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소설)

 


1. 개요
2. 줄거리
3. 등장인물
4. 상세
5. 실제로는
6. 패러디


1. 개요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본작의 첫 문장

소설가 최인훈이 집필한 중편 소설로, 최인훈 필생의 역작이다.
해방 직후에서 6.25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남북한의 이념 대립과 그 사이에서 파멸해가는 '명준'이라는 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남북한 통일론에 대한 논의가 자유로워지면서 등장했으며 남북한 이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한 최초의 소설로 꼽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중복 출제(1994년 1차/2006년)된 세 개의 소설[1] 중 하나라는 것에서 이 소설이 한국 문학계에서 얼마나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수능이나 모의고사에도 자주 출제되고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2]에도 수록되기도 해서 고등학생들에게는 익숙한 작품이다.

2. 줄거리


작품 내의 시간은 타고르[3]호에서의 이틀뿐이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명준의 회상이다.
남한의 대학생 이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밀실은 넘치나 '광장'이 없는 현실에 좌절하던 명준은 결국 연인 윤애를 남겨둔 채 월북한다. 이때 등장하는 공산주의기독교의 비교가 인상적이며, 학교대사전 등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또한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받는, 각종 집단주의를 위한 광장은 있으나 개인의 '밀실'이 없는 곳이었다.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4]의 힘으로 전공을 살려 처음에는 노동신문에 들어갔는데, 이러한 면들에 실망하고[5] 일부러 건설 현장으로 나간다. 노가다 일을 하다 사고로 부상당해 입원했는데, 거기에서 간호 봉사를 온 발레리나 은혜를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도피하듯 새 연인 은혜와 인연을 맺는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벌어지고, 공산군 고위 장교로 참전한 명준은 친구 태식의 아내가 된 윤애를 강간하는 악몽을 꾼다.[6]

윤애 날 믿어줘, 알몸으로 날 믿어줘

낙동강 전선에서 명준은 간호장교로 투입된 은혜를 다시 만난다. 그곳의 한 동굴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던 중 은혜는 명준의 딸을 가진 것 같다는 말을 하지만, 얼마 안 가 폭격에 비명횡사하고 만다. 이후 포로가 된 명준은[7]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행을 선택하게 된다. 남, 북에 모두 실망한 탓도 있었고, 남한으로 가봐야 빨갱이 취급 받으며 계속해서 괴롭힘 당할 게 뻔하고, 북한으로 가 봐야 남로당계인 아버지는 숙청당할 것이라[8] 명준 자신도 무사할 수 없었다.
명준은 중립국으로 지정된 인도로 향하는 타고르 호에 오른다. 그러나 중립국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할 것을 갈등하던 명준은 처음에 감시자로 여기며 총으로 쏴버리려고 했던 갑판 위 두 갈매기[9]의 모습에서 은혜와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마지막 자유의 공간인 푸른 광장으로 뛰어든다.

