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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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한자를 음독으로 읽어 보자.[1]
1. 상세
2. 예
2.1. 가사 변형


1. 상세


한국어 단어나 어구에 음절마다 한자를 붙여서 새로운 뜻을 창조하며 웃음을 추구하는 언어유희. 말하자면 현대판 이두. 여기서 훈독까지 추가해버리면 향찰로 진화하게 된다.
한자의 뜻으로 해석할 때 말이 안 되면 그냥 어거지 음차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한자의 뜻으로 해석할 때도 말이 되어야 하고 음으로 읽을 때도 말이 되어야 하고, 한자를 잘 모르면 열심히 한자사전을 검색하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음을 정한 다음 '''문장 구조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뜻만 대충 끼워 맞추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한문을 이해하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재미없을''' 뿐만 아니라 오글거려서 돌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된다. 하나의 예로 色水河高十多가 있다. 명작은 결코 쉽게 만들 수 없다. 진정한 '한문'드립을 만들고 싶다면 최소한 한문의 기본 어순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문드립의 원조격 인물은 다름아닌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 김삿갓이다. 물론 이 사람은 제대로 된 시를 지으면서 이 드립을 친 거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드립과는 수준이 비교가 안 된다. 한문 어순도 지켰으며 압운까지 맞춘 것이 그 증거. 대표적인 예제로, 김삿갓이 어떤 마을의 서당에 찾아갔다가 훈장이 박대하며 쫓아내자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書堂乃早知 서당을 일찍이 알고 왔건만

房中皆尊物 방 안에는 모두 귀한 분들이네

生徒諸未十 학생들은 채 열 명도 되지 않는데

先生來不謁 선생은 와서 만나주지도 않네

―욕설모서당, 김삿갓

한자의 훈만 헤아리면 박대한 훈장을 은근히 돌려 까는 걸로만 보이지만, 이걸 음으로 읽으면,

서당내조지 (서당은 내 X이고)

방중개존물 (방 안에는 X물이다)

생도제미십 (학생들은 지 에미를 X하고)

선생내불알 (선생은 내 X알이다)

이렇게 된다.
한문드립을 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그스러운 어구를 구성하는 것 말고도, 보통의 단어나 어구에 한자를 달아서 풍자해학의 의미를 담을 수도 있다.

수학

首虐

머리 수 / 모질 학

머리를 모질게 대하는(학대하는) 것

프랙티컬 잉글리시[2]

[3]

不核直葛剩屈履弑 (불핵직갈잉굴리시)

아닐 불 / 씨 핵 / 곧을 직 / 칡 갈 / 남을 잉 / 굽힐 굴 / 밟을 리 / 죽일 시

핵심도 없고, 말도 되지 않으며[4]

, 남은 이들을 굴복하게 만들고 밟아서 죽인다.

능률보카 어원편(영어 단어 책)

凌律覆駕 禦願鞭 (능률복가 어원편)

업신여길 릉 / 법 률 / 덮을 복 / 멍에 가 / 막을 어 / 원할 원 / 채찍 편

세상의 질서를 거스르고, 멍에를 덮어씌우며, (수험생의) 염원을 가로막는 채찍

중간고사/기말고사

衆奸苦死/企抹膏祀

무리 중 / 간사할 간 / 괴로울 고 / 죽을 사 | 계획할 기 / 바를 말 / 기름 고 / 제사 사

(수험생) 무리들을 간사하고 괴롭게 죽이고, 기름을 발라 제사지내는 것을 계획하다

이런 방식은 '한자부회'라고 해서 옛 선조들이 고유어를 해석할 때도 자주 쓰던 방식이다. 예를 들면 '생각'을 '살면서(生, 생) 깨닫는(覺, 각) 것'이라고 하거나, '여름' 을 '더워서(熱, 열) 그늘(陰, 음) 밑으로 숨는 때'라고 하는 등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대상을 음차하여 이름을 지을 때 뜻도 최대한 대상과 어울리게 짓는 것과도 맥락이 같다.
두 언어가 다 말이 된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옳은 복면산과 비슷하다.

2.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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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삼강오륜의 '붕우유신'이라는 구절을 들으면 흔히 떠올리는 예시가 바로 '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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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耉夢 悅苦胥

동구몽 열고서

같이 늙는 꿈을 꾸면서 서로가 기뻐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며

夫志祗志職

부지지지직

지아비로서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토지의 신의 뜻인 것인가

設思可 价俗

설사가 개속

남에게 베풀며 옳은 생각을 하고 선해야만 하는 풍습을 준수할 수 있는

夫志祗志職

부지지지직

지아비로서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토지의 신의 뜻인 것인가

烋祉姻夜

휴지인야

경사롭구나 이 밤중에 내게 혼인복이 오다니

嶪壻

'''업서'''

사위가 되는게 매우 험할지라도

欽 契俺 悲代胥惹智

흠 글엄 비대서야지

그녀를 공경할 것이요 나와 맺어진 그녀를 슬퍼하게 하지 아니할 것이며 대신 서로 지혜롭게 이끌어갈 것이니라.

