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간
1. 개요
가한, 카간(可汗) 또는 대칸(大汗)이란 몽골이나 튀르크 계통 국가의 황제이다. 카간국(제국)을 통치하는 군주의 칭호이다. '하늘의 지명을 받은 자' 라는 뜻으로 제정일치 풍습의 잔존이다.
가한호를 공식적으로 처음 쓴 것이 400년 전후의 유연이고 튀르크에서는 카간 혹은 카안으로 부른 것이 몽골에서는 변형되어 칸이 되었다. 처음에는 카간과 칸의 구분이 없었지만, 몽골 제국이 등장한 후 카간은 중화권의 황제와 같은 의미로 변하게 된다.
2. 역사
역사적으로 북방 유목민족은 중국식의 왕이라는 칭호 대신에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칭호를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흉노는 선우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가한이라는 칭호는 비공식적으로는 3세기경 선비족이 먼저 사용했고, 공식적으로는 탁발부의 압력에서 벗어난 유연#s-3의 구두상벌가한 욱구려사륜이 최초로 사용했다. 유연을 무너트리고 강력한 제국을 세운 돌궐이 가한의 칭호를 사용한다.
돌궐에서는 가한에 구분이 있어서 군주를 대가한, 군주의 아들이나 친족 등을 가한으로 임명해 소가한이라 했으며, 당태종이 돌궐을 평정한 이래로는 유목민족들은 당태종에게 천가한(天可汗)이라 칭호를 바쳤다.
동돌궐을 멸망시킨 위구르 제국, 동돌궐과 서돌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설연타, 서돌궐이 사라진 후 캅카스 일대를 제패한 하자르 등도 마찬가지로 가한의 칭호를 사용했다. 그런데 840년 위구르 제국이 키르기즈의 침공으로 패망한 이후 키르기즈는 몽골 고원 통치를 포기하고 철수했다. 이에 몽골 고원은 공백 상태가 되어 유목 민족을 통일해 가한이라 불릴 특출한 지배 세력이 등장하지 않았다. 요나라, 금나라는 동부에만 일부 통치권을 행사하였고 이마저도 간접 통치였다. 실위는 위구르 제국과 당나라에 눌려 있다 거란에게 털린 후 몽골 고원으로 도망쳤고, 실제로 부족장은 가한 칭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3세기에 등장한 것이 몽골 제국이다.
본래 칸과 카간은 유목민족의 우두머리를 나타내는 말로 동일한 의미로 쓰였으나 몽골 제국이 등장하고 오고타이 대부터 여러 칸이 난립하면서 칸 위에 '''카간'''내지는 '''대칸'''이라는 존재를 새로 두게 되어 '''카간은 중화권의 황제와 같은 의미'''로 변하게 된다. 다만 이후로도 몽골의 최고 지도자에게도 종종 칸이라는 명칭이 쓰인 것을 보면 칸은 부족의 우두머리와 몽골족 전체의 우두머리를 모두 통칭하는 의미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후대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도 초기에는 지도자를 칸에 해당하는 한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누르하치는 처음에 "누르하치 한"이라 불렸다. 그러다가 2대인 태종 홍타이지 때부터 중국식 황제 칭호를 함께 사용했고(숭덕제), 차하르부로부터 원의 옥새를 얻고 몽골 제국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난 다음에는 '''카간(대칸)'''이라는 칭호도 사용했다(복다칸 혹은 복다카간).
3. 역대 대칸
자세한 사항은 몽골 제국/역대 대칸 문서를 참고.
4. 한국사
- 한국사에서 신라의 거서간, 마립간이나 그 외 진변한의 군주들[2] 칭호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간(干)이라는 명칭이 흔히 칸과 연관이 있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 한국사의 간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3~5세기경인 초기 삼국시대 시기를 생각해보면 몽골의 칸보다는, 만약에 관련이 있다면 사용 시기가 비슷한 가한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한호를 공식적으로 처음 쓴 것이 400년 전후의 유연이기 때문에, 삼국사기의 간이 후대에 창작된 것이 아니라면 북방민족과 한민족의 공통조상에서 전래된 호칭일 가능성도 있다. 금석문으로 따져도 두 호칭의 등장 시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 자전에 따른 음가를 생각하면 한국 독음으로 可汗을 '가한'이 아니라 '극한', '극간'으로 읽어야 한다. 可가 '옳을 가'가 아니라 '오랑캐 임금 이름 극'이기 때문. 하지만 '극한'은 오히려 '가한'이라는 표기보다 원어발음과 동떨어지는 데다 일반적으로 '가한'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 '가한'으로 굳어졌다. 극한이라고 쓰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 '가한신'이라는 신에 관한 기록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당서의 기록에는 고구려에서 "箕子可汗等神"을 섬겼다고 한다. 이를 "기자신과 가한신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 '가한신'을 단군으로 해석하나, 북방민족으로 추정되는 유인 계급이 섬긴 신을 가리키는지도 모른다. 한편 이병도는 이를 "기자가한과 같은 신"으로 해석해 '가한'이 '기자'를 수식하는, '기자대왕' 같은 칭호라고 주장했다.
5. 매체
[1] '카간'이 아니라 '카안'이다. 한국 키보드에 ğ 자판이 없기 때문에 흔히 g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으나 이 둘은 발음부터 다른 문자이다. 국립국어원 터키어 표기법 기준으로 g가 보통 ㄱ의 음가로 표기되는 것에 비해 ğ는 음가를 갖지 않는다. 이를테면 에르도안(Erdoğan)을 Erdogan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를 에르도간이라고 읽지 않는다.[2] 가령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음즙벌국의 왕 타추간. 그리고 울진 봉평리 신라비 등 금석문에는 신라 6부의 지도자격 인물들의 인명으로 수많은 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