3. 등장인물


  • 이명준
작품의 주인공. 철학과 학생이었으며 6.25 전에 남한과 북한이 이념적으로 크게 대립하고 있을 적에 가족을 남한에 남기고 혼자 월북해버린 아버지 때문에, 지인이었던 은행장에게 신세를 지며 자라나 은행장네 자식인 남매와 그럭저럭 가까운 사이이다. 그러나 부유하니 즐기면 되는 삶에 만족하는 주변 친구들과 달리 남한의 현재 상황과 체제에 비판의식을 가져 남한을 개인들로만 이루어진 밀실로 빗대고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를 광장에 빗대며 밀실이 아닌 광장을 꿈꾼다.[10]
그런 명준에게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데, 다름아닌 월북해서 한참 소식 끊긴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 쪽 방송에서 얼굴을 비춘 것. 이것 때문에 경찰이 그를 다짜고짜 빨갱이라고 몰아세워서[11] 영문도 모르고 고초를 치러야 했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윤애와의 관계도 결국 잘 되지 않는 등[12] 일이 잘 안 풀리자 결국 북한이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 심보로 월북을 하게 된다.
북한에 간 명준은 이미 남로당 쪽 고위직에 앉은 아버지와의 접선에 성공하고, 아버지의 빽 덕분에 나름 괜찮은 자리 하나 꿰차지만 거기서도 자신의 신념을 고집했다가 북한 체제와 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압력을 받자 실망한다. 이후 명준은 북한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광장이라고 여기게 된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북한 체제에 대해 느낀 문제의식과 비판덤에 대해 말해봤자 그나마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던 아버지조차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아예 집을 나와 노가다 뛰다가 간호 봉사를 온 발레리나인 은혜를 만나게 된다.
윤애와 달리 자신을 순순히 믿고 따르는 은혜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정서적 위안을 받던 명준이었으나, 은혜는 발레단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이를 알면서도 매달려보던 명준이지만 결국 은혜는 떠나게 되고, 이후 6.25 전쟁이 터져 명준은 북한 측 군인으로써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윤애를 강간하고 태식을 고문하던 악몽을 꾸기도 했고 나중에 간호장교로 온 은혜와 만나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다는 소식[13]을 듣기도 한다. 허나 은혜가 먼저 전사하게 되고 본인은 포로로 잡히며, 남로당계 인사(박헌영)이 체포당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후 명준은 결국 중립국 행을 택한다. 남한에 가도 북한에 가도 그는 결코 좋은 취급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었던데다[14] 남북한 모두에 질려버린 탓도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극히 최소한의 관계만을 가지고 살아가는게[15] 그나마 제일 낫겠다고 생각해서였다.[16]
그러나 중립국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갈등하던 명준은 이전에 배에서 봤던 갈매기 두 마리를 결국 은혜와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딸로 여기며[17] 바다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사실상 그가 죽는 장소가 된 바다가 외려 그에겐 마지막 이상향이 되어버린 셈.[18]
대다수 등장인물들에겐 평면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는 이 작품에선 대놓고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 은행장
명준네 가족의 지인으로 월북한 명준네 아버지 때문에 남한에 남겨진 명준네 가족을 명준이 청년이 될 때까지 챙겨줬다고 나온다. 성은 변씨이며, 나중에 윤애와 결혼하는 명준 친구 태식의 아버지기도 하다.
  • 은행장의 자식 남매
명준과 아는 사이로 나잇대도 비슷하지만 부유한 상류층임을 이용해 그냥 인생 즐길 것밖에 생각 안 하는 유형들로, 명준은 이런 이들을 속으로 내심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 경찰
명준의 월북한 아버지가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자 남한에 남겨진 명준을 대뜸 빨갱이로 의심해서 못살게 굴었다. 니 아빠가 빨갱이니 너도 빨갱이일거 아냐 하는 답정너식 심문이 주요 장면이다. 명준이 남한 체제에 실망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이다.
  • 윤애
명준이 남한에 있을 적에 좋아하던 여성. 친구 태식과 그녀를 사이에 두고 명준은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윤애가 혼전순결 때문에 끝까지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하자 명준은 실망하게 된다. 허나 나중에 6.25 전쟁 땐 윤애를 강간하는 악몽을 꿨다가 깨기도 했다(...)[19]
  • 태식
