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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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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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성체 화석을 토대로 복원해낸 3D 골격 형태
고생대 페름기 전기에 남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살았던 석형류의 일종. 속명은 '중간의 도마뱀'이라는 뜻으로,[1] 1865년 이 녀석을 학계에 처음 소개한 프랑스의 고생물학자 폴 제르베(Paul Gervais)가 골격 화석에서 현생 파충류들과의 유사성이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근거로 파충류의 진화 과정 속에서 일종의 중간적 형태에 해당하는 생물임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준 이름이다.
1840년대에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노던케이프(Northern Cape) 주 동부 일대에 해당하는 그리콸랜드웨스트(Griqualand West) 지역에서 모식표본이 최초로 발견된 이래[2] 이 녀석을 비롯한 메소사우루스류 석형류들이 양막류, 특히 파충류의 진화사적 및 계통분류학적 측면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는 학계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전통적인 분류법에 따르면 파충류는 두개골 형태, 특히 안와 뒷쪽에 자리잡은 개구부인 측두창의 유무와 형태에 따라 4개의 하위 분류군[3] 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당초에는 이 녀석 역시 두개골에 측두창이 있었다고 알려졌었기 때문에 20세기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학계에서는 이 녀석을 단궁류 내지 이궁류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이후 이 녀석의 측두창이라고 알려진 부분이 사실은 두개골에서 비교적 약한 부분이 화석화 과정에서 부서져나간 것을 착각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 주장이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또 한동안은 무궁류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란타노수쿠스(''Lanthanosuchus'')나 칸델라리아(''Candelaria''), 볼로사우루스(''Bolosaurus'') 등 무궁류로 분류되던 녀석들에게 하측두창이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무궁류가 더 이상 유효한 분류군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학계에서 대두된데다, 2012년에 추가로 발견된 이 녀석의 두개골 화석에서 분명한 하측두창이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다시금 이 녀석을 단궁류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이렇다보니 이 녀석이 종래의 파충류라는 분류군에 속하는지, 아니라면 파레이아사우루스류나 프로콜로폰류 등과 마찬가지로 측파충류의 일원으로 볼 것인지 또는 아예 원시적인 석형류의 일종으로 볼 것인지도 학자들마다 견해가 제각각인 상황. 일반적으로는 편의상 파충류의 일종으로 취급하기는 하지만, 파충류에게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의쇄골을 갖고 있었으며 쇄골간의 형태 역시 파충류들과는 달랐다는 점 등 여러 차별화되는 형질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통분류학상의 위치가 어디에 해당될지는 추후의 연구를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석 표본 중 가장 몸길이가 긴 사례가 1m 정도에 그치고 평균 몸길이는 40cm 남짓한 비교적 작은 녀석으로, 전체적인 체형은 현생 악어나 노토사우루스, 탈라토사우루스(''Thalattosaurus'') 등의 원시 해양 파충류들을 연상시킨다.[4] 이 때문에 한동안 최초의 해양 파충류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페름기 전기 당시 염분 농도가 해수보다도 높은 함수호였던 것으로 밝혀진 우루과이 북동부의 망그루요층(Mangrullo Formation)을 비롯해 남아프리카의 화이트힐층(Whitehill Formation)이나 브라질의 이라티층(Irati Formation) 등 이 녀석의 화석이 발견된 지층들이 하나같이 호수 또는 얕은 내해였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제는 사실상 옛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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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녀석들의 화석이 남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모두 발견된다는 점과[5] 해당 지층들의 페름기 당시 환경이 넓은 바다가 아니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들이 살던 당시 남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가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초대륙 판게아 및 대륙 이동설의 주요 생물학적 증거 중 하나로 자주 제시된다. 당장 위 그림처럼 리스트로사우루스, 키노그나투스, 글로소프테리스 등과 함께 대륙 이동설이나 판게아 등과 관련한 서적 및 영상매체 등에서는 거의 얼굴마담급으로 등장하는 녀석인 셈.
