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1. 개요
돼지의 뼈와 살코기를 푹 삶아 우려낸 국물에 삶아진 살코기를 썰어 고명으로 넣고 밥을 말아 먹는 식당 음식. 부산광역시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2. 상세
돼지국밥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고,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이북전래설인데, 이 설에 따르면 서북 지역에서 먹던 음식이지만 한국전쟁 때 대거 월남한 서북 사람들과 함께 정착되어 경상남도, 특히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 되었다고 본다. 비슷한 북한 음식인 성계탕 문서 참조.
단, 휴전 직후에 쌀이 귀하고 미국에서 원조 물자로 받은 밀가루가 흔했을 때엔 잠시 돼지 사골 국물에 면을 말아넣은 국수의 형태로 변했다가[1] , 시간이 지나 쌀의 보급이 늘면서 국밥의 형태로 돌아왔다. 물론 혼분식이 강제되던 시기에는 국수만 팔았던 요일도 있었기는 했다. 그래서 지금도 오래된 돼지국밥집은 돼지국수를 같이 판다.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긴 하지만 근처인 울산광역시, 창원시, 양산시, 밀양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밀양은 본인들이 원조라고 주장하는데, 사전에 따르면 담백한 소사골 국물을 쓰는것이 밀양식 돼지국밥이다밀양의 돼지국밥은 소뼈로 국물을 내는게 특징. 그러나 지금은 부산과 밀양이 거리가 가까운 인접 지역이다 보니 스타일이 섞여서 밀양 안에서도 일반적인 부산식으로 돼지육수를 쓰는 집도 많고, 어디가 원조인지를 떠나 부산에서도 유독 돼지국밥 상호로 '밀양돼지국밥'이란 곳은 흔한 것처럼,[2] 부산 주변 도시들 중에선 밀양이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동네라는 인식은 있다.
그 외에 넓게는 합천군 같은 서부 경남 지역 및 대구광역시, 경산시, 경주시, 포항시 등 경북 남부 지역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단, 부산만큼 흔하지는 않고, 영남 지방을 나오면서부터는 사골 국물에 내장 부속을 넣는 순대국밥에 더 가까워진다.
전남 순천의 경우에는 전라도 지역이면서도 유난히 '돼지국밥'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식당이 많은데, 실상은 부산처럼 진하고 향이 강한 돈육수 사골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순대국밥 계열 국밥처럼 돼지 사골을 쓴다. 맛집 대부분이 오랜 기간 동안 장사를 하고 있고, 계속해서 불을 때서 고기를 넣어 삶다 보니 맛이 깊은 편이다.
군내를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끓이면서 군내의 주 원인인 비계를 녹여내어 꾸준히 빼내고, 국물에 녹아나온 군내를 날리는 데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 돼지국밥집은 심야에도 쉬지 않고 24시간 영업을 한다. 새벽 시간에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음식인 셈이다. 그래서 많은 중소 규모의 국밥집에는 문 바깥에서 주야장천 불을 때고 솥을 올려 돼지를 삶는다. 국밥을 담은 그릇을 가스레인지에 끓여 내놓는 집도 있지만, 보통 맛이 별로인 경우가 많다.
돼지 특유의 풍미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고기국수와도 추구하는 맛이 비슷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제주도나 부산 사람들은 서로 돼지국밥과 고기국수를 먹고는 자기네 거와 뭐가 다르냐고 툴툴대기도 한다(...) 물론 비슷한 스타일의 음식이긴 하지만 먹어보면 확실히 다른 음식이다. 다만 그런 계통의 맛에 워낙 익숙해져서 똑같게 느낄 뿐. 그래서 돼지국밥집이 같은 육수에 밥 대신 면으로 바꿔 고기국수 메뉴를 같이 파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씩은 있다.
양자의 차이를 좀 더 따지자면, 제주도는 양념을 적게 넣고 국물을 졸여서 돈육수 자체의 풍미로 간을 맞춘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들은 부산 스타일에 대해 쓸데없이 돼지고기의 풍미를 죽인다고 까고, 부산 사람들은 제주도 스타일을 보고 쓸데없이 돼지 냄새만 작렬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까는 등 서로 디스하기도 한다.
