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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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값
2. 경제 용어
2.1.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디폴트의 미국식 옵션 화(化)


1. 기본값


영어의 'Default value' 에서 유래한 말로, 별도 설정을 하지 않은 '초기값', 즉 '기본 설정값'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게임 주인공디폴트 네임.
컴퓨터 공학 관련자들은 실생활에서도 이 용어를 쓰는 경향이 종종 있다. 디폴트를 기본적, 밑바탕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1]

2. 경제 용어


국가규모의 채무불이행을 말한다. 공/사채나 은행융자 등에 대한 원리금 지급을 아예 못 하게 되는 것. 즉, '''부도'''라고 보면 된다. 공/사채나 은행융자는 원리금 지급일이 정해져 있어서 원리금 지급일이 되었는데 빚을 못 갚게 된 것. 보통 '디폴트'라고 하면 개인/단체의 채무불이행보다는 국가의 채무불이행을 말한다. 국가 막장 테크의 단계 중 하나. 모라토리움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쉽게 말해 모라토리움이 "지금 돈 없으니 나중에 갚을게"라는 선언이면, 디폴트는 "나 돈없어 아 몰라 배째"라고 선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둘 다 신용도 하락 측면에선 도긴개긴이지만 디폴트가 더 최악이긴 하다.[2]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채무자는 채무에 대해 모든 의무가 없어지지만 자신의 재산통제력도 상실되는데 채권자의 경우 담보가 있으면 담보를 압류해서 채무를 상쇄하고 담보가 없으면 '''채권액에 상응하는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서 채무를 상쇄할 수 있다'''. 즉 즉 배째라고 하면 진짜로 짼다.[3] '''채권자 국가가 채무자 국가한테 전쟁을 일으켜서 군대 끌고 침공할 수도 있다!''' 실제로 프랑스바이마르 공화국이 전쟁배상금을 갚지 못하자 레몽 푸앵카레 수상 주도[4]로 '''프랑스군을 끌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방을 침공하는 루르 점령'''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이 지역에 사는 독일인들을 선동해 총파업을 일으키고 프랑스군에 저항하여 독일-프랑스의 무력 충돌이 격해졌다. 결국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서[5] 바이마르 공화국과 프랑스를 설득하여 프랑스군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방에서 철군하고 점령했던 루르 지방의 영토를 독일에 돌려주고, 독일은 프랑스한테 조속한 시일 내[6]에 전쟁배상금을 갚으며, 이 전쟁배상금의 액수는 쿨리지 대통령이 "도스 안"을 제시해 많이 깎아 주는 방법으로 타협했다.
물론 채무자의 재산이 채권자가 소송을 걸 수 있는 국가의 사법력이 미치는 영역에 있어야 하지만 디폴트로 수백억 달러 이상의 돈을 떼어먹히게 생긴 판이면 어떤 조치가 이뤄질지는 뻔하다. 예를 들자면,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Chase 은행 계좌에 있던 수천억 원의 예금을 포함하여 미국이란 자산을 동결시켰는데, 이 동결로 이란 중앙 은행은 이자 지급을 위한 계좌간 이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이 이자 미지급을 이유로 '''Chase 은행은 이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고, 이를 빌미로 이란 정부의 미국 내 현금성 자산을 압류하였다.[7][8][9] 이란 국내의 이란 정부 자산은 이란 사법부가 당연히 압류를 허가할 리가 없으므로 미국 은행은 손을 댈 수 없다. 물론 미국 외의 지역에 있는 해외자산 역시 그대로 이란 정부의 자산으로 남아있다.[10]
이 말이 21세기 들어 퍼지게 된 것은 2010년 국채만기로 인한 유럽연합 금융위기의 중심인 PIIGGS에 이어서 미국까지 디폴트 위기 우려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 모라토리움은 일시적인 채무지불유예지만, 디폴트는 아예 빚에 손도 못 대는 상황이라 당연히 더 심각하다. 그리고 그리스는 결국 경제위기를 맞아 2015년 7월 1일부터 디폴트에 들어가게 될 뻔했으나, 유럽 국가들과의 협상으로 디폴트를 겨우 모면하고 구제금융을 다시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벌인 구제금융 상환투표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한 것은 덤이다. 2017년 11월 16일에는 베네수엘라가 공식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7일에는 레바논이 선언했다.# 다만 이들 나라는 이전부터 이미 신용이 붕괴된 상황이라 애초에 빌릴 수 있는 곳도 없어서 금융기관의 타격은 미미했다.
채무자가 디폴트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것을 '''디폴트 선언'''이라고 하며 한 융자계약에서 디폴트 선언을 당하면 다른 채무에 대해서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크로스디폴트'''라고 한다. 이 경우의 크로스디폴트 선언은 ''''나중에 갚겠다고? 그걸 어떻게 믿어? 너 다른 애들한테는 돈 못 갚겠다며? 걍 너 지금 갖고 있는 거나 닥치고 내놔''''란 뜻이 된다. '''A 계약에서 갚을 돈은 없고 B 계약에서 갚을 돈은 있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므로 한 채무에 대해 디폴트가 나올 경우 크로스디폴트는 당연히 성립한다.
쉽게 예시를 들어보자. 무냐가 나무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 받고, 옆에 있는 위키은행에서 7천만 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무냐는 1억 7천만 원을 빌려서 날려먹고(...) 남은 돈이 없다. 그 상황에서 나무은행이 무냐한테 "돈 갚아라"고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고 전화를 건다(채권추심). 무냐는 돈이 없으므로 나무은행 1억원 채무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하게 된다. 이게 바로 디폴트. 그리고 위키은행은 나무은행에서 발생한 무냐의 디폴트 사건을 금융공동망이나 경제신문의 당좌거래정지 란을 보고 '''인지한다'''. 무냐는 이미 신용이 제로로 떨어졌으므로, 위키은행은 무냐가 위키은행에 진 7천만원 채무에 대해 '''크로스디폴트'''를 선언하고 채권 추심에 나서는 것이다.
위 내용에서는 국가의 디폴트가 주류였지만, 사실 현실에서 '''디폴트는 기업이나 가계의 디폴트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기업이나 가계에 비해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이 사태로 인한 파급력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 유럽연합이나 IMF대침체 이후 유럽에선 주로 남부 유럽 위기 지역의 디폴트 사태를 막고자 그토록 열과 성을 낸 것도 이 지역 국가들이 회생할 싹수가 어느정도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유럽의 나름 영향국인 스페인이탈리아의 연쇄 도미노 디폴트 현상을 우려해 이를 막기 위한 측면도 컸다. 반대로 1990년대 당시 한국은 혼자서 디폴트 해봐야 혼자 망하고 끝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모라토리엄 선언 역시 이후 수출시장 막혀도 상관없다는, 소위 마인드가 운동권 수준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생각이라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빚은 무조건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채권자의 억지 요구도[11]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택지는 오직 빚을 빨리 갚아서 채권자의 요구에서 벗어나는 것 뿐.

