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주
1. 갑오개혁 이후 조선 군주의 칭호
1.1. 개요
大君主.
고종이 갑오개혁(1894) 때 기존의 조선 국왕 칭호를 폐지하고 '대조선국 대군주'로 칭호를 바꾸었다. 자주적인 의미를 강화하고 왕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황제에 준하는 칭호로 바꾼 것.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조공 - 책봉 체제에서 탈피, 제후왕이 아닌 서양 국가의 국왕과 유사한 체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주상 전하'는 '대군주 폐하'로, '왕대비 전하'는 '왕태후 폐하'로, '왕비 전하'는 '왕후 폐하'로, '왕세자 저하'는 '왕태자 전하'로, '왕세자빈 저하'는 '왕태자비 전하'로, '전문(箋文)'은 '표문(表文)'으로 바뀌었다[2] . 또 국왕의 자칭인 '과인(寡人)'은 '짐(朕)'으로 바꾸고, 대군주의 명령은 제후의 '교(敎/教)'가 아니라 황제와 마찬가지로 '칙(勅/敕)'이라고 부르게 하였다. 단 대군주라는 칭호에는 '왕'이라는 글자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왕' 자는 왕후, 왕태자 같은 표현에서 대군주와 관계돼 있음을 의미하는 글자로 계속 사용되었다.
이 방안은 본래 갑신정변(1884) 때 정변 세력이 도입하려고 했었으나 정변이 실패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10년 후 갑오개혁 때 드디어 실행된 것이다. 이후 대한제국 수립(1897)으로 황제 칭호를 사용할 때까지 모든 공식 문서에 대군주 칭호를 사용하였다.
대군주는 또한 서양 국가의 국왕(king) 칭호를 번역하는 데에도 사용했다. 유교 세계관으로 보기에 봉신을 거느린 군주는 그냥 황제(...)인데, 유럽 군주들이 대부분 칭제는 하지 않으니 고민 끝에 선택한 번역이다.
사실, 봉건제 하에서 명목상으로나마도 주군이 없는 독립 공작은 '''그냥 왕'''이었고, 의외로 이런 인식은 동아시아에도 존재하였다. 이들이 주군을 가지게 될 경우 공작으로 격하되는 것은 순전히 제국은 로마 뿐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속 사정은 당대 조선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대군주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현대 중국의 드라마에서 조선 국왕을 그냥 황제로 불러주는 것에서 보이듯 이런 개념은 아시아에서도 그대로 통용되어왔다. 인도에도 라자 개념이 있는 것에서 보면 전 지구적 현상이다.
서유럽과 비슷하게 유일 황제 개념이 동아시아에도 단 하나의 천자로 존재하였기 때문에 주변 독립 군주를 명목상의 봉신으로 두어 권위를 세웠으나, 이런 전통적 조공외교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면서 정작 중국 본토에서 독립 군주인 조선의 군주가 칭제가 아닌 칭왕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여진 것. (...)
어찌보면 조선이 청나라보다 서유럽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대군주는 혁명이 휩쓸고 난 이후에도 황제위는 하나뿐이란 개념이 강하게 남아있던 것을 꽤나 반영한 번역이다. 대군주란 개념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중국 드라마에서 하는 것처럼 서유럽 독립 군주들을 모두 황제로 불러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 조선의 경우 대조선국 대군주라는 칭호를, 오스트리아 황제[3] 의 겸직 칭호인 '보헤미아 국왕'을 '포희미아(蒲希米亞) 대군주', '헝가리의 사도왕'을 '향가리(享加利) 대전교군주(大傳敎君主)'[4] 라고 표기했다. 영국의 경우 대영국 대군주 애란국(愛蘭國) 겸 인도국의 연합왕국 여제 폐하[5] 및 그 후대사군(後代嗣君)[6] 으로 표기했다.
또한 조선은 프랑스의 'President', 즉 대통령을 주석으로 직역하지 않고 굳이 대법민주국大法民主國 대백리새천덕大伯理璽天德, 즉 "천명을 받아 백성이 선출한 통치자"란 의미를 풍기도록 가차하였다. 이는 나폴레옹이 "혈통이 아닌 시민이 추대한 황제"가 됨으로써 혁명제국 개념을 만들어낸 것을 유교적으로 해석하여 반영한 것으로 꽤나 혁명적인(?) 번역이다.[7]
1.2. 동아시아의 황제와 유사한 칭호 목록
- 대군주(大君主)
- 대왕(大王)
- 성황(聖皇)
- 신성제왕(神聖帝王)
- 제왕(帝王)
- 천왕(天王)
- 천황(天皇)
- 태왕(太王)
- 패왕(霸王 또는 覇王)
- 황왕(皇王)
1.3. 같이보기
2. 봉건제
봉건제도 아래서 휘하에 여러 군주들을 거느리는 군주를 대군주(overlord)라고도 한다.
