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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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
사실 급식이란 개념의 시초는 다름아닌 영국이었다. 산업 혁명 이후 저소득층의 식사 식단이 상당히 부실해지자 성장기 어린이들이 영양 공급이 부실해지니 자연히 성장이나 발육이 정상적으로 될 리가 없었다. 그 결과 보어 전쟁 당시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영국 정부가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자 급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급식의 시초가 된 것이다.
그나마도 초창기 중앙정부에서 통제하던 시절에는 우유 전면 무료 제공[1] 및 나름 영양사를 배치해서, 학교 단위가 아니고 지역 단위라서 약간 불완전했지만 맛은 없을지언정 영양학적으론 괜찮은 식단을 제공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만 양은 한참 성장기의 아이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는데, 어릴 때 배불리 먹이면 탐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청교도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명문 학교라는 곳이 급식량이 더 적은 경우도 있었고, 재학 중에 고생한 선배들이 후배들 좀 배불리 먹이라고 학교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2. 악화
사실 1970년대 이전에도 맛은 보장할 수 없었던 급식이지만 영양은 보장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심각한 경제 공황이 영국에 들어닥치자 당시에 총리로 재임하였던 마가렛 대처가 재정 삭감을 위해 학생들의 급식 배급에 관여하던 영양사들의 수를 줄였고 그 외의 급식 문제는 더 이상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 정부에 넘겨버리면서 '''재앙'''이 시작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처는 총리가 되기 이전 교육부 장관이었던 1970년대에 우유 무상급식도 폐지해서 '''우유 도둑(milk snatcher)'''이라며 대차게 까인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Despite food rationing (which lasted until 1954) children in 1950 had healthier diets than their counterparts in the 1990s,''' according to a study by the Medical Research Council (James Meikle The Guardian 30 November 1999). Post-war four year olds had higher calcium and iron intakes through greater consumption of bread and milk, greens and potatoes. They ate and drank less sugar than children today.
의학 연구 위원회(발표자 제임스 메이클, 발표지 더 가디언 1999년 11월 30일자 기사)의 조사에 따르면, (1954년까지 지속되었던) '''배급제로 인한 부실한 식료 공급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아이들은 1990년대 아이들보다 훨씬 더 건강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준으로 4살이 되는 아이들은 충분한 양의 빵과 우유, 채소와 감자를 공급받아 충분한 양의 칼슘과 철분을 섭취하였으며, 오늘날의 아이들보다 더 적은 양의 설탕을 섭취하였다.
- Food for Thought: child nutrition, the school dinner and the food industry(영어)
상기한대로 무상 우유 급식 문제는 그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중 하나인 윈스턴 처칠이 추진한 정책 중 하나였으니만큼 간 크게 그것을 건드렸으니, 대처가 이 때 얼마나 심하게 데였는지, 자신의 정책들에 대해 쏟아지던 온갖 비난들에도 절대 굴하지 않은 이 '철의 여인'이 생전에 후회한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이다. 오죽하면 영국 보수당 금기어 양대산맥이 "인두세"와 "우유 도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인두세에 관해서는 마가렛 대처 문서로.
급식은 단순히 애들 배 채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애들이 커서 나라의 일원이 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전체 국민의 건강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는 수단이므로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데도 대처 시대 이후로도 급식 예산은 계속 적게 나왔고, 영양사들도 사라지고, 법적 기준도 따로 안 정해져 있다 보니 프렌치 프라이, 피시 앤드 칩스, 치킨너겟 등의 튀김류만 나왔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비만에 시달렸다.
3. 위험한 급식
스쿨 디너의 내용에 따르면 급식 메뉴에 채소가 왜 없냐는 질문에 '프렌치 프라이는 감자로 만드니 채소 음식이다' 라는 황당한 답이 나왔다고 . 주식인 서(薯)류를 채소류로 취급하는 영국의 기상을 볼 수 있는데, 사실 감자는 '''생물학적'''으로는 채소로 분류하기는 하나, '''식품학적/영양학적'''으로는 서류, 즉 '''곡물'''로 취급한다. 이유는 단순한데 감자도 일단은 일반 채소처럼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며 이파리가 생성되는 등 분명하게 채소이기는 하지만 실제 섭취하는 것은 그 이파리나 윗쪽의 줄기가 아니라 뿌리 쪽의 덩이줄기이기 때문이다.[2] 이런 식으로 하면 옥수수나 쌀, 밀도 줄기가 있고 이파리가 있으니 곡물이 아니라 채식이라고 칠 수도 있다.
물론 감자 자체가 비만의 원인은 아니다. 문제는 상기한 대로 그 감자로 한다는 것이 튀김이라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이는 튀김이 가장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같이 곁들여 먹는 것이 좋으면 모를까 같이 곁들여 먹는 다른 음식들도 결국은 튀김 천지이니 답이 없다는 것이다.
4. 원인
튀기면 열량도 높아지고 콜레스트롤도 높아지지만 포만감이 커진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구우면 여러 번 뒤집어야 하고 불조절도 해야 해서 많이 만들려면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건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튀김은 그냥 끓는 기름에 정해진 시간 동안 담궜다가 시간이 지난 뒤 꺼내면 끝난다. 또 다른 조리법에 비해 많은 양의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 혼자 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싸다.
