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1. 개요
2015년 개봉한 안국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홍보 비용 등까지 포함한 총 제작비 3억원 가량의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2. 예고편
3. 시놉시스
4. 줄거리
4.1. 챕터 1. 심리치료
영화는 수남(이정현 분)이 상담사 경숙(서영화 분)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경숙은 상담 시간이 끝났으니 다음에 오라고 하지만, 수남은 경숙을 의자에 묶어버린 후 생고기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꺼내 강제로 먹인다.[1]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수남은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아 주산 등을 잘하고 자격증도 많이 땄다. 하지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는 못하게 되고,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는 작은 공장의 회계원으로 겨우 취직한다. 공장에서 그녀는 청각 장애가 있어서 젊은 나이에 보청기를 끼고 다니는 규정(이해영 분)을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 자식만큼은 자신처럼 기르고 싶지 않다는 규정의 바람으로 신혼여행마저 미루고 집 살 돈을 모으려 한 둘이지만, 규정의 청력 손실은 점점 심각해져 가고, 결국 집을 사려 했던 돈으로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보였지만, 수술 후 공장에서 일을 하던 규정은 갑자기 인공 와우에 문제가 생긴 듯 상당히 크고 불쾌한 소리를 듣게 되고, 이 소리 때문에 기계를 다루는 데에 집중하지 못해서 사고가 발생해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된다. 공장 동료 중 한 명이 절단된 손가락을 씻고 휴지에 싸서 수남의 주머니에 넣어주며 손가락이라는 것을 알려주지만, 경황이 없어[2] 제대로 듣지 못한 수남은 그 사실을 몰랐고 병원에 가서도 봉합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둘은 수남의 주머니에서 손가락을 발견하고[3] , 그 이후로 규정은 폐인이 된다.
자신으로 인해서 규정이 저렇게 되었다고 죄책감을 느끼게 된 수남은 규정이 그토록 바랐던 집을 사기 위해서 혼자서 열심히 일한다. 하나의 일로는 부족하여서 수남은 청소, 요리, 신문 배달, 명함 날리기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된다. [4] 이런 생활을 10년 동안 지속했지만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에는 대출까지 동원해서야 집을 마련하는 데에 성공한다[5] . 새 집에 오게 된 규정은 퉁퉁 부르튼 수남의 손을 보며 미안함에 눈물을 쏟고, 마침내 다시 마음을 다잡은 듯 불편한 손을 이용해 집에 문틀 철봉을 설치하고 목욕을 한다. 집에 돌아온 수남은 비누 냄새와 함께 툇마루에 규정이 놓아둔 편지를 보고 설레지만...
사실 그것은 유서였다! 규정은 철봉에 밧줄을 달아 목을 매고 있었고, 수남이 필사적으로 구조하려 절규하며 챕터가 끝난다.
4.2. 챕터 2. 님과 함께
규정은 죽지는 않았으나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담당의사는 존엄사를 권유하지만 수남은 반드시 규정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다.
대출 빚과 규정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수남은 집을 세주고 비좁은 고시원에 들어가 살게 된다. 이 와중에 수남의 집이 있는 동네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는데, 문제는 동네 전체가 아니라 수남의 집을 포함한 일부만이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지만 재개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도 포함될 수 있게 시위를 시작한다. 이때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이 바로 경숙[6] 과 전역 군인 출신 도철(명계남 분)이다. 또한 아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세탁소 주인 형석(이준혁 분) 역시도 시위에 참가한다.
이렇게 지역 주민 간의 마찰로 인해서 재개발을 원안대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 지자체 측에 수남이 방문하고, 담당 공무원은 주민들에게 재개발 찬성 서명을 받으면 재개발을 원안대로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수남을 꼬드긴다. 재개발만이 점점 불어나는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게 된 수남은 자신의 일도 잠시 쉬고는 재개발 서명을 받으러 분주하게 동네를 돌아다닌다. 서명을 받으러 돌아다니던 수남은 도철의 집에도 오게 되는데, 도철은 서명 운동을 보고는 수남을 구타하고 서명지를 찢고 구겨 쓸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도철의 집을 나온 수남은 홧김에 서명지 다발을 접어 불을 붙인 후 재개발 반대 슬로건이 적힌 플랜카드를 향해 던져 불을 내는데, 예상치 못하게 가스 폭발로 번져 도철이 사망한다.[7][8] 이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들은 폭발 십여분 전 그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CCTV에 찍힌 수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편 아픈 어머니를 돌볼 돈이 필요해 재개발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형석 역시도 수남이 재개발 찬성 서명을 받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수남을 납치하여[9] 세탁소 지하실에 감금하고 다리미로 고문한다. 형석은 재개발 확정 발표가 날 때까지 수남을 감금하려고 하며, 중간에 분노 조절이 잘 되지 않았는지 수남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까지 한다.[10] 몇 주 후 형석이 먹으라 준 빵봉지에서 따조를 발견한 수남은 그것을 형석의 한쪽 눈에 날려 꽂은 후, 달려드는 형석을 의자로 넘어뜨려 대걸레 자루를 가슴팍에 꽂아 버리고, 세탁기에 집어넣어 돌림으로써 확인사살한다.[11] 가까스로 탈출한 수남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형사들에게 취조를 받는데[12] , 형사들은 일단은 별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철수한다.