3. 호불호
소를 사용하는 설렁탕과는 다르게 돈육수 특유의 강렬한 향취가 특징이다. 시인 최영철이 본 문서 최하단에서 인용한 그의 시 '야성은 빛나다'에서 노래했듯이 설렁탕이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라면 돼지국밥은 수육 냄새가 훨씬 강렬하며 더 야성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허영만은 식객에서 '소 사골로 끓인 설렁탕이 잘 닦인 길을 가는 모범생 같다면 돼지국밥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은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돼지국밥은 단지 호불호만 갈리는 게 아니라 개인별 선호도도 굉장히 차이가 크다. 햄이나 베이컨 냄새조차 싫어하는 사람은 특유의 강렬한 돼지고기향 때문에 쳐다도 보지 않으려 한다. 일단 입덧하는 임산부는 딱 싫어할 만한 냄새고, 다른 지역에서는 돼지고기 국물 요리라도 감자탕이나 부대찌개처럼 향이 강렬한 양념으로 냄새를 최대한 죽이고 맛만 낸 쪽을 선호하고(특히 재한 서양인들이 그렇듯이), 그렇지 않으면 군내 없이 고소한 닭국물이나 소국물을 더 선호하는 지라... 영화 변호인에서도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가 점심, 저녁 때만 되면 주구장창 돼지국밥집만 가는 바람에 평소에 돼지국밥을 잘 먹던 박동호 사무장(오달수 분)까지 고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왜 계속 국밥집에 가게 됐는지는 스포일러라 다음 주석에 설명되어 있다.[3]
예전에는 수퇘지고기 특유의 '누린내'(웅취)가 난다는 게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다. 부산식 돼지국밥의 태동기에는 거세 요법이나 호르몬 요법 같은 게 없었다. 특히 성체 수퇘지를 잡아 만든 고기는 구린내가 굉장히 많이 났는데, 그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에는 구이용으로 팔리는 암퇘지고기보다 값이 쌌고, 그래서 국밥 재료로 보편화 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그냥 먹기는 굉장히 거북스러운 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돼지국밥의 맛은 무엇보다도 수퇘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얼마나 잘 없애느냐에 달렸던 것이 예전의 상황이었다. 현재는 고기용 돼지고기는 암퇘지나 거세육(중성화 수술이 된 돼지)이 대부분이고, 수퇘지고기는 따로 구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수퇘지 자체를 종자로만 기르기 때문에 거의 구하는 것이 어렵고, 수퇘지는 도축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사하거나 병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맛이든, 위생적으로든 식용으로 적절하지도 않다.
지금 돼지국밥에서 이 돼지 냄새를 제거 못하거나 안하는 식당은 오래된 돼지고기를 쓰기 때문이다. 애초에 돼지의 웅취 자체는 거의 사라진 상태이지만, 거세육의 경우 오래될 경우 이 냄새가 올라올 수 있다. 그러나 이 냄새는 돼지국밥을 별미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도 싫어한다. 결국 타 지역 뿐 아니라 부산 내에서도 돼지를 얼마나 맛있게 잘 끓여내느냐에 따라 영업의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또한 잘 되는 집일수록 식자재가 신선하기 때문에 번화가에 위치한 돼지국밥을 잘하고 유명한 집은 돼지국밥 특유의 누린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옛날부터 달동네에 자리잡고 주로 지역민들 대상으로 장사해왔던 곳 중에는 무슨 전통이라도 되는 것마냥[4] 부심을 부리고, 고집을 피우며 돼지국밥의 누린내 잡는 것을 신경 안 쓰고 내놓는 집이 아직도 많은 상황이다. 없던 시절 어쩔 수 없이 돼지국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자란 기성 세대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거나 익숙해지다 보니 구린내에서 구수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부산 사람들은 아무리 돼지국밥을 잘 먹어도 누린내가 심하게 나는 집에는 그냥 안 간다. 또 다른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인 밀면의 경우에는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최소한 냄새조차 못 견디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과 대비된다.
다만 현재의 돼지국밥은 점점 부산의 관광 명물 내지 외식 메뉴가 되어가고 있으므로, 신규 창업하는 돼지국밥집의 절대 다수가 더 많은 관광객, 외지인, 외국인, 청장년층 상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 단가가 더 들어도 돼지 잡내를 없애는 추세이다. 다만 그렇게 외지인들 입맛에 맞춘 곳은 너무 무난하게 만들어서 특유의 풍미도 약하긴 하다.
