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식당
1. 개요
'''기사식당'''(技士食堂)은 각종 운전기사[1] 들을 주 고객층으로 두는 식당이다. 백반, 불백, 국밥, 찌개, 돈까스 등 다양한 음식을 대접한다.
물론 운전기사가 아닌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드물게 기사가 아닌 사람을 손님으로 안 받는 경우도 있다.
2. 특징
주차 문제는 번화가가 아니라면 요식업계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특히 기사식당의 경우 대다수가 차를 끌고 오기 때문에 넓은 주차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도심 같은 곳에서는 열기가 어렵다. 대도심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기사식당이라면 옛날에 주변에 건물 별로 없고 땅 값 쌀때 부지를 넉넉히 확보해 둔 오래된 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식당 근처에 버스의 종점이나 기점, 혹은 택시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선, 버스 회사 또는 택시 회사의 차고지, LPG 충전소가 위치할 때가 많다. 이 곳들은 운전기사들이 자주 가는 곳이고 대개 외진 곳이라 기사 고객을 유치하기 좋기 때문이다.
기사들이 영업하는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사식당도 영업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기사가 밥을 먹으러 가다가 장거리 손님이 생겨서 예정시간보다 더 늦게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아침부터 장사하는 건 물론이고 24시간 영업도 허다하다.
더불어 기사들은 대부분은 혼자서 일하기 때문에 단체 고객은 드물고 회전율이 빠른 특성상 사람이 많은 점심, 저녁시간 같은 경우 부득이하게 합석을 하는 경우가 있다.
3. 메뉴
기사들은 외식의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싼 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무난한 식단들이 주를 이룬다. 최대한 많은 영업을 해야하는 직종의 특성상의 이유로 대부분의 메뉴들이 빨리 제공할 수 있는 단순한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기사식당들을 가보면 메뉴들이 대부분 국밥, 비빔밥, 백반, 덮밥, 짜장면, 돈가스, 찌개 등으로 비슷비슷하다.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역시 돼지불고기 백반. 돈가스도 상위권에 있다.[2] 일단 싸고 맛있고 배가 부르면서도 수분이 적어 화장실 갈 일이 적다는 점이 기사들 입장에서는 최대 장점이다. 국밥 중에는 설렁탕이 상당한 인기 메뉴다. 몇몇 기사식당들은 상술된 주력 메뉴들 뿐만 아니라 몇몇 유니크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삼겹살 1인분'''이나 '''매운탕 1인분''' 같이 동종업계에서는 도통 보기 힘든 독특한 메뉴들도 있다. 보통 삼겹살의 경우 기사 두 명이 약속을 잡고 같이 먹는 경우가 많고, 혼자서 1~2인분을 시켜서 먹는 사람도 있다.[3] 점심식사로 삼겹살을 선호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은 편이다.
백반의 경우 돼지불백이 대표적이며, 계란찜 백반도 있는 편이고 덮밥의 경우 제육덮밥이 대표적이다. 비빔밥의 경우 돌솥비빔밥이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국밥 메뉴의 경우 국물까지 다 마시면 나중에 화장실을 자주 다녀와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거에 그다지 개의치않고 국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국밥류 역시 인기 메뉴다. 설렁탕, 돼지국밥, 순두부찌개, 갈비탕, 굴국밥, 곰탕, 육개장 등. 근래에는 매운탕이나 부대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처럼 혼자 먹기 힘들거나 1인메뉴만 있는게 아닌 두명 이상이서 먹는 경우도 많다는 인식이 강한 메뉴도 1인분화 시켜 판매하는 기사식당이 많다.[4] 아니면 한식 뷔페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타겟 고객층의 특성상 술을 팔기 힘들다. 기사식당이라고 술 판매를 법으로 금지한 건 아니어서 술을 구비하고 있는 기사식당도 있기는 하지만, 주 고객층이 차량을 모는 만큼 술을 마시면 안되기에 술의 소비량이 다른 식당에 비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본문에서 설명하는 이유로 식비에서 큰 이윤을 볼 수가 없는데, 식당의 효자 수입원인 술도 팔기 힘들다. 맛집으로 이름나 성장한 기사식당은 일반손님들을 위한 술을 파는 곳도 간혹 있다.
