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르 이븐 하이얀
자비르 이븐 하이얀은 8, 9세기 아랍 및 페르시아의 학자이자 연금술사로, 과거의 천재들이 흔히 그랬듯이 위의 표에 나오는 각종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1. 일생
721년 우마이야 왕조의 지배 아래 있던 오늘날 이란 동북부의 호라산에서 태어나 칼리프 밑에서 연금술사로 일했으나, 아바스 왕조의 반란을 돕다가 들켜서 예멘으로 추방당한다.
예멘에서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다 아바스 왕조의 반란이 성공한 뒤엔 당시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던 쿠파로 돌아와 페르시아계의 유력 가문의 후원 아래 의학을 연구했다. 그러나 후원해주던 가문이 803년에 몰락하자 본인도 가택 연금당하고 죽을 때까지 풀려나지 못했다. 여담으로 94세까지 살아서 상당히 장수했다.
2. 저술 활동
그의 이름으로 된 저서와 글이 거의 3000여 편인데, 그의 글이 아닐 거라고 의심되는 수백 편을 제외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주제도 다양해서 우주론, 음악, 의학, 마법, 생물학, 화학, 기하학, 문법, 형이상학, 논리학, 점성술, 그리고 인위적으로 생명을 만드는 일 에 이르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들은 문하생만 읽을 수 있도록 스테가노그래피[1] 로 쓰여 있다.
그의 저서는 후배 아랍/페르시아 연금술사뿐 아니라 12세기 유럽에서 번역되어 중세 후기 유럽 연금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알칼리(alkali) 같은 아랍의 과학 용어가 유럽에 도입된 것도 그의 공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직 미번역 상태인 부분이 많은 그의 저서는 연구가 충분히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3. 화학
자비르 이븐 하이얀은 (주인의 말을 듣는) 생물을 창조하는 일을 본인의 연금술 연구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저서에 보면 전갈, 뱀, '''사람'''을 만드는 비법이 나와 있다. 효과는 의문이지만...
연금술을 연구함에 있어서는 피타고라스나 신플라톤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수비학(數秘學)을 토대로 삼았다.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을 받아들이면서 금속이 갖고 있는 성질(뜨거움-차거움, 마름-습기)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알-이크시르(al-iksir), 즉 엘릭서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2]
한편, 그리스의 4원소에 둘을 더 추가해서 각 금속은 수은과 황이 다른 비율로 섞여서 이루어진다는 독창적인 이론 또한 제시했다. 둘은 일종의 가상의 원소로,[3] 수은은 금속성을, 황은 연소성을 상징한다.[4]
또한, 물질을 셋으로 분류하였는데, 가열하여 기화하는 부류 ('영혼'), 금속류, 그리고 전성(malleability)이 없고 부수면 가루가 되는 부류 이렇게 셋으로 나누었다. 이 점은 오늘날의 금속/비금속 구분과 유사하다.
화학 당량에 대한 개념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저술에서는 '주어진 양의 염기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산이 필요하다'와 같은 문장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화학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실험을 하지 않으면 절대 완벽한 이해를 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자신의 연금술 지식을 실용적인 용도에 아낌없이 사용하였으며,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불에 타지 않는 종이''', '''밤에도 읽을 수 있는 잉크''', 쇠의 겉면에 바르면 '''부식을 방지하고''' 직물에 바르면 '''방수 기능'''을 부여하는 첨가물을 발명했다고 한다. '''8'''세기,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신라시대에!
4. 평가
과학사가 Eric Holmyard에 따르면 자비르는 화학사에서 로버트 보일이나 앙투안 라부아지에급에 가깝고, 폴 크라우스는 두리뭉실했던 고대 그리스의 지식과 비교해 자비르의 이론은 경험적이고 체계적이었다는 점을 언급한다.
5. 기타
'자비르(Jabir)'란 이름이 라틴어화하면서 '게베르/제베르(Geber)'가 되었고 유럽에서는 게베르란 이름으로 쓰인 연금술 서적이 한동안 나돌았으며, 이런 서적의 실제 저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논쟁거리다.
'헛소리', '논리가 안 서고 내용이 없는 말'라는 뜻의 gibberish(또는 jibberish)란 영어 단어도 이 사람의 이름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 [5]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도 나온다. 뭐 그야 연금술사니깐...
[1] 일종의 암호화 기술이다. [2] 일부 전설에서는 결국 엘릭서를 이용해 구리를 금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하지만 이 사람은 금속과 생물을 구분해뒀기 때문에 불로불사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또 구리를 사용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황동일 가능성이 있다.[3] 참고로 본인이 실험을 통해 현실의 수은과 황은 가상적인 수은과 황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한다. [4] 16세기의 파라켈수스도 이 이론을 지지하였으니 꽤나 오래 간 이론인데도 왠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5] 다른 이론은 지브롤터라는 지명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