돈육수를 걸쭉하게 졸인 국물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강렬한 돼지의 맛과 향'''을 추구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기름을 완전히 걸러낸 뽀얀 돼지 사골로 '''담백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국물을 만드는 집이 있는 등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지나가던 개님도 안 먹을 수준의, 구린내만 작렬하고 맛은 하나도 안 나는 맹물[5] 을 국이라고 내놓는 쓰레기 식당들도 있다. '''한 마디로 잘 골라서 가야 한다'''.
게다가 부산/양산/김해(좁은 의미의 부산권) 이외의 지역이라면 단가 문제로 직접 육수를 내지 않고 공장에서 받아다 쓰는 조립식 돼지국밥집도 흔하다. 특히 어떤 지역은 돼지국밥집마다 국물맛이 아예 똑같은 경우가 있는데, 공장에서 만든 돼지 사골 진액+치킨스톡+조미료의 레시피가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 메뉴 특성상 오픈 키친하는 곳이 많아 그런 경우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
게다가 설렁탕처럼 프림을 사용하는 집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부산 바로 옆인 울산만 해도 메뉴에 국밥 종류는 서너 가지인데 양산형 국물 한 솥 끓이고, 건더기는 따로 조리해 메뉴에 맞게 한 줌씩 넣는데(돼지국밥이면 얇게 썰은 사태 한 줌, 순대국밥이면 야채순대 서너 토막), 국물 맛이 배지 않아 맛도 없는 프랜차이즈 돼지국밥집이 천지다.
몇몇 업소는 돼지국밥이라 하면서 소 사골 국물을 쓰기도 한다. 밀양식 돼지국밥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정작 지금은 밀양에서 소 사골 국물을 쓰는 집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순대국밥처럼 육수 없이 돼지사골로만 담백하게 끓여낸다 있다. 하지만 부산 사람들이 생각하는 돼지국밥은 아니며, 밀양에서도 해당 업소는 외지 관광객이 주로 가는 업소로 간주된다.
혹은 닭육수를 섞어 쓰기도 한다. 대충 만드는 집은 돼지 국물+치킨스톡으로 대강 국물 뽑는다는 거... 하지만 부산 방식으로 돼지, 혹은 돼지+소뼈만 섞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냄새가 나니, 닭을 많이 섞는 건 그게 아무리 맛이 괜찮다 해도 역시나 편법으로 여겨지는 듯.
4. 토렴
토렴은 돼지국밥을 내놓기 전에 국물을 부었다가 다시 빼는 조리 과정이다. 이로써 차가워진 밥이 뜨거워지고 밥알에 국물이 배서 맛이 강해진다. 토렴은 국밥만이 아니라 국수 등에도 쓰는 조리법이다. 오히려 국수 요리에는 거의 필수적. 보온밥통이 없었던 과거에는 토렴 없이 국밥을 내면 국물 온도가 낮았다. 겨울이나 추운 날에는 몸을 덥히려 국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온도가 낮으면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토렴은 국밥 요리에 적합한 조리법은 아니다. 위생 문제는 없지만 밥알이 조리통으로 들어가 국물 맛이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조리 기구가 제한적이라 이런 방식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그래서 일부 국밥 애호가들은 토렴하는 식당은 피해라 하기도 한다.
오래된 국밥집은(꼭 돼지국밥집이 아니더라도) 토렴을 한다. 사실상 토렴 여부에 따른 맛의 차이는 없다.
