큄멜 사건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1장
- 은하영웅전설 OVA 57화
- 시기 : 우주력 799년, 신제국력 1년 7월 6일
2. 발단
여기저기 자신들의 세력을 퍼뜨려 인류사회를 잠식해 나가고 있던 지구교는 국무상서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백작의 조카 하인리히 폰 큄멜 남작을 꼬드겨 라인하르트를 초청하여 암살하도록 주문하였다. 이를 위해 지구교 오딘지부를 통해 큄멜을 지원하였으며 심지어는 다량의 제플입자까지 공급해줬다. 이에 큄멜은 정원 지하에 제플입자를 채워넣고, 황제로 즉위한 라인하르트를 초청하여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체에 장애가 있었던 큄멜의 경우 영웅들의 전기를 읽고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얻는 경향이 있었는데, 마린도르프 일가는 하인리히가 라인하르트를 초청하고자 하는 것도 이러한 성격의 일환으로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라인하르트 역시 이 초청을 군말없이 수락하였다.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는 황제가 신하의 집에 가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대사건인데, 마침 큄멜 가문은 라인하르트와는 별 관계가 없는 구황실의 귀족가였고 하인리히 역시 병약한 인물이었기에 큰 부담을 가지 않아도 돼서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해석했다.[1]
그렇게 신제국의 황제는 16명의 단촐한 수행원들만을 이끌고 큄멜 저택을 방문했다.[2]
3. 큄멜 저택의 상황
큄멜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나와 라인하르트를 맞이하고 정원으로 안내할 때까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3] 하지만 식사준비를 마치고 하인리히가 자신의 초청 목적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냉각되었다. 처음에는 수행원들이 상황을 제압하려 하였으나 하인리히가 제플입자 기폭장치를 가지고 있었고 뭔가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가 귓속말로 지시를 내리면서 수행원들 모두 별다른 움직임 없이 하인리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큄멜 남작은 잠시나마 황제 위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을 즐기면서 희롱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정작 희롱당하고 있는 라인하르트는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되려 남작은 카이저가 구걸하는 꼴을 보고 싶어하던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사이 힐다가 말로 설득을 하려 했지만 남작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귄터 키슬링이 잠시 무력행사를 하려 했지만 하인리히에게 걸리고, 힐다가 동의하지 않았기에 곧 포기했다.
이 급박한 상황은 주범 하인리히가 라인하르트와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유품이 들어간 펜던트에 관심을 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라인하르트가 계속 만지작거린 까닭에 하인리히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인데 펜던트를 건네 달라는 하인리히와 그럴 수 없다고 맞서는 라인하르트 사이에 막간의 희극이 벌어졌다. 그 펜던트가 무엇인지 몰랐던 힐다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대체 저게 뭐길래 어린애처럼 거부하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하인리히가 펜던트를 강제로 뺏어가려 했고 여기에 욱한 라인하르트가 앞뒤 안가리고 병약한 하인리히의 뺨을 때려 쓰러뜨리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하인리히가 기폭장치를 놓치자 키슬링은 잽싸게 달려가 하인리히를 제압했고 하인리히는 질책하는 힐다의 품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테오도르 폰 뤼케는 밖에 대기중이던 헌병들[4] 에게 황제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큄멜 남작을 이용한 암살이 실패했음을 깨달은 지구교도들이 튀어나와 황제를 암살하려 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헌병대가 대응하여 총격전을 벌였고, 단 한 사람의 지구교도가 라인하르트에게 가까이 다가왔지만 뤼케가 사살함으로써 큄멜 저택에서의 사건은 마무리됐다.
4. 제국의 반격
사실 헌병대가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큄멜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밀고가 있었던 덕분이다. 밀고자는 전 자유행성동맹의 국가원수 욥 트뤼니히트였는데 바라트 화약을 체결한 직후 제국에 신변보장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오딘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어쨌든 이 남자가 불쑥 헌병총감 울리히 케슬러를 찾아와 지구교와의 커넥션을 통해 황제 시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고 자신은 충심에 따라 이를 신고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예 지구교 오딘 지부의 위치까지 죄다 불었다. 이야기를 들은 케슬러는 트뤼니히트가 어떤 속셈을 가졌다는 점은 인식하여 밀고자 보호를 빙자해 트뤼니히트를 연금시켰다.[5]
상황을 분석한 케슬러는 우선 큄멜 저택과 가까운 곳에 주둔 중인 헌병대에 연락을 넣어 황제를 구하도록 지시하였다. 2,400명의 무장헌병이 집결했고 이 부대의 지휘관인 파우만 준장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장갑척탄병 출신의 베테랑이라 매우 믿음직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파우만도 황제의 목숨이 위협받는 비상사태에 극히 긴장하여 휘하 부대원들에 현장까지 장갑차 이용도 금지하고 군화도 벗고 신속하게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 덕분에 한 무리의 헌병대원들이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에는 군화를 들고 거리를 내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6] 훗날 헌병대원들은 웃으며 그 때 일을 회고했지만 그 당시만큼은 모두가 긴장하여 웃지 않았다고 한다.
