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의두합
1. 개요
昌德宮 倚斗閤
창덕궁 후원 애련지 권역의 건물이다. 애련정의 남쪽에 있다. 서쪽에 부속 건물 운경거가 있다.
순조의 세자 효명세자가 대리청정할 당시에 독서와 공부를 하려고 지은 서재이다.
2. 이름
‘의두(倚斗)’ 뜻은 ‘북두성(斗)에 기대어(倚) 서울의 번화함을 바라본다’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밤》에서 따왔다.
‘기오헌(寄傲軒)’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기오(寄傲)’ 뜻은 ‘거침없이(傲) 호방한 마음을 기댄다(寄)’이다.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쓴 시 《귀거래사》의 구절에서 따왔다.#
두 이름 뜻의 공통점은 ‘기댄다’ 이다. 효명세자가 할아버지 정조의 뜻에 기대어 좋은 정치를 하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멋대로 호방함을 부려보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좁은 집이지만 편안함을 알겠노라
◎ 도연명 《귀거래사》 중 일부
《동궐도》에는 ‘이안재(易安齋)’란 이름으로 나온다. 역시 위의 《귀거래사》 구절에서 따왔다.
3. 역사
효명세자가 대리청정을 시작하던 1827년(순조 27년)에 지었다. 《궁궐지》에는 예전에 있던 책 읽던 자리에 고쳐 지었다고 나온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다.
4. 구조
- 궁궐 건물들 중 유일하게 북향(北向)이다. 책읽고 공부하는데 햇볕 잘 드는 남향으로 지으면 편해질까봐 일부러 북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단청도 칠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대석 한 단 위에 사고석 4단을 쌓고 그 위에 다시 장대석 1단을 두어 축대를 만드는 등, 다른 궁궐 건물에선 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 지붕은 팔작지붕, 처마는 홑처마이다. 공포없는 민도리집이다. 지붕 측면의 합각은 벽돌로 마감했다. 용마루와 추녀마루, 내림마루는 기와로 쌓았으며 내림마루 끝에는 막새기와를 얹었다.
- 정면 4칸, 측면 3칸이다. 동쪽 끝면에는 누마루 3칸이 있고, 서쪽으로 대청 1칸, 온돌방 2칸이 있다. 대청과 온돌방의 전면과 후면은 툇마루이다.
- 건물 외벽은 각 칸마다 다르다. 서쪽 끝 칸 온돌방 정면 외벽은, 가운데에 창이 달려있고 나머지 부분은 벽이며 하단에 머름을 설치하고 머름 아래에 벽돌로 고막이벽을 둔 형태이다. 정면 가운데 두 칸의 외벽에는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으며 문은 툇간 뒤에 달려있다. 대청 칸 면에는 사분합문과 교창이 달려있으나, 온돌방 칸의 면은 서쪽 끝 칸 온돌방 정면 외벽과 같은 모습이다.
서쪽 칸 측면 외벽은, 기둥 사이에 중인방을 두고 위 아래를 벽으로 마감한 형태이다. 서측면 가운데 칸의 중인방은 북쪽 칸보다 낮으며 중인방 아랫 벽 가운데에는 나무 판문이 달려있다. 서측면 남쪽 칸은 벽체 없이 외부와 통해있다.
5. 운경거
5.1. 개요
昌德宮 韻磬居
의두합 서쪽에 있는 건물이다. 의두합과 같이 지었다. 효명세자는 이곳도 책읽는 곳으로 사용했으며 책과 악기를 보관하는 용도로도 썼다.
5.2. 이름
‘운(韻)’ 뜻은 ‘음운’, ‘운치’, ‘정취’이고 ‘경(磬)’ 뜻은 ‘경쇠’, ‘중국의 고대 악기’이다.
5.3. 구조
- 의두합과 마찬가지로 북향(北向)이며 단청도 칠하지 않았다.
- 정면 2칸, 측면 1칸, 총 2칸이나 말이 2칸이지 마루가 반 칸. 온돌방이 한 칸인 소박한 건물이다.
- 마루방 겉면에는 띠살문을 설치했다. 온돌방 외벽은 면마다 다르다. 정면 외벽은, 문상방과 문선을 설치한 뒤 문선 안에 창을 두고 나머지는 벽으로 마감한 형태이다. 그러나 서측면 외벽은 그냥 벽이다.
6. 여담
- 2019년 5월 11일부터 6월 9일까지 기오헌과 운경거 앞에서 효명세자가 창작한 무용 춘앵전 공연이 열렸다. 문화재청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했던 행사 ‘문화공간음악회, 창덕궁’의 프로그램이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2020년 7월에 VR 컨텐츠를 통해 기오헌에서 하는 춘앵전 공연 영상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