규정을 돌보던 수남은 발가락을 움직이는 그를 보며 희망을 느끼지만, 담당 의사는 단순한 경련일 뿐이라며 다시 한 번 존엄사를 권한다. 그러나 수남은 의사에게 "솔직히 말해주세요. 괜찮아진 거라고 말해주세요. 괜찮아진거 맞죠."라는 말만 되풀이한다.[13]
구청 계장에게서 "시위 때문에 안 될 것 같다. 저 쪽 시위 주도자(경숙)가 독종이다."라는 말을 들은 수남은 경숙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복어를 손질해 초장에 무친 후 경숙의 상담실을 찾는다. 첫 장면에서 수남이 경숙에게 강제로 먹였던 것이 바로 복어였던 것이다. 경숙은 수남의 이야기를 듣던 중 복어 독으로 발생하는 매우 전형적인 증세[14] 를 보이며 사망한다.[15][16] 일련의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재개발과 도철, 경숙의 죽음이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남에게 더 큰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4.3. 챕터 3. 신혼여행
고시원 침대에 엎드려 행복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그간의 일들을 알리는 편지를 쓰던 수남에게 형사들이 다시 찾아간다. 취조하던 중 나이든 베테랑 형사가 앞뒤가 맞지 않는 수남의 대답에 짜증이 나서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재개발 취소시킬 수도 있다"고 수남을 압박한다. 재개발 취소라는 말에 눈이 뒤집힌 수남은 소세지를 자르던 식칼로 두 형사를 죽여 버린다.[17][18][19]
수남은 밀린 병원비를 해결한 후 의사와의 대화 중에 밀린 병원비를 납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챕터 3으로 넘어가기 직전 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철거되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재개발이 통과되어 이로 인한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때 의사가 다시 생각해보라며 안타까워한다. 수남이 가망이 없는 규정을 여전히 회복될거라 믿기 때문. 오토바이 옆자리에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인 규정을 태우고 바다로 떠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20]
5. 평가
6. 흥행
2015년 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었으며, 한국 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관에서는 2015년 8월 13일에 개봉하였으며, 저예산 영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8월 22일에 관객 수 3만 명을 돌파하였다. 전국 누적 관객수는 43,685명. 손익분기점을 아쉽게도 돌파하지는 못했으나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극복한 충분히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이다.
8월 23일 기준, 네이버 영화 평론가 점수도 7.06점(9명 평균)으로 좋은 편이다. 평론가 관객 모두 오래간만에 원톱 주인공으로 영화에 출연한 이정현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11월 26일 주연 이정현이 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경쟁자들이 막강한 네임밸류의 여배우들[21] 이었고, 그 중에는 천만을 넘은 영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룡이 택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은 1996년 꽃잎[22] 이후 저예산 독립영화 앨리스로 19년만에 청룡에 돌아온 이정현이었다.
2016년 6월 3일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안국진 감독이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이 또한 쟁쟁한 경쟁자들[23] 을 물리치고 받은 의미있는 수상. 그 밖에도 이정현이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국진 감독이 디렉터스 컷 올해의 독립영화감독상을 수상했다.
7. 여담
- 당연하지만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포스터의 느낌이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존재한다.
- 안국진 감독은 시나리오 집필 때부터 주인공 배역으로 이정현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주인공 수남의 비틀린 광기와 묘한 사랑스러움을 표현해낼 수 있는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그러나 이정현의 소속사에서 캐스팅 제안을 거부하였는데, 이정현이 이 영화 이전에도 파란만장, 범죄소년 등의 저예산 독립영화에 연달아 노 개런티로 출연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독립영화 출연은 곤란하다고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할 생각까지 하던 중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읽고 이정현에게 직접 연락, 강력 추천하여 이정현이 출연을 결정하였고, 노 개런티로 출연하였다. 오히려 이정현이 자기 돈을 들여서 제작진들의 식사 등을 챙겨줬다고. 촬영 일정이 빠듯한데도 매일 촬영 시작 시간이 늦게 잡히자 이를 의아해한 이정현이 이유를 알아보니 제작비가 부족해 아침식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고, 이후부터 이정현이 전 스태프들의 아침식사를 직접 준비해 왔다고 한다.#
- 도철이 수남의 머리채를 잡는 장면에서 명계남이 이정현이 아플까봐 머리를 세게 잡지 못해서 NG가 많이 났다고 한다. 인터뷰
- 복어 독에 대해 설명하는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와 비슷한 느낌의 영상의 목소리는 실제로 MC였던 손범수가 맡았다.