4. 맛
기사들은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게 일이다보니 전국 방방곡곡을 머릿속에 훤히 꿰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대도시 지역의 택시 기사의 경우, 자기 면허지역의 지리와 식당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식당이 맛있고 아닌지를 귀신 같이 안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대에서 품질이 좋아야만 장사가 되며, 기사들의 입소문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처음 간 지역에서 어디가 맛있는 밥집인지 알고 싶으면 택시를 타고 맛있는 곳으로 가달라 하면 된다는 속설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특정 인물에게 메뉴를 추천받아 그것을 먹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할 경우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면 같은 집으로 가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해외편에서도 마찬가지.
기사들은 차를 타고 다니는 만큼, 식당의 음식값이나 맛이 마음에 안 들면 조금 더 가더라도 값이나 맛이 더 좋은 곳으로 얼마든지 떠나갈 수 있기 때문에 맛과 가격을 등한시 할 수 없다. 다만 시내버스 기사처럼 정해진 구역만 운전해야 하는 경우는 예외이다. 예컨대 현장직 종사자들은 공장내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마련이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시간 한계상 사무실 근처에서 식사를 하게 되지만, 운수업 종사자들은 식사시간의 제약이 덜한데다가 어디든 이동해서 먹으면 그만이니 동네 상주인구를 통한 고정손님 장사를 하기가 어렵다.
5. 생존
따라서 오랜 기간 살아남아 영업중인 기사식당들은 여러 빡쎈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식당이다.
- 넉넉한 주차공간이 있어 차를 끌고 가 주차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5]
- 값이 싸서 주머니 부담이 덜하며, 빨리빨리 나와서 시간도 절약된다.
- 싼 값 대비 맛과 양이 확실히 보장된다.
- 고주망태가 되어 진상 부리는 손놈도 거의 없다.[6]
- 밤 늦은 시간까지 장기간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대 걱정도 덜하다.[7]
- '2인 이상' 류의 메뉴가 없어 혼자서도 이용하기 부담없다.
다만 상술된 이유, 특히 땅값 문제로 서울 시내에서는 이젠 기사식당을 찾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일례로 유명한 합정 기사식당 거리는 이제 '(구)ㅇㅇ식당' 같은 간판을 단 채 술집으로 바뀌거나 하며 흔적만 남은 상태이다. 달리 말해 서울 시내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사식당은 진짜배기 맛집이라는 소리다. 합정에서 15분거리인 연남동 기사식당 거리, 망원동 기사식당 거리가 아직까지 성업중이고 유명한 기사식당이 많이 몰려있다.
이와같이 서울 내에서는 기사식당이 사라져가지만 기사들은 결국 어딘가에서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기사식당 역할을 하는 가성비 맛집으로 대체된다. 보통 LPG 충전소나 택시 차고지 근방에 가면 택시기사들이 유난히 많이 들리는 식당들이 있다. 이런 곳들 또한 기사식당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성비와 맛을 보장한다.
6. 기타
무한도전 2013년 3월 9일자 방송분 '멋진 하루' 편에서도 기사식당이 등장했으며 몇몇 멤버들은 중간에 손님이 잡혀 늦게 왔지만 멤버들 전원 돼지불백을 먹었다. 영상 여기서는 실제 기사들과는 달리 모두 한 자리에 동시에 모여서 먹는다. 실제 택시기사라면 아무리 아는 사이라도 이렇게 서로 기다려서 모여서 먹는건 어렵기에 방송적 허용이라 할 수 있다. 드문 경우지만, 번개 수준으로 마침 시간이 맞는 기사끼리 식당에서 보기로 약속하고, 마침 손님이 없으면 같이 먹기도 한다. 다만 서로 활동 범위가 넓고, 승객이 타는 시간대가 천차만별이라 맞추기가 힘들다. 다 같이 모이기로 하고 달려가는데 갑자기 한명이 장거리 손님이 잡히면 약속이 무산될 수 있다. 개인 택시의 경우엔 저녁시간대에 그날 영업을 일찍 마치고 만나는 경우는 있다.
