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 병기

 


1. 개요
2. 전근대의 공성 병기
2.1. 투석기(投石器)
2.2. 공성포(攻城砲)
2.3. 충차(衝車)
2.4. 정란(井欄)
2.5. 운제(雲梯)・제(梯; 사다리)
2.6. 전호피차(塡壕皮車)
2.7. 기타
3. 근대의 공성 병기
4. 현대의 공성 병기


1. 개요


'''공성 병기'''(攻城兵器, Siege engine)는 성채방벽 등 적이 깔아 놓은 장애물을 포위하여 파괴하는 것이 주된 목표인 공성전(攻城戰)에서 쓰이는 병기를 말한다. 반의어는 수성 병기(守城兵器)이다.

2. 전근대의 공성 병기



2.1. 투석기(投石器)



공성과 수성 양 진영에서 모두 쓰이던 병기이다. 공성 병기로 쓰일 경우 성벽 자체를 부수거나 성벽 너머로 돌이나 화염을 날려 보내는 용도로, 수성 병기로 쓰일 경우 정란(공성탑)이나 진영을 무너뜨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포차'''(砲車), '''포행차'''(砲行車), '''발석거'''(發石車), '''벽력거'''(霹靂車)라고도 불렸다.

2.2. 공성포(攻城砲)



수원 화성홍이포 레플리카.
화약이 병장기에 쓰이기 시작하며 개발된 무기. 위력면에서 보자면 투석기의 상위호환으로, 공성 병기이기도 했지만 성채에 설치하여 수성 병기로도 쓰였다.

2.3. 충차(衝車)


주로 성문을 부술 때 사용되었던 병기로, '''공성추'''(攻城椎), '''파성추'''(破城椎), '''파성퇴'''(破城槌), '''당차'''(撞車), '''공성 망치''' 등으로도 불린다. 영어로는 '램(ram)', '배터링 램(battering ram)'이라고 한다. 본래 '램'은 숫양을 뜻하는 명사인데, 숫양이 화났을 때 뿔로 들이받는 모습에서 무기의 이름을 따 온 것이다. 단순히 커다란 통나무[1]를 자르고 손잡이를 달아서 병사들이 직접 들고 돌격하는 것부터, 손잡이와 바퀴를 달아 밀고 가는 것, 여기서 더 발달하면 위에서 쏟아지는 공격으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벽과 지붕을 가진 수레에 얹기도 한다. 지붕은 성문에서 던지는 돌을 흘려내기 위해 경사가 급한 삼각형으로 만들고, 매체에서 묘사한 것을 보면 지붕에 가죽이나 금속판 등이 붙어 있는데 이건 화공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미리 물을 뿌려두거나 물을 지참해서 틈틈이 뿌리는 식으로 대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문을 부수기 위해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만 하므로 불에는 아주 취약했다.
현대에 와서는 성을 부술 일은 없어졌으나, 테러 진압 시 문을 부수고 들어갈 때 소형화한 도어 브리칭용 배터링 램이 이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2.4. 정란(井欄)


