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1. 열대 과일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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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잭프루트(Jack fruit)라고 알려진 과일인데, 태국에서는 "카눈"(ขนุน, kha nun),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낭까"(nangka), 인도 케랄라 주에서 쓰이는 말라얄람어로는 "짝까"(cakka)[1] , 필리핀에서는 "랑까"(langka), 베트남에서는 "밋"(mít) 스리랑카에서는 덜 익은 초록색 카눈은 폴로스, 다 익은 카눈은 코스, 노랗고 단 카눈은 바라까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바라밀이라는 명칭이 있으나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수박처럼 크며 무거운 것은 50kg까지 나가서 '''세계에서 가장 큰 과일'''이라는 호칭도 있다.[2] 다 익지 않은 작은 것들을 채소처럼 삶아서 먹기도 한다. 덜 익은 것은 결대로 찢어지는 조직감이 더 살아있어서 채식주의자들이 고기의 식감을 느끼고 싶을 때 쓰기도 한다.[3] 겉껍질은 뭉툭한 돌기가 무수히 많이 나 있다. 속에 있는 노란 속살을 먹는데, 속살마다 씨앗이 박혀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과일인 만큼, 두리안과 자주 혼동하는 과일이다. 돌기가 있는 외형에 큼지막한 크기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 하지만 냄새로 악명높은 두리안과는 달리 잭프루트는 냄새가 심하지 않다. 다만 사람에 따라 특유의 향기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카눈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사서 먹어볼 엄두가 안 나겠지만, 손질해 둔 과육을 밀봉해서 냉장 보관만 해도 2주일은 거뜬할 정도로 오래 가기 때문에 미리 손질해놓고 가끔씩 꺼내 먹어도 된다. 씨도 굉장히 큰데 이걸 삶아서 먹으면 밤과 비슷한 맛이 난다. 두리안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맛이 완전히 다른 성격의 맛이다. 망고와 유사한 맛인데, 식감이 쫄깃하고 휘발성의 향이 난다. 또한 섬유질이 껌 같이 질긴지라 좀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식감이나 냄새가 고무같고 물기도 없어 맛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단점으로는 손질 난이도가 높다는 것. 알맹이 형태의 과육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과육들을 분리해 내려면 과육 주변을 싸고 있는 섬유질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섬유질이 질긴데다 굉장히 끈끈해서 잭프루트 한 번 손질하고 나면 손은 물론 과도에도 끈끈한 액체들이 잔뜩 묻게 된다는 것이 흠이다. 맛은 좋은데 손질하기가 너무 귀찮다는 이유로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도전 지구탐험대에선 손질하는 방법에 대해서 나온적이 있는데, 마체테에 식물성 기름을 바르고 잘라냈다. 열매 자체에서 끈끈한 액체들이 있는데, 이게 손에 묻는다면 지울때 꽤나 고생한다고 한다.
국내 마트에서도 통조림 등으로 먹어볼 수 있다. 보통 리치나 람부탄 통조림이 있는 곳에 같이 있고, 카눈보다는 잭프루트라고 많이 쓴다. 통조림으로 만든 경우엔 과육만 완전히 따로 분리하기보다 주변 섬유질을 포함한 제품이 많다. 그 섬유질도 충분히 같이 먹을 수 있게 가공되어 있어서 앞서 설명한 쫄깃한 식감이 더욱 잘 살아난다.
냉동을 사고 싶다면 잭프룻으로 검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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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노란 품종은 허니 잭이나 페니와라카peniwaraka라고 부르는데,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 중 하나이다.
2. 태풍의 이름
3. 알바니아의 명예살인 풍습
Kanuni. 부정형으론 Kanun이라고 쓴다. 다른 사람에 의해 친족이 죽거나, 가문의 명예가 더럽혀지면 살인으로 복수를 하는 알바니아의 명예살인 풍습으로, 어원은 오스만 제국 시절 터키어로 세속법이라는 뜻의 kanun에서 비롯되었다. [4] Lekë Dukagjini라는 알바니아 귀족이 15세기경에 알바니아 지역에서 통용되던 관습법을 정리해서 법전으로 성문화 한 것이다. 즉 오스만 제국의 법률과는 전혀 상관없이 알바니아 내 토착민들 사이에서 널리 통용되던 관습법인 것. 문제는 해당 법에 복수를 정당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알바니아에서는 현대까지도 엄청난 사회적 골칫덩어리이고, 이로 인해 피를 본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실정법과 카눈이라는 관습법의 이중 법률 체계는 알바니아가 독립한 이후로도 지속되었다가 공산화 직후 엔베르 호자가 카눈을 살인에 악용하는 인간들을 감옥으로 집어 쳐 넣고 비밀경찰을 쭉 깔아놓은 덕에 이 기간만은 복수 풍습이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공산정권이 붕괴되고 통제력이 약화되자 카눈을 악용해서 복수하는 풍습이 부활했고 1990년대 이후로 알바니아에서 심각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원복이 자신의 만화 현대문명진단과 가로세로 세계사에서 괜히 알바니아를 '''복수로 사는 나라'''라고 설명한 게 아니다. 그만큼 명예살인 풍습으로 심각한 나라다.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다른 집 사람을 죽이고 이에 대한 복수를 정당화하기에 피가 피를 부르기 때문이다. 카눈에 연루되어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는 사람이 대략 수천 명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알바니아 인구가 300만 명 안팎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더 황당한 건 이 사건의 원인 중 적지 않은 수가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제 예를 들자면 서로 다른 집안의 남자 둘이 가볍게 말다툼을 하다가, 한쪽이 다른 쪽을 밀쳤다. '''그러자 그때 받은 수모를 못 잊겠다고 그 남자의 형제 둘을 죽였다.''' 