텡그리 신앙

 

Tengriism
1. 개요
2. 여담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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텡그리즘의 대표적인 상징인 맹금류 심볼. 다만 이것 이외에도 다양한 상징이 많다.
중앙아시아동북아시아의 유목민족들에게 존재하던 천신(天神) 신앙의 일종으로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이 복합적으로 섞인 종교이다. 주로 훈족, 몽골, 튀르크중앙아시아유목민족이 믿었다고 추정된다. 다만 훈족은 텡그리를 믿었다는 사서는 존재하지 않아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보고 있다.
주신인 하늘의 텡그리,[1] 땅의 에제가 존재하는 등 기본적으로는 다신교 신앙이다. 텝 텡그리라는 종교적 지도자가 있으며, 칭기즈 칸 대에 몽골 제국의 형성에 프로파간다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제성직자와 같은 체계적인 포교와 교리를 갖추지 못한 데다가 전파 노력도 그다지 진행되지 않았다. 몽골 제국의 부흥과 함께 급속도로 세력이 커지는 몽골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인 제국의 교황이 될 뻔 했으나, 텝 텡그리가 칭기즈 칸을 우습게 본 끝에 처형당하면서 텡그리즘은 사실상 몰락하게 된다. 그나마 남아있던 텡그리즘도 이슬람의 확장과 티베트 불교의 전파로 인해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민속적으로는 여전히 텡그리의 박수무당이 남아있으나, 신앙으로서는 티베트 불교와 융합되거나 아예 그 지위를 잃은 채 전통문화로서 보존되고 있는 추세다. 유교 정착을 위해 오만가지 노력을 기울인 조선에서도 20세기까지 무속신앙이 남아있던 걸 보면, 본산인 티베트는 멀고 딱히 종교적 광신이나 철저한 포교 및 타 종교 청소에 열중하지 않았던 초원에서야 말할것도 없다.
다만 지역에 따라서는 텡그리가 유일신이 아닌 여러 위상을 지닌 다신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앙아시아에서는 최고 천신인 호르무스타 텡그리가 아흔 아홉 텡그리의 수장으로 일컬어진다. 이 호르무스타 텡그리는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아 16세기에 새로 생겨난 개념의 텡그리로, 이전에는 텡그리 자체가 단수로 유일신과 비슷한 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는 기록보다 구전을 중시하던 중앙아시아 부족들의 특성상 여타 정주 민족들의 종교보다는 정보가 많이 부족한 면이 있다.
텡그리 신앙이라는 게 국가적으로 왕이 제사를 지낸 신앙이었는지 백성들이 믿어오던 민간 신앙인지는 불분명하고 아직 존재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신교이므로 기독교, 불교와 같은 종교로 봐야 할지는 이견이 많다.

2. 여담


  •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중국의 세 나라 국경에 위치한 한 텡그리(Khan Tengri) 봉은 텡그리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산인데 이름 그대로 하늘의 왕, 영혼의 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해발 7,010m로, 톈산 산맥에서 두 번째로[2] 높은 산이며 카자흐스탄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 유목민족의 문화를 한국사를 어떻게해서든 포함시키려는 유사역사학자들의 단골 떡밥이 되기도 하는데, 이들의 주장은 텡그리란 바로 환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위에서 나오듯 텡그리 신앙은 지역에 따라서 그 특성들이 상당히 판이했으며, 천신(天神) 신앙 자체가 원래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퍼져있던 신앙이었기 때문에 해당 주장은 무리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완전히 같다는 주장이 무리수인 것이지 아예 관련이 없는 건 아니고, 오히려 상당히 관련성이 크다. 단군 왕검할 때의 그 '단군'이 '텡그리'와 어원이 같다는 가설과 그에 관련된 근거는 상당히 많다. 이건 주류 역사학계에서 제기된 가설이며, 일제강점기최남선[3]무당을 지역에 따라 '당골네'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당골네가 단군에서 온 말이라는 가설을 세우면서 같이 제기됐을 만큼, 상당히 오래된 설이다. 한국인의 기원도 시베리아에서 수렵 및 채집으로 먹고 살아가던 고(古) 몽골로이드계 민족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고조선의 발원지를 요서지역으로 비정하는 것이 2000년대 이후의 고고학계의 통설인데 요서지역은 몽골의 시초로 여겨지는 동호와 인접해있으니 자연히 교류가 잦았고, 또한 부여고구려, 발해 역시 오랜기간 동안 만주 일대를 통치하며 읍루, 거란, 선비족, 말갈, 돌궐 등 몽골계와 튀르크계, 통구스계 종족들을 포섭하거나 지배하면서 그들의 고유신앙을 융합시키려는 시도를 자연스레 했을 만큼 한국인들의 전통 신앙이 텡그리 신앙의 한 분파였거나, 최소한 그 영향을 강하게 받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4][5]

[1] 사실 텡리가 원어민 발음에가깝다.[2] 첫 번째는 포베다 산[3] 독립운동가였다가 변절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된 그 최남선이 맞다. 사실 최남선이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던 일제시대 초기의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일제가 강요하는 역사관'에 대항하여 독립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한국의 역사를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었고, 특히 일선동조론에 대응하기 위해 상고사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독자적인 민족적 기원을 규명하려는 시도 역시 중시되었다. 최남선이 변절하기 전까지 가까운 사이였다고 알려진 신채호조선상고사가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산출물이다. 즉, 변절하기 전까지는 최남선의 행보 역시 한용운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단지 끝까지 지조를 지킨 신채호에 비해 최남선은 중도에 포기하고 굴복했기에 후세에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된 것 뿐이다.[4] 고조선이 멸망한 뒤 고조선 영역에 세워진 나라인 고구려 또한 북방계 몽골,튀르크 부족들의 가한신을 섬긴다는 기록이 있다. 이 가설대로라면 고구려는 고조선 계승의식과는 별개로 고조선 문화에 영향을 받은 걸로 추정된다.[5] 그렇지만 이런 학술적인 논의는 유목민족 문화를 전부 한국사로 분류하려는 환빠성 주장과는 별개다. 오랜 과거에 A부족이 B부족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A민족의 역사 = B민족의 역사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사실 어느 문화권이든 이와 비슷한 경우가 존재한다.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북방(시베리아)로부터 유입된 수렵-채집-유목민이 한국인의 기원과 한국 문화의 탄생에 중요한 기원이 되었다는 것 자체는 정설이며, 이 북방계 민족들이 샤머니즘이나 텡그리 신앙과 같은 시베리아-스텝 문화권의 문화적 요소를 가지고 들어왔을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하지만 환빠들의 주장이 빈축을 사는 것은 여기서 선후관계나 포함관계를 대놓고 뒤집어버리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북방계 조상이 유목민족의 한 갈래> 인 것이지 <유목민족이 한국인의 한 갈래> 가 아닌 것. 다른 국가의 사례에 비유하자면, 영국과 미국은 모두 그 탄생 과정에서 앵글로색슨족의 비중이 큰 국가라는 것은 당연히 사실이다. 하지만 환빠식 주장을 여기 맞춰 어레인지하면 <미국의 주요 민족집단인 앵글로색슨족은 영국인의 주류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국인은 미국인의 한 갈래> 라거나, 앵글로색슨족이 게르만족의 한 갈래임을 내세워 <영국뿐 아니라 독일,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인들도 미국인의 한 갈래> 라고 주장하는 격인 것. 또 다르게 비유하면 <한국의 북방계 기원민족이 말타고 활쏘고 다니던 사람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말타고 활쏘던 사람들이 다 한국인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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