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칼 사건
1. 사건의 배경
'''앨런 소칼의 지식에 관한 사기 사건'''은 앨런 소칼[1] 이 40대 초반이었던 1996년에 듀크 대학교에서 발행된 《Social Text》를 상대로 벌인 지적 사기극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포스트모더니즘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이를 둘러싼 갈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문서에서는 사건의 경과와 여파 등에 대한 개요만을 다룬다. 자세한 전말을 알고 싶다면 과학전쟁 문서나 다음의 글을 참고하면 좋다. 국내외 '과학 전쟁'(Science Wars)에 대한 해부. 한국어 위키백과도 참고할 만하다. #
2. 사건의 진행
사건 발생 당시 뉴욕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였던[2] 앨런 소칼은 당시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생물학자 폴 그로스와 수학자 노먼 레빗이 1994년 공저한 《고등 미신: 강단 좌파와 과학과의 다툼[Higher Superstition: The Academic Left and Its Quarrels With Science]》을 인용하며 포스트모더니스트와 해체주의자들이 과학의 객관성을 부정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은 영문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세력이 컸다.
당시는 《고등 미신》으로 촉발된 논쟁, 이른바 과학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고등 미신》의 저자들은 과학 사회학자, 급진적 페미니스트, 급진적 환경주의자 등을 '학문적 좌파(Academic Left)'로 규정하며 이들이 과학을 잘 알지 못하고 적대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좌파인 자신들이 보기에도 학문적 좌파의 행위는 도가 지나치며 좌파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폴 그로스 및 노먼 래빗과 같은 입장이었던 소칼은 학문적 좌파의 '학문성'을 공격하기 위해 가짜 논문을 하나 작성하여 투고한다. 그는 학문적 의의가 전혀 없는 가짜 논문인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향하여 [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를 포스트모던 계열 학술지인 《Social Text》에 제출하였다. 그는 편집자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논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의 글을 제출하여 '포스트모던 편집자들은 자기네 이상에 동조해주기만 하면 내용이 엉터리인 논문도 출판해준다'는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다.
3. 전개
《Social Text》지는 1996년 봄/여름, '과학전쟁'이라는 제목의 특집호를 발행하면서 소칼의 가짜 논문을 실었다. 이 특집호에서 소칼의 논문은 크게 주목받았는데 자연과학자로서는 드물게도 문화상대주의를 옹호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논문이 발행된 그날 소칼은 학술지 《Lingua Franca》에서 《Social Text》에 실린 자신의 논문은 엉터리 논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문용어나 참고 문헌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장황한 인용을 거쳐 뻔한 헛소리들을 가장 멍청한 수학과 과학의 결과에 넣고 마구 뒤섞'어서 가짜 논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양자역학의 어떤 불합리한 가설을 이미 증명되었다고 하거나 양자역학 그 자체를 잘못 해석하는 등 고의적으로 오류를 논문에 삽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석에 복소수를 새로운 분야라고 언급한다 (...) 소칼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대학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이공계 학부생이나 대중 독자도 문제점을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Social Text》지는 비웃음을 샀고 결국 96년 이그노벨상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4. 사건에 대한 반응
이 사건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그들이 속한 분야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과학적 도구와 사고방식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언어학, 영미분석철학 등의 인문분야에서는 대개 과학의 객관성을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인문학을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실 분석철학자들은 과학자들처럼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 논의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고[3] , 그만큼 관련성도 적다 보니 애초에 큰 반응도 나오지 않기는 했다.
- 대륙철학 등 과학적 도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인문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이 사건에 관한 소칼의 태도와 타 영역을 침범하는 측면에 대해 불쾌해 했다.
- 반과학성 인문학[4] 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는 앨런 소칼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을-연구윤리상의 문제, 우파 이데올로기 과학자로 매도하기 등- 포함한다. 아울러 소칼이 자신이 인용한 학자나 공격한 학자의 주장에 대해 무지했고 저작 전체의 맥락을 무시하고 자신이 조롱하고 싶은 구절만 인용한다는 비판도 있다.[5]
- 기타 의견으로, 논문이 가짜라도 논문이 담은 문제의식은 중요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한편 과학만능주의에 경도된 일부 학자들이 인문학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80년대에도 포스트모더니즘은 과학을 공격했는데 90년대 중반 와서 이러는 이유는 지원금 때문이라는 주장도 보이기는 한다.