- 수남이 스쿠터를 타는 장면이 많은데, 사실 이정현은 원래 스쿠터는커녕 두발자전거도 못 탔다고 한다. 3일간 속성으로 배워서 촬영한 것인데, 촬영장면에서는 어찌어찌 잘 타다가 컷이 떨어지면 와당탕 구르곤 했다고. 이정현의 말에 따르면 원래 시나리오에는 수남이 드리프트까지 자유자재로 하는 등 스쿠터의 달인인데 시간관계상 그렇게 하지 못해서 속상했다고 한다.
- 현재 페이지에 있는 포스터는 앞치마에 피가 묻어 있다는 이유로 심의 반려되었다. 일반 버전은 피가 거의 지워져 있다.
- 박찬욱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오버랩 되는 영화이다. 영화감독 임필성도 이와 유사한 지적을 하였다.
- 이정현이 뉴스룸에 출연하여 한 인터뷰
[1] 맨 처음에는 강제로 먹인것인 의심스러워서 뱉으려다가 수남이 겁을줘서 먹었는데 먹고나니 의외로 맛이 있었던 모양[2] 사고 초반엔 사태 파악이 안되어서 쭈뼛거렸고 병원을 향하던 택시에서는 대성통곡을 하느라....[3] 열쇠를 꺼내려다가 손가락들을 발견했다[4] 실제로 수남이 이러한 일을 하면서 쌓게 된 노하우로 나중에 사람들을 죽이게 된다.[5] 열심히 일을 해서 초반 목표액을 채웠으나, 당연히 10년 사이에 집값은 올랐고 초반 목표액은 턱도 없었다.[6] 사실 많은 지역 주민들은 시위에 시큰둥한 편이었는데, 말발을 통해서 이들을 성공적으로 선동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7] 수남의 첫번째 살인. 사실상 살인의 의도가 없는 과실치사이다.[8] 이 와중에 경숙은 도철이 시위를 위해서 분신자살한 것이라며 주민들을 선동한다.[9] 오토바이 휠 사이에 기다란 나무막대기를 끼워서 오토바이를 쓰려뜨렸다.[10] 예산이 없어서 정말로 이정현을 실제 대형 세탁기에 넣었다고 한다(...)[11] 수남의 두번째 살인. 자기방어적으로 저지른 살인이다.[12] 취조 중 본인의 고생담을 이야기하다 감정이 북받쳐 수남의 눈물이 터지는데 그걸 지켜보던 젊은 형사도 눈물샘이 폭발(...)하고 만다.[13] 너무 밝게 말을 해서 더욱 비극적인 장면.[14] 장면이 나오기에 앞서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같은 느낌의 영상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복어 독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증상에 대해 설명한다. 이 내레이션은 실제 위 프로를 진행했던 아나운서 손범수가 해 주었다.[15]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있던 수남은 숨이 넘어가고 있는 경숙을 보며 "거의 다 끝나가는데,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돼요?"라고 아쉬워한다. 수남의 세번째 살인이며, 매우 계획적인 살인이다. 점차 살인마로 변해가는 수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남이 상담사를 찾아간 영화 초반에 자꾸 시계를 확인하는데, 복어 독을 먹였다는 복선이라고 할 수 있다.[16] 이 장면은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느낌을 가져다 준다. 주인공인 박동진이 자기 딸을 납치한 류를 죽이기 직전에 했던,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라는 대사와, 죽어가는 경숙을 앞에 두고 천천히 말하는 "미안해요. 내가 죽이는 거 이해해주세요." 라는 부분과 상당히 느낌이 같다.[17] 수남의 네번째, 다섯번째 살인.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여버리는 수남이다.[18] 첫 번째 형사는 재개발취소 어그로로 인해 죽었지만 두 번째 젊은 형사는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덩달아 희생당했다.[19] 두 형사의 시체를 앞에 두고 수남이 침대에 앉아 울며 웃으며 슬픔, 분노, 통쾌함, 짜증 등 온갖 감정을 드러내는데, 감독과 배우,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꼽는 이 영화의 명장면.[20] 당초에 남편과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던 곳이 바다였다. 근데 끝까지 바다 그 자체는 '''나오지 않는다.'''[21] 암살의 전지현,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무뢰한의 전도연,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22] 1996년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에서 신인상 수상.[23] 베테랑의 류승완, 암살의 최동훈, 극비수사의 곽경택, 한승운, 동주의 신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