卓枳抹固 施粹世要 鏤鏤

'''탁지말고 시수세요 루루'''

저 높은 탱자나무와 같이 굳고 바른자세로 그녀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베풀것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히 내 안에 새기고 새기리.

我 壽沽彛 企慕熾怡

아 수고이 기모치이

내 목숨을 내팔아서라도 떳떳하게 그녀만을 바라고 기쁜 마음으로 사모하리라.

-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82화 베댓 [5]

[6]

위는 뜻만 보면 뭐 그럭저럭 산문시처럼 보인다. 그런데 음을 읽으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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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至美 咔攄) 2년, 서역 북방(西域 北方)의 수왜단(手娃段)[8]

은 비록 조공(朝貢)을 상납(上納)하지 않는 자주국(自主國)이였으나, 소국(寒國)인 탓에 예로부터 인재(人材)가 많지 않았다. 이 때 태어났으니, 부모(父母)의 뜻은 힘써 다스리라는 뜻의 이름인 노치(努治)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본디, 글래식(㔕徠䤭)이 모든 개임(豈㶣:밝은 즐거움)의 처음이나, 기개임(其豈㶣;마인구라푸투를 일컷음)의 시작(始作)은 동굴개임(洞窟豈㶣)이고, 기조화(嗜調和)는 이미 깊었으니, 처음으로 정립(定立)된 법도(法度)를 먼저 풀이함이 옳을지라.

마인구라푸투의(䣕鈏捄鎯䬌鬪)는 잡아(抸庌;집을 지음)의 건축(建築)이요, 알피지(遏诐知;치우침을 막는 앎)의 모험(冒險)이요, 산두박수(產讀亳手;땅에 구절을 짓는 손)의 조합(組合)이요, 말터폴래이(眜摅乶䂾彝:이별을 무릅쓰고 땅을 갊이 떳떳하다)의 협동(協同)이니 이를 땅에서 주석을 퍼 담으니 곡괭이가 흔들린다는 시구인 마인구라푸투(䣕鈏捄鎯䬌鬪)라 하는 것이다.

...

발부(撥府)가 인수(引受:넘기어 받음)을 제의(提議)하자 노치(努治)가 말하길, 내가 발부(撥府)를 만들 기회다라 답(答)하였다. 이는 마인구라푸투(䣕鈏捄鎯䬌鬪)의 배타(排陀:비탈길을 밀어 냄)의 일로, 땅에서 주석을 퍼 담으니, 곡괭이가 바람에 흔들리는구나라는 뜻의 시구인 마인구라푸투(䣕鈏捄鎯䬌鬪)는 모장(帽章)의 것이다.모장(帽章)의 모명(帽名:모자의 이름)이 마인구라푸투(䣕鈏捄鎯䬌鬪:땅에서 주석을 캘때, 곡괭이가 흔들리는 모양새)라는 시구인 것이다. 모자의 시구가 마인구라푸투(䣕鈏鎯䬌鬪)임을 두번째로 깨달은 사람은 재부(諸父)이다. 제부(諸父)의 본명은 배루간수탄(裵鏤間首坦:칼과 칼 자루 사이가 잘 맞는다)으로, 노치가 아이탐(硪圯探:바위와 흙을 찾음)에 나의 모자를 숨겨 두었다

-노치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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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文宗)3년 곧 기해년 칠월에 바다 넘어 구리수퇴악 호날두(狗離獸頹惡 狐捏痘)가 축국(蹴鞠)을 서로 교(交)하고자 한양에 온 유반독수(遊叛毒授) 무리와 동행하였더라

많은 백성이 소식을 듣고 한양에 가서 그 무리를 보고자하메, 이는 백성 중에서 아직 날강두의 정체를 아는자가 적은 연유였더라. 이전까지는 그를 날강두라 하지않고 우리형(友利兄)이라 하였으니 이는 날강두가 그 본체를 치밀히 은(隱)하며 자신의 추종자를 모으고 있어, 그 실체를 모름이었더라

이 날 백성들은 호날두가 삼각(三角)간, 곧 45분간 필히 경기함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자들이었더라. 날강두 가로되 '경기에 집중해야하니 백성의 서명회를 생략코자 하나이다' 하메 그렇게 하니라. 그러나 경기가 종료되는 그 시각까지 그는 대기의자에서 거동하지 아니하메 모든 백성이 야유하며 그의 숙적 리오남 매시(利悟男 魅施)의 이름을 연호하였더라. 이에 날강두가 심히 불쾌한 표정을 하며 한양을 떠나니라.

노한 백성이 한데모여 외쳐 가로되, 이날을 기해 호날두의 이름을 다시는 우리형이라 하지 않고 날강두, 혐한두와 각종 다른 이름으로 하고, 오직 파루색로나 축국단(破陋索路那蹴鞠團)의 리오남 매시(利悟男 魅施)를 우리형이라 칭하리라 하니라. 이를 기해호란(己亥狐亂)이라 부르게 되었더라.