2.1.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디폴트의 미국식 옵션 화(化)


  • 참고 자료: Fundamentals of Futures and Options Markets (8th Edition), John C. Hull
위의 설명대로 디폴트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일 때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빚을 얻을 때 내건 담보를 뺏기게 되는게 일반적. 그런데 만약 '''갚을 빚보다 내건 담보가 싸졌다'''면?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 현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는 기본적으로 대출이 발생할 때 이자를 미리 계산하여 갚을 돈이 다 정해진다.[12] 즉, 외부 요인이 뭐가 됐든 간에 내가 낼 돈은 대출 시점에서 이미 다 정해지며 바뀌지 않는다. 당시 미국 은행들에게 있어 모기지는 다년간, 큰 액수의(집이 한두 푼일 리가 없으므로) 안정적인 이자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가 디폴트를 행사해도 이미 값이 치솟고 있는 집을 담보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상품이었다.[13] 즉, 어떻게든 주택담보대출만 만들어내면 은행은 큰 이익을 볼 수 있었고 자기 집을 마련하게 도와준다는데 마다할 사람도 없으므로 너도나도 집을 사게 되었다. 세계금융위기 항목에도 나오듯이 주요 은행이 집값의 70% 대출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모기지는 은행들에게 있어 이상향이었지만 '''문제는 그 집값이 거품이었다'''는 것.
예시를 들면 A국의 수도 B시에 있는 5억짜리 아파트가 건설업계에서 뇌물을 주지 않아 빡친 독재자 C의 비현실적인 재건축 금지명령 때문에 수도권 밀집현상까지 겹쳐 무려 15억으로 폭등했는데, 그걸 70%인 10억 5천에 대출을 받아 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독재자 C가 결국 민중혁명으로 축출되고 새 정부 수반 D가 재건축을 풀어주면서 곳곳에 새 아파트가 지어지고 신축의 가치가 떨어져 기존 아파트 가격도 7억으로 떨어졌다면, 7억은 어떻게 집 팔아서라도 갚는다고 치지만 3억 5천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게 전국에 걸쳐 진행된 게 바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이렇게 거품이 낀 집값은 당연히 거품이 꺼지면서 점점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거품 형성 시점을 일반인이 알 수 없다보니 집값이 '''대출 금액보다 낮게 떨어지는 경우가 나온 것'''. 결국 집주인(채무자)들은 디폴트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위의 예시대로 10억 5천에 대출을 받았는데 집값이 7억이 되면 3억 5천은 빚으로 남는다, 이런 상황이면 3억 5천의 빚을 평생에 걸쳐 갚아도 소용이 없으니 그냥 디폴트를 선언하고 은행에게 집을 주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게 된다.[14] 이런 식으로 은행들은 거품이 다 꺼진 깡통집들을 디폴트로 인해 떠안게 되었고, 하나둘씩 이를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서 줄줄이 막장테크를 밟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집 내주고 나간 사람들이 행복해진 건 또 아니라서, 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자신이 집 구매에 사용한 다운페이[15]도 전부 날아갔다는 것이므로 대부분 집 말고 재산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거진 다 파산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면서 치안도 나빠졌다.