다만 수중 생활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는 점 자체는 엄연한 사실로, 골경화증이 확인되는 갈비뼈는 중성부력을 발생시켜 물 속에서의 활동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며 콧구멍이 주둥이 위쪽에 올라붙어있었기 때문에 현생 악어처럼 머리를 물 밖으로 많이 내밀지 않고도 쉽게 호흡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인다. 이 녀석의 길쭉하게 뻗은 꼬리는 위아래로 널찍한 형태였는데 이를 마치 곰치나 뱀장어의 꼬리지느러미처럼 좌우로 흔들면서 앞으로 나아갔을 것으로 보이며, 물갈퀴가 달려있었으리라 추정되는 넓적한 모양의 사지는 특히 뒷다리 쪽이 길었는데 이를 이용해 물 속에서 방향 전환 또는 부가적인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생 가비알을 닮은 길고 좁다란 주둥이에는 끝부분으로 갈수록 바깥쪽을 향해 뻗어나온 것이 특징인 바늘 같은 길쭉한 이빨들이 달려있었는데, 처음에는 주둥이를 따라 이빨이 빽빽하게 나 있었으리라고 보고 플랑크톤 따위를 걸러먹던 여과섭식자였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관련 화석 자료가 축적되고 추가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이빨 갯수가 적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 학설은 사장되었고, 현재는 이 이빨이 갑각류 같은 작은 수중 생물을 잡아먹을 때 먹잇감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아가두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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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 태아의 흔적이 남은 메소사우루스의 화석 표본
팔꿈치와 발목의 구조상 육상에서 걸어다니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이며, 행여 육지에 올라오더라도 현생 바다거북처럼 배를 바닥에 붙인 채 사지를 이용해 몸을 앞으로 밀면서 움직이는 정도였으리라 추정된다. 이처럼 육상에서의 활동이 불편했기 때문인지 이 녀석은 알을 낳는 대신 새끼를 낳는 방식으로 번식했는데, 이는 뱃속에 태아를 품은 채로 발견된 여러 메소사우루스 성체의 화석 표본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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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성체 화석을 토대로 복원해낸 3D 골격 형태
1. 개요
고생대 페름기 전기에 남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살았던 석형류의 일종. 속명은 '중간의 도마뱀'이라는 뜻으로,[1] 1865년 이 녀석을 학계에 처음 소개한 프랑스의 고생물학자 폴 제르베(Paul Gervais)가 골격 화석에서 현생 파충류들과의 유사성이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근거로 파충류의 진화 과정 속에서 일종의 중간적 형태에 해당하는 생물임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준 이름이다.
2. 상세
1840년대에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노던케이프(Northern Cape) 주 동부 일대에 해당하는 그리콸랜드웨스트(Griqualand West) 지역에서 모식표본이 최초로 발견된 이래[2] 이 녀석을 비롯한 메소사우루스류 석형류들이 양막류, 특히 파충류의 진화사적 및 계통분류학적 측면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는 학계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전통적인 분류법에 따르면 파충류는 두개골 형태, 특히 안와 뒷쪽에 자리잡은 개구부인 측두창의 유무와 형태에 따라 4개의 하위 분류군[3] 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당초에는 이 녀석 역시 두개골에 측두창이 있었다고 알려졌었기 때문에 20세기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학계에서는 이 녀석을 단궁류 내지 이궁류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이후 이 녀석의 측두창이라고 알려진 부분이 사실은 두개골에서 비교적 약한 부분이 화석화 과정에서 부서져나간 것을 착각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 주장이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또 한동안은 무궁류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란타노수쿠스(''Lanthanosuchus'')나 칸델라리아(''Candelaria''), 볼로사우루스(''Bolosaurus'') 등 무궁류로 분류되던 녀석들에게 하측두창이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무궁류가 더 이상 유효한 분류군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학계에서 대두된데다, 2012년에 추가로 발견된 이 녀석의 두개골 화석에서 분명한 하측두창이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다시금 이 녀석을 단궁류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이렇다보니 이 녀석이 종래의 파충류라는 분류군에 속하는지, 아니라면 파레이아사우루스류나 프로콜로폰류 등과 마찬가지로 측파충류의 일원으로 볼 것인지 또는 아예 원시적인 석형류의 일종으로 볼 것인지도 학자들마다 견해가 제각각인 상황. 일반적으로는 편의상 파충류의 일종으로 취급하기는 하지만, 파충류에게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의쇄골을 갖고 있었으며 쇄골간의 형태 역시 파충류들과는 달랐다는 점 등 여러 차별화되는 형질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통분류학상의 위치가 어디에 해당될지는 추후의 연구를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석 표본 중 가장 몸길이가 긴 사례가 1m 정도에 그치고 평균 몸길이는 40cm 남짓한 비교적 작은 녀석으로, 전체적인 체형은 현생 악어나 노토사우루스, 탈라토사우루스(''Thalattosaurus'') 등의 원시 해양 파충류들을 연상시킨다.[4] 이 때문에 한동안 최초의 해양 파충류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페름기 전기 당시 염분 농도가 해수보다도 높은 함수호였던 것으로 밝혀진 우루과이 북동부의 망그루요층(Mangrullo Formation)을 비롯해 남아프리카의 화이트힐층(Whitehill Formation)이나 브라질의 이라티층(Irati Formation) 등 이 녀석의 화석이 발견된 지층들이 하나같이 호수 또는 얕은 내해였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제는 사실상 옛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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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녀석들의 화석이 남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모두 발견된다는 점과[5] 해당 지층들의 페름기 당시 환경이 넓은 바다가 아니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들이 살던 당시 남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가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초대륙 판게아 및 대륙 이동설의 주요 생물학적 증거 중 하나로 자주 제시된다. 당장 위 그림처럼 리스트로사우루스, 키노그나투스, 글로소프테리스 등과 함께 대륙 이동설이나 판게아 등과 관련한 서적 및 영상매체 등에서는 거의 얼굴마담급으로 등장하는 녀석인 셈.