그러나 유반독수 무리중 잔누이지 북혼(盞淚以智 北琿)과 다른 무리들은 날강두와 같지 아니하고 오직 마울랑치 사리(馬鬱狼恥 詐裏) 곧 유반독수 무리의 수장(首長)만이 날강두와 뜻을 같이했더라.

기해호란에서 백성이 입은 피해는 이러하니.. 곧 석식만찬이 일금40만원이요 관람료가 일금3만원에서 높기로는 일금40만원이요 공중함 라운지는 일금1700만원이요 열차 및 대형거 탑승권이 적게는 일금2400원이요 높기로는 일금20만원이고 각종 심경에 미친 충격이나 시간을 비롯한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더라.

뽐뿌, 날강두의 난


2.1. 가사 변형


2020년즈음으로 '조선 시대 버전 ~~'이라며 국악 느낌으로 변형한 밈 음악들이나 팝송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곤 하는데, 그 음악의 가사나 이름을 국악 풍에 맞춰 한문 드립으로 변형한 댓글들이 베스트 댓글로서 많이 올라오고 있다.
Viva la Vida
빅맥송
해리 포터 시리즈 주제곡
나비보벳따우
다메다네(다메다메)
뜻을 끼워맞추려한 베댓 작성자의 노고는 분명히 존재하며 그저 웃어 넘길 수도 있겠지만, 한문 어순이 터무니 없음은 물론 뜻조차 억지로 끼워 맞춘 한문 가사가 한문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들의 눈에는 많이 오그라들 수 있다. 그런 댓글에 붙은 띄워주기와 문과 밈은 덤이다.
이는 오히려 한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추천을 누를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엉터리 한문드립은 현대에 제 1외국어로 배우는 '''영어에 견주자면 "Me Be Love Cry Dinner Eat"이라고 쓴 엉터리 글을 끼워 맞추고 변형해 "나는 저녁을 먹을 때마다 그대의 사랑이 생각나 운다오"'''로 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좋게 보아 일종의 이두나 한자 음차로 보아도 될 듯하다.

[1] 쓸데없이 고퀄리티지만 2행과 4행 마지막에 비슷한, 또는 동일한 문자(운자)를 쓴 절구의 형식을 취했다. 운자가 있는 4행짜리는 절구, 8행짜리는 율시, 12행 이상은 배율이라고 하며 운자가 없으면 뭉뚱그려서 고시라고 한다.[2] 2009 개정 교육과정 당시 기존 고1 영어를 대신하여 'Practical English(실용 영어) I, II'라는 과목이 새로 만들어졌다. 근데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딱 한 번만 하고 2015 개정 교육과정 때 바로 진로 선택 과목으로 쫓겨났다.'''[3] 사실 옥스포드 출판부에서 나온 Practical English Usage라는 중급자용 영문법서가 있기는 하다 (......).[4] 줄기는 '갈등'(葛藤)이란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굽이굽이, 엉켜서 자라는 것의 대명사이므로, '칡줄기가 곧게 자란다'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발상이다.[5] 이 시를 작성한 베댓은 foxm****이라는 익명의 유저로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중반부부터 등장하기 시작하여 당시 정신나간 만화로 유명했던 본 웹툰의 작가인 컷부에 못지않은 온갖 병맛과 약빨은 듯한 상상력 및 필력으로 과거 2014년 네이버 베댓 3대 레전드 네임드 중 다이스와 노네임에서 추리력으로 유명했던 최현태, BL물 소설의 대가인 7호와 함께 유명했었던 네임드였다.[6] 처음엔 이 시조를 보고 여태까지 등장했던 그 어떠한 한문드립보다도 훨씬 뛰어난 클래스의 한문드립이었기에 표절의 의혹까지 생길정도였으며 출처를 끝까지 밝혀보려했던 사람들도 있었으나 실제 foxm**** 베댓의 자작 시로 밝혀졌으며 실제 한문들의 뜻과 시의 뜻풀이까지 실제 한문 전공자들도 인정을 했을 정도로 초반에 굉장히 신선한 병맛력을 보였으며 심지어는 당시 어떤 것이든 구조적으로 추리할수 있기로 유명했던 베댓인 최현태마저 이를 보고 "대체 여긴..."이라는 한탄마저 할 정도.. 이로 인해 소년들은 무엇을하고 있을까는 완결까지도 원작자인 foxm****이 물러가고 난 후까지도 한문드립을 이용한 베댓이 매우 자주 보였다.[7] 똥구멍 열고서 뿌지지지직 설사가 계속 뿌지지지직 휴지있냐? 없어. 흠 그럼 비데써야지 닦지말고 씻으세요 룰루 아 스고이 기모치이[8] 실제 스웨덴의 음차는 서전(瑞典)이지만 요즘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9] 다만 마냥 한문드립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한자를 쓰는 중국어에서는 저런 식으로 음차를 해서 한자로 쓰는 외래어들이 상당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