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제국 포로교환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1장
- 은하영웅전설 외전 3권 <율리안의 이제르론 일기> 4~5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36화
- 은하영웅전설 OVA 17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15화
- 시기: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표준력 2월 19일
2. 배경
은하제국, 그리고 은하제국의 압제로부터 도망쳐나온 사람들이 건국한 자유행성동맹은 태생부터가 양립할 수 없는 존재나 다름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린 이후 벌어진 은하제국의 첫 대규모 원정을 시작으로 150년간 제국과 동맹은 상대방을 멸망시켜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전쟁을 반복해왔다. 전쟁이 벌어지자 양측은 당연히 상대 측 군인들을 포로로 사로잡게 되었는데 양측이 대등한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포로지만 실질적으로는 '억류자'의 신분이 된 사람들에 대한 대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자유행성동맹은 포로들을 은하제국 신민들에게 민주공화제의 우월함을 각인시킬 좋은 기회로 판단하여 포로 대우에 상당한 예산을 배정해 극진하게 '대접'하였고 오랜 전쟁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되어 과거와 같은 융숭한 대접을 해주진 못해도 '포로는 교도소와 일반 사회의 중간 지점' 정도로 대우해준다는 평가를 유지하였다.[1]
반면 은하제국은 자유행성동맹 포로들을 위대한 황제 폐하의 은덕을 모른 채 하고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로 규정하여 죄수들 중에서도 가장 취급이 낮은 수준으로 학대하였다. 더구나 동맹과 마찬가지로 전쟁으로 인한 재정 문제가 불거지자 포로 관리 문제는 예산 배정에서도 철저하게 배제되어 황량한 변방 행성에 교정구를 조성하여 포로들을 몰아넣고 일정 기간마다 식량, 의약품 등의 필요 물자를 '최소한도'에 맞춰 배급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관리도, 오로지 교정구 외부로 탈출하는 것만을 막은 채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았다.
전쟁 초기에는 억류자들의 숫자로 적고 생사도 불분명하여 포로 교환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으나 기적적으로 포로 수용 구역을 탈출하여 페잔으로 탈출하는 극소수의 경우 외에는 양측이 억류자들을 되찾아올 방법이 없었고 전쟁이 길어지며 수 백만 명 단위의 포로들이 발생하자 동맹과 제국의 수뇌부들은 은밀한 물밑협의를 거쳐 억류자들을 맞바꾼다는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억류자들을 교환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5년 만에 다시, 규모로 따지자면 50년 만의 포로교환식이 치러지게 되었다.
3. 발단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1월 20일, 자유행성동맹군 사이에서 초계 임무에 나설 때마다 적군을 불러들인다는 악명으로 이름높은 전함 율리시스가 초계 임무 중 은하제국군 전함 브로켄의 출현을 감지하였다. 이제르론 요새는 제국군의 공격이 임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감돌았으나 사령관 양 웬리 대장은 라인하르트와 리히텐라데의 추축파, 브라운슈바이크와 리텐하임의 연합파의 권력다툼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제국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했고 그 말대로 전함 브로켄에서 은하제국 우주함대 사령장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의 명의로 자유행성동맹측에 정식 포로교환 제의문이 발송되었다.
양 웬리가 보낸 상황보고를 받아든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의 반응은 간단하였다. 욥 트뤼니히트 임시정권에게 포로로 붙들린 수 백만명의 시민들을 귀환시키는 것은 조만간 실시될 선거에서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것이고 귀환자들은 물론 이들의 가족들의 표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나 다름 없었다. 제국의 제의는 즉시 수락되었고 포로교환 계획이 발빠르게 수립되었다. 브로켄의 출현에서 단 2주, 이제르론에서 하이네센까지 4주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트뤼니히트 정권은 이례적일 정도로 속도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4. 준비 과정
이런 이유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야 할 계획이 상당히 조급하게 진행되었고 포로교환 업무를 총괄할 사무총장 직함도 이제르론 요새 사무감 알렉스 카젤느 소장에게 반쯤 떠넘겨졌다.
포로교환식 준비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었다. 이제르론을 향해 하이네센의 각 중앙부처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서류더미를 떠넘겨온 탓에 양식에 맞게 일일이 정리해줘야만 했고 제국측에서 보내는 약 200만 명, 동맹측에서 보내는 약 200만 명까지 총 약 400만 명의 숙식문제는 물론 이들이 소모할 엄청난 양의 물자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약 400만 명의 명단을 작성하는 일까지 더해져 이제르론 사무 부처는 과중한 업무량에 짓눌려야만 했다.[2]
정부의 졸속 행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환대상 포로들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자 국방위원회는 다수의 포로들이 혹 돌발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하여 포로들의 탑승한 수송함을 요새 주포의 사정권 내에 배치하라는 정신나간 소리나 내뱉고 있었고[3] 여러가지 이유로 송환을 거부한 포로들을 따로 추려내지 않고[4] 무턱대고 보낸 탓에 약 1천여 명의 송환 거부자들을 또다시 정리하여 되돌려보내고 각 수용소에서 송환 대상자를 추가로 뽑아 포로 명단을 수정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졸속 행정의 결과로 실무자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정부는 포로교환식에서 양 웬리 대장이 연설할 무의미한 겉치레 형식이 화려하게 장식된 원고나 보내고 있었고 양 웬리는 이 원고를 받아든 즉시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부관 프레데리카 그린힐에게 과감하게 형식을 생략한 간단한 연설문을 부탁하였다.
