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마라
1. 고전 의복
지마라(Zimarra)라는 단어의 유래는 스페인어이며, 중세 ~ 르네상스 시기의 스페인 지역에서 귀족들이 겉옷으로 입던 펑퍼짐한 옷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나폴리,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지역에서도 유행하여 신성로마제국 등지로 퍼져나갔다. 이 옷은 여성복인데, 망토 대신에 드레스 위에 겉옷으로 입던 소매가 없거나 짧은 외투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비슷한 형식의 외투를 남성들도 착용하였으며,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는 법복, 학사복, 그리고 아래 기술할 성직자용 예복 등으로 진화하여 현대까지 쓰이고 있다.
1.1. 가톨릭 교회의 고위 성직자용 의복
스페인어 : Zamarra
이탈리아어 : Zimarra
독일어 : Zimarra
프랑스어 : Simarre
영어 : Simar
가톨릭 교회에서 지마라는 주교 이상의 고위 성직자들이 입는 복장 중에 하나이다. 다만 이 옷은 수단과 같으므로 어원과 옷의 기원이 다르다. 영어로는 '''시마르'''(Simar) 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프랑스어 발음에서 유래했다. 영어로도 그냥 'Zimarra' 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1]
한국에서는 성당 오래 다닌 가톨릭 신자도 '''이런 옷이 있었어?''' 라고 할 정도로 생소하다 못해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고위 성직자라고 해도 이 옷을 입는 것 자체를 보기가 어렵고, 혹 있다고 해도 그냥 수단이라고 부른다. 사실 가톨릭 신자이거나 그쪽 계열의 사람이 아니면 수단이라는 단어 자체도 흔하게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사제복'''이라고 한다. 이것은 외국의 경우에도 특별히 다른 건 아니라서 '시마르(Simar)'라고 딱 잘라서 카속(Cassock)과 구분해서 표기할 정도면 가톨릭 덕후라고 봐도 될 정도. 미국 등, 이따금씩 서양권 포럼에서도 "왜 교황옷 소매는 반팔이 또 달려있죠?" 라는 지식인스러운 질문이 오가기도 한다.
1.1.1. 지마라 ∈ 수단
이 사진들은 19세기의 것이라서 옷이 현대인의 미적 기준으로는 다소 이상해 보이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같으며 단지 현대에는 팔뚝 장식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뿐이다. 어깨망토(Pellegrina)는 과거에는 짧아서 말 그대로 어깨를 덮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대로 올 수록 길어진다. 베네딕토 15세 치세까지가 어깨망토 길이 변화의 과도기이며 그 이후에는 길어져 현대의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는다.
지마라는 소매에 여밈단추를 배치하는 프랑스식 평복수단(French cut house cassock)과 상당히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에 얼핏 보면 구분하기 어렵지만, 수단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어깨솔기에서 내려오는 소매통의 구조이다. 상완(上腕), 그러니까 윗팔뚝에 '''단추로 여며지는''' 이중 반소매(Upper half-sleeve)가 달려 있으면 지마라이며 없으면 수단이다. 원래 지마라는 고위 성직자용 옷이므로 어깨망토가 달려있어야 정식이지만 예외는 몬시뇰로, 이 어깨망토는 주교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에 몬시뇰이 이 옷을 입는다면 망토를 삭제해서 입는다. 그러나 옷의 디자인 특성상 망토가 없을 경우 매우 이상하게 보이기 때문에 보통 몬시뇰은 이것을 입지 않거나, 망토인 페라이올로(Ferraiolo) 따위로 가린다.