런닝맨 2015년 8월 30일자 방송분이 기사식당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8월 30일자 방송 출연 게스트인 김수로, 남보라, 김민교, 강성진, 박건형이 연극 '택시드리벌'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인데, 게임 내용인즉 사전에 메뉴를 미리 골라두고 아무 택시나 잡아 운전기사분께 추천 메뉴를 받아, 그것이 사전에 골라둔 메뉴와 일치하면 우승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했다. 택시기사분이 추천한 메뉴는 일치하든 안 일치하든 무조건 가서 먹어야 하는 룰도 있었다. 여기서도 역시나 상술한대로 부동의 1순위는 불백류. 돈가스도 높은 셀렉율을 자랑했다. 그 중 어떤 기사 한 명이 삼겹살을 추천해서 출연자들이 당황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삼겹살 역시 기사식당에서 가끔 보이는 메뉴인 만큼 이상한 건 아니다. 근데 이광수는 하필 인기 없는 설렁탕을 골라서 팀이 꼴찌했다.[8]
대부분의 기사식당 이름들이 진미, 만복, 양평 등 외래어나 외국어는 하나도 없이 순 한국어로만 이루어진 매우 친근한 이름들이다. 이는 상술한대로 대부분의 기사식당들이 오래전에 연 경우가 대부분이라 외래어/외국어 단어에서 따서 업체명을 짓는 경우가 드물었던 시절 지어진 이름들이기 때문. 정확히 말하자면 일단 사람들이 외국어를 몰랐던 시절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법으로 외래어를 상호명으로 쓸 수 없게 금지했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면 기사식당에서 주로 한식을 파는데 외국어를 쓰기는 좀 그래 보여서일지도.
2016년 8월 말부터 네이버 에서 동네 밥집 이벤트인 "백반위크"도 이런 영향에서 대부분 기사식당들이 소개되었다.
일본에도 한국의 기사식당이 알려져 있다. 구글에 技士食堂 이라고 검색하면 技士食堂 韓国(기사식당 한국) 技士食堂 ソウル(기사식당 서울)이 연관검색어로 올라오며 구글 이미지도 한국어 간판이 붙어있는 거리 풍경만 한가득 나오고 결과물 중에서도 한국의 기사식당 탐방기가 많이 올라와있다.
프랑스에도 기사식당과 비슷한 컨셉의 레스토랑들이 많다. 주로 교외나 시골마을에 많으며 고칼로리의 음식들이 주메뉴고 격식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의 트럭운전수 연합에서 매년 발행하는 가이드북에 추천 기사식당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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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개그 소재로는 기사식당의 기사를 '騎士'로 바꿔서 진짜로 기사 복장을 한 사람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짤방을 올리며 기사식당이라고 부른다.
기사식당 만화
[1] 버스 기사, 택시 기사, 화물차 기사 등등[2] 싸고 양 많고 입맛 크게 안가리고 고기 + 튀김 조합이라 포만감이 오래가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3] 애초에 1인 삼겹살집 같은 가게는 이미 나온지 좀 됐다.[4] 비단 기사식당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이나 식품업체에서도 1인가구의 급증으로 인해 1인용 메뉴나 1인용 식품이 대중화됐다.[5] 반드시 식당 소유 주차장일 필요는 없다. 공설운동장 등 공영주차장이 널널한 곳 주위에 기사식당 및 비슷한 성격의 식당이 발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6] 반대로 식당입장에서는 주류 판매에 의한 추가 수익이 거의 없다는 소리다. 여러모로 빡빡한 조건.[7] 식당 입장에서는 늦은 시간 또는 야간, 이른 아침에 근로할 주방, 홀 인력을 더 높은 인건비를 주고 구해야 한다는 의미다.[8] 그래놓고 만악의 근원 이광수는 벌칙면제, 같은 팀원이었던 김종국은 벌칙에 당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