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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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Willow
한자
(버들 류)
중국어
柳(liǔ)
일본어
柳(やなぎ)
1. 개요
2. 그 외


1. 개요


버드나무속(Salix)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을 널리 이르는 말. 전세계에 분포한다. 한국에서 그냥 '버드나무'라고 하면 Salix koreensis종을 가리키며, 그 외에도 수양버들(S. babylonica)과 갯버들(S. gracilistyla)이 흔하다.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S. alba종을 가리킨다. 높이가 20m, 지름 80cm에 달한다. 꽃은 4월에 피고 열매는 5월에 익는다.
은행나무처럼 자웅이체인 것도 특징. 그래서 봄에 버들씨 털 날리는 꼴 보기 싫으면 수그루만 심으면 된다. 아래로 축 늘어진 가지와 길쭉길쭉한 잎이 트레이드마크로, 식물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 멀리서 보더라도 한 눈에 알 수 있다.[1] 물을 좋아해서 시냇가나 강가, 호숫가와 같은 곳에서 많이 자란다. 사진처럼 우뚝 서서 물에 닿을까말까 할 만큼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는 물가가 나오는 장면의 클리셰 수준. 물론 산과 들에서도 얼마든지 잘 자란다.
꽤 우람하게 자란다. 커다란 버드나무를 보면 오래 버티고 섰던 고목 같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빨리 자라서 금방 커지는 것. 그래서 왕버들처럼 오래 사는 일부 종 외에는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다.
버드나무가 양기가 강하다고 하여 귀신이 싫어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무당들이 귀신을 내쫓을 때 버드나무 가지로 사람을 때리기도 하였다.[2] 반면 서양에서는 우울을 상징하기도 한다.
썩은 버드나무의 원줄기는 캄캄할 때 빛이 나서 시골사람들은 이것을 도깨비불이라고 하기도 한다. #
4월쯤 되면 버드나무 꽃이 활짝 핀다. 버들개지, 버들강아지라고 부른다. 잎이 피기 전 물이 잔뜩 오른 가지에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데, 모양은 강아지풀 비슷해서 그다지 볼품이 없지만 엄연히 이 있어 벌레가 꼬이는 충매화다. 항상 보는 익숙한 나무임에도 꽃이 비슷한 쩌리 취급받는 나무로 회양목이 있다.
그런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나 도시 사람 중에는 버드나무 꽃이 언제 피는지, 모양이 어떤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태반이 5월이 되어 열매가 익어서 날리는 솜털 같은 버드나무 씨앗을 꽃이나 꽃가루로 안다. 심하면 그 씨앗을 '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상기했듯 버드나무는 충매화라 꽃가루가 날리지 않으며, 속씨식물이라 포자 같은 것도 없다. 같은 씨앗인 민들레 씨나, 꽃가루에 불과한 송홧가루에 대해서도 이런 착각이 널리 퍼졌는데, 바람에 날리는 건 으레 포자겠거니 착각하는 모양이다.
물만 있으면 엄청 잘 자라서 초겨울인 12월까지도 잎이 파릇파릇하다.
물이 갓 올라 파랗고 말캉말캉한 버드나무 가지로 버들피리를 만들어 갖고 놀 수 있다. 버들가지를 잘라서 목심부를 빼낸 다음에 입이 닿을 부분을 얇게 박피하면 완성되는 간단한 놀잇감. 벗긴 부분을 납작하게 눌러서 필릴리 부는데, 제대로 연주까지 해 보고 싶다면 적절히 구멍을 뚫으면 된다.
시대 배경이 20세기 초중반이고 공간적으로는 봄녘의 농촌이 무대인 문학이라면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보니 누구나 한 번은 들어 보았겠지만, 물 오른 버들가지를 볼 일도 이런 것까지 굳이 만들어서 갖고 놀 필요성도 사라진 지금 와서는 어르신들이 가끔 추억에 빠질 때나 한 번 만들어서 불어 보는, 직접 보기는 힘든 물건이 되어 버렸다.
버드나무 껍질이나 잎이 해열·진통 작용을 한다는 건 아주 옛날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얼마나 옛날이냐면 고대 이집트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잘 써먹었을 정도. 그 약효를 내는 유효성분이 살리실산(Salicilic acid)인데, 아세트산과 에스터화시키면 그 유명한 아스피린이 뿅 하고 튀어나온다.[3]
고등학교 화학Ⅰ에서도 대표적인 에스터화 반응으로 가르친다. 물론 그거 실험하고 나온 결과물은 불순물이 잔뜩 섞인 것이므로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어떤 불순물이냐 하면, 화학책에 있는 제법에는 황산이 당당하게 촉매로 이름을 올렸다. 버드나무가 오랫동안 약용으로 쓰인 만큼 제법 만들어진 지도 상당히 오래돼서 특허권 따위도 없다.
봄이 지나서 단단해진 버드나무 가지는 사랑의 매로 사용하기에 최적의 물건이다. 탄력이 있어서 잘 휘어지고, 보기보다 단단하고, 맞으면 뼈저린데 외상은 안 남고, 휙 휘두르는 소리가 피격자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구하기는 엄청 쉬워서 부러져도 상관 없다. 서당 훈장이 잘못을 저지른 학동에게 나가서 버들가지 꺾어 오라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자기가 맞을 회초리를 자기가 만든다는 아이러니가 주는 심리적 대미지도 있겠다.
고려 태조 왕건이 우물가에 들러서 한 처녀에게 을 달라고 했더니 체하지 말라고 물 위에 버들잎을 띄워서 주었다는 얘기가 있다.[4] 그 처녀가 제2왕후인 장화왕후 오씨라고. 재미있는 건 위치가 거의 동일한 조선 태조 이성계에게도 완전히 똑같은 설화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2가지 해석이 있는데, 하나는 왕건의 이야기가 구전되다 왕조가 바뀌면서 등장인물이 같이 바뀌었다는 것. 하나는 이 아닌 지나가던 무관이나 선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원형 설화가 있었으며, 나중에 고려나 조선이 세워지자 거기 태조들을 끌어들였다는 설이다.
'처녀의 지혜'를 소재로 하는 이 버들잎 이야기가 각처에서 발견되는 흔한 화소(話素)임을 보면 후자 쪽이 좀더 그럼직하다. 각종 설화나 야담을 모은 대동기문에 이교리, 이장곤에 대한 같은 일화가 나온다. 벽초 홍명희가 쓴 임꺽정 1권에 이를 인용한 것이 나름대로 유명하다. 설화에 듣보잡급 주인공을 그대로 쓰는 것보단 유명한 인물을 갖다붙이는 것이 더 유용하기 때문.
옛날에는 우물 옆에 버드나무를 심었다.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위의 장수 설화에서도 버들잎을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질 환자에게서 병을 떼는 주술에서도 버드나무를 사용하였다. 학질환자의 나이 수만큼 버드나무 잎을 따서 봉투에 넣고, 겉봉에 '유생원댁입납(柳生員宅入納: 버드나무 생원 집에 편지를 부침)'이라고 써서 봉한 뒤 길거리에 버린다. 이 봉투를 누군가 줍거나 밟으면 그 사람에게 학질이 옮겨간다고 생각하였다.
농사에도 쓰였다. 농사직설에 따르면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다가 거름과 섞어 봄에 밭갈이할 때 같이 넣었다고 한다. 봄 밭갈이는 거름 자체의 양보다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 씨앗의 뿌리가 잘 자라게 하기가 중요한데, 이런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땅을 부드럽게 하는 데 썼던 것.

