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건널목 사망 사고
1. 개요
2002년 5월 1일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철도 인명사고. 말하자면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사람이 치어죽어서 즉시 수습하고 운행을 재개 하자마자 또 사람이 치어죽고, 그걸 수습하기 무섭게 또 그 열차에 사람이 치어 죽었다. 그것도 해가 쨍쨍한 대낮에.''' 이 사고로 온갖 괴담이 쏟아졌다. 동아일보 보도 자료, MBC 보도 자료, KBS 보도 자료, SBS 보도 자료. 대한민국 철도청에 따르면 당시로서는 사상 처음.
2. 사건의 진행
사고 열차는 구 #162 열차[1] 로, 사고 발생일에 전라선 여수역(현 여수엑스포역)에서 10시 20분에 출발하여 서울역[2] 에 15시 51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객차형 새마을호 차량으로 운행했으며, 견인 기관차는 7408호 디젤 기관차였다. 위 링크에는 DHC 디젤동차가 나오지만[3] , 사고 당시 전라선은 아직 선형 개량이 완료되지 않아 디젤 기관차가 견인하는 객차형 차량을 운행하였다.[4]
2.1. 첫 번째 사고: 율촌역 인근 건널목
여수역 출발 후 26분이 지난 10시 46분, 전라선 율촌역 인근에서 첫 사고가 발생했다. 율촌역 인근 여흥 건널목을 건너던 이 모 할머니(당시 81세)가 열차에 치여 유명을 달리했다. 이때까지만 보면 평범한 건널목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특히 선형이 개량되기 전의, 건널목이 많은 철도 노선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2.2. 두 번째 사고: 삼례역 구내 철교
사고 여파로 기관사를 바꾸어[5] 약간 지연된 채로 열차는 다시 순천역, 구례구역, 곡성역, 남원역, 전주역을 차례로 정차하며 서울 방향으로 운행했다. 그런데 오후 1시 경, 삼례역 내 익옥천 철교를 건너가던 강 모 할머니(82세)가 열차에 치어 유명을 달리했다. 이때쯤부터 슬슬 기차에 마가 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일부 승객들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익산역에서 중도하차한 다음 환불을 요구했다고 한다.
2.3. 세 번째 사고: 함열역 인근 건널목
아무튼 사고 열차는 또 다시 기관사를 바꾸고 익산역에서 출발하여 호남선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서울 방향으로 운행하였다. 그런데 함열역을 지나다가 '''또 건널목 사고[6] '''를 겪었다. 두 번째 사고로부터 불과 40분밖에 지나지 않은 1시 40분, 이번에는 구 모 할아버지(90세)가 유명을 달리했다.
즉 '''노인 3명이 각기 다른 세 곳에서 여수에서 함열까지 움직인 열차 하나에 한두시간 간격으로 치여 숨진 것.''' 어쨌든 사고 열차는 기관사를 또 바꿔서 어찌어찌 서울역까지 가긴 갔다. 이렇게 하여 해당 열차는 당초 예정보다 36분이 지연되어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여수에서부터 타고 올라온 승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에 탄 승객들도 나중에 열차가 지연된 이유를 알고는 경악하여 철도청에 항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탑승자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철도청 관계자들이 그 앞에서 상을 차리고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실제 탑승자의 말대로 돼지머리랑 상이랑 있을 건 다 있었다고 한다.[7] 일단 7408호 디젤 기관차가 운행에 복귀하기 전 고사를 지낸 건 확실하다.
3. 사고 조사
대한민국 철도청 측에서는 사고 조사를 실시한 후, 해당 기관사 3명 모두 특별한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철도청의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건널목에는 경보 장치가 있다. 무인 건널목이라도 최소한 소리로 열차 접근을 알린다. 건널목에서 나는 '딸랑딸랑' 소리가 그것이다. 시각장애인이라도 듣고 알아서 멈추라는 뜻.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라면 건널목 표지에 '''빨간색 신호등'''이 있다. 이게 교대로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열차 접근을 알린다. 물론 둘 다 고장났다면 답이 없지만.
건널목을 무단침입하면 철도안전법에 저촉된다. 전국의 철도 동호인들 중 사진 마음대로 찍는 극소수가 욕을 먹는 이유는 이 철도안전법 위반 행위 때문이다. 괜히 폐선로 주변에 ''''여기는 한국철도공사(혹은 구 철도청) 소유지니 함부로 출입하지 마시오''''라는 표지가 있는 게 아니다.
3차례의 사고 가운데 두 번째 사고는 역 구내를 무단침입하여 무단횡단한 경우이며, 사유는 철길 건너 과수원에 가려고. 철길 밑으로 지나가는 도로가 있었으나, 얼마 전 내린 호우 때문에 물에 잠겨 지나갈 수가 없었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사고도 피해자들이 신호가 울리는데도 무단으로 철길 건널목을 넘어가려고 했다고 판명되었다. 특히 세 번째 피해자는 유인 건널목에서 '''건널목 관리원이 제지하는데도 뿌리치고''' 넘어갔다가 즉사하였다.