- 인문학자나 사회학자 중에서 장황하고 모호한 서술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6] 이런 서술을 줄이고 인문학에서도 좀 더 명료한 서술을 하자는 반응이 있었다.
- 과학 전쟁이 진영에 휘말려서 가치를 잃어가던 와중 소칼 사건으로 인해 크게 한 방 터진 덕분에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할 기회를 얻었다는 평도 있다.
훗날 소칼은 "나는 왜 그 사건을 일으켰는가? 솔직히 인정하자면 우선 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고전 좌파로서 지식에 관계된 해체주의가 노동계급의 해방을 도대체 어떻게 돕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순진하다면 순진한 관점일지는 모르겠으나 난 완고한 과학쟁이로서 이 세계는 현실이고 그 현실에 기초한 객관적 진리가 있다고 믿으며, 그 진리를 찾는 것이 내 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http://www.physics.nyu.edu/sokal/noretta.html
5. 《지적 사기》의 출판
이후 소칼은 사건에 대한 여러 비판을 재반박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1997년 《지적 사기[Fashionable Nonsense: Postmodern Intellectuals' Abuse of Science]》[8] 를 출판하였다. 그는 책에서 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뤼스 이리가레이, 브루노 라투르, 장 보드리야르,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폴 비릴리오 등[9] 을 비판했다. 소칼은 특히 프랑스의 일부 철학자들이[10] 과학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자기 분야에 가져다 쓰는 것을 경계했다. 소칼은 '''자신의 학문분야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며 자신의 학문분야를 대상으로 한 논문의 전문성도 판단하지 못하는 학문은 학문의 자격이 없다.'''라고 이들을 비판했다.[11]
소칼은 과학을 오용하는 방법의 유형으로 다음을 제시한다.
① 막연하게 아는 과학 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② 자연과학에서 나온 개념을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에 도입하면서 개념이나 경험에 관계된 최소한의 근거도 밝히지 않는다.
③ 완전히 동떨어진 맥락에서 전문용어를 남발하면서 어설픈 학식을 과시한다. 그 의도는 뻔하다. 과학에 무지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무엇보다도 겁주려는 것이다. 일부 학자와 언론은 그 덫에 빠져들고 있다.
④ 알고 보면 무의미한 구절과 문장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일부 저자는 의미를 대상으로 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면서 단어에만 외곬으로 빠져드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⑤ 이런 저자들은 자신들의 과학에 관계된 능력에 비해 턱없이 강한 자신감을 갖고서 발언한다.
6. 기타
《Social Text》지의 편집자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Lingua Franca지에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았다. 그들은 소칼의 논문을 등재하기 전에 소칼에게 비공식적으로 그 글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소칼이 이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또한 《Social Text》지는 과학자의 글을 실어서 균형 있는 관점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해당 글을 실었다고 한다. 아울러 당시 《Social Text》지는 보다 창의적인 연구를 돕기 위해 동료 평가(peer review)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12] 아울러 《Social Text》지는 소칼이 논문의 정직성에 대한 그들의 신뢰를 배신했다고 덧붙였다. # ## Social Text는 사건 이후 동료 평가를 도입했다.
사실 이 문제는 포스트 모던 혹은 어떤 한 학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술지 등재절차의 약점을 찌른 것일 수 있다. 학술지는 생각보다 많으며 논문을 등재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을 때도 있다. 《Social Text》지의 저명성은 둘째 치더라도 확실히 그 검증시스템은 허술한 편에 속했다. 학술지 등재절차의 문제는 인문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소칼 사건처럼 유명하지 않을 뿐 등재기준의 약점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가장 심각한 것으로는 인공지능이 만든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것이다.