우물 정(井) 자로 만든 난간(欄干)이라는 뜻으로, '''공성탑'''(攻城塔), '''파성탑'''(破城塔) 또는 '''공성노'''(攻城櫓)로도 불린다. 영어로는 '시즈 타워(siege tower)'라고 한다. 성벽이라는 지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이동식 탑형 구조물로, 병사를 성벽 너머로 올려보내거나 대등한 높이에서 적을 관측하고 싸우게 하는 망루 역할을 했다. 이 분야에서의 끝판왕은 기원전 4세기경에 만들어진 지상거함 헬레폴리스. 사용법은 각 층마다 병사들을 채우고 성벽 앞으로 밀고간 다음, 맨 위층의 문을 겸하는 들다리를 내려 성벽에 걸고 병력을 밀어넣는 것이다. 물론 후속 병력이 계속 타고 올라간다.
주 재질은 철과 나무. 구성이 간단해 보이지만 성벽 높이에 맞춰서 제작해야 하고, 성벽에 걸고 건널 들다리도 해자를 건널 길이로 맞춰야 한다. 그리고 아래쪽의 바퀴와 뼈대가 탑 자체와 병사 수십 수백명의 무게를 견뎌줘야 하니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공성탑 자체가 덩치가 있는 물건인지라 수성측은 이를 역이용해 운용을 제한시키는 방법으로 대항했다. 미리 성벽주변에 나무를 심어 공성탑이 제대로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그나마 쉽게 접근할수 있는곳엔 함정을 파놔서 공성탑바퀴가 빠져버리게 만드는 방식. 죽어라 나무를 자르고 함정을 메워서 공성탑을 전진시키면 투석기나 대형노포가 기다리고 있다.
또한 탑 자체의 주 재질이 나무이니 화공에 약해 가죽을 씌우고 물을 지참했다. 1차 십자군 전쟁 당시에는 그리스의 불로 실시된 화공을 막기 위해 물 대신 와인 찌꺼기를 실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이 때 투석기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가죽과 탑 사이에 이격을 두어 날아온 돌덩이의 충격을 흡수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탑 위에 난간을 설치하고 활, 쇠뇌같은 장거리 무기를 가진 병사들을 배치하기도 한다. 사다리에 비해 확실한 이점은 성벽을 기어오르는 동안 병사들이 공성탑의 벽에 의해 보호된다는 점과, 기껏 걸쳐봤자 한두명씩 올라오는 사다리와는 달리 성벽에 걸쳐진 들다리를 건너는 방식이라 한번에 여러 명이 성벽으로 달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만들기가 까다롭지만 수비대가 제대로 배치된 성벽을 공략하려면 공성탑도 반드시 필요했다. 게다가 성벽이 높기라도 하면 여러모로 안 좋은 사다리에 비해 어느정도 보호를 받으며 다수의 병력을 한번에 쏟아낼 수 있는 공성탑은 사실상 필수. 바리에이션으로 1층에 공성망치를 결합한 물건도 등장했다고 한다.
공성탑을 제작할 때, 높이가 너무 낮으면 기껏 성벽에 가져다 붙였더니 성벽을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 할 수도 있고, 높이가 너무 높으면 위에서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병사들이 뛰어 내려야 하는데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성벽의 높이는 중요한 군사 비밀 중 하나였고, 공성측에서도 그 높이를 알아내는 것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2.5. 운제(雲梯)・제(梯; 사다리)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구름다리'로, 병사를 성벽 위로 올려보내기 위해 설치하는 사다리를 말한다. 영어로는 '에스컬레이드(escalade)' 또는 '스케일링 래더(scaling ladder)'라고 한다. 낮은 높이의 성벽은 그냥 병사들이 사다리를 들고 와서 건널 수 있었지만, 높은 성벽의 경우 그에 맞는 무겁고 튼튼한 사다리가 필요했으므로 길다란 접사다리를 얹고 적 성벽에 접근한 뒤 펼쳐 병사를 올려 보내는 용도의 수레가 사용되었다. 굉장히 역사가 오래 된 무기이다.《묵자(墨子)》에 따르면 중국 전국시대공수반이 운제계(雲梯械)를 발명하여 묵자와 모의 전투를 벌였는데, 여기서 묵자가 아홉 번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었다는 고사가 바로 '묵수성규(墨守成規)'이다.
일단 접근하는 동안 화살 등 투사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매우 위험했다. 또 올라가는 동안 양 손을 써야하니 무기나 방패를 제대로 들 수 없어서 적에게 무방비로, 그것도 머리가 노출된다. 올라가는 데 성공해도 혼자, 혹은 한두 명의 소수가 성벽위에 가득 들어찬 적병들과 싸우며 다음 사람이 올라오도록 엄호해야 한다. 게다가 방어자가 사다리를 밀어내면 올라오던 병력들은 그대로 황천길. 게다가 성벽이 높으면 그만큼 사다리도 길어져야 하며, 이런 경우를 전투 때마다 상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다리에 사람이 많이 올라가면 무게때문에 밀어내기도 엄청 힘들다. 이에 대응하는 장비로 끝이 Y 자 형태로 생긴 긴 막대기가 있었다. 갈라진 부분을 사다리에 걸고 밀어내는 것. 물론 이런 위험 때문이 사다리는 성벽에서 밀어내지 못하도록 성벽 단 아래에 살짝 짧게 설치한 뒤 자력으로 성벽위로 기어올라가는 요령도 있었다.

