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
1. 개요
조선 전기의 문신인 정극인이 지은 시이다. 이 시는 최초의 가사 형식을 갖춘 시로 평가받는다. 상춘이라는 말은 "봄을 기념하다"라는 뜻이다.[1] 정극인의 문집인 불우헌집에 실려 있으나 이것이 한참 후대인 정조 10년(1786)에 가서야 후손인 정효목이 주관해 간행했다는 점에서 정극인이 원작자가 아니라는 논란이 있었다.
2. 교과 과정에서
4차, 5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정 국어 교과서에 실렸으나 검정 교과서로 바뀐 뒤로는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의 '국어2'에서는 기본적으로는 등장하지 않고 있었지만, 2018년부터 사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다시 등장했다. 학교에서 '수학 익힘책'마냥 워크북 비슷한 걸 나눠주면 높은 확률로 출몰하는 고난이도의 시이다. 또한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거의 100% 등장한다. 시도 시지만 최초의 가사 문학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렇다.[2] 그러므로 읽어두면 매우 좋다. 실상 처음 맞닥들이고서 해석을 완벽히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모의고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자주 그 위용을 뽐낸다.
3. 원문과 해석본
정확히 말하면 원문은 아니다. 중세 국어 표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현대식 한글로 중세 국어의 문자들을 바꾸었다. 좌측에 붙인 것이 원문이며 띈 것이 해석본이다.
4. 읽을 때
- 운율은 가사 문학의 특징을 따라 4음보의 율격을 가진다. 또한 종장이 3.5.4.4자로 끝난다는 것, 분명 형식은 운율이 있는 운문이지만 모양새가 산문에 가깝다는 것에서도 가사 문학의 특징을 알 수 있다.
- 자연친화적인 소박한 삶을 꿈꾸는 시로, 시에 등장하는 단표누항이라는 사자성어와 뜻이 일맥상통한다.
- 반어법 비슷한 표현이나 현재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많다. 주의하면서 읽자.
- 원문은 중세 국어로 쓰였다. 많이 나오는 단어는 암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5. 중요한 내용
실제로 생긴 건 산문이어서 행의 구분은 없다시피 하지만 위의 3번 항목을 기준으로 하였다.
- 3행 : "하건마난"의 "하다"는 많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하다"는 "ㅏ"가 아닌 아래아를 사용한 하다이다. 뜻 해석에 유의하자.
- 5행과 6행 : "수간모옥"은 '몇 칸 초가집', "울울리"는 우거진 속
- 8행과 9행 : 도화 행화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다. 이 꽃들은 노을에 빛나고 풀들이 가는 비가 내려 더 푸르게 보인다. 자연을 예찬하는 구절이다.
- 10행과 11행 : "조화신"은 조물주이고, "헌사랍다"는 야단스럽다는 뜻이다. 헌사랍다는 표현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즉 조물주가 칼인지 붓인지 모를 것으로 이 풍경을 만들었더니 야단스러웠다, 즉 아름다웠다는 뜻이다.
- 12행과 13행 : 수풀에 우는 새가 봄 기운을 못 이기고 교태부린다는 것은 사실 화자의 감정이다. 즉, 화자는 새에게 감정이입을 하였고 새는 화자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13행의 물아일체란 표현이 자연에 친화적이란 주제를 나타내는 주제어이다.
- 14행과 15행, 16행 : 소요음영이라는 시어는 천천히 거닐며 나직이 읊조린다는 뜻이고, 27행의 미음완보라는 시어와 동의어이다. 16행에 훼이크가 있는데, 여기서 화자의 심리는 고독이 아니다. 한중진미, 즉 한가한 가운데 진짜 의미를 안다, 즉 좋은 걸 혼자 가졌다 이건 외로운 감정이 아니다. [3]
- 17행과 18행, 19행 : 이웃들에게 산수를 구경 가자는 건 예의상 혹은 관습적으로 하는 말이다. 쉽게 얘기해서 자랑이다. 화자는 풀 밟고, 시냇물에 목욕하고, 산에서 나물 캐고, 낚시를 하자고 말한다. 이 시에서 자연친화적인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묘사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늘 하루 종일 외식하고 쇼핑했단 얘기랑 비슷하다. 즉, 다시 말하지만 자랑이다.
- 20행과 21행 : 갓 발효가 다 된 술을 대충 엮은 천으로 급하게 걸러내서 벌컥벌컥 마신다는 것이다. 보통 막걸리를 거를 때는 건더기가 같이 떨어지지 않도록 팽팽한 천으로 걸러내는데, 화자는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꽃나무 가지를 꺾는다는 것은 자신이 몇 잔을 마셨는지 센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면 알코올 중독이지만 결국 시에서는 술=풍류다. "수 노코"는 수학의 그 수인 것이다.
- 22행과 23행 : 선선한 바람이 강을 건너오니, 취했다는 뜻이다. 청향과 낙홍이 언급되는 구절의 뜻은 13행의 물아일체이다. 자연과 하나 되었단 것이다.
- 24행과 25행, 26행 : 술동이가 비자 하인을 부른다. 소동의 "아이 동" 때문에 아이로 착각하기 쉽다. 어른은 화자 자신을 일컫는다.
- 27행과 28행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음완보는 소요음영과 같은 뜻을 가진다. 적적히 거닐면서 읊는 것이다. "조한"이라는 구절에서 중세 국어의 "둏다"와 "좋다"를 구분해야 한다. "둏다"는 오늘날의 "좋다"라는 뜻이고, "좋다"는 오늘날의 "깨끗하다"라는 뜻이다. 즉 이 시에서 좋은 물이란 것은 깨끗한 물이다. 의미에 조심하자.
- 29행과 30행 : 화자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릉도원을 찾고 있다는 선지가 있다면 틀린 선지가 된다. 도화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복숭아꽃이다.
- 31행과 32행, 33행 : 꽃을 들고 와서 촌락들을 내려다본다. 세속과의 단절감을 나타내고 있다.
- 34행과 35행 : "연하일휘'는 아름다운 자연을 뜻한다. 또한 "금수"는 애국가의 금수강산과 같은 비단으로 수 놓았단 뜻이다. 금으로 수 놓은 것이 절대로 아니다.
- 36행과 37행 : 원래 "끠우다"의 ㄲ은 ㅅㄱ이 붙은 겹자음의 형태로 되어 있음에 유의한다. "끠우다"는 "꺼리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부귀영화가 화자를 꺼린다고 묘사된 구절은 본래 화자가 부귀와 명예를 꺼리는 것을 주객전도한 부분이다.
- 38행과 39행 : 단표누항은 소박한 생활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흣튼 혜음"은 헛된 생각을 뜻하는데, 이 시에서는 35행의 부귀와 공명과 뜻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8행에서 우리는 화자의 안분지족하는 생활을 엿볼 수 있다.
[1] 간혹 뉴스를 보면 봄에 꽃구경 온 사람들을 "상춘객"이라고 하는데, 이 시에서 유래된 말이다.[2] 고려 말의 서왕가가 최초라는 설이 있다.[3] 좋은 거 가져놓고 염장을 지르는 대목이라고 봐도 좋다. 전용기 타고 가면서 혼자 타고 가니 쓸쓸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봤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