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스포팅
1. 개요
'''제69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후보작'''
우리를 선택하라. 인생을 선택하라. 월부금을 짊어진 인생을 선택하라. 세탁기를 선택하라. 자동차를 선택하라. 소파에 앉아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서 정신을 마비시키고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퀴즈쇼를 보는 인생을 선택하라. 자신이 갈겨놓은 이기적이고 막돼먹은 애새끼들에게 창피한 존재가 되어 자신을 저주하면서 헛되이 썩어가는 인생을 선택하라. '''인생을 선택하라. 하지만 나는 인생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다.'''
스코틀랜드 소설가 어빈 웰시[1] 가 1993년 발표한 소설 및 이를 영화화한 대니 보일 감독의 1996년작 영화.
에든버러의 리스를 배경으로 헤로인 중독자인 주인공 마크 렌튼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런저런 주변 인물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내용은 '''기성세대의 정상적인 삶의 방식에 순응하지 못하고 마약에 빠져 일탈, 자기 파멸적 인생을 살아가는 20대 초반 펑크들의 블랙코미디적 성장물''' 정도로 요약할 수 있으며, 배경은 1980년대 후반이지만 책과 영화가 발표된 90년대에도 당시 유행하던 루저 정서와 맞물렸는지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영국 펑크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데 소설에서도 이기 팝, 데이빗 보위, 루 리드 등 당대 록뮤지션에 대한 언급이 일상적으로 나오며 이는 영화의 OST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원작은 하나의 스토리가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 시점에서 전개되는 단편을 모아놓은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각 단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 영화화되면서 줄거리와 인물들의 상당한 부분이 생략되었는데,[2]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소설 또한 일독할 가치가 있다. 원작 소설은 국내에서 영화 개봉 이후 문학사상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주로 스코트어와 스코틀랜드식 영어로 쓰여진 책이라 번역자가 심하게 애를 먹었다는 후기가 붙어 있다.
대니 보일이 감독하고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영화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펄프 픽션 이후 가장 도발적이면서 재미있는 팝컬처 영화' 등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89%, 메타크리틱 점수는 83점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의 OST도 유명한데, 작품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70~80년대 거물들의 명곡과, 90년대 한창 날리던 블러, 펄프 같은 록밴드들 외 신진 일렉트로니카 그룹들 등의 음악이 조화롭게 수록되어 있으며 2장으로 나뉘어 발매되었다. 최고의 OST 리스트를 꼽을 때 높은 확률로 포함되는 음반. 영화 도입부에서 렌튼이 달리는 장면에 나오는 이기 팝의 <Lust for Life>, 헤로인 과용으로 실려가는 장면에서 아이러닉하게 대비되는 루 리드의 <Perfect Day>, 에든버러와 달리 현대화된 런던을 상징하는 언더월드의 <Born Slippy> 등 인상적인 곡이 많다.
어빈 웰시는 2002년 트레인스포팅의 시퀄에 해당하는 <Porno>, 2012년에는 프리퀄에 해당하는 <Skagboys>를 발표하였으며, 대니 보일이 2016년 개봉을 목표로 <Porno>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다만 대니 보일과 이완 맥그리거의 불화설 등 좋지 않은 소문 때문에 확실하진 않다. 2014년 어빈 웰시의 인터뷰에 따르면 트레인스포팅이 워낙 잘된 영화라 속편에 대해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한다.
해당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은 제임스 매커보이가 주연한 <필스(Filth)>라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똑같이 어빈 웰시의 작품을 영화화해서 분위기가 비슷하다. 영화 평론가 박평식 또한 '<트레인스포팅>에 <셰임>을 이식하다'라는 평과 함께 별점 6점을 줬다.
1996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2. 주요 등장인물
- 마크 '렌트 보이' 렌튼(이완 맥그리거): 주인공. 마약중독자로 같은 처지에 몰린 친구들과 어울리며 흥청망청 살고 있다. 그래도 한 때는 마음잡고 정상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부동산업자 밑에서 일도 해보지만... 현실은 시궁창. .
- 다니엘 '스퍼드(Spud)' 머피(이완 브렘너): 마크 렌튼의 절친. 마약에 중독돼서 헬렐레하는 위인이지만 본심은 굉장히 선량하다. 사실상 마크 렌튼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다.
- 토미(케빈 맥키드[3] ): 원래는 마약을 하지 않았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마크 렌튼과 같이 마약을 하게 된다. 그런데 결국 키우던 고양이로부터 주혈원충증(Toxoplasmosis)이 감염되어 죽는다.
