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내셔널 리그 와일드카드 게임
1. 개요
2019년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의 포스트시즌으로서, 내셔널 리그의 와일드카드 획득 팀인 워싱턴 내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가 맞붙은 단판 승부.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2019 내셔널 리그 디비전 시리즈로 진출해 NL 1번 시드를 획득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맞붙는다.
현지시각으로 10월 1일 오후 8시 8분[1] 에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다. 주관 방송사는 TBS. 주관 스폰서는 한국타이어.
2. 경기 전망
워싱턴의 우세가 점쳐진다. 밀워키는 부상으로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이탈했고 시즌 막판 와일드카드 진출 티켓 획득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라이언 브론, 로렌조 케인의 몸상태가 좋지 못하다. 게다가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였던 콜로라도 원정 3연전에서 타선도 침묵했고 조시 헤이더를 위시한 불펜도 무너지며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등 하필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투타의 흐름이 꼬여버린 상황.
반면 워싱턴은 좋은 흐름 속에 정규 시즌을 마쳤다. 특히 타선의 힘은 갈수록 뛰어난 모습을 보였고 시즌 내내 고민을 안겼던 불펜진도 큰 말썽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양 팀의 장단점은 극명하게 갈린다. 워싱턴은 맥스 슈어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패트릭 코빈, 아니발 산체스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강점인 반면 불펜이 ERA 리그 꼴찌일 정도로 허약하다. 반면 밀워키는 선발진이 약점이지만 조시 헤이더를 필두로한 맷 앨버스, 드류 포머란츠 등 불펜진의 양과 질은 워싱턴보다 단연 한수 위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은 선발로 맥스 슈어저를, 밀워키는 브랜든 우드러프를 선봉에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워싱턴은 슈어저에게 6~7이닝을 맡기면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패트릭 코빈까지 불펜에 대기시킬 계획이다. 반면 밀워키는 우드러프에게 오프너 역할을 맡기고 불펜 총동원령을 통해 이닝을 짧게 끊어가며 경기를 풀어갈 전망.
방망이 흐름은 워싱턴이 한수 위다. 하지만 단기전, 그것도 단 한 판으로 승부가 결정나는 만큼 양 팀 투수진이 얼마나 상대 타선을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슈어저가 밀워키 타선을 침묵에 빠뜨릴지, 물량 공세에 나설 밀워키의 불펜진이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지가 승부의 분수령이라고 볼 수 있다.
2.1. 밀워키 브루어스
밀워키는 중소마켓임에도 불구, 비교적 체계적인 유망주 육성 및 알짜배기 선수 영입으로 내실을 다졌다. 크리스티안 옐리치, 라이언 브론 등을 필두로 한 공격력은 리그 상위권이며 선발진이 썩 강하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불펜진을 바탕으로 최근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라이언 브론과 로렌조 케인이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에릭 테임즈와 마이크 무스타커스, 케스톤 히우라의 공격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브론과 케인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설상가상으로 불펜진의 퀄리티도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비해 떨어진 모습이다. 조시 헤이더가 중심을 잡아줬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피홈런 수와 블론 세이브도 꽤 늘어났고 단단하다는 느낌도 덜해졌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시즌 막판 우승 경쟁 상황에서 뼈아픈 블론 세이브를 범하는 등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두고 불안감은 더 커졌다. 게다가 제레미 제프리스, 코리 크네블 등의 이탈 등도 타격이 크다.
지난해에는 탄탄한 공격력과 불펜진의 활약을 바탕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다저스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기도 했지만, 당장 공수 양면에서 누수가 제법 큰 편이다. 또 시즌 막판 대약진으로 와일드카드 막차에 오르기는 했으나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였던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3연전에서 공수 양면의 부진 속에 루징시리즈를 당하는 등 흐름이 너무나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2.1.1. 시리즈 로스터
2.2. 워싱턴 내셔널스
브라이스 하퍼가 떠난 여파, 그리고 불펜진의 계속된 방화쇼 때문이었는지 시즌 출발이 너무나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가며 깎아먹은 승패 마진을 좁히기 시작했고, 결국 와일드카드 홈어드밴티지까지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특히 고무적인 부분은 포스트시즌 직전, 정규시즌 막판 흐름이 너무나도 좋았다는 점. 시즌 내내 머리를 아프게 했던 불펜진도 비교적 큰 사고 없이 마무리를 잘 지었고, 장점이었던 선발진과 타선의 힘은 포스트시즌을 향하면서 더욱 불타오르는 모습이었다.