5. 정치가들
본격적인 포로교환식이 시작되기 전에 양국의 정치가들이 자국으로 귀환하는 포로들에게 이런저런 연설이나 홍보 활동들도 활발하게 벌어졌다.
우선 은하제국 우주함대 사령장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의 메세지가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했다.
포로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을 내버린 무능한 귀족놈들이 또 나왔냐며 불만스러워했으나 이 연설이 끝나자 로엔그람 원수를 칭송하며 환호성을 내질렀고 이제르론 요새 수뇌부는 정권의 지지도와 제국에 목숨을 바칠 최정예 병사들을 맞바꾼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한탄하였다. 양 웬리만 해도 정말이지 완벽하게 포로들을 대우하고 있다고 감탄할 지경이었다.『용전하였으나 적진에 사로잡힌 충실한 병사들에게 제국군은 명예를 걸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서약한다. 첫째, 경들 전원을 명예로운 빈객으로 환영한다. 포로가 되었던 죄를 책망하는 잔학하고도 우열,愚劣,한 관행은 전면적으로 폐지함을 밝힌다. 둘째, 귀국한 병사 전원에게 금일봉과 휴가를 내리겠다.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재회한 후, 희망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군에 복귀하라. 셋째, 군에 복귀하기를 희망하는 자는 전원 1계급 승진시키겠다. ......우리 병사, 영웅 제군. 경들에게는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가슴을 펴고 귀국하라. 부끄러워할 것은 경들을 전선으로 밀어내 항복할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아넣었던, 무능하고도 비열한 지난 시대의 군 지도자들이다. 나 로엔그람 원수 또한 경들에게 감사하며, 아울러 사죄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인도주의에 따라 그들의 귀국에 협조한 '자유행성동맹'의 대응에도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은하제국 우주함대 사령장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
한편, 이런 제국의 모습과는 달리 동맹 정치가들은 가히 추접스러운 자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정부에서 보내오는 형식적인 내용만을 보도하고 클럽에 틀어박혀 놀고마시기만 하는 한심한 기자들까지 대거 대동하여 요새 지휘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였고 포로교환식에 참여하고 이를 보도할 공적인 목적으로 온 주제에 침실이나 식당의 음식 메뉴의 질을 따지며 불평을 늘어놓더니 급기야 장병들이 자신들을 우대해 주지않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내뱉더니 심지어 당번병을 배정해 달라는 요구까지 해왔다. 언제는 기자들이 양과 율리안이 식사하는 자리까지 들이닥쳤고 율리안이 소금을 뿌려 내쫒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공무를 핑계로 사적 여행을 온거나 다름 없으니 이만한 한심한 작태도 없었고 이제르론 지휘부는 당장 격노할 일이지만 일이 끝나면 알아서 사라질 사람들이니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 정치가들이 대량의 만년필과 손목시계 등 잡다한 물건을 들여왔고 이 물건 일부가 이제르론 지휘부에도 흘러들어왔는데 살펴보니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박아놓고 귀환포로들에게 살포하기 위해 이것들을 들여왔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화를 억누르던 이제르론 지휘부에도 한계를 넘은 분노가 감돌기 시작하였고 일부 정치가들이 지휘부에 찾아와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것이 원인이 되어 격분한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휘하 장병들을 소집하여 정치가들이 가지고온 물품들을 빼앗고 제국으로 돌아가는 제국군인들에게 '''동맹정부가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을 덧붙여 모두 나눠주고 말았다.
이 일을 알아차린 정치가들이 분노하여 격렬하게 항의했는데 아텐보로 소장은 이들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조목조목 읊어주고 헌병대를 불러서 영창에 처넣어버릴 수 있다는 한마디에 이내 침묵하였다.[5] 양 웬리 대장은 아텐보로의 행위가 통쾌한 한 방을 먹여준 것이나 다름 없었으나 이대로는 분노한 정치가들이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가할 수 있어 제국군 포로대표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줄 감사장을 작성하도록 주선하였고 제국군 포로대표 명의로 작성된 감사장을 받아든 정치가들은 준 것을 빼앗을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물러나야만 했다.[6]
이 한심스러운 촌극 사이에서 제국군 공병포로진들이 동맹군에게 강탈당했어도 자신들이 수십 년간 관리한 요새인 만큼 나름 애착이 있고 동맹군이 요새를 손본 구획 일부가 잘못되어 있어 '''자신들이 바로잡아주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공병포로 대표단이 요청을 받아들여 준 동맹군 이제르론 요새 사령부측에 정중한 감사를 표하며 성심성의껏 요새를 수리하고 돌아가는 일이 있었고 자국 포로들과 정치가들의 추태로 갖은 스트레스를 받던 이제르론 사령부는 더욱 씁쓸함을 집어삼켰다.