2.6. 전호피차(塡壕皮車)


'''전호피차''' 또는 '''방패차'''는 적 성벽에 접근해 땅굴을 파는 등 전술적 행동을 하는 동안에 아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수레이다. 커다란 면적의 방패가 달려 있는데, 앞에만 달려 있는 것도 있었고 아예 천장을 포함한 사방을 둘러싸는 형태의 것도 있었다.

2.7. 기타


  • 새문도차
방패 대신 창과 톱날 등으로 전방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수레이다.
  • 소차
중국에서 사용했던 일종의 원시적인 곤돌라(리프트)로, 도르래에 상자를 매달아 공중으로 끌어올려서 적을 염탐하는 용도의 도구이다.
전근대의 화염방사기. 동로마 제국에서는 그리스의 불, 중국에서는 맹화유궤라는 화염방사기가 존재했다. 성문, 목책, 함선 등을 불태우거나 적 병력을 쫓아버리는 용도로 사용.

3. 근대의 공성 병기


대개 18-19세기에서 제2차 세계대전기까지 쓰였던 무기들이다.
손에 들 수 있는 크기의 폭발물을 들고 성문 앞까지 돌격한 후, 성문에 붙이고 불을 당긴 다음 후퇴하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구식 수류탄을 말한다. 투척식 수류탄은 수성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1차 대전 이후 프랑스가 건설한 마지노 선의 돌파를 위해 독일에서 주로 개발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구스타프 열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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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의 황혼기인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콘크리트와 각종 화기로 떡칠된 방어선을 부수고 뚫고 들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특수 설계된 전차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크프리트 선(유럽 전선 종결 후엔 규슈 남부, 사가미 만, 쿠쥬쿠리 해안)에 짜여진 방어선을 박살내기 위해 특별 제작된 T28[2] A39 토터스, 노르망디의 독일군 방어선을 290mm 박격포로 깨뜨린 후에 화염방사기로 쓸어 버리는 식으로 돌파하고 상륙군을 엄호하기 위해 개조된 퍼니전차, 태평양의 벙커에서 농성하는 일본군을 태워 버리기 위한 M4A2 지포 라이터, 건물 속에 숨어서 농성하는 소련군들을 한 번에 폭파시켜 버릴 목적으로 380mm 로켓추진식 대잠폭뢰 투사기를 단 슈트름티거 등이 있었으나, T28과 A39는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였다.
현대전에서는 전투공병전차가 이 역할을 어느 정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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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요새 공략전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 영국은 지진폭탄을 이용해 위에서 보는 것처럼 수많은 독일군 요새를 박살냈으며, 오늘날에는 벙커버스터가 이 역할을 한다.

4. 현대의 공성 병기


사전적 정의를 만족시키는 마지막 공성전은 1945년 5월의 이터성 전투로, 이후 공성전 시대는 막을 내렸다. 현대전에서는 포격 지원, 미사일전략폭격기의 존재로 더 이상 공성전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며, 전술적으로도 강습형 침투와 저격이 선호되어 요즘 세상에 성을 점령하고 깃발을 꽂는 식의 전투를 하는 군대는 세상에 없다.
넓게 보자면 대테러부대, 특수부대의 옥내 진입이나 시가전에서 저격수나 폭탄을 쓸 수 없어 특정 건물을 점령해야 하는 경우, 지하에 구축된 요새에 침투하는 경우 등에 대비해 근접 나이프 기술, PDW, 특수전 전용 권총[3], 전자동 산탄총, 도어 브리칭, 섬광탄, 연막탄, 단축형 돌격소총, C4, 전기충격기, CQB 등 방어시설에 침입하고 짱박힌 적을 공격하는 데 쓰는 무기와 전술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외에도 몇몇 군사 작전의 경우에 현장에서 냉병기를 급조해 쓴다든가 하는 특수한 사례만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 과격한 시위폭동이 일어난 경우 시위대에서 상술한 전근대적 병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가 있다.
[1] 머리 부분에 쇳덩어리나 커다란 가시, 숫양 장식 등을 달아놓는다던가 하는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이 있었다.[2] 사진의 전차가 바로 T28이다.[3] FN Five-seveN이라든지 MK23이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