다만 수중 생활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는 점 자체는 엄연한 사실로, 골경화증이 확인되는 갈비뼈는 중성부력을 발생시켜 물 속에서의 활동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며 콧구멍이 주둥이 위쪽에 올라붙어있었기 때문에 현생 악어처럼 머리를 물 밖으로 많이 내밀지 않고도 쉽게 호흡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인다. 이 녀석의 길쭉하게 뻗은 꼬리는 위아래로 널찍한 형태였는데 이를 마치 곰치나 뱀장어의 꼬리지느러미처럼 좌우로 흔들면서 앞으로 나아갔을 것으로 보이며, 물갈퀴가 달려있었으리라 추정되는 넓적한 모양의 사지는 특히 뒷다리 쪽이 길었는데 이를 이용해 물 속에서 방향 전환 또는 부가적인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생 가비알을 닮은 길고 좁다란 주둥이에는 끝부분으로 갈수록 바깥쪽을 향해 뻗어나온 것이 특징인 바늘 같은 길쭉한 이빨들이 달려있었는데, 처음에는 주둥이를 따라 이빨이 빽빽하게 나 있었으리라고 보고 플랑크톤 따위를 걸러먹던 여과섭식자였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관련 화석 자료가 축적되고 추가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이빨 갯수가 적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 학설은 사장되었고, 현재는 이 이빨이 갑각류 같은 작은 수중 생물을 잡아먹을 때 먹잇감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아가두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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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 태아의 흔적이 남은 메소사우루스의 화석 표본
팔꿈치와 발목의 구조상 육상에서 걸어다니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이며, 행여 육지에 올라오더라도 현생 바다거북처럼 배를 바닥에 붙인 채 사지를 이용해 몸을 앞으로 밀면서 움직이는 정도였으리라 추정된다. 이처럼 육상에서의 활동이 불편했기 때문인지 이 녀석은 알을 낳는 대신 새끼를 낳는 방식으로 번식했는데, 이는 뱃속에 태아를 품은 채로 발견된 여러 메소사우루스 성체의 화석 표본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1] 이 녀석이 속한 메소사우루스목을 국내에서 종종 중룡목(中龍目)이라고 표기하는 것도 이 속명을 한자로 직역한데서 유래한 것이다.[2] 여담으로 이 모식표본이 묻혀있던 암석층은 발견 당시 지역 원주민들이 '''요리용 화덕의 뚜껑'''으로 쓰고 있었다고 한다. [3] 간략히 소개하자면 우선 무궁류(Anapsida, 無弓類)은 측두창이 아예 없는 파충류들의 분류군으로, 파레이아사우루스류와 거북 등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단궁류(Synapsida, 單弓類)는 측두창이 양쪽에 하나씩 나 있는 것이 특징으로 한때 "포유류형 파충류(mammal-like reptiles)"로 불리던 진반룡류 및 수궁류들이 여기에 속해있었는데, 현재는 아예 포유류를 포함하는 별도의 분류군으로 재지정되면서 파충류에서 떨어져나왔다. 이궁류(Diapsida, 二弓類)는 측두창이 양쪽에 둘씩 나 있는 녀석들의 분류군으로 흔히 파충류라고 알려져있는 악어나 뱀 따위를 포함하며 현재는 조류 역시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광궁류(Euryapsida, 廣弓類)는 측두창의 갯수 자체는 단궁류와 동일하지만, 측두창이 안와 뒤쪽 아래에 자리잡은 단궁류와 달리 안와 뒤쪽 윗부분에 자리잡은 것이 특징으로 지적된 분류군이다. 장경룡과 어룡, 판치목 등의 여러 해양 파충류들이 이 분류군의 구성원들이었는데, 현재 시점에서 광궁류는 아랫쪽 측두창이 퇴화한 이궁류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단궁류와 이궁류만 남은 것이다.[4] 다만 현재 계통분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들과 근연관계는 아니며, 이러한 외형적 유사성은 비슷한 생활양식에서 비롯된 일종의 수렴 진화로 추정된다.[5] 한때는 이들이 메소사우루스속에 속한 여러 종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투미둠종(''M. tumidum'')처럼 스테레오스테르눔(''Stereosternum'')이라는 별도의 속으로 떨어져나가거나 브라실리엔시스종(''M. brasiliensis'')처럼 모식종에 통합되는 등 전부 계통분류학상 재분류가 이뤄지면서 현재는 모식종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