 결심하는 거리는 짧아도 40km, 길면 60~80km 정도이다. 결국 미사일이 스스로 목표를 탐지할 수 있을 때까지는 관성유도로 날아갈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적기가 고도나 속도, 방향을 바꿔버릴 경우 미사일이 적기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사자가 적기를 계속 추적하며 데이터링크를 통해 미사일을 근처까지 유도해 주는 방식.
이 경우 비록 열추적 미사일처럼 발사 후 곧바로 잊어버리는 것은 제한이 있긴 하지만, 명중할 때까지 끝까지 발사자가 표적을 물고 유도를 해 줘야 하는 반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에 비해서는 발사자의 생존성 및 동시 다목표 공격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발사자가 방해를 받아도 미사일은 스스로 알아서 날아가 표적을 찾기 때문에 수비 측에 방어기동을 강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대세 유도 방식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3. 대지 / 대함 미사일
AGM-65 같이 발사 전에 목표물을 미사일 자체의 탐색기로 조준하는 영상, 열영상 유도방식의 미사일도 대부분 F&F 방식이다. 다만 사거리가 길어서 최대사거리에서는 목표물을 자체 탐색기로 확인할 수 없는 영상유도 방식의 공대지 미사일들은 F&F 방식이 아니다.[3] 이러한 미사일들은 정해진 좌표까지 날아간 다음 조종사가 데이터링크를 통하여 '저 목표물을 조준하라.'라고 미사일 자체에 달린 카메라를 보면서 명령을 내려줘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토마호크나 스톰 쉐도우 등은 자체 메모리에 목표물의 영상정보를 저장해 놓고 미사일이 목표물 근처에 가면 자체적으로 카메라를 켠 다음 주변 모습과 목표물을 비교하여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 명중하도록 개발하였다. 그러나 적이 천막이나 위장막, 위장물 등으로 덮어 목표의 형태를 바꿔버리거나, 연막탄을 뿌려버리는 식으로 모습을 가리면 인식률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도 있어서, 최근에는 SLAM-ER 최신형이나 AGM-169 JCM처럼 F&F와 조종사가 직접 목표물을 선정해주는 방식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형태의 크루즈 미사일도 등장하고 있다.
또 AGM-88 같은 대레이더 미사일류 역시 일단 발사하면 스스로 적 레이더 전파를 쫓아가므로 F&F 미사일이다.
하푼이나 엑조세 등의 대함미사일은 위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비슷한 관성유도 + 종말 자체 유도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만 항공기에 비하면 선박은 속도가 느리므로 경로나 속도를 바꾼다고 해도 미사일이 예상목표지점에 다다랐을 때 선박이 그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 있을 확률이 적기 때문에 중간 유도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덕에 대부분의 대함미사일은 F&F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재블린 등의 최신식 보병용 대전차미사일도 대부분 F&F 방식으로 개발이 되고 있다. 다만 게임에 묘사되는 것과 달리 실제의 보병용 대전차 미사일은 목표를 조준하여 미사일이 목표를 인식하도록 하는데 길게는 30초 가량 걸린다고 하므로 조준과정에서 적에게 걸리면... 그래도 TOW처럼 쏜 다음에도 계속 유도하고 있는 방식보다는 훨씬 보병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보통 보병용 대전차 미사일은 발사 직후 발생하는 화염과 연기 때문에 발사위치가 들통나는데, 전차에 미사일이 맞을 때까지 보병이 도망도 못가고 계속 미사일을 유도해야 하는 것보다야 조준시간이 오래걸려도 일단 발사하고 나면 잽싸게 튀는 편이 유리한 건 당연지사.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 냉전 시대에 예측되었던 대규모 전면전 보다는 소규모 국지전이나 테러와의 전쟁 등이 주된 전장이 됨에 따라 적 게릴라나 테러범, 저격수 등이 준동하는 벙커나 건물이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F&F방식과 더불어 핀포인트 타격이 가능한 레이저 유도 방식 등이 병용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 개발중으로 뭐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최신형 대전차미사일 가운데 국군의 천검 공대지 미사일은 특이하게도 발사 후 망각 및 유선유도 방식을 모두 사용 가능하다. 정확히는 종말유도 이전까지는 BGM-71 TOW처럼 유선으로 유도하다가 종말유도 단계에 가서는 F&F나 F&U(Fire&Update), 아니면 그대로 목표물에 들이받는 3가지 선택지를 준다고 한다. 참고로 위 두 발사 방식 모두 첨단 센서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나, 유선유도는 그냥 조준경의 십자선을 보고 유도하면 되기에 센서가 재밍 등에 의해 봉인될 경우, 이런 구식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4. 미적용 사례
반면 대부분의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F&F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있다. F&F를 택하려 해도 결국 AIM-120의 경우처럼 중간유도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이 그 이유. 지대공 미사일의 발사자인 발사차량이나 발사함정이 전투기처럼 미사일을 쏘고 잽싸게 튀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신 전투기에 비해 크고 강력한 레이더를 쓸 수 있으므로, 동시에 여러 표적에 대해서도 반능동 유도 방식의 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
단, 동시 교전 대수를 늘리기 위해서 종말 유도 단계에서 F&F를 쓰는 지대공 미사일 역시 존재한다. 미 해군의 SM-6나, 우리나라의 천궁이 이 부류에 속한다. LOGIR가 적외선 열영상방식이 된 것도 마찬가지로 동시교전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1] 탐지 거리가 향상되는 레이더와는 달리, 적외선 센서는 민감도를 올려봤자 탐지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표적의 표면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정도가 고작이다. 오랜 시간 기술이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열추적 미사일들이 거의 다 단거리 미사일인 이유이다. AMRAAM 등의 중/장거리 미사일들은 초기에는 레이더 유도를 받다가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체 시커로 적을 찾는다.[2] 미사일을 발사한 F-14가 계속 레이더로 목표물을 비춰주고, 거기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더파를 통해 미사일이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3] 해당되는 사례로는 AGM-130, SLAM-ER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