명준을 과거 돌봐주던 은행장의 아들이자 명준의 친구. 명준이 남에서 그와 함께 지낼 때 명준은 그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20] 명준이 월북한 후 윤애와 이어지게 된다. 초판에선 명준에게 고문당하고 아내 윤애가 정말로 강간당하나, 개정판에선 명준의 악몽이라고 수정되어서 초판보다 수모를 치르는게 덜해졌다.
  • 은혜
명준이 북한에서 새로 사귀게 된 여성. 국립발레단 단원인데 명준이 노가다 뛰던 곳에 간호봉사하러 왔다가 명준과 안면을 트게 되어 성관계까지 하는 깊은 연인관계가 되었으며 명준은 그녀에게서 이 때 위안을 제법 받은듯. 허나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명준의 부탁도 결국 뿌리치고 발레단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준 곁을 떠나게 된다. 이후 6.25가 터졌을때 간호장교가 되어 낙동강 전선에서 있다가 명준과 재회하여 자신이 그의 딸을 가졌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딸을 낳기도 전에 전쟁통에 폭격을 맞아 사망한다.
  • 명준의 아버지
오래전에 명준과 남은 가족들을 남한에 내버려두고 혼자 월북한 사람으로, 명준이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북한 쪽 뉴스에서 그가 고위층으로 나오는 바람에 졸지에 그와 호적상 부자관계란거 빼곤 관련 1도 없이 살던 명준이 남한 경찰들에게 고초를 치르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정말로 북한 남로당 측 인사라는 제법 거물이 되어있었고 실제로도 잘 살고 있었다. 심지어 자기보다 한참 어린건 물론 아들과 견줘봐도 어린 젊은 여자와 새장가를 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그 여성은 명준이 기대한대로 신여성이 아니라 그냥 남자에게 순종하는게 전부였던 구시대 여성이어서 명준이 추가로 실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21] 즉 옛날엔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지위를 이용해 부귀영화를 누리고 북한의 잘못된 체제는 외면하며 그저 자기 말을 잘 듣는 젊은 이성과 관계하는 등 인간적으로는 타락한 인물.
일단 아버지로써 나름대로의 책임감은 있었는지 월북한 명준을 자식 취급해주며, 명준은 그의 빽 덕분에 초기엔 언론 쪽을 한 자리 꿰찼지만 거기서 갈등을 벌이고 아버지의 반응에도 실망해 결국 아버지 밑에서 사실상 나오면서 등장이 없어졌다. 이 때 명준이 아무리 불평과 비판을 날려도 그냥 침묵으로 일관해버렸다.
6.25 후엔 같은 남로당 인사였던 박헌영이 체포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통해서, 그가 생존해있다고 쳐도 다른 남로당 인사들과 함께 숙청당하리라는 것이 암시된다.
  • 명준의 새어머니
명준의 아버지가 북한 측 고위관료가 된 뒤 둔 것으로 보이는 후처로, 명준보다도 더 어려뵈는 나잇대에 그저 남성에게 순종적이기만 한 구시대 여성이라고 나온다. 명준은 그녀를 '조선의 딸' 로 부르며, 아버지가 자신의 사상을 공유할 정도로 발전한 신여성이 아닌 그저 트로피 와이프라 할 수 있는 구시대의 젊고 예쁜 여자를 아내로 삼은것에 실망한다.
  • 북한 측 관료
명준이 하라는 당의 입맞에 맞는 기사는 안 만들고 자기 주관적 해석을 섞은 기사를 만들어 발행하려 하자 명준을 자아비판시킨 관료. 북한이 실상은 매우 통제적이고 탄압적인 독재체제 하의 '밀실 없는 광장' 이라는걸 명준에게 깨우쳐주는 인물 중 하나. 명준은 이런 북한의 실상과 이런 실상을 씹고 고위 관료로써의 생활을 누리는데 충실한 아버지에게 실망감을 느껴 아버지가 준 언론 쪽의 자리를 그만두고 노가다를 뛰게 된다.
  • 선장
비중은 적지만 사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인물. 명준을 비롯한 석방포로들이 타게 된 '타고르 호' 의 선장으로 명준을 제법 좋게 보고 잘 대해준다. 인간적으론 무난하게 좋은 사람. 다만 석방포로들이 홍콩 주변으로 배가 가게 되었을 때 원래 선착 예정엔 없던 홍콩에 정박해달라고 졸라대도[22] 확실하게 거부한 걸 보면 이런 쪽으로 엄격한 사람인듯. 물론 원래 정박해야할 곳이 아닌 다른 육지를 밟았을 때 포로들이 튈 우려도 있으므로 거부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명준이 이런 포로들에게 동조하긴 커녕 오히려 이들을 막다가 부상을 입자 그를 더욱 좋게 본듯.
  • 무라지
타고르 호의 선원. 명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느라 등장하며, 포로들이 폭동을 일으키다 실패한 후의 상황을 명준에게 설명해준다.
  • 석방포로들
'김' , '박' 등 한국 성씨를 쓰는걸로 보아 명준과 출신이 같은 포로들로 보이며, 타고르 호를 타고 가다가 홍콩 쪽으로 배를 돌리라고 요청한다. 육지 밟고 싶다는 이유라나 뭐라나.[23] 다만 초기의 온건적인 시도가 실패하고[24] 폭동 조짐을 보인다. 명준은 이들에게서 자신들에게 동조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외려 거절하고 그들을 말리다가[25] 부상을 입고 잠시 몸져눕게 된다. 다만 이들의 2차 시도도 결국 실패한듯.
  • 설득자들
포로가 된 명준이 남한, 북한, 중립국 중 어느 한 곳을 설득해야될 상황에서 등장했다. 북한 측 설득자는 대단이 강압적이고 거의 강요적인 태도로 명준을 설득하다가 명준이 중립국 타령만 하자 화를 내며 설득을 끝냈고[26], 남한 측 설득자는 꽤나 온건한 태도로 그의 재능이 아깝지 않냐, 처우를 잘 해줄 것이다 하는 식의 감언이설로 명준을 설득하려고 시도했으나 명준이 끝까지 중립국만 염불외우듯 말하자 결국 포기하고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물러난다. 두 설득자간의 태도가 크게 대조된다.[27]