[1] 이 생각엔 디폴트적으로 그런 생각이 깔려 있는거네(기본적) / 이 식당은 디폴트가 좋아(밑반찬)[2] 이걸 피해보려고 1997년 한국은 외환위기 속에서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 물론 협상용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는 주장도 있긴 했지만, 한국은 수출 위주 국가라 이렇게 하면 신용을 잃어 베네수엘라처럼 된다. 오히려 그 때 이를 악물고 빚을 갚았기 때문에 신용을 얻었고 이후 수출시장 개척이 더 쉬워졌다.[3] 단 해당 게시글에 나온 독일이 돈찍어서 갚아서 경제가 망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경제가 망한 건 맞는데 1차대전 전비로 이미 빚더미에 앉아서 망했고, 전쟁배상금이 추가됐을 뿐이다. 어찌됐건 이 배상금은 으로 갚았다.[4] 레몽 푸앵카레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의 사촌으로,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 제3공화국대통령이었다. 1차대전이 끝나고 대통령직 임기가 끝나자 레몽 푸앵카레는 대통령직에서 수상직으로 자리를 옮겼다.[5] 프랑스바이마르 공화국영국에 의한 중재를 반대했기 때문에 미국이 대신 나섰다. 영국러시아 내전에 개입중이었기에 바이마르 공화국에 유화적인 조치를 선호했는데, 이 때문에 프랑스와 격렬한 마찰을 빚고 영불동맹이 파기될 뻔 했다.[6] 기한은 18개월이 부여됐다. 바이마르 공화국노동자들을 쥐어 짜내서 14개월만에 프랑스한테 배상금을 갚았다.[7] "1979년 미국의 상업 은행들이 이란에 대해 디폴트 선언을 했을 때 미국 은행에 맡겨진 이란 예금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융자를 회수한 적이 있다." 링크.[8] "디폴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79년 가을 미국의 상업은행이 이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사례이다. 당시 미국은 자국 은행에 맡겨진 이란의 예금을 자국이 빌려준 돈과 상쇄시킴으로써 채권을 회수했다." 링크.[9] "Carter froze Iranian assets in the United States, including the 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in Chase accounts. The freeze enabled Chase to declare Iran in default on its loans since the Iranian central bank was no longer able to move money between accounts to make interest payments. Chase then seized Iran’s cash reserves in the amount of the outstanding loans and walked away clean from the disaster." 링크.[10] 단, 이건 일반적인 디폴트와 구분해야 하는 게 미국이 일방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했을 뿐 이란 정부는 빚을 갚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고, 빚을 갚지 못할 상황도 아니었다. 애초에 2020년대처럼 유가가 폭락한 시기도 아니고 석유 팔아서 갚으면 그만인데 디폴트를 뭐하러 하겠는가? 게다가 디폴트를 할 정도면 애초에 전쟁을 치를 돈도 없어서 일찌감치 이라크에 항복했을 것이다.[11] 한국인들이 독하게 빚을 갚은 가장 큰 이유가 IMF의 긴축요구에서 벗어나려 한 게 컸다. 실제로 금융주권을 회복하자마자 한 일이 바로 소비진작을 위해 긴축정책을 그만두는 것이었는데, 정도가 지나쳐서 이번에는 카드대란으로 가계의 디폴트가 급증. 노무현 정부가 자발적으로 긴축을 해야 했다.[12] 이론적으로 매월 내는 비용이 같고, 원금과 이자를 다 갚지만 원금과 이자의 비율은 다르다. 갚은 원금에 대해선 이자가 없으므로 처음에는 이자가 대부분이다가 마지막에는 원금을 내고 끝나는 형태를 띤다.[13] 그렇다고 모기지가 완전한 무위험 상품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기지는 Prepayment risk(조기상환위험)를 안고 있고 이로 인해 은행들은 MBS(Mortgage-backed security)라는 모기지의 증권상품화를 통해 리스크를 쪼개려고 했다.[14] 다시 말하자면 집주인은 집값을 대출받은 시점의 가격으로 팔 수 있는 풋옵션(옵션에는 미국식과 유럽 식이 있다. 유럽 식은 만기에만 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미국식은 만기 이전이라면 아무 때나 행사할 수 있다)을 (디폴트를 선언함으로써) 행사한 셈이다.[15]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집값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고 들어간 자신의 현금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