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효과
1. 개요
Werther effect | Copycat suicide effect(모방자살 효과)
사회적으로 존경 받거나 인기 있는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이른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독일에 출판된 후 이 책을 읽은 다수의 청년 독자들이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자살을 했던 것에서 유래했다[1] . 해당 용어는 1974년 《American Sociological Review》에 게재된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ips)의 《THE INFLUENCE OF SUGGESTION ON SUICIDE: SUBSTANTIVE AND THEORETICAL IMPLICATIONS OF THE WERTHER EFFECT》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2. 상세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중매체가 발달한 20세기 들어 주요한 자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hide, 장국영 등 전설급 슈퍼스타들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팬들이 뒤따라 자살한 선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특히 일본의 경우 오카다 유키코 투신자살 사건 이후 팬들이 따라서 자살한 사건 때문에 베르테르 효과를 '윳코 신드롬(ユッコ・シンドロー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08년 만인의 연인이라고 불리던 배우 최진실의 자살, 악플 등의 우울증으로 인한 설리와 구하라의 자살이나 노무현 전 대한민국 대통령 등의 사망 등으로 여러 차례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2]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유명인의 자살 후엔 자살 소망자 및 실행자가 늘어난다는 구체적인 통계가 많이 보고되어 있다.
3. 원인
대부분의 경우, 유명인의 사망이 사람들의 자살을 부른 직접적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원래부터 자살 소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유명인의 죽음이나 자살 소식을 접한 것을 계기로 자살에 대한 소망을 마음 속에서 구체화해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 오늘날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 것은 대개 그런 경우까지 지칭해서 폭넓게 부른다.
자살을 터부시하는 상황에서 유명인의 자살 방법은 자살 희망자들에게 있어서 주요한 참고 수단이 된다. 또한 '유명인도 자살하는데 나도...' 같은 심리로 주변인에 대한 죄책감이 옅어질 수 있다. 사실 깊게 파고 들면 가정 불화나 학업/취업 스트레스, 내성적인 성격 등 주된 자살 소인이 보이는데도, 사회 통념상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적당히 덮고 자살자가 평소 현실도피성으로 몰두하던 팬질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돌 팬덤을 위시한 청소년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가수 빅토르 초이 사망 후 5명의 여성 팬이 투신자살했으며, 장국영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지 9시간 만에 6명의 팬이 그를 따라 자살했고, 일본의 인기 아이돌 오카다 유키코의 자살 이후나 X JAPAN의 기타리스트였던 hide가 생을 마감했을 당시 청소년들이 줄줄이 자살하였다.[3] 그리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는 중장년 이상의 경우 유명 정치인의 자살로 인해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4] 이 각각 자살한 후에 진보 성향 시민들이 이들을 각각 따라 자살하고, 정두언이 자살한 후에 중도보수 성향 시민들이 그를 따라 자살하는 일이 일어난 게 대표적이다.
많은 임상심리사들은 베르테르 효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은폐 집단들을 지적한다.[5] 기자들의 통제되지 않은 보도 행태가 제2, 제3의 자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 그와 반대되는 예로는 커트 코베인의 자살 이후 미국의 MTV 방송에서 취했던 대처가 한 사례가 있다.[6] 이 방송사와 몇몇 다른 방송사들은 코베인이 자살한 저녁,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보도하면서 "자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자살 예방 센터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임상심리사의 면담을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자살을 원하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문의에 상담해주는 전화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 결과 이들 방송국이 서비스하던 지역에서는 베르테르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13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 보도 권고 기준 2.0을 발표했고, 2018년에는 언론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공개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에는 강제력이 없지만,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는 유명인의 자살 보도가 조금 과하다 싶을 때마다 각 언론사에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따라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4. 대중매체에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망한 것도 마츠모토 세이쵸의 소설 '파도의 탑'의 결말에 영향을 받아 자살을 한 베르테르 효과의 일종이라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생명의 다리 역시 이 효과의 일종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
액션 게임이나 RPG 게임에서 보스가 죽으면 부하들도 체력이 얼마가 남아있던 상관없이 같이 쓰러지는 것을 이렇게 칭하기도 한다.
원더 에그 프라이어리티 3화에서 아이돌의 자살을 따라서 자살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1] 다만, 당시 실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모방자살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현대에 와서 의문을 표하는 이론도 많다.[2] 최진실의 사망 이후 동생 최진영과 전 남편인 조성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노무현의 투신 이후 많은 시민들이 투신 소동을 벌였으며, 설리의 사망 후 '''1달 뒤''' 친한 언니인 구하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3] 히데의 사망 원인이 진짜로 자살인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좀 논란이 많지만, 어차피 현대에 와서 베르테르 효과는 꼭 자살이 아니더라도 폭넓게 지칭되고 있으니.[4] 성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자업자득으로 자살한 건데 어떻게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성추행 사건과 별개로 박원순이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 변호, 촛불혁명 참여 등 사회적 차원에서 업적을 남긴 것 때문에 박원순의 죽음을 슬퍼한 이들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박원순 본인의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5] Blood et al., 2007; Gould et al., 2007.[6] Colburn,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