4. 상세


사실 마지막에 명준은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고 봐야겠지만, 그가 찾은 마지막 자유가 현실화될 수 없는 이상으로 멈춰버린 것은 결국 명준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남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이다.
줄거리를 읽다 보면 알 수 있듯 성애 묘사가 의외로 빈번히 나온다. 물론 '인간애'를 나타내고자 하는 수단이다. 한편으로 소설을 읽다 보면 한국어스러운 표현을 쓰기 위해 통찰하고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수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라는 첫 구절이 굉장히 유명하다. 처음부터 있었던 문장은 아니고 작가의 연이은 개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멋드러진 문장이다. 초판 문장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이면서 숨쉬고 있었다." 이다.
광장은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10여 차례 이상 수정되었는데 부분 표준어로의 수정,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의 수정이 많으나[28] 이런 어휘 수정뿐만 아니라 내용상의 수정도 꽤 있었다. 1960년 새벽지에 처음 연재되었던 판본에서는 그 유명한 "중립국"에 대한 8페이지에 걸친 이야기가 없이 그냥 중립국으로 가는 걸로 나와서 중립국에 가는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1961년 정향사에서 출판될 때는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삽화가 삽입된다. 내용과 주제 역시 많이 바뀌는데, 가령 갈매기 알레고리가 원래는 윤애와 은혜였지만, 1973년 민음사본에서는 은혜와 그 딸로 바뀐다. 이데올로기 간의 대립 속에서 헤매다 희생되는 것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던 명준의 최후가 사랑에 대한 추구로도 해석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위즈키즈라는 어린이 청소년용 잡지의 인터뷰에서 소설의 마지막을 자살로 선택한 이유는 자살이 가장 임팩트있는 결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작가가 직접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정본을 제작할 때도 이 부분은 수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메시아'가 왔다는 이천년래의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죽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부활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코뮤니즘이 세계를 구하리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삽니다. 풍문의 지층은 두텁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고 문화라고 부릅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광장에 대한 풍문도 구구합니다. 제가 여기 전하는 것은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한 우리 친구의 얘깁니다.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

이게 광장이 최초로 공개된 새벽 지에 실렸던 1960년 11월의 서문이다. 당시 사회는 4.19 혁명으로 들뜬 상태였으며, 광장은 이런 주제가 자유롭게 이야기될 수 있던 굉장히 아슬아슬한 시대에 나온 작품이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이승만 정부에 검열당했을 테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박정희에 검열당했을 테니. 광장의 최초의 출판본인 정향사본 역시 1961년에 출간되긴 했으나 5.16 군사정변 전에 출간되었다. 한마디로 검열 때문에 결말이 바뀌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는 정본을 기준으로, 같은 작가의 소설 구운몽과 한 책으로 묶어 파는 편이다.
2018년 7월 기준, 통쇄 205쇄를 돌파했다고 한다.

