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로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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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고생대 페름기 후기부터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전기까지 '''열대 지방'''부터 '''극지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번성했던 디키노돈류 단궁류이다.
2. 상세
인류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하게 단일종으로 세계를 지배했다는 영광을 가진 생물이기도 하다. 속명의 뜻은 '삽 도마뱀'이다.[1]
이빨이 없는 부리에 디키노돈류 단궁류들의 특징인 검치가 나 있었으며, 여기에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턱과 발달한 턱 근육의 도움을 받아 식물의 질긴 줄기나 뿌리 따위를 뜯어먹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5개의 엉치뼈를 지녔다는 점은 현생 포유류와 닮았지만 각각의 엉치뼈와 골반뼈가 융합되어있지 않다는 차이점 때문에 반직립 상태로 걸어다녔을 것으로 보이며, 뒷다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튼튼한 앞다리는 땅을 파고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다만 페름기 대멸종 전에는 기껏해야 스쿠토사우루스 같은 대형 초식성 파충류의 하위호환 신세에 불과했고, 때문에 당시 생태계를 주름잡던 여러 육식성 수궁류들에게는 그저 손쉬운 먹잇감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만 보면 그저그런 생태계 밑바닥의 호구 신세를 면치 못하던 녀석 같지만...
'''페름기 대멸종으로 육상에서 살던 동물들 대부분이 전멸해버리면서 리스트로사우루스에게는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대멸종 직후 당시 육상 동물상을 분석했더니 60%에서 최대 '''95%''' 가량을 이 녀석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2]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는지 그 요인에 대해서도 온갖 추측이 제기되었다. 흉부가 발달한 체형 덕에 덩치에 비해 커다란 폐를 가질 수 있었고, 비강이 짧아 빠르게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당시의 대기에도 견딜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땅을 파고 생활하는 습성 때문에 기온과 대기 변화가 극심했던 당시 환경에 적응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설 등이 그 예시.
하지만 당장 이들과 비슷한 신체 대비 폐의 크기나 땅굴을 파고 사는 습성을 갖고 있었던 가까운 친척뻘인 디익토돈이나 에오디키노돈(''Eodicynodon'') 같은 경우만 봐도 페름기 이후까지 생존하지 못했다는 반례가 있는 등, 아직 무엇이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었다고 확언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3] 농담 좀 보태서 이 녀석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 따랐던 결과라고''' 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니,[4] 그야말로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는 진화론의 한 줄 요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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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인도, 그리고 남극에서까지 발견될 정도로 광범위한 서식 범위도 유명해서 교과서에는 대륙 이동설 및 판게아의 증거로도 소개되었다. 서식지만 크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개체수 역시 한때 육상 생물 중 최소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는 명성에 걸맞게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캐트버그 층(Katberg Formations)' 같은 경우에는 리스트로사우루스의 골격으로만 덮여있을 정도라고.
산하에 거느린 종의 갯수만 해도 20여 종 가까이 될 정도로 종의 다양성도 상당한 수준이며, 몸길이는 모식종인 머레이종(''L. murrayi'')이 대략 60cm 가량으로 새끼 돼지 정도 크기인 반면 최대종인 막카이기종(''L. maccaigi'')은 현생 맥과 비슷한 2.5m 정도. 평균을 내보면 90cm 남짓 된다고 한다.
다만 지구 역사상 최대의 대멸종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번성했다는 명성이 무색하게 트라이아스기 전기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등장한 지배파충류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패배하여 사라졌다. 지질학적 시간으로 따지자면 거의 빛의 속도급으로 순식간에 사라진 셈. 리스트로사우루스는 초식동물, 그것도 본래 생태계에서는 최하위 먹이의 지위를 차지하던 생물이었다. 그런데 대멸종을 운좋게 살아남아 지상에서 크게 번성한 결과, 후에 등장한 지배파충류들은 좋든 싫든 이들을 먹이로 삼아야 했다. 새로운 포식자가 나타나면 먹히는 생물들은 여러가지 대응책을 진화시키기 마련이지만[5] 리스트로사우루스는 그게 안 되었으니, 새로 등장한 포식자들은 그냥 수만 불리면 손쉽게 이 녀석들을 멸종으로 몰아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3. 등장 매체
BBC의 다큐멘터리 Walking with Monsters에서 트라이아스기 전기편의 주인공급으로 등장. 집단으로 이동하다가 에우캄베르시아에게 기습을 당해 한 마리가 희생당하고, 이후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도 카스마토사우루스에게 여러 마리가 끔살당한다. 그 와중에 강을 무사히 건넌 어느 한 개체가 촬영 카메라에 부딪치고는 카메라 렌즈를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는 소소한 개그씬을 보여주기도 했다.
ARK: Survival Evolved에서 등장하는데, 길들이고 난 후 '''쓰다듬어주면''' 5분짜리 광역 경험치 버프를 얻을 수 있는 생물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능력을 부여한 것인지 의문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 등장한다고 한다.
[1] 이 속명은 고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코프가 지어준 것인데, 원래 그와의 라이벌 관계로 유명한 오스니얼 찰스 마시가 명명자가 될 뻔했던 소소한 일화가 있다. 1867년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역에서 이 녀석의 화석을 처음 발견한 선교사 엘리아스 루트 비들(Elias Root Beadle)이 마시의 명성을 알고 그에게 먼저 알렸는데, 정작 마시에게서는 회신이 없는 상황에서 코프가 이 화석에 관심을 보였던 것. 마시가 이 화석에 관심을 보인 것은 1870년 코프가 이 녀석을 학계에 발표하고 학명까지 부여한 이후의 일이었다고.[2] 물론 페름기 대멸종 이후인 트라이아스기 전기에도 프로테로수쿠스나 에리트로수쿠스, 모스코리누스 등의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신세이기는 했지만, 포식자들의 수보다 이 녀석들의 수가 워낙 많아 잡아먹히는 개체수보다 번식을 통해 불어나는 개체수가 더 많았던 것이 대멸종 직후의 이러한 동물상을 초래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일설에 따르면 인류를 제외하고 특정한 대형 척추동물이 이렇게 널리 분포한 적도 없다고 하니 이 시기 지구는 말 그대로 이 녀석들 세상이었던 셈.[3] 사실 리스트로사우루스속으로 분류된 종들 중에서도 페름기 대멸종을 버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있다. 최대종인 막카이기종(''L. maccaigi'')의 경우 페름기 이후 화석 증거가 발굴되지 않았는데, 기후 변화로 기존에 먹이로 삼던 식물군이 멸종하자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함께 멸종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4] 사실적으로 말해서 이게 맞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게 대멸종이 일어나는 원인과 그 경과는 여러가지이므로 아무리 강한 동물이라 할 지라도 대멸종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 생존에 불리하다면 멸종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5] 삼엽충은 캄브리아기 때 처음 등장한 이래 지속적으로 포식자들의 위협을 받아왔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온 몸에 가시를 두른다거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뿔을 생성하는 등의 방어 수단을 발달시켜서 석탄기 이후로는 1개 목만 남았지만 고생대의 거의 전 구간을 살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