5. 먹는 방법
살코기만을 넣어주는 돼지국밥, 살코기와 순대를 넣어주는 순대국밥, 살코기와 내장을 넣어주는 내장국밥, 살코기와 내장, 순대 모두를 넣어주는 섞어국밥(모듬국밥)이 있다. 보통 돼지국밥은 가격이 조금 싸며 나머지는 대부분 가격이 같은 경우가 많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시켜 먹으면 된다. 고기는 주로 앞다리나 뒷다리의 살코기 부위를 쓰지만 삼겹살을 쓰는 데도 드물게 있다. 따로국밥이라고 밥과 국을 따로 시켜 먹을 수도 있는데, 기본 국밥보다 약간 비싼 경우도 있고 같은 가격인 경우도 있다. 보통 마늘과 고추, 양파, 막장 혹은 쌈장이나 된장을 낸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정구지 무침(또는 부추김치. 가게마다 다르지만 경상도식으로 거의 김치에 가까운 양념이 되어 있다), 새우젓과 기타 밑반찬이 나온다. 밥+고기(+내장 또는 순대)+돼지 국물+다대기+파(+마늘)의 심플한 구성이다. 여기에 정구지(부추) 무침과 새우젓을 국밥에 넣어 간을 맞추어 먹는다. 가끔씩 마늘을 넣기도 한다. 부추 무침은 넣어먹기가 주류다. 부추 특유의 향과 식감이 잘 어울리나, 경상도 부추 무침 특유의 강한 양념이 돼지국밥 고유의 맛을 해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부추 무침의 양념이 매우 적거나, 아예 생부추나 부추 무침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게에 따라서 면사리를 주기도 한다. 면사리는 퍼질 수도 있으니 먼저 먹는 것이 좋다.[6]
맛은 크게 묽은 국물과 걸쭉한 국물로 나뉜다. 걸쭉한 국물은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강한 경우가 많다.
흔히 돼지국밥이라 불리는 살코기 국밥에 비해서는 소수파지만 머릿고기를 넣기도 한다. 여기서 머릿고기는 돼지머리 눌림이 아니라 돼지머리에서 발라낸 각종 고기들을 뜻한다. 썰어놓은 모양은 별다를 것이 없어서 시각적인 혐오감은 느끼기 힘들지만, 돼지의 머리라는 심리적인 압박감에다 식감도 특이해 꽤 취향을 탄다. '머릿고기 국밥', '살코기 국밥' 이라고 확실하게 분류해놓은 곳도 있지만, 그냥 돼지국밥이라는 가게도 왕왕 있다. 머릿고기를 싫어하는 위키러면 주문 전에 한 번쯤 확인해도 나쁠 것 없다. 머릿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부러 머릿고기를 취급하는 가게만 찾아다니면서 먹기도 한다. 부산에서 꽤 규모 있는 돼지국밥 체인인 '목촌'이 머릿고기를 쓰면서 그냥 돼지국밥이라고 써놓은 케이스에 속한다. 이런 가게가 완전 마이너는 아니라는 얘기다.
대구는 머릿고기를 자주 넣는 편이다. 매장에서 살코기국밥 메뉴가 보이면 그 집은 머릿고기를 넣는다고 보면 된다. 특히 동대구랑 경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밥 프랜차이즈인 '원조OO국밥'이 그렇다. 아예 주방 옆에 돼지머리를 잔뜩 쌓아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썬다. 머릿고기를 넣는 국밥집들의 특징으로는 살코기만 넣어주는 국밥보다 아주 넉넉하게 고기를 넣어주는 편이라서, 머릿고기 넣은 국밥만 찾는 사람들도 많다.
6. 지역별 차이
부산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간 사람의 말에 의하면 서울에도 돼지국밥집이 일부 있으나, 대부분은 돼지국밥으로 부르기 힘들만큼 너무 맛이 없다고 한다. 이는 두 가지 원인 때문인데, 첫 번째로 돼지국밥 자체가 부산 경남 지역의 향토색이 강한 음식이다. 당연히 돼지국밥에 관심이 없고 잘하는 집도 적을 수 밖에 없다. 한식 맛집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찾는 게 당연하듯, 돼지국밥도 지역성이 강한 메뉴이니 만큼 본고장 지역보다는 맛이 떨어지는 집이 많을 수밖에 없다. 메뉴 특성상 제대로 된 육수는 24시간 내내 끓여야 내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준비에 손도 많이 가므로 맛집 수준으로 따라하기도 힘든 편이다.
두 번째로 돼지뼈 육수로 끓이는 진짜 돼지국밥과 달리 소머리국밥 또는 설렁탕처럼 소 사골을 육수 베이스로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진한 돼지육수 맛에 길들여진 부산 사람 입장에서는 담백한 소사골 육수의 맛이 맛없게 느껴질 수 있다. 부산에서는 거의 김치처럼 필수로 나오는 정구지무침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 들어가는 고기도 부산에선 주류는 아닌 머릿고기 부위를 쓰는 집이 많다. 업주가 원래 부산 출신이라거나 해서 제대로 해주는 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으로 꼽게 적고, 아무래도 서울 사람들의 입맛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진득하고 진한 스타일보다는 담백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 경북 지방도 부산 못지않게 돼지국밥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대구에는 돼지국밥과 따로국밥을 구분해서 파는 편이다.