즉 튀김 음식이 주로 나오게 된 것은 정부의 예산 삭감 때문에 부족한 예산으로 인건비와 포만감을 감당하기 위해 튀김 음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용 대신 학생들의 건강을 제물로 선택했다는 것.'''[3]
이런 종류의 급식은 염분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영양 불균형 자체도 심각하다. 이를테면 한국 급식에서는 영양 평형을 고려하도록 하기 위해 급식장마다 영양사를 의무로 투입시켜서, 비육류성 식단이 편성되어도 고기 반찬을 영양 상의 이유로 적게나마 포함시킨다. 이를테면 3가지의 반찬중 1가지의 반찬에 약간의 고기가 들어간다. 가끔 필수 영양소의 섭취를 위해서 어류도 종종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급식은 영양소 균형 따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돈가스, 닭튀김, 새우 튀김, 감자튀김 등이 처음에는 맛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매일 반복해서 먹다 보면 질려서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다른 시시한 음식이라도 찾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진 사실이다.
5. 악명
제이미 올리버의 리얼리티 쇼 스쿨 디너를 리뷰한 모 블로거에 의해 유명해진 요소로, 악명 높은 영국 요리의 악명을 더욱 드높이게 만들었다.
다만 올리버가 다룬 급식은 어디까지나 영국의 '''공립학교'''의 급식 문제였으며 사립학교는 당연히 공립과는 달리 제대로 급식이 나왔다. 사립학교는 어차피 모든 예산을 자체 충당하기에 급식 비용도 마음대로 산정할 수 있으니 급식의 질 조절이 가능한 반면, 공립 학교는 정부에서 쥐꼬리만한 급식 예산을 주기 때문이다.
이후 올리버의 노력에 의해 영국 공립학교의 급식 문제는 상당히 개선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2년에는 급식의 질 뿐만이 아니라 양마저도 줄어들고 있어 문제라는 기사가 나왔다. 이는 영국 정부가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교육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영국 공립학교의 학생들은 품질이 떨어지는 급식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개선되었다는 학교 급식을 먹는 최종 테스트를 담당한 사람들은 영국군이었는데 군인은 짬밥 외에는 모두 다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니 아주 좋아졌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겠다.
결국 그 개선되었다는 급식조차 그걸 먹는 학생들로부터 지탄을 받기 시작한다. 그 학생들 중 마사 페인(Martha Payne)이라는 2012년 기준 9살 꼬마는 자신의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에 대해 평점을 매겨 비판하는 글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이 블로그는 반년만에 300만의 접속수를 기록하고 이전에 급식 개혁 운동을 주도했던 올리버의 격려 멘트까지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불리해진 현지 협의회는 근면성실한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당한 모함이라고 주장하며 페인이 급식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업로드하는 것을 금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국 급식에 대한 논란이 사회 문제로 크게 불거져 급식 개혁이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위원회가 백기를 들긴 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탄압이 전국적으로 행해진다고 하니 개선의 길은 아직 멀다.
그러다 영국군의 급식 실태가 터졌다.관련 기사 영국군 급식을 민영 업체에 외주로 맡겼는데 '''구더기'''가 드글거리는 토마토 통조림, 오래되어 '''곰팡이'''가 핀 삶은 달걀과 치즈, '''제대로 익히지 않은''' 닭고기, '''철수세미 조각'''이 들어가 있는 음식, '''곪은''' 사과 등이 배급되었고 이것은 맛이나 영양의 문제를 넘어 아예 '''못 먹을 것'''을 줬다는 점이 지적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외주 업체의 문제에 대해 영국 정부는 즉각 조치에 들어갔으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6. 현황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에서 시작된 급식 개선 사업은 테레사 메이 내각으로 계승되었으며, 영국 내에서는 영국 노동당을 중심으로 무상 보편 급식을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다만 테레사 메이 총리 본인은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선별적 무상 급식을 선호하는 입장이라 논란이 많다.
어찌됐든 간에, 이런 영국 급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개입해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좌우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
7. 이웃나라 프랑스의 경우
요리의 나라 프랑스답게 인접국[4] 인데도 그야말로 천양지차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프랑스는 국가가 급식의 질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부터 급식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급식은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코스별로 주르륵 나온다.
이하 프랑스의 급식 클래스
- 사립·공립 할 것 없이 학교 급식의 위생과 원재료에 힘씀
- 어떤 학교에서는 전문 요리점의 요리사를 고용할 정도로 급식을 만드는 요리사의 실력을 따져 봄
- 세살배기 아이한테 다섯 코스의 식사 제공
- 아이들이 식중독에 걸리지 않게끔 위생에 신경을 씀
- 모든 병·봉지·과일·채소 등등 하나하나 세척함
- 원재료는 주로 프랑스 국내에 생산한 식품을 사용
- 주방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멸균처리
- 식중독 발병에 대비해 모든 식사의 샘플[5] 을 2개월 동안 보관
- 채소를 먹이기 위해 브로콜리를 튀김옷에 싸서 배식
- 아이가 집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를 추천해 줌
- 종교적으로 허가받는 음식을 따로 주기도 함
-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집에서 싸 가지고 온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알레르기가 없는 식단을 제공해 주기도 함
- 일례로 파리에서 아이를 키우는 영국인 여성이 자식을 집에서 점심을 먹이려다가 학교에서 불려 오게 되었고 거기서 그 학교의 2개월치 급식 식단을 받아 보고는 놀라워했다고 함
- 그리고 이에 대한 급식비는 소득별로 차등 지불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랑스의 급식 수준도 일부 질적인 하락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사를 보면 프랑스에서 일부 학교의 급식의 질이 크게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