2. 그 외


  • 봄, 여름에 농사에 필요한 비가 오기 전 바람이 불기 때문에 버드나무가 그 지표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우제에 필요했다고.
  • 꽃말은 '솔직'이다.
  • 유한양행의 로고로 쓰이기도 했다. 유일한이 미국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서재필의 딸이 유한양행의 로고를 그려 주었다 한다. 이 로고는 98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쭉 이어져 오고 있다.
  • 버드나무가 제목에 붙은 동화 중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이라는 동화가 유명하다.
  • 극지방에서도 버드나무속에 속하는 관목이 자란다.
  • 북한에서 제출한 태풍 버들은 버들 참고.
  • 우리나라에서는 꽃을 버들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을 일본에서는 '네코' 야나기(버들 고양이)라고 한다.
[1] 이는 수양버들이다. 버드나무는 잎이 위로 자란다.[2] 하츠 아키코의 만화 우류당 꿈 이야기(雨柳堂夢咄 - 한국 발매 시에는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에서도 '마(魔)를 막아준다며, 주인공도 자신의 가게에 있는 버드나무 덕을 본다는 얘기가 나온다.[3] 살리실산은 약효에도 불구하고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에스터화시키면 그 부작용이 줄어들면서 복용하기에 좀 더 유리하다. 이에 착안해서 모르핀을 에스터화시켰던 게 바로 헤로인...이라는 얘기가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 이야기>라는 책에 나온다.[4] 훗날 김규삼 작가의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 전설이 패러디됐다. 왕건은 비리 국회의원 '김치아'로, 처녀는 마트 점장 '문석구'로, 버들잎은 지폐로 바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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