MIT의 한 사람이 컨퍼런스에 아무런 의미 없는 논문도 통과(accept)된다는 말을 증명하려고 SCIgen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저자에 이름을 적고 버튼만 누르면 논문에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 무작위로 조합되어, 뜻도 문법도 전부 맞지 않고 그저 단어가 나열만 되어 있는 컴퓨터과학 분야의 논문을 만들어 내는 것.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논문이 Springer에 16편, IEEE에 100편 이상 등록된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단순히 단어가 나열되어 있는 수준인데도 피어 리뷰까지 통과한 논문도 발견되었다고. 참고로 중국에서 이 프로그램으로 논문을 많이 만들어서 중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제출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2005년에는 SCI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이 홈페이지를 이용해 구글 학술검색에서 가상 인물 Antkare의 h 인덱스를 94까지 높이는 데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한 가지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자. 위에서 보이듯 이 사건은 인문학 쪽에서는 불쾌할 수 있는 사건이다. 특히 《Social Text》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편집자는 소칼에게 '네 논문이 좀 부족해 보이기는 하는데 네가 고치기 싫다니까 어쩔 수 없지. 과학자 입장도 들어봐야 하니까 일단 실어는 드릴테니 등재에 동의해줘' 정도로 말한 것인데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아울러 포스트모던의 철학적 입장상 다양한 의견 개진의 기회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기에 이는 그들의 관점과도 부합하다. 이공계와 인문계는 학문의 방법 자체가 다르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이 부분만을 언급하며 소칼의 진의를 폄하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소칼이 하려던 말은 한 마디로 '''어떤 학문이든지 쓰려면 제대로 알고 좀 써라!!!''' 이것이다. 인문학자들이 과학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도 못한 채 가져다 쓰면 당연히 과학자는 불쾌하다. 반대로 과학자들이 인문학자들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도 못한 채 가져다 쓰면 인문학자들은 자신의 영역이 넓어져 유쾌하겠는가? 오히려 과학자들이 철학을 모른다느니 하면서 분기탱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일 보다는 소칼의 문제의식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의도는 '내가 철학논문을 내서 옴짝달싹 못하게 통과시킴으로써 정복하겠다!' 가 아니라 '과정과 검증의 허술함을 직접 겪어 내보임으로써 이전의 다른 사례들의 가능성을 비유하겠다' 쪽이다.
이는 융합학문, 학제간 연구 등 여러 영역에 걸치는 연구를 할 때에도 유효하다. 학문적 좌파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도 고려해야 하지만, 당시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이 과학의 개념들을 기초도 모른 채 매우 심하게 오용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13][14] 그러므로 소칼의 의도는 '''다른 영역의 주제를 자기 영역에서 논하려면 다른 영역을 반드시 철저히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 어줍잖은 지식으로 검증도 안 된데다가 자기도 이해 못 하는 소리를 내세우면서 대중들을 속여먹고 경험적 현실을 등한시하는 학자들과 그런 학문에게는 자격이 없다.''' 정도로 온건하게 표현할 수 있겠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당시 포스트모던 학자들이 이를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다.
워낙에 드라마틱한 사건인데다가 당시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이 허점을 수두룩하게 보였던 것이 사실인지라 일반 대중들, 가령 이 문서를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과학자의 장난에 포스트모던 학자들이 한 방 먹었다.'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의 전달과 수용 과정에서 내용이 간략화되고 지나치게 일차원적으로 이해되면서 자칫 '역시 현대 인문학은 사기극이나 다름없군', '포스트모던 학자들과 달리 완전무결한 과학이 완전한 승리를 거머쥐었군'과 같이 극히 피상적인 인식을 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은 전후 사정이나 소칼의 입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자주 인용되곤 하는 레퍼토리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드물게 이루어졌는데, 후술하겠지만 진흙탕 싸움에 가까운 사례도 있을 정도. 그러다 보니 이를 지나치게 왜곡된 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끽해야 대학원생이나 학부생인 과학도들이 이 논쟁에 대해 숙고할 생각은 않은 채 맹목적으로 과학이 인문학을 제압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경우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소칼이 지적하려고 했던 '자기도 모르는 주제를 하고 싶은 말에 끼워맞추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정말 소칼 입장에서는 뒷목 잡을 만한 과학을 욕보이는 짓이니 인용을 하더라도 적절히 알고 하도록 하자.