5. 실제로는


당시 중립국을 선택한 양측 포로는 인민군 74명, 국군 2명,[29] 중국 항미원조의용군 12명 총 88명이었다고 한다. 이들 포로 사이에서도 또 중립국으로서의 행선지를 두고 인도와 남미로 갈라져 파벌싸움이 있었으며 일단 인도로 모두 보낸 다음, 희망자들만 남미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일부가 남북의 회유공작 및 협박으로 귀국했고 나머지는 현지에 정착했다고.#
이중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은 현동화(1932~2021)로 인민군이었으나 국군에 투항했고, 이후 3국행을 선택하여 인도로 가 양계장과 가발공장 사업으로 대박을 쳤으며, 주 뉴델리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직원으로 잠시 근무하기도 하고 재인도한인회 회장 및 고문을 역임할 만큼 활동을 활발히 했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과는 다르게 이념 대립에 환멸을 느낀 게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이 출발하려는 경제적, 학문적 욕구가 더 컸다고. 물론 이는 현동화 씨 한정으로 다른 포로 중에선 실제 이념 문제로 3국행을 택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인터뷰를 하거나 기록을 남길 만큼 성공하거나 생존한 사람이 확인이 안 된다.

6. 패러디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문학교과서에 자주 수록된 명준이 각기 북한 귀환과 남한 잔류를 설득당하는 장면[30]은 광장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남한과 북한 측 설득자가 무슨 소리를 해도 중립국. 4달라드립이 성행하기 이전 비슷한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었었다. 이 부분만은 비교적 패러디하기가 쉬워서 허생전, 방망이 깎던 노인, 운수 좋은 날 등과 함께 패러디 재료로 자주 활용된다.
A와 B라는 선택지 중에서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죽택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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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인시대 84화 대본과 묶여 모의고사 국어 지문으로 출제되었다.
  • 여친 떽띠 예아- : #