한 가지 불안요소는 부상을 겪었던 슈어저의 시즌 막판 흐름이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는 점. 7월 말 부상으로 이탈했던 슈어저는 약 한 달을 쉬고 돌아온 뒤 8월 2경기(도합 8.1이닝)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한 뒤 9월 5경기(도합 29.2이닝)에서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5.16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는 각각 11탈삼진, 10탈삼진으로 구위를 되찾은 모습이었지만 피홈런이 각각 2개씩이었다는 점이 또 다른 흠이었다.
앤서니 렌던을 필두로한 공격력은 리그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슈어저가 예기치 못한 난조를 겪는다면, 아무리 공격력이 뛰어나다 해도 워싱턴으로서도 밀워키의 불펜 공세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트라스버그에 코빈까지 불펜에서 대기를 할 예정인 만큼, 슈어저가 잘 버텨준다면 시즌 막판 공수 흐름이 좋았기에 워싱턴 쪽으로 흐름은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2.1. 시리즈 로스터
3. 경기 결과
워싱턴의 에이스지만 PS 기록은 좋지 못한 맥스 슈어저였기에 경기 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그 우려대로 1회 선두타자 볼넷에 이어 이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야스마니 그란달에게 선제 투런홈런을 맞으며 끌려가는 모양새를 만들어줬다. 이어 2회초 에릭 테임즈에게 솔로포를 맞으며 3:0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그나마 이후 3회말 트레이 터너가 쫓아가는 솔로홈런을 치면서 '우리 안 끝났다'를 외쳤지만 그 외에는 밀워키의 마운드를 상대로 좀처럼 활로를 열지 못했다.
그러나 슈어저가 홈런 2방을 맞으면서도 5회까지 던져줬고, 불펜으로 올라온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 가 8회까지 3이닝 무실점을 하여 더 이상의 점수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워싱턴 타자들은 7회까지 밀워키의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패색이 여전히 짙었고 워싱턴 팬들은 갈수록 표정이 어두워졌다. 거기다가 밀워키 불펜에서 헤이더가 준비를 하는게 보였으니...
그리고 8회말 모두의 예상대로 조시 헤이더가 올라왔다. 그러나 헤이더는 지난해 그 무적의 모습이 아니었고 시즌 막바지에도 불안감을 노출했던 선수였다. 그리고 모습이 하필이면 이 경기에서도 계속돼서 몸에 맞는 공과 빗맞은 안타, 볼넷 등의 난조를 보이며 만루 상황을 자초했고, 앞선 타석들에서 변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던 후안 소토가 우익수 앞에 적시타를 쳐냈고 동시에 우익수 트렌트 그리샴이 급하게 잡으려다 뒤로 빠뜨리면서 1루주자 앤서니 렌던까지 들어오는 싹쓸이 안타를 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급변했다.[3] 이 순간 내셔널스 파크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모하였고, 소토는 3루를 노리다가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어 이닝이 종료되었는데 이미 주자들이 다 들어온 뒤였기 때문에 아웃되고도 포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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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진행에 따른 기대승률(Win Probability) 변화. 8회까지 답답했던 경기가 일순에 뒤집힌 것을 볼 수 있다.
곧바로 이어진 9회초에서 워싱턴은 리드를 지키기 위해 션 두리틀이 아닌 대니얼 허드슨을 마무리로 선택했다. 허드슨은 1사 후 로렌조 케인에게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이후 두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승부를 매조지었다. 밀워키는 최후의 타자인 벤 가멜의 잘맞은 타구가 중견수 빅터 로블레스에게 잡히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여담으로, 워싱턴은 이 경기가 연고 이전 이후 팀 통산 포스트시즌 첫 시리즈 승리로 기나긴 포스트시즌의 악몽을 깼다고도 할 수 있다.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워싱턴의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은 슈어저의 뒤를 이어 스트라스버그를 등판시켜 6회에서 8회까지 3이닝을 책임지게 했고 스트라스버그 역시 무실점으로 호투해 감독에게 부응했다. 아울러 7회부터 베테랑 타자 라이언 짐머맨을 준비시키게 하고는 내보내지 않다가 8회 대타였던 마이클 테일러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즉시 대타로 투입시켜 성공했다.