특히 이를 스포츠 경기처럼 인문학 대 과학의 대결구도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포스트모던은 인문학을 대표하지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과학적 방법론을 채택하는 인문분야도 많으며 인문분야 사이의 갈등은 일반인의 생각을 초월한다. 소칼 그 자신도 이를 인문분야 전체에 대한 비난의 도구로 삼은 바 없으니 이 점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이 사건을 다룬 책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가 있다. 민음사가 2000년에 출판한 적이 있었으나 이는 2014년 현재 절판되었고 2014년 1월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출판했다 그 외에 리처드 도킨스의 '《악마의 사도》'에서 《지적 사기》를 다룬 서평으로써 사건을 설명한다. 재밌는 점은 도킨스야말로 소칼이 비판했던 "다른 영역의 주제를 자기 영역에서 논하려면 다른 영역을 반드시 철저히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 어줍잖은 지식으로 검증도 안 된데다가 자기도 이해 못 하는 소리를 내세우면서 대중들을 속여먹고 경험적 현실을 등한시하는 학자들과 그런 학문에게는 자격이 없다."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영역은 신학, 종교학, 역사학, 철학 등이고 도킨스의 영역은 과학, 무신론이라 볼 수 있다. 도킨스 본인의 영역인 진화론과 생물학 분야에서는 올바른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일정 시점부터 선을 넘나들며 신학과 성서학, 철학, 역사에 대해 무지한 주제에 어줍잖게 종교를 비난하는데만 골몰하여 많은 오류를 저질러 수많은 철학자와 신학자, 인문학자, 양식있는 과학자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인 전적이 있다. 예를 들어 예수의 역사성 관련하여 '자기가 모르는 분야의 논문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권위에 쉽게 굴복하여, 기본적인 검증조차 소홀히 한 끝에 예수는 허구인물이라는 주장을 진지하게 하다가 망신당한 적이 있다. 또다른 예로는 인류학자 파스칼 보이어가 도킨스가 인류학자들의 종교에 대한 견해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여 잘못 적용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한적이 있다.
7. 한국에서의 반향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될 당시, 서울대학교 철학 박사인 이정우가 '3류 물리학자의 국제 사기극', '위대한 인물들의 명성에 흠을 내려는 조잡한 시도'라면서 나쁘게 말한 적이 있다.[15] 사실 누가 소칼을 3류라고 해도 소칼에게 큰 상관은 없다. 소칼이 재직 중인 뉴욕대학교의 쿠란트 응용수학 연구소는 미국에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최고 수준의 기관이다. 여기서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았다면 온 학계가 1류로 인정해 주는 것인데 학계 밖의 사람이 3류라고 하면 웃고 치울 일일 뿐이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들의 명성에 흠을 내려는 조잡한 시도'라는 비난은 웃고 치우기 어렵다. 소칼이 그들의 명성에 흠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학문적 좌파에 대한 비판은 넘어간다 치더라도 타 영역의 개념을 마구잡이로 끌어오는 것은 그저 잘못된 행위이다. 나아가, 만약 사실은 그 학자들이 오용한 것이 아닌데 소칼이나 우리 같은 철학의 비전문가가 그 학자들을 잘못 이해했다면 이해를 교정하면 된다. 그것을 '''악의'''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며 자비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러한 이정우나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반응을 두고 진중권은 '앨런 소칼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오나 유감스럽게도 자기가 팔아먹은 상품을 헐뜯는 사람에게 보내는 지식 소매상의 히스테리 수준'이라고 평했다.