[1] 다른 두 작품은 염상섭삼대(1994년 1차/1999년), 이문구관촌수필(2003년/2010년/2018년)[2] 비상문학 한철우 262쪽에 중립국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수록되어 있다.[3] 배 이름마저 중립국의 시인 이름. 즉 명준은 타고르 호를 타고 타고르의 나라(중립국인 인도)로 가고 싶은 것이다. [4] 권력층이 되어 명준 또래의 새파랗게 젊은 아내를 맞아들여 부르주아처럼 살고 있었다.[5] 북한에선 기사 하나를 쓸 때도 온갖 언론탄압과 지배층의 입맞에 맞는 조작과 왜곡질을 엄청나게 해야했기 때문에 자기 신념과 해석대로 기사를 쓰던 명준은 결국 위의 압력을 받았다. 이에 크게 실망한 명준은 아버지에게 이를 비판하지만 아버지도 이렇다할 반응을 내비치지 않자 더욱 실망한다.[6] 2010년에 나온 개정7판에서 윤애를 강간하고 태식을 고문하는 부분이 명준의 악몽으로 아예 대체되었다. 깨어난 뒤에 꿈이어서 다행스러울 만큼 끔찍한 악몽이었고 태식과 윤애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는 것도 현실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한다.[7] 포로 수용소에 갇혔을 때, 북한의 소식을 들은 병사가 박헌영이 체포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었다.[8] 체포당했다는 박현영이 남로당계 인사였기 때문에 같은 남로당인 그의 아버지 역시 이 시점에서 무사할 리는 없었다.[9] 하나는 큰 갈매기(은혜), 다른 하나는 그것의 반 정도 되는 작은 갈매기(딸)[10] 정작 위선과 통제, 억압과 강요밖에 없는 광장인 북한에 가서 북한에 대한 환상이 깨지자, 명준은 오히려 그나마 자유와 개인의 영역이 보장되는 밀실을 찾는 경향성을 보이기도 한다는 해석을 하는 독자들도 있다. 그리고 명준은 광장, 밀실 중 어느 한 곳만 추구하는게 아니라 두 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그러나 현실엔 부재하는) 사회를 꿈꾼다고 보는 독자들도 있다.[11] 당시의 남북관계가 얼마나 극에 치닫기 일보직전이었는지 보여준 부분. 명준은 사실상 아버지가 무책임하게 혼자 월북하면서 남한에 덩그마니 남겨져 남의 밑에서 자란 사람인데다 북한과 연관되지 않으며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아버지가 어쩌다 북한 쪽 뉴스에 뜬 고위층이 되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연좌에 걸려들어 빨갱이 취급을 당했다. 경찰의 심문수사 장면을 보면 제대로 수사할 생각도 없고 그저 명준을 빨갱이로 다짜고짜 간주하고 빨갱이 맞잖아 하는 식의 답정너식 대화라는걸 알 수 있다.[12] 혼전순결을 중시하는 윤애가 끝까지 섹스를 거부하자 실망한다. 명준은 자신을 불신해서 그런다고 생각한다.[13] 은혜가 그의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14] 남한에서 그는 월북한 빨갱이 아버지를 둔 것도 모자라 자신도 월북했으며 북한측에 서서 싸운 빨갱이 포로이기 때문에 적대감을 살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그는 이제 유일무이한 빽인 아버지가 숙청의 위기에 몰려있기에 가봤자 숙청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15] 중립국에 가서 직업도 사람과 최소한의 관계만 맺을 그런 직업을 선택하고자 맘먹었다.[16] 이때 그 유명한 "중립국." 이 대사만 갖다가 (상상 속의) 남한 측 설득자와 (현실의) 북한 측 설득자 앞에서 흔들림없이 줄기차게 반복하는 장면이 나온다.[17] 원래는 감시자라 여겨서 총으로 쏴버리려고 했지만 나중엔 이들을 은혜와 자신의 딸로 겹쳐보고, 심지어 어미 갈매기가 쏘지 말라고 하는 환청까지 듣는다.[18] 작중에선 바다를 원초의 광장이라고 묘사하는데, 명준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광장의 형태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가 바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19] 사실 진짜 그런 전개가 될 예정이었는데 그냥 명준이 그런 꿈 꿨다는 식으로 수정된게 최종적으로 출간된 것.[20] 그냥 잘 사는 부르주아 계통의 젊은 자식 세대들처럼 자유롭게 노는 것만 즐기는 유형이라고 봤기 때문.[21] 정작 명준이 선택한 북한에서의 새로운 연인도 남자에게 순종하며 모든걸 다 바치는 구시대 여성이었다.[22] 육지를 밟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다.[23] 정황상 대다수가 장거리 항해에 질린 걸로 보인다.[24] 설득하러 나섰던 사람이 선장에게 거부의 말만 듣고 돌아왔다.[25] 명준은 애초에 배에서 먼저 내릴 생각도 없고, 그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꺼려했다. 석방포로들 중 한 명이 자기에게 이전부터 같이 선장에게 요청하자고 추근거릴 때도 내심 싫다는 반응부터 보였다.[26] 그것도 옆에 있던 중국군 장교가 명준은 소용없으니 포기하라고 말해서야 끝냈다.[27] 적어도 남한 측 설득자는 북한 측처럼 명준에게 강요하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28] 대표적인 것이 '조국의 하늘은 매양 곱구나'란 반어법적 탄식이 '내 나라 하늘은 곱기가 지랄이다.'란 직설적인 고유어로 바뀌었다. # 글 후반부[29] 이들 남북한의 중립국행 포로를 통칭해 '76인의 포로들'이라고 하며, 동명의 다큐가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소피 장(이영애 분)의 아버지가 중립국을 택한 북한군 포로 출신이었다는 설정이 있다.[30] 남한 쪽의 설득 자리는 이명준이 자기 상상 속에서 만들어 보는 것으로 훗날 수정본에서 변경되었다. 왜냐하면 실제 역사에서는 중립국을 선택한 자라도 판문점에서는 자신의 원 소속에게만 설득을 받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반영한 것이다.[31] 중립국혜르노빌로 패러디.[32] 원본은 학교대사전 온라인판에 실려 있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