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신드롬
영어: Paris syndrome
프랑스어: Syndrome de Paris
일본어: パリ症候群
1. 소개
일본인 사이에서 나타난 파리에 대한 환상과 현실간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여 겪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이다. 후술하겠지만 단순히 크게 실망해서 두 번 다시 파리를 가지 않거나 욕하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쇼크를 받아 그 자리에서 실려갈 정도'''로 중증 환자들이 생긴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신드롬이다. 보통 유복하게 자란 20~30대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프랑스를 찾는 많고 많은 사람들 중 하필 일본인이 주로 거론됐던 이유는 파리 신드롬, 파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게 일본인 의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70~80년대에 서방 지역 사람 외에 프랑스에 방문할 정도로 자유 여행이 활성화되고 소득이 높던 곳은 별로 없었다. 거기에 유럽과 북미 등지에 비해 일본은 이제 막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였고, 그런 와중에 프랑스와 관련된 것이라면 마냥 고상하고 낭만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다가 막상 그러한 이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치고는 괴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애초에 같은 지역인 유럽은 그런 환상이 별로 없었겠지만, 일본은 멀리 떨어진 지역이다. 특히 파리의 치안과 거리의 청결은 일본인들이 기대한 수준보다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큰 실망감을 주었다고 한다.
2. 상세
일본 만화책,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등을 보다 보면 일본인들이 기묘할 정도로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강한 것을 은연 중에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뻔질나게 프랑스 유학을 떠나고, 이 명품은 프랑스에서 비싸게 수입해 온 어쩌구 하는 식이다. 한국의 북유럽에 대한 환상과 비슷하거나 더 심한 수준. 일본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이런 사람이 있으며, 미국 같은 서구권에도 이런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예술가 같은 사람에게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확실히 파리는 일반적으로 낭만의 수도로 여겨지는 곳으로 센 강,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패션과 향수, 아름다운 고전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런 아름답고 고상한 도시 파리를 기대하고 관광을 갔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골목[1] , 이곳저곳에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들[2] , 길거리에 널린 개똥과 쓰레기들, 인종차별로 환상이 깨지고, 식당을 가면 프랑스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손님을 불친절하게, 혹은 부당하게 대하는 웨이터[3] 에게 충격을 받아 파리 신드롬을 겪는다고 한다.[4]
도시전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해마다 평균 10명 이상 발병하는 정신질환'''으로 주불 일본 대사관은 24시간 핫라인을 열어두고 의료진을 대기시켰다. 이 질환을 겪은 사람 중 '청소를 합시다'라고 외치며 파리 시내를 방황하다 정신병원으로 입원한 사람도 있고, 어떤 여자는 전자파 공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으며, 어떤 남자는 자기를 태양왕 루이 14세로 착각했다고 하는 등 여러 증상이 보고되어 있다.
프랑스에게 막연히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누구든지 현실과 마주치고는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유명 선진국이라 해도 프랑스 역시 사람 사는 곳이지 환상 속 동화나라 처럼 예의 바르고 세련되며 친절한 귀족들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심지어 실제로 귀족들의 나라였던 역사에서는 오히려 위생이나 의료 등 여러가지 면에서 현재와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매우 열악했다.[5] 하지만 프랑스에게 특별히 환상이 없는 사람이었어도 소매치기, 노숙자, 범죄 등을 겪으며 파리 신드롬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다.
본국으로 돌아가 정신치료를 받는 사람들까지 보태면 파리 신드롬을 겪은 사람은 더 많이 집계될 것으로 추정되며, 파리 신드롬 치료 방법은 파리를 떠나서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파리 신드롬을 예방하려면 파리와 관련한 환상을 버리거나 파리를 직접 가지 않고 간접 체험을 통해 환상을 간직하는 수밖에 없다.[6]
파리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 일본인들과 여행 이용객 감소를 걱정하는 일본 관광업체가 파리 거리를 청소하기도 한다. #
이민자, 관광객, 소매치기, 노숙자가 넘쳐나는 파리보다는 안시, 스트라스부르, 액상프로방스 같은 다른 중소도시들이 그나마 '''상상 속 프랑스'''와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셋 다 괜찮은 도시들이긴 하지만 주변 다른 나라 도시들보다는[7] 여전히 치안이 안 좋은 도시들이다. 아비뇽 정도는 되어야 진짜 상상 속 프랑스답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좀 이쁘다고 소문난 소도시들(가령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배경과 완전히 똑같은 콜마르)도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우중충하고 때로는 더러운 분위기다. 또한 프랑스의 국민성은 자기집 외관은 잘 꾸며도 도시 전체를 가꾸는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따지고 보면 요즘 파리는 옛날과 비교해 많이 깨끗해진 편이다. 파리 신드롬의 주역(?)이었던 개똥도 요즘은 잘 안 보인다. 청소부들을 많이 배치했기 때문. 그런데 이제는 동물보호단체가 청소를 방해해서 쥐떼들이 방치된 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3. 유사 사례
예루살렘에 가면 기적적으로 자신의 고민들이 해결되고 종교적 성취를 얻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서 특별한 것을 못 느끼고 와서 실망하는 예루살렘 증후군이 있다. 파리 신드롬은 주로 일본인들이 겪는 것과 반대로 이 증후군은 보통 기독교나 이슬람 신자 사이에서 발생한다.