여기에 트뤼니히트의 병맛넘치는 연설도 있었다. 양 웬리와 율리안은 아예 듣기도 싫다는듯 적당한 시기에 토껴버렸을 정도.
6. 포로교환
[image]
2월 19일, 은하제국군 우주함대 부사령장관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상급대장이 직접 자유행성동맹군 포로들을 이끌고 찾아와 교환식이 거행되었으나 의식 자체는 최대한 간략하게 진행했다. 교환식은 양과 키르히아이스가 서로 포로명단을 교환하여 하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상대에게 전달할 포로교환증서와 상대에게서 받아야 되는 포로교환증서에 날인한 다음 악수를 교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양과 키르히아이스는 짤막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나중에 이를 전해들은 율리안 민츠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내용이라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양은 이 포로교환행사의 숨겨진 저의를 파악하고 이를 함축한 표현이라 평가했다. 더불어 율리안도 이 때 키르히아이스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정확히는 키르히아이스가 식장에서 가장 나이 어린 율리안의 존재를 발견한 덕분이었다."형식이란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군요. 양 제독님."
"동감입니다."
그 직후 율리안은 잠시동안 정신줄을 놓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아텐보로가 어깨를 툭 치면서 아무리 감동받았어도 제국으로 넘어가진 말라고 농담을 했다. 어쨌든 키르히아이스가 바쁘다는 이유로 식후 파티 역시 서로 축배를 드는 것으로만 마무리되었고 이후 제국군 포로들을 수용하여 제국으로 돌아갔다."당신은 몇 살입니까?"
(중략)
"올해 열다섯 살이 됩니다, 키르히아이스 각하."
"그렇군요. 제가 유년학교를 나와 처음으로 출전한 것도 열다섯 때였지요.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드릴 처지는 아닙니다만, 건강하십시오."
7. 뒷 이야기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키르히아이스는 동맹국 인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여군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고 하며 프레데리카도 호남이라 평가했다. 다만 포플랭은 라인하르트(보다는 자신)에게 못미친다는 평을 내렸다. 쇤코프 역시 비슷한 말은 했지만 10년후면 자신의 라이벌이 될 만큼 총명한 인물이라 평했다.
한편 이제르론으로 돌아온 동맹군 포로들은 해방되었다는 기쁨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요새에서 부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약 200만 명이 과음, 주사, 폭력사건, 노상방뇨에 기물파손까지 골고루 사건을 벌여대니 요새 헌병대가 전부 출동하고도 진정을 커녕 사건에 말려든 헌병대원들의 곡소리만 커져갔고 이 포로 교환 전에 터진 이제르론 헌병대장 인질사건 같은 일도 벌어졌다. 결국 쇤코프 요새 방어사령관이 로젠리터 연대를 출격시켜 눈에 띄는 난동 포로들을 친히 족치고 수용시설에 처넣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이후 색스 소장이 귀환포로들과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 및 양 웬리 일행을 하이네센으로 인솔하는 도중에 문제의 돌튼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포로교환이 끝나고 하이네센으로 돌아오는 길에 율리안 민츠는 과거 엘 파실 전투당시 양 웬리의 상관이자 아서 린치 소장를 따라 도망갔다가 붙잡혀 9년이 지나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파커스트 대위를 만나기도 했다.
처음 봤을때는 중위로써 자신의 부하였던 양 웬리가 9년 포로생활하고 돌아오니 9계급 진급 후 대장이 되어있었다는(...) 한숨을 내뱉자 린치 소장과 같이 도망친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민츠의 불쾌감이 고조되고 때릴 테면 때려보라는 듯 운이 좋았으면 대위님은 원수가 되어있겠다는 독설을 내뱉는다."9년 전에 양 웬리는 중위였고 난 대위였지. 이젠 그 친구는 대장 각하고, 난 교정구에서 돌아와 여전히 대위라니. 운명도 참 별짓을 다 하는군."
9년동안 지옥같았던 교정구 생활에 심신이 피폐해진 파커스트 대위는 때리긴 커녕 화도 내지 않고 덤덤하게 자신의 처지를 내보이자 독설을 내뱉은 민츠는 파커스트의 심경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후회하고 언행에 대해 사과한다. 그 와중에 문득 린치 소장이 떠올라 파커스트에게 소식을 물어봤는데, 동맹포로들에서도 린치는 '''개자식 취급'''(...)을 받았다고 하며[7] 파커스트 자신도 소식은 모르지만 린치가 동맹으로 돌아올 낯짝이 있겠냐고 빈정거렸다. 그런데 아서 린치는..."이거 따끔하구나. 뭐, 너무 책망하지는 말아다오. 난 나대로 벌을 받아 9년 동안 교정구에서 고생을 하다 왔으니까. 도망쳐서 호사를 누렸던 게 아니야."
"인간이 그렇게 되면 끝장이지. 엘 파실에서 추태를 보이기 전까지는 꽤 무훈도 쌓았고 인망도 있었는데 말이야. 인간은 어디서 발을 헛디딜지, 언제 평생의 평가가 내려질지 모르는 법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