큄멜 저택의 상황이 마무리되자 케슬러는 바로 라프트 준장을 호출하여 지구교 오딘 지부 습격을 지시하였다. 지구교 신도들은 때마침 예배를 보고 있었는데 헌병대가 들이닥치자 총을 들고 헌병대를 공격하였다. OVA에서도 상세하게 [7] 묘사된 총격전은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10분만에 지부 건물로 진입하였고 곧 3층짜리 지구교 오딘지부를 제압했다. 96명의 신도들이 저항하다 사살되었고, 52명이 부상을 입은채로 생포됐다. 반면 헌병대는 18명이 전사하고 42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를 입었다. 지부장인 고드윈 대사교는 생포될 위기에 처하자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려 하였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난 헌병에게 잡히는 바람에 좌절하였다.[8][9]
5. 사건의 마무리
대다수 신도들이 저항 중 사살되거나 자살하여 헌병대로써는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데 어려움을 겪어야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책임자 고드윈 대사교와 몇몇 신도들을 체포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책임자라는 지위와 몇 안되는 생존자라는 위치가 겹치며 고드윈 대사교는 제국 헌병대의 폭언, 폭행, 대량의 자백제 투여 등 강도 높은 심문을 받으며 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을''' 부러워할만한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자백제 투여를 위해 심문에 참여한 의사가 더 이상의 약물 투여는 피심문자의 건강에 지장을 준다며 추가 투여를 거부하자 경애하는 황제를 암살하려 들고 수많은 전우들을 살상한 이교도들에 격분한 헌병들은 '''이미 정상이 아닌 놈들이니 당장 약을 놓아서 정상으로 돌려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고드윈 대사교는 극심한 고문과 자백제 투여에 견디지 못하고 큄멜 사건의 동기와 정보 일부를 자백하였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를 자백하지는 않았다. 헌병대는 당연히 자백제를 더 투여하였고 고드윈은 얼마 못 가 죽었다.[10]"......시간이 지나면 금발 애송이의 권력기반은 강화될 것이다. 지금이야 패자로서 허식을 배재하고 간소함을 중시하면서 가급적 담장을 쌓지 않은 채 신하나 민중들을 대하려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권위와 영광을 내세워 호위를 강화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77
-
지구교가 노린 것은 전 우주를 통일하려 하지만 아직 그 후계자가 없는 라인하르트의 약점이었다.[11] 이를 노리고 테러공작을 펼쳤는데 트뤼니히트가 밀고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그런데 큄멜 남작은 라인하르트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다. 큄멜은 단지 죽어가는 자신의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워 자기만족을 충족[12] 시키려 했을 뿐이었다. 지구교의 의도와는 달리 트뤼니히트가 밀고하지 않았어도 이 암살을 실패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훗날의 추측이었고 당장 일개 광신적 종교집단 따위가 황제를 시해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제국정부의 분노를 샀고, 어전회의를 거쳐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이 결정되었다.
결국 지구교의 총본산이 집중공격을 당하고 지구교의 세력이 크게 깎이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찬탈의 의사를 품게 하는 등 지구교의 음모가 소극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더불어 라인하르트를 큄멜 저택으로 초청한 마린도르프 부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라인하르트 본인이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고 일갈하였다.
큄멜 본인은 자신만의 이유로 지구교도들에게 '이용당해 준' 것에 가까운데다 사망하였기에 형벌에 처해지지는 않았다. 마린도르프 백작 외에는 가족이나 친지도 없었으니 가문의 대가 끊겼고 남겨진 재산은 마린도르프 가문에 귀속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마린도르프 백작 부녀는 아직까지 근신하고 있나?"