한편 소칼 논쟁이 한국에 상륙해 쏟아지는 논쟁에 나름대로 원숙해지던 2000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의 동기 동창 학자인 뉴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양신규[16] 와 교수 홍성욱[17] 의 논쟁도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읽고 싶은 사람은 당시 학술지를 찾아서 읽을 것. 교수 양신규의 주장과 교수 홍성욱의 반론 둘 모두 읽을 만하다. 자세한 내용은 교수 홍성욱의 논문 누가 과학을 두려워하는가 " - 최근 " 과학 전쟁 " ( Science Wars )의 배경과 그 논쟁점에 대한 비판적 고찰 과 벌어진 논쟁글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하지만 이후 논쟁이 과열되면서 본래 취지에서 어긋나게 되었다. 냉정히 말해서 두 사람의 논쟁은 MS 이야기가 나온 시점부터는 이미 본래의 논점과 크게 이탈하였고 학술에 관계된 논쟁과는 다른 형태로 변질되었다. 예컨대, 홍성욱은 처음 글에서 지식에 관계된 사기가 포스트모더니즘에 가한 공격에는 동감하지만 과학철학과 과학사회학을 대상으로 해서는 일정한 무지를 드러낸다고 평했다. 그러나 양신규는 재반론에서 홍성욱의 서평을 포스트모더니즘을 대상으로 한 옹호로 판단하고 과학사회학의 스트롱 프로그램이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에게 인식론에 기초한 타당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D. Bloor의 스트롱 프로그램의 기획을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두 사람의 논쟁은 허수아비 때리기로 시작해서 지식에 관계된 사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존심 대결(경제사에 관한 장광설 등)로 끝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8. 참고자료
[18]
과학과 문화 - 문화에 있어서의 과학의 위상[19]
[20]
9. 관련 사건
- ‘Conceptual Penis’ hoax
- 페미니즘 학회 나의 투쟁 등재 사건: 어떤 사람이 페미니즘 학술지의 허술함을 증명하기 위해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의 용어 등등만 바꾸어서 올렸는데 그것이 공식적으로 여성학회지에 통과된 사건이다.
10. 관련 동영상
작가 클리포드 골드스타인이 해설하는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
아래 영상은 1:02:46 부터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과학철학/과학사 전공) 교수의 소위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에 대한 간단한 배경 설명과 비판적 논평이 나온다.
Q. 철학에서 자기 객관성이나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 과학의 성과를 가져다 사유를 하는 것인데 소칼이 극단적으로 비판한 건 아닌지.
A(홍성욱). 소칼 관련해서 지적을 해주셨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칼이 지적한 부분 중에 약간 이렇게 스펙트럼으로 봤을 때 타당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기존의 철학자들이나 인문학이나 이런 거를 하시던 분들이 과학의 권위를 빌려서 그 과학을 굉장히 깊게 천착했다기보다는 그런 과학의 권위를 빌려서 자신의 주장을 하는, 사실 내용과 잘 맞지 않는 과학의 방정식이라든지 과학의 아주 복잡한 이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빌려서 이렇게 얘기하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그렇지 않고 실제로 과학이 상당히 의미 있게 철학에서 사용이 되고 원용이 되고 해석이 되어서 그것이 철학적인 언어로 다시 나타난 부분들도 있습니다. 근데 소칼이, 제 생각에는, 과학을 하시는 분이니까 너무 어떻게 보면 급하게, 혹은 너무 철학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제하지 않고 얘기를 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철학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과학을 모르는데 왜 과학을 사용하냐 라고 비판한 부분과, 진짜 의미가 없고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그런 얘기에 대한 비판과 이런 것들이 같은 책에, 논문에 혼재되어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그 당시 과학 전쟁에서 나왔던 많은 얘기 중에 칼 포퍼 같은 과학철학자가 상대주의의 원흉이다, 상대주의적인 지식론 이런 것들을 설파하는 사람이다라는 비판이라든지. 쿤도 굉장히 잘못된 과학관을 제시했다, 쿤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가 있지만요. 포퍼는 아마 자기 자신을 상대주의다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기절을 할 노릇이었을지 모릅니다. 이런 것들이 좀 혼재되어서 있고요. '''『지적 사기』같은 책을, 저는 그래서 조금 조심스럽게 읽어야 할 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공계 다니는 학생들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철학이 너무 난해하고, 요즘 프랑스 철학 이런 거는 무슨 말하는지도 모르고, 모르겠고 무슨 페미니스트 이론이라든지 이런 것도 책을 읽으면 하나도 이해도 안 되고 그랬는데, 『지적 사기』를 읽고 나니까 다 엉터리더라. '와, 이거 봐라. 철학 하는 인문학자들 다 엉터리 얘기만 하고 그랬다' 이렇게 『지적 사기』를 받아들이고 '역시 과학을 해야 해' 이렇게 접근하는 학생들을 간혹 보는데 저는 이건 위험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칼을 우리가 상당히 분석적으로 읽고 거기서 취할 것들과 취하지 않을 것들을 가려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