4. 대중매체 묘사
-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파리 신드롬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2016년 4월 10일 방영에서 파리 증후군을 다루었다.
- 비정상회담에서 오헬리엉이 파리의 거리가 너무 더러워서 일본인들이 와서 청소를 했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좀 와전된 이야기다. 자료화면에서 파리의 거리를 청소한 단체는 그린버드(Green Bird)라는 거리청소 운동 자원봉사단체이고 이는 특별히 파리를 청소하기 위해 만든 단체가 아니라 그 전부터 일본에서 있었던 단체이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파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활동하며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환경미화 운동이다.
- 비교적 솔직한 일본의 일부 여행작가들은 여행기에서 "파리에서는 프랑스 사람인 척하는 프랑스빠 일본인들이 많다"라고 비판한다. 이 점은 만화 맛의 달인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고, 프랑스빠 일본인 캐릭터로서는 만화 오소마츠 군, 오소마츠 상의 이야미를 예로 들 수 있다.[8]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미국인이 가진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나 선입견이 잘 드러난다.
5. 관련 문서
[1] 이는 파리의 공중화장실 시설이 열악하고 그나마도 유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푼돈아낄려고 노상방뇨를 하는 경우가 은근히 있는 편. 그나마 2024 파리올림픽 개최로 화장실 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모자라다. [2] 이원복의 현대문명진단에 따르면 프랑스는 유럽에서 노숙자들에게 관대하기로 유명하며, 시민들 역시 불쾌하다고 여기지 않고 심지어 경찰도 노숙자들에게 별 문제 없는가 물어올 정도라고 한다.[3]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영어가 안 통하기로 유명하다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파리 같은 대도시는 영어가 꽤 잘 통하며 영어보다 자국어를 선호하는 프랑스인은 '''영어를 못 해서''' 영어를 사용하는데 자연스러운 거부감을 느낀다. 21세기 들어 프랑스에서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젊은 층이 늘어 영어 교육 지출 비용이 갈 수록 상승하고 있으며, 레아 세두나 알렉사 다발로사, 소피 마르소 같은 프랑스 영화 배우들도 영어를 잘 한다. 반대로 자국어 교육 지출 비용은 급격히 하락하여 2000년대 후반에서는 유명 프랑스어 퀴즈 TV 프로그램이 급기야 시청률 저하로 20여년 만에 폐지하기로 이르렀다. 허나 프랑스인은 대부분 유달리 자국어 자부심이 높으며 아직도 비(非) 프랑스어권 나라를 가서도 왜 이 동네에서는 자국어가 안 통하는지 이해조차 못 하는 프랑스인들이 많다. 20세기 전까지는 프랑스어를 국제어라고 부를 정도였고 21세기에서도 프랑스어는 주요 외교 언어 중 하나이다.[4] 반대로 '파리는 대도시니까 꽤나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도 있는데 생각보다 깨끗한 파리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반응은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반응.[5] 거리에 오물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2층에서 소변을 뿌리거나, 목욕을 하도 안 해서 향수 산업이 발전했거나, 치과 치료가 엉터리라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던지 등 위생과 의료 면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6] 그래서인지 시리즈 중 최악의 망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일본에선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의 평가와는 별개로 고증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는 유비소프트인 만큼 혁명 시기의 파리가 상당히 잘 재현되어 있다.[7] 이탈리아 제외. 누구나 다 알겠지만 이탈리아 소매치기는 파리를 제외한 웬만한 프랑스 도시들을 능가한다.[8] 오소마츠상 2기에서는 프랑스하면 요즘 신문에선 정치부터 나오는데(대선 직후였음) 프랑스빠 같은건 구닥다리라고 자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