- 프랜시스 '프랭코' 벡비(Begbie)(로버트 칼라일): 마크 렌튼 일당들 중 가장 성깔이 더러운 인물. 어딜 가나 폭력사건을 일으킨다. 마크 렌튼이 모처럼 마음잡고 부동산업자의 밑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려 해도 이 녀석이 갑자기 렌튼의 집에 찾아와 난장판으로 만든다.
- 다이앤 콜슨(켈리 맥도널드): 나이를 속이고 클럽에 가서 마크 렌튼과 술마시고 논 것도 모자라 마크 렌튼과 검열삭제를 했다. 근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다이앤이 중학교 1학년이라는 점. 그 이후에도 마크 렌튼과 연락을 하며 지내고, 마크 렌튼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말을 해주기도 한다.[4]
3. 줄거리
주인공 마크 렌튼은 뒷골목을 전전하는 마약중독자이다. 렌튼은 스퍼드, 식 보이, 벡비, 앨리슨 등의 같은 처지에 놓인 부랑아들과 한데 어울려 마약을 한다.
마크 렌튼은 마약을 끊기로 하지만 마지막 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마약을 구하러 다닌다. 구할 수 있던 건 좌약식 마약이 전부였고 내키지는 않지만 그것을 집어넣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설사가 나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뒤늦게 마약까지 같이 내려간 것을 알아차린다. 마크 렌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변기속으로 다이빙하여 마약을 찾기 위해 정화조 속을 헤엄친다.
이후 마크 렌튼과 식보이는 마약을 끊고 공기총을 들고 함께 개 사냥 놀이에 나선다. 렌튼은 면접통지서를 받은 스퍼드에게 마약을 준다. 이 면접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나마 나오는 실업수당마저 끊기지만, 그렇다고 면접에서 합격해 일자리를 얻는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렌튼은 토미의 집에서 놀다가 토미와 여자친구의 검열삭제테이프를 훔쳐 집으로 가져간다. 그것을 보던 렌튼은 갑자기 여자가 필요함을 느껴 클럽에 간다. 클럽에서 만난 다이앤의 집에 가 검열삭제를 치른다. 다음날 아침 다이앤의 룸메이트들과 식사를 하다가 중학교 교복을 입고 나타난 다이앤을 본 마크 렌튼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룸메이트들은 사실 다이앤의 부모였고 다이앤의 나이는 14살. 다이앤은 자기와 계속 만나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한다.
한편 토미는 여자친구와 검열삭제 중 자신들의 테이프를 틀지만 화면에 나오는 것은 렌튼이 바꿔치기해 놓은 축구 경기 영상이다. 토미는 검열삭제 테이프를 대여점에 반납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일로 인해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렌튼과 일당들은 다시 마약을 한다. 그 동안 앨리슨의 아기가 기어다니다가 마약을 집어먹고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누구든 그 아기의 아빠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식보이의 아기임이 밝혀진다.
그 후 마크 렌튼은 스퍼드와 같이 에딘버러 일대를 기웃거리며 방황하다가 서점에서 책을 훔치다가 적발당해서 도망치는데 렌튼은 주력이 좋은 편이라서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뒤따라오던 스퍼드가 잡혔다. 스퍼드는 절도 혐의로 구속 수감되어 6개월간 징역을 살게 되고, 렌튼은 마약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그러나 렌튼은 다시 마약을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양을 주사해 병원에 실려간다. 환각을 보고 난 렌튼은 부모님의 부탁으로 에이즈 검사를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음성이었다.
렌튼은 토미의 집을 방문하는데 토미의 집은 난장판이다. 토미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마약을 하다가 에이즈에 감염되었다.[5] 그리고 렌튼은 그 사실에 굉장히 우울해한다. 자신때문에 마약에 손을 댄 친구가 그때문에 에이즈까지 걸렸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렌튼은 결국 마약에 찌든 인생을 청산하고자 런던으로 가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취업하고 런던의 생활에 적응하면서도 지루한 일생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강도 혐의로 수배중인 벡비, 포주이자 마약 거래상인 식보이가 렌튼에게 찾아와 같이 살게 되면서 렌튼의 안정된 삶은 방해받는다. 벡비는 난폭한 성깔을 주체하지 못해 난동을 부려대고 식보이는 여전히 잡다한 범죄나 하며 살아갈 생각밖에 없다. 이들은 고양이 배설물에 감염되어 사망한 토미의 장례식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돌아간다. 그리고 토미의 장례식장에서 감옥에서 출소한 스퍼드를 만나고, 식보이는 마약 밀거래에 동참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친구들을 꼬드긴다. 결국 밀거래가 성공해 이들은 1만 6천파운드라는 많은 돈을 거머쥐게 된다.