돼지육수의 진한 맛 자체가 맞지 않는 사람들, 돼지 육수 냄새 자체가 싫어서 거부하는 사람도 꽤 많기에 서울에서 돼지국밥은 마이너 신세다. 돼지 육수의 진한 국물맛에 거부감을 많이 느껴서인 듯하다. 그나마 돈코츠 라멘이 유행하고 난 2010년대 이후에는 심리적 장벽이 약간은 낮아졌다.
식객에서 서울 돼지국밥의 떨어지는 맛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아무리 좋은 사골이라고 해도 진국이 우러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한 번 사용한 사골을 버리지 않고 따로 두었다가 나중에 우러내고 있는 사골을 건져낸 뒤 따로 놔둔 사골을 넣는다. 그렇게 해야 진한 맛이 난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육수를 낼 때마다 새 사골을 넣는데, 얼핏 생각하면 매번 새 사골을 넣어야 맛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번 새 사골만 쓰면 뼈의 진한 맛을 우려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전라남도 권역에는 돼지국밥이란 이름만 공유하는 전혀 다른 물건이 2가지나 있다. 하나는 순천식 돼지국밥이다. 전남 지역에서도 돼지 육수로 끓인 국밥 자체는 보편적이지만, 살코기가 아닌 돼지 머릿고기, 선지, 내장 등을 이용한 국밥이 주류다. 일반적인 고기순대나 전남 특유의 막창 순대인 '암뽕순대' 등을 넣는 국밥도 있어 사실상 순대국밥이 주류라고 할 만한데, 순천에서는 여기에 내장 대신 살코기를 넣는다. 국물은 전남의 일반적인 순댓국처럼 맑게 끓인 돼지고기 국물에 콩나물과 다대기가 들어가 얼큰 시원한 맛이 나는 것이, 진득한 맛의 부산식 돼지국밥과는 또 다른 신세계. 호남 지역에서도 거의 순천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독특한 국밥으로, 순천 북부시장의 웃장 국밥골목이 유명하다. 웃장 국밥이 유명해지면서 인근의 여수, 광양 등지에서도 이런 순천식 돼지국밥을 파는 식당들이 늘었다.
순천식 돼지국밥과도 또 다른 호남권의 돼지국밥으로 애호박국밥, 애호박돼지국밥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이쪽은 순천식과 달리 전남/북권 전역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여기다' 할 만큼 유명한 지역이 있다기 보다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편. 주로 전주, 광주, 김제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나마 부산식 돼지국밥과 공통분모가 좀 있는 순천식과 달리 이름만 돼지국밥이고 많이 다른 음식이다. 국밥보단 찌개에 가까운 레시피로 실제로 애호박돼지'찌개'로 영업하는 집들도 있다.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채썰어 넣고 얼큰하게 끓여서 내오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에서도 순대국밥이나 콩나물국밥 등에 비해서 좀 마이너하지만 나름대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7. 기타
- 2000년대 초에는 '돼지국밥 자동판매기'를 개발한 발명가도 있었던 듯하다. 개발 취지는 '사용자가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간단히 구입할 수 있도록' 이었다. 상용화되었는지는 불명이나 그만큼 잠재 수요를 가진 음식이라는 방증... 이기도 하지만, 저 개발자는 별의 별 자판기를 다 고안한 적이 있어서...
- 부산에선 학교 급식으로 부추무침과 함께 자주 나온다. 급식 특성상 간이 미리 되어 나오는데, 영양사의 솜씨에 따라 식당에서 먹는 맛의 돼지국밥을 먹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다면 돼지 향만 진동하는 국을 먹을 수도 있다. 또는 그냥 맹물에 다진 양념(다대기)만 풀어서 그걸 돼지국밥이라고 할 때도 있다.
- 다른 지역에는 많지 않지만 서울 지역에 체인점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단, 서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묽은 국물이라 진한 맛은 덜한 편이다. 돼지고기보다는 돼지 뼈를 사용하고, 설렁탕 끓이듯 압력솥으로 추출하므로 맑고 가벼운 맛이 난다.