지마라는 사실상 평상복 수단(House casoock)의 고급형이자 상위 호환이며 기본적으로 똑같다. 교황을 제외하면 원단은 검정색으로 만들고, 가두리 장식(Piping)을 사용하여 품계를 표시한다. 수단과 달리 일반 신부는 입지 않는 것이 특징이나 몬시뇰의 경우에는 입기도 한다. 그 외에는 평복 수단과 동일하여 몬시뇰은 보라색(Purple)[2] 이나 진분홍색(Amaranth red), 주교와 대주교는 진분홍색, 추기경은 진홍색(Scarlet red)의 가두리 장식을 사용하고 교황은 가두리 장식 뿐 아니라 유일하게 옷 자체도 흰색이다. 수단과 달리 가대복을 입을 때 착용하는 유색 지마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1.1.2. 수단 : 자리를 계승 중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는 이 옷이 사실상 고위 성직자의 평상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만들기도 까다롭고,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거추장스러운 옷이 사라져가는 현대에는 많이 보이지 않는 편이며 유럽 등지에서도 드물게 이용되는 옷이다. 사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어깨망토가 길어져 팔꿈치까진 기본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이것을 입어도 티가 나지 않는데 팔통은 또 두겹이라 움직이기만 불편하므로 영 좋지 않은 옷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요즘엔 일반적인 수단에 밀려 서서히 사장되고 있다.
이 옷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가이가 있다면 그는 교황이다. 교황은 현대에도 이 옷을 자주 입는데, 옷이 '''오직 흰색'''이라는 특성상 평상복이냐 가대복이냐를 구분할 거 없이 이거 하나로 때워버린다.[3][4] 그런데 교황의 지마라는 최고존엄답게 일반적인 성직자들의 지마라와 차이가 있어서, '''소매를 물결무늬 비단으로 처리'''한다. 다른 성직자용의 지마라에는 비단이 쓰이지 않는다.
교황은 거의 반드시라고 좋은 정도로 지마라를 입어왔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교황들 중 지마라의 사용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요한 바오로 2세 때부터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이전 교황들처럼 다시 지마라를 기본적인 복장으로 늘 착용했지만,[5] 프란치스코 역시 일반적인 수단으로 대체하면서 입는 빈도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황들의 사진들을 잘 보면, 일반 수단을 입고 있다곤 하지만 소매는 여전히 물결무늬 비단으로 되어있다.
1.2. 성공회의 고위 성직자 예복의 일종
시마르(Simar)가 아니라 '''치미어'''(Chimere)라고 한다.
성공회의 성직자가 가대복(Choir dress)을 갗출때에 장백의 위에 착용하며 여기까지 입고 어깨에 스카프(Tippet)를 두른다. 색은 적색부터 흑색, 청자색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가운 형식의 펑퍼짐한 옷 위에 길게 내려오는 목도리형 어깨 장식물이 달린[6] 옷 구조는 현대 법복 등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있는 편인데, 유래가 교회의 복제이니 당연한 것이다. 특히 대영제국의 많은 제도가 세계로 퍼져나가다보니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비슷해졌다. 현대 성공회의 성직자들은 학사모의 기원인 비레타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옛날에는 사용했었음이 성직자들 초상화에서 확인된다.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시마르(Simar)가 '겉옷'이라는 명칭만을 가져간 수단이라면, 이 옷은 민소매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경우에는 만텔레타(Manteletta)라는 옷이 이 역할을 한다. '만텔레타'라는 명칭 자체는 망토를 뜻하는 맨틀(Mantle)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기원 자체는 지마라에 더 가깝다. 실제로 만텔레타는 겉보기와 달리 망토가 아니며 양 팔을 집어넣어 입고 앞을 여며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치미어나 만텔레타나 이름만 다르지 모두 같은 옷을 기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1]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아도 어휘가 둘 다 나온다.[2] 3등급 몬시뇰인 '교황 전속사제(Chaplain of His Holiness)'인 경우.[3] 주교나 추기경의 경우, 가대복을 입을 때는 각각 자주색, 진홍색의 가대복 수단(Choir cassock)이 따로 필요하다.[4] 교황도 원래는 당연히 가대복용 수단은 따로 있는데, 그것은 물결무늬 비단제이다. 이러한 비단 제질의 수단은 요한 바오로 2세까지 사용하었고, 베네딕토 16세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은 가대복과 평상복의 구분의 무의미한 것.[5] 퇴위 이후에는 더 이상 착용하지 않는다.[6] 현대에는 편의상 장식물이 옷에 부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