사고자들이 전원 고령의 노인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청력은 70세를 넘어가면 급격히 떨어지는데, 때문에 사고자들이 신호기 소리를 못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딱히 청력 저하가 심하지도 않은데 TV를 보면서 집안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 만큼 청력이 나빠지는 시기가 이 연령대다. 거기다 고령이라서 운동 능력도 떨어지므로 이래저래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상황인 것이다. 물론 노인이라고 모든 소리를 못 듣지는 않는다. 세 번째 노인은 아예 '''열차가 진입하는 중이니 들어가지 말라고 붙잡는 걸 억지로 뿌리치고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사고자 본인의 책임이 크다. 안전요원인 관리원의 말을 뿌리치며 들어갔으니 관리원은 이미 책임을 다했고, 열차로서는 사람을 치기 전까진 알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기관사가 불시에 나타난 장애물을 보고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 버스나 다른 운송수단들은 그나마 조향 등을 함으로써 피할 수 있지만, 철도는 철로라는 정해진 길을 달리는 특성상 그런것도 불가능하고, 그마저도 사실상 수백킬로로 달리는 수십톤[8] 의 쇳덩어리를 바로 정지하는 건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부족하다. 이때문에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철도관련 추돌사고는 열차측보다 건너는 측의 잘못이 월등히 높다.
4. 사고 처리와 여파
비록 기관사 측 잘못은 없고 전부 다 피해자 책임으로 결론나기는 했지만, 철도청은 유족들에게 장례비를 지급해 주었다.
문제는 여기부터인데...
사고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이 저승사자가 새마을호를 이용했다거나, 심지어 일반적인 숫자의 통념과는 상관이 없는 162라는 숫자나 7408이라는 숫자를 다 더한 한자릿수가 죽음을 의미하는 9[9] 가 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퍼뜨렸다. 그 중 가장 지배적인 썰은 그 기관차에 깃든 원귀가 일부러 그 희생자들을 선로 위로 홀려서 치어죽게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1, 6, 2, 7, 4, 8과 총 사망자인 3을 더하면 39... 심지어는 사실과 아무 상관 없던 7408호 기관차가 사람 백 명 치어 죽인 기관차라는 유언비어까지도 만들었다.
그 뒤로 웬만한 건널목들은 다 입체화되었기 때문에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가 되었다. 하지만 일부 철도역은 아직까지 승강장과 역사간의 통로가 건널목으로 되어 있어 비슷한 인명사고의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오래 전 건설된 간이역의 건널목을 입체교차형으로 지을 수도 없었을 테니 옆에 지하차도를 만들어 농기계 통행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흔하다.
사고 이후, 7408호 디젤기관차는 사고 이전처럼 운행 중이며, 전라선 새마을호는 ITX-새마을로 바뀌었기에 이 노선에 투입되지는 않지만 전라선 자체에는 무궁화호나 화물열차로 편성되어 운영되고, 장항선 새마을호로 운행되는 경우도 있다.
5. 관련 문서
[1] 현재는 8시 56분에 여수엑스포역을 출발하여 13시 27분에 용산역에 종착하는 ITX-새마을 #1122열차가 구 #162 열차의 역할을 계승한다.[2] 당시에는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모두가 서울역에서 시종착했다. KTX 개통 이후 이 노선의 열차는 용산역에서 시종착한다.[3] 언론에서는 상징적인 물건을 나타내야 바로 독자가 연상할 수 있기에 새마을호 동차를 이미지로 삽입하였다.[4] 동차의 경우 전 구간 선형 개량공사가 완료된 2004년부터 들어갔다.[5] 지하철에서도 운행구역 무단침입이나 투신자살로 인한 인명사고를 겪은 기관사는 당분간 차량 승무에서 제외되고 3~5일간 휴가를 받는다. 그러나 보통 기관차 인명사고는 사망자의 시체가 굉장히 심하게 훼손되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본 기관사들이 PTSD에 걸려 아예 퇴직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이 경우는 아마 인근 순천역에서 긴급히 기관사를 보냈거나(순천역에 기관차승무사업소가 있다), 혹은 인근 화물열차 기관사 보고 대신 승무시켰을 수도 있다. 또한 열차는 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한 기관사가 쭉 운행하지 않고, 중간마다 기관사를 교체하며 운행한다. 전라선의 경우 순천역, 익산역, 서대전역, 천안역에서 기관사가 교체된다.[6] 이 건널목은 함열읍 와리에 위치한 용성 건널목이었으며, 유인 건널목이었다. 사고 당시 뉴스에 건널목 관리원과 인터뷰 하는 영상도 있다. 건널목은 이 후 2014년까지 유지되었으며, 2014년 말 건널목 입체화 도로가 개통되면서 폐지되게 되었다.[7]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되었으며 방송 내용으로는 입환 절차를 밟기 전 플랫폼 상에서 운행이 종료되자마자 위령제를 지낸 것으로 확인된다.[8] 객차의 무게와 탑승 인원의 무게를 합하면 100t이 넘으며, 심지어 일부 디젤기관차는 기관차 자체만으로도 100t을 넘는 괴물이 있다.[9] 1+6+2=9, 7+4+8=19. 9에도 아홉수 미신이 존재하긴 한다. 4에 비해서는 마이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