"대역죄인의 친척인 만큼 어쩔 수 없사옵니다. 원래는 일족을 모조리 사형 내지는 유배형에 처하는 것이 골덴바움 왕조의 관행이 아니었사옵니까?"
라인하르트는 가슴의 팬던트를 손가락으로 꼬았다.
"다시 말해 지구교는 짐의 생명을 노린 데서 그치지 않고, 짐의 소중한 국무상서와 수석비서관마저 빼앗아가려는 것이로군."
라인하르트는 개인으로서는 감정에, 공인으로서는 권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더 이상의 근신은 필요 없다! 마린도르프 부녀에게 내일부터 출사,出仕,하라 전하라."
"......존명."
"한 가지 더. 마린도르프 부녀에게 이 같잖은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것을 금하겠다. 이를 어기는 자는 짐의 명령에 불복한 것으로 잔주하여 상응하는 처단을 받을 터이니 이 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150~151
[1] 사실 황제의 첫 행차는 큰 의의가 있는게 마린도르프 백작의 말에 따르면 보통 공훈이 많거나 황제의 마음에 든 사람이기 때문에 상당히 영광을 입는 일이었다. 힐다는 이에 아무 인연도 없는 큄멜 남작을 찾아가서 골덴바움 왕조의 우행을 깨려고 하는것 같다고 답했다(물론 병자를 가여이 여기기 때문인 것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기보다는 상냥한 분이기 때문이라나).[2] 수석비서 힐데가르트와 수석부관 슈트라이트, 차석부관 뤼케와 친위대장 키슬링 및 휘하 친위대원 8명과 4명의 시종. 제국 황제에 행차에 따르는 사람 수치곤 정말 단촐하기 그지 없다. 골덴바움 왕조 시절부터 궁내성에 근무했던 한 관료는 황제의 위엄에 맞지 않다고 수행원을 더 붙일 것을 건의했으나 과도한 경호라 하여 라인하르트 본인이 거절했다. 만약에 이때, 지구교에서 큄멜없이 그냥 수백여명 지구교 인원을 동원해 공격하게 했더라면?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3] 물론 라인하르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부터 뭔가 불길한 느낌을 감지했다. 해설에는 오랫동안 숱한 전장을 헤쳐온 이들이 갖는 감각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다.[4] 수행원에 군인들이 많았던 까닭에 밖에 헌병대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분위기를 통해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하인리히는 이것을 모른 듯 하지만 OVA를 보면 헌병들이 움직이는 게 워낙 티나게 움직여서 아예 몰랐을지는 의문.[5] 트뤼니히트도 이 점은 예상한 것인지 헌병대원들에게 '보호를 위해' 끌려나가는 와중에도 자신은 이 음모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6] 오딘의 거리는 중세 유럽식의 돌이 깔려있는 도로라 장갑차는 말할 것도 없고 군화를 신고 달리면 소리가 크게 들릴 수 밖에 없다.[7] 장갑차의 기관포에 맞아 무너져내리는 건물 잔해에 박살난 사람 머리가 섞여 있는가 하면, 헌병들 사격에 머리를 맞아 죽은 신도의 머리에서 뇌수가 주르르륵 쏟아져나온다![8] 평신도들은 자살 명령을 받고 독약으로 집단 자살했는데 정작 대사교인 고드윈은 그 모습을 보고 자살을 주저하다 현병대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놀라 독약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흘린 약이라도 어떻게 마셔보겠다고 손을 뻗었으나 달려든 헌병대에 의해 체포되었다.[9] 집단 자살 장면은 소설판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OVA에서는 추가됐다.[10] 소설에서는 6번째 자백제가 투여되자 큰 소리로 뜻을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치곤, 이내 입과 코, 귀를 통해 피를 쏟으며 죽었다고 묘사되며 OVA판에서는 조사를 받던 중 헌병대를 뿌리치고 심문실 벽에 머리를 박아 자살하였다.[11] 일전에 양 웬리도 이를 이용하여 버밀리온에서 라인하르트가 발할라로 주소 이전할 뻔 하였다. 지구교도들도 양 웬리도 이런 약점을 이용해대니 제국 신하들은 라인하르트에게 후사를 얻으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하였다.[12] 만약 라인하르트가 큄멜에게 살려달라고 하면서 비굴하게 빌었다면 큄멜 남작은 기폭장치를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