- 대전의 어느 곳에서는 돼지국밥이라는 이름 아래 콩나물(!!)을 넣어서 단가를 낮춰 파는 집도 있다. 대구에도 있다. 만촌 네거리 근처에 존재.
- 일부 콩나물국밥집에서도 돼지국밥이라는 음식을 파는데, 위의 음식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 2019년 부산일보에서 부산돼지국밥 로드 기획 기사를 냈다. 부산 돼지국밥의 변천사 등과 함께 30대 맛집을 선정했다.
- 돼지국밥의 야성을 찬양하는 시도 있다.
>야성은 빛나다 / 최영철
>야성을 연마하려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
>그것도 모자라 정구지 마늘 양파 새우젓이 있다
>푸른 물 뚝뚝 흐르는 도장을 찍으러 간다
>히죽이 웃고 있는 돼지 대가리를 만나러 간다
>돼지국밥에는 쉰내 나는 야성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장바닥은 곳곳에 야성을 심어 놓고 파는 곳
>그따위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야성만을 연마하기 위해
>일념으로 일념으로 돼지국밥을 밀고 나간다
>둥둥 떠다니는 기름 같은 것
>그래도 남은 몇 가닥 털오라기 같은 것
>비계나 껍데기 같은 것
>땀 뻘뻘 흘리며 와서 돼지국밥은 히죽이 웃고 있다
>목 따는 야성에 취해 나도 히죽이 웃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면 마늘 양파 정구지가 있다
>눈물 찔끔 나도록 야성은 시장 바닥 곳곳에 풀어놓은 것
>히죽이 웃는 대가리에서 야성을 캐다
>홀로 돼지국밥을 먹는 이마에서 야성은 빛나다.
>야성을 연마하려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
>그것도 모자라 정구지 마늘 양파 새우젓이 있다
>푸른 물 뚝뚝 흐르는 도장을 찍으러 간다
>히죽이 웃고 있는 돼지 대가리를 만나러 간다
>돼지국밥에는 쉰내 나는 야성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장바닥은 곳곳에 야성을 심어 놓고 파는 곳
>그따위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야성만을 연마하기 위해
>일념으로 일념으로 돼지국밥을 밀고 나간다
>둥둥 떠다니는 기름 같은 것
>그래도 남은 몇 가닥 털오라기 같은 것
>비계나 껍데기 같은 것
>땀 뻘뻘 흘리며 와서 돼지국밥은 히죽이 웃고 있다
>목 따는 야성에 취해 나도 히죽이 웃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면 마늘 양파 정구지가 있다
>눈물 찔끔 나도록 야성은 시장 바닥 곳곳에 풀어놓은 것
>히죽이 웃는 대가리에서 야성을 캐다
>홀로 돼지국밥을 먹는 이마에서 야성은 빛나다.
8. 관련 문서
[1] 후술할 면사리는 이것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2] 밀양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국밥집이 부산에 100곳이 넘는다. 반면 부산 근처 도시들 중 밀양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도시인 양산돼지국밥이나 김해돼지국밥, 창원돼지국밥 같은 상호는 그리 많지 않다.[3] 사시 합격 전 노가다꾼으로 공사판을 전전하던 고시낭인 시절에 이 국밥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다가 밥값을 떼먹고 야반도주한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대전지법 판사를 때려치우고 부산에 변호사로 돌아오자, 이 빚을 갚고자 계속 이 집에 들락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국밥집 주인 최순애(김영애 분)의 아들 박진우(임시완 분)이 부산학림사건에 연루되어 누명을 쓰자 변호인으로 나서준다.[4] 실상은 냄새를 없애는 재료 비용을 아끼려는 수작이 대부분이다.[5] 학교 급식에서 많은 곳이 이런 식으로 만드는데 다대기와 부추, 고기 맛으로 돼지국밥이다 하며 자가 최면을 하면서 먹어야 한다.[6] 수도권으로 넘어와서는 이게 '수육국밥'이라는 이름으로 절충되어 프랜차이즈화 되어 있다. 베이스는 돼지국밥의 그것에서 가져오되, 내용물은 머릿고기가 아닌 일반 수육과 순대 등을 넣어 순대국의 요소를 합친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