역사적으로 봉건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은 군주=왕이라고 인식하여 휘하에 여러 군주를 거느리는 군주라면 황제 아니냐고 오해하기 쉬운데... 상위 영주에서 하위 영주로 영토가 분봉되는 봉건제도 아래에서는 모든 영주가 자신의 영지에서는 군주(lord)이므로 하위 영주를 거느린 대영주는 대군주(overlord)가 된다. 이러한 개념은 봉신으로서의 의무만 수행하면 자신의 영지에 대해서는 침해받지 않는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던 유럽식 봉건제도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도 진시황 이전 시대에는 주나라 왕 밑에 제후국 왕이 존재하였다.[8]
단, 이 용어는 군주의 칭호로는 잘 안 쓰고 개념어나 비유적인 표현으로 주로 나온다. 애초에 영주의 칭호나 작위가 아니라 봉건 영주간의 상하 분봉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이 개념을 명확하게 다룬 창작물로 얼음과 불의 노래가 있으니 참고해도 좋다. 대가문 문서 참고. 작중에서 등장하는 칠왕국의 대가문들은 왕 아래에 있는 대영주들이지만, 자신의 영토에 대해서는 하위 영주들을 거느린 대군주임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스타크 가문은 북부의 대영주이고, 툴리 가문은 리버랜드의 대영주라는 것.)
3.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유닛 대군주
4. 엘더스크롤 시리즈에 등장하는 몬스터 종류
5. 레전드히어로 삼국전의 최종보스
대군주 사마염항목 참조
[1] 소전체로 '대조선국 대군주보'라고 적혀 있다.[2] 고종실록 1894년 12월 17일(기미) 1번째 기사[3] 당대 군주는 프란츠 요제프 1세였다. 아직 대타협 이전이라 공식적으로는 오스트리아 제국인 상태. 엄연히 신성로마제국의 오랜 황제국이었기에 조선 또한 정통성을 인정하여 황제로 칭하였다.[4] 대전교군주를 의역하면 기독교를 전도하는 군주하는 뜻이다. 사도왕이라는 말 자체가 같은 의미.[5] 빅토리아 여왕의 칭호. 영국은 무굴제국 황위를 강탈한 이후에야 칭제를 하였으나 명목상으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왕인 애매한 위치를 고수하였다. 이는 제국위는 로마 뿐이라는 고전적 인식의 계승임과 함께 혁명제국을 자처한, 영국과는 오랜 원수지간인 프랑스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엄밀히는 '그레이트브리튼 아일랜드 연합왕국 여왕'과 '인도 여제'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나눠서 번역해야 맞겠으나, 황제위를 높이기 위해 공식적인 제 1 작위인 연합왕국 왕위에서 잉글랜드 왕위만 분리하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인도 황위와 섞은 것이다. 결론적으론 당시 영국이 군주 호칭에 대해 가진 애매모호한 태도를 그대로 따라준 것. 상위 작위인 제위가 왕위보다 뒤에 오는 건 동서양을 불문하고 괴상한 일인지라 조선의 인식도 유럽과 별반 다를 건 없다. 잉글랜드를 정복한 노르망디 공 윌리엄부터가 상위 작위인 잉글랜드 왕위를 제1작위로 두지 읺았기에 의외로 유서 깊은(???) 전통이다. 영국은 나중에 피지의 대추장(!) 작위도 가져간다.[6] 에드워드 7세가 당시 쓰던 프린스 오브 웨일스를 의역한 칭호. 후대사군은 왕세자라는 뜻이다.[7] 꽤나 혁신적이지만, 조선 입장에서 이는 무례하거나 무엄한 번역까진 아니다. 맹자에 나오는 역성혁명에 관한 이야기에서 보듯, 왕이 마땅히 인의(仁義)를 해하면 도적 떼고, 백성이 이를 갈아치워 마땅하기 때문이다. 갈아치워 등극한 군주가 "황제"를 칭한 것은 흥미로우나, 주변국 그 누구도 나파륜을 황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고 평범한 황제가 아닌 저런 비범한 번역을 달아준 것이다.[8] 물론 춘추오패 대다수는 칭왕하지 않았으며, 제후국에서 왕을 칭하는 것은 초장왕 이후이다. 전국시대 이후로는 대부분이 왕을 칭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