그 와중에 이를 말리던 경찰까지 쏴 죽였는데, 그 경찰의 아들이 와서 가해자와 가해자의 식구까지 여럿 살해하면서 그야말로 복수가 여러 곳으로 퍼졌다. 원수를 갚기 전에 죽을까 봐, 가족들을 집에 감금하고 원수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집도 있다고 한다. 또한 가게 앞에 땅 몇 평가지고 다투다가 서로 복수극을 벌인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멈추고 싶어도 아무도 이 죽고 죽이는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당장 명예를 더럽힌 것에 대해서 당사자 앞에서 돈을 주든 무릎을 꿇든 어떻게든 용서를 받아내든지, 아예 상대방 일족을 끝장내든지의 2가지 방법밖에는 카눈을 끝맺을 방법이 없다. 돈으로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알바니아 소득 기준으로 해결하는 비용이 여간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의 알바니아인에게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알바니아 정부 차원에서 보호구역을 만들어 카눈의 대상이 된 사람들을 모아 집어넣고 보호해 주고는 있지만, 보호구역에서 나가면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다. 보호구역 안에는 교육시설이 없기 때문에 자녀들은 학교도 못 다닌다. 제대로 된 직장도 당연히 없어서 먹고사는 문제는 가내수공업으로 해결하는데 진짜 입에 풀칠하는 수준이다. 사실 그러다 보니 카눈에 연루된 경우에는 아예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알바니아 자체가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가 해외로 이주하면 찾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카눈에 따라 복수를 시도하려는 자들 대부분은 일반인이 아니라 지역 토호나 그 관련자들이다. 당연히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미친 척하고 정면대결을 해봤자 일반인은 승산이 전혀 없다. 토호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카눈을 시도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세력 판도나 재산 상속권이 달려 있기 때문. 토호의 자식들의 경우 카눈을 포기하면 가문의 명예도 지킬 줄 모르고 배짱이 없다는 이유로 상속에 막대한 불이익을 받으며, 토호 본인의 경우에는 체면이 깎이거나 지역 선거에 출마할 경우 유권자들의 표를 뺏기기 때문에 카눈을 포기하면 안 된다. 내가 카눈을 성공했다 혹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말이 돌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적으로 복수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분쟁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기에 완벽한 무법천지인 사회보다는 이런 법이라도 있는 것이 낫다. 그러나 위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한번 복수의 연쇄가 시작되면 멈추기는커녕 '멈추는 놈은 겁쟁이'라는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오히려 기름을 뿌리는 메커니즘밖에 없기에 [5] 폭주해서 공동체를 끝장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사회가 문명화될수록 사적제재가 금지되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손꼽히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 "부서진 사월"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돈으로 해결하는 "피값"으로 소 내지는 염소 몇 마리를 요구하는 등의 언급도 있다.
영화 테이큰 2에서도 이 풍습이 나오는데, 주인공(리암 니슨)에게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지역 친족들을 동원해 주인공에게 복수한답시고 깝죽거리다 알바니아 마피아 일가 남자들이 깡그리 쓸려나가는 내용이다. 깝죽거린다고밖에 할 수가 없는 게, 자기 아들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프랑스에서 다른 알바니아인 불법체류자들과 범죄조직을 결성, 인신매매를 하던 중 주인공 딸을 납치해 팔아먹으려다 딸의 행방을 찾던 주인공에게 저항하다 죽은 찌질한 중범죄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영화상의 묘사는 알바니아의 전통과도 어긋난다. 보통 카눈이 적용될 사건이 생기면 "네가 죽인 사람은 이렇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던 사람이다!"는 의미로 장례식으로 초대하고 핏값을 지불할 기회를 주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뭐 그딴 거 없고 외국인 손에 죽었으니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복수하러 간다고 하면 설명이 되기는 한다.
알바니아의 국왕이었던 조구 1세도 전 총리의 딸과 약혼했다가 파혼하는 바람에 재위 기간 내내 카눈에 근거한 살해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알바니아뿐 아니라 아르메니아나 발칸반도 지역 많은 나라들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온 관습이며 종교와 무관한 문제다. 프랑스령 코르시카에도 이와 비슷한 '벤데타'라는 게 있다.
[1] 여기에서 포르투갈어 명칭 jaca와 영어 명칭 jackfruit가 유래했다.[2] 다만 세상에서 제일 큰 열매는 아니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제일 큰 열매로 기록된 건 '''1톤'''(1,045kg)짜리 호박이다.[3] 실제로 통조림의 경우 주변 섬유질까지 포함해 가공된 제품들이 많은데 이걸 썰어 놓으면 참치 통조림과도 생김새가 흡사해진다. Nadiya’s Time to Eat episode 4 – Impress in an Instant의 영상의 10:05부터 참조[4] 고전 그리스어 κανών(카논)의 차용어다. 오늘날 터키어에서도 '법'이라는 의미로 쓰인다.[5] 더욱이 복수가 당한 만큼 갚아주는 방식이라면 모르게 되는데 위의 사례처럼 자기를 밀쳤다는 이유로 밀친 사람의 형제 둘을 죽여버리고 말리던 경찰까지 쏴 죽이는, 복수라고 하기에는 선을 넘은 행위까지 일삼으니 문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