반면 밀워키의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은 수터와 포머란츠로 이어진 계투진을 투입한 것까진 좋았는데[4] 너무 이른 타이밍에 조시 헤이더를 등판시켰고 이게 결국에는 악재가 되고 말았고 결국 경기도 지고 말았다. 흡사 2016년 월드 시리즈 당시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이 아롤디스 채프맨을 내리 연속 조기등판시켜 피볼뻔 한 삽질을 했던 것의 재판이었다.
결국 홈런으로의 3득점 이후, 추가득점을 하지 못한 밀워키 타선의 무기력, 승부를 너무 쉽게 예단하고 성급한 선수기용을 한 감독등이 빚어낸 밀워키의 비극이었고 초반 실점에도 불구하고 호투로 추격의 여지를 남긴 슈어저, 묵묵히 기회를 노리다가 왔을때 확실하게 잡아 승리를 거둔 마르티네스 감독의 용병술이 이뤄낸 워싱턴의 기적이었다. 밀워키는 7회까지는 카운셀 감독의 계획대로 잘 이끌어왔지만 옐리치의 부재+헤이더가 지난해만큼 못하다는 불안요소가 8회말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눈앞까지 왔었던 승리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4. 이야깃거리
- 이번 경기 전 워싱턴에겐 별로 좋지 않은 기록이 있었는데, 와일드카드 같은 단판 승부에서 성적이 0승 3패에 불과했는데, 그 3패도 다 홈에서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후안 소토의 활약으로 극적으로 승리하면서 드디어 징크스를 깼다.
- 워싱턴으로 연고이전 후 처음으로 얻은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이다. 이들이 포스트시즌에 나갔던 2012, 2014, 2016, 2017년 모두 첫 라운드였던 NLDS에서 탈락했다. 심지어 이중 2014년을 제외한 3번의 시리즈 모두 홈인 내셔널스 파크에서 끝나며, 상대편의 축제를 홈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승리로 드디어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홈 관중들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 워싱턴이 밀워키에게 8회 역전승을 거둔 것은 향후 2019년 월드 시리즈 우승을 향한 서막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디비전시리즈에서 106승 다저스(2019 내셔널리그 정규시즌 최고 승률팀)에게 1승 2패로 몰렸고, 5차전에 0 대 3으로 몰렸으나 8회 커쇼 상대로 소토가 동점 홈런 치고, 연장 10회 켄드릭의 결승 만루홈런으로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카디널스를 4전 전승으로 속전속결 제압했고, 월드시리즈에서는 107승 휴스턴(2019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전체 최고 승률팀) 상대로 7차전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하며, 드라마틱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어내게 되었다.
- 한편, 밀워키는 2019년 가을 워싱턴을 가장 궁지까지 밀어붙인 팀으로 남게 되었다. (8회말 2사 1루 시 기대승률 11.6%)
[1] 한국시간으로 10월 2일 오전 9시 8분[2] 스트라스버그는 이 경기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불펜 등판이었다.[3] 공식 기록은 소토의 2타점 2루타 + 실책.[4] 물론 이것 역시 안타까운 장면이었는데 밀워키의 선발 우드러프가 안타 2개, 1실점, 무사사구, 탈삼진 3개로 호투 중이었다는 점이다. 슈어저가 4안타에 3실점 3볼넷, 탈삼진 6개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문제는 이런 슈어저는 5이닝까지 던졌는데 우드러프는 4이닝만 던지게 하고 교체시켰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드러프가 허용한 안타 2개 가운데 장타는 3회말에 트레이 터너가 친 솔로홈런 하나였고 이후에는 장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결과론적이긴 해도 만일 밀워키가 우드러프를 5, 6회까지 던지게만 했어도 조시 헤이더의 조기 등판은 없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