갑자기 큰 돈이 생겨버린 이들은 다짜고짜 술집부터 찾아간다. 이 거래 이후에 마약과 연관된 하류인생을 청산하고 싶은 렌튼은 그나마 착한 스퍼드에게 조용히 돈을 들고 튀자는 제안을 하나 스퍼드는 벡비가 무서워서 못한다. 벡비는 긴장과 흥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냥 사람이 워낙부터 난폭했는지 사소한 시비를 가지고 난동을 부린다. 호텔에서 친구들이 모두 잠든 사이 렌튼은 마약을 판 돈을 먹튀한다. 스퍼드는 이를 목격하고 돈가방을 들고 나가는 렌튼과 눈까지 마주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렌튼은 런던을 빠져나와 멀리 도망치고 다음날 이를 알게 된 벡비는 호텔 방을 모조리 때려부순다. 스퍼드는 사물함을 여는데 렌튼이 자기 몫으로 남겨 준 4천파운드 돈다발을 확인하고 기뻐한다.[6]
4. 여담
- 미국 개봉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스코틀랜드 사투리 때문에 20%는 더빙을 했다.
- 영화와 소설의 내용이 다르다. 소설에는 등장하지만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도 있고, 또 영화와 소설에서의 운명이 다른 인물이 있다 (대표적으로 토미). 당연히 결말 또한 다르다.
- 제목의 원 뜻은 "철도역 승강장에서 들어오는 열차의 번호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가리킨다. 위 포스터의 등장인물에 #1, #2.... 등의 번호가 붙어 있는 것은 열차번호를 형상화한 것. 사전공개 포스터는 아예 열차 승차권 형태로 되어 있었다. 이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trainspotter"라고 하고, 철도 동호인을 가리키는 은어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마약 중독자의 팔에 난 주사바늘 자국들이 기찻길을 연상시키는 걸 가리키는 비유법으로 사용된다.
-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의 렌턴 서스턴이 주인공 성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리고 누나 이름은 다이앤 서스턴.
-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트레인스포팅 DVD에는 백비의 이름이 섹비라고 적혀있다.
- 영화 초반 이완 맥그리거가 달리는 장면은 한국에서 해태음료의 쿨사이다의 광고로 사용되기도 했다.출처(7분 48초부터 8분 2초까지)
- 이동진 영화당 #
5. 속편 제작
트레인스포팅를 감독 맡은 대니 보일이 속편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 개봉예정이고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고 하지만 영화 비치부터 관계가 틀어진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다가 트라이스타 픽처스에서 속편의 제목이 '''트레인스포팅 2'''임을 발표했고 게다가 이완 맥그리거와의 분쟁도 잘 해결된 건지 그도 '''복귀하였다!!''' 다만 개봉일은 2017년에 미루고 개봉했다.1번 참조
T2: 트레인스포팅 항목 참조.
[1] 극중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했다.[2] 일부 인물은 각색이 되었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에 설사를 끼얹은 인물은 스퍼드가 아니라 영화에는 생략된 인물인 데이비 미첼이고, 고양이에게 톡소포자충이 옮아 죽는 인물은 토미가 아닌 매티이다. 영화에서는 다이앤이 히로인 포지션이지만 소설에서는 다이앤은 스쳐지나가는 인물이고 켈리라는 인물이 렌튼의 여자친구에 가깝다.[3] 미드 ROME의 루시우스 보레누스 그리고 콜 오브 듀티의 비누 대위 성우로 유명하다.[4] 다이앤은 렌튼에게 세상은 바뀌고 있으며, 인생을 바꿀 필요성에 대해 말해주고 마크 렌튼은 이 말을 계속 생각한다.[5] 집 밖에 에이즈 환자라고 욕하는 그라피티가 적혀있고 렌튼이 금단증상에 시달리며 본 환각 또한 이를 암시한다.[6] 렌튼이 스퍼드몫만 챙긴 이유는 스퍼드 본인은 약간 모자랄 뿐 착하고 혼자 감옥에 다녀오느라고 고생한 반면 벡비는 난폭한 싸이코고 식보이는 머리만 조금 더 좋았더라면 훨씬 더 위험한 나쁜 놈이라서 그 둘을 쿨하게 배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