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베르크 변주곡

 



1. 개요
1.1. 골드베르크와 관련된 일화
1.2. 악보에 대해
2. 곡의 분석
3. 평가
4. 연주 및 음반
5. 개작 및 편곡
6. 대중매체에서
7. 연주 영상

'''이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바흐가 받은 선물[1]

가치의 천 배라도 모자랄 것이다.'''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Johann Nikolaus Forkel)

'''18세기 최고의 변주곡.'''

–카를 가이링거(Karl Geiringer), 미국 음악학자


1. 개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건반악기를 위한 변주곡(BWV 988). 기본조성은 G장조이며 아리아와 30개의 변주 후 최초의 아리아가 반복되는(아리아 다 카포) 구성으로 되어 있다. 1742년 "클라비어 연습곡" 제4권으로 출판된 작품으로 바흐 자신이 붙인 제목은 '''"2단 건반 클라비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변주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클라비어 연습곡"'''이지만, 흔히 바흐의 제자였던 골드베르크와의 일화때문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린다.

1.1. 골드베르크와 관련된 일화


흔히 이 작품은 자신의 제자이자 건반악기 연주자였던 요한 고틀리프 골트베르크(Johann Gottlieb Goldberg)를 위해 씌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 일화는 최초의 바흐 전기 작가였던 요한 포르켈(Johann Nikolaus Forkel)이 쓴 바흐의 전기에 소개되어 있다.
포르켈의 전기에 따르면, 18세기 초 작센의 영주이자 신성 로마 제국의 주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2]은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라이프치히를 방문했을 때 바흐에게 헬프미를 요청해 잠을 못 자겠다고 부드러운 곡 몇 개를 골트베르크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바흐가 아리아와 30곡의 변주곡으로 구성된 길고 장대한 수면용 변주곡을 써주었다는 것이다. 효과는 좋았는지 백작은 금으로 만든 잔에 금화 100 루이 도르(한화 약 '''4000만 원''')를 가득 채워 바흐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포르켈에 따르면 정작 바흐는 변주곡이라는 형식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일화는 사실성에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곡이 출판될 당시에 골트베르크의 나이가 불과 14살에 불과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과연 14살 소년에게 불면증을 고칠 음악을 청탁하는 귀족이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 게다가 1741년의 초판본의 서문에도, 정작 이 곡을 의뢰했다는 카이저링크 백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 변주곡은 수면용 음악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물론 카이젤링크 공작이 음악에 완전 문외한이었다면 이 변주곡을 그냥 시끄럽고 지겨운 쳄발로 곡 정도로 생각하고 듣다가 졸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비싼 돈을 주고 음악을 의뢰했을 리가 없다.
다만 작곡 동기야 어찌 됐건 이 작품의 초연은 골트베르크의 연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며, 그래서인지 이 곡을 골트베르크 변주곡이라고 부르는데 특별히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1.2. 악보에 대해


현재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자필 악보는 남아 있지 않고 1741년의 초판 인쇄본 19본이 남아 있다. 보통 초판본에는 많은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작곡자들은 초판본에 이것 저것 수정을 가하여 다시 제대로 된 판본을 제작하게 된다. 그런데 자필 악보가 남아 있지 않은 관계로 출판사와 연주자들은 이 찜찜한 초판본을 그대로 인용할 수밖에 없었는데......1974년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작곡자 자신의 수정 지시가 남아 있는 초판본이 발견되어 드디어 원래 악보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에도 이 스트라스부르의 수정본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간접 자료를 동원해서 최대한 작곡자의 의도에 맞는 악보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자필 악보는 소실되었지만 이 변주곡의 주제인 '아리아'만은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음악 노트에 필사되어 있는데, 학자들은 대략 1740년 전후로 바흐의 아내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남편의 자필 악보에서 이 아리아를 따로 필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 곡의 분석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크게 2부 구성으로 아리아 ~15변주까지 1부, 16변주 ~ 아리아 다카포까지 2부로 나눌 수 있다. 1 변주부터 차례로 자유로운 변주곡 - 기교적 변주곡 - 카논적 변주곡이 번갈아가며 나오며, 이리하여 제 3 변주곡부터 3곡 단위로 캐논 양식의 변주곡이 배치되어 있다. 즉 3변주곡은 제 1 캐논, 6 변주곡은 제 2 캐논, 9 변주곡은 제 3 캐논.......이런 식으로 3의 배수에 해당되는 번호가 붙은 변주곡은 모두 캐논이다. 다만 마지막 30 변주곡은 특이하게 캐논이 아니라 쿠오들리베트(quodlibet)이기 때문에 전체 캐논 수는 9곡이다. 또한 1 캐논은 동음정(1도)의 캐논, 2 캐논은 2도 캐논, 3 캐논은 3도......이런 식으로 각 캐논은 이전 캐논보다 성부간 음정차가 1도씩 더 벌어진다. 이 9개의 캐논은 이 장대한 변주곡이 통일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논을 제외한 변주곡들은 주로 전주곡이나 토카타풍으로 작곡되어 있는데, 중간중간 푸게타(小 푸가, 10변주), 시칠리아노(7변주), 환상곡(25변주), 서곡(16변주) 양식의 변주곡들이 등장하여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흐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작곡할 때 자신의 대선배 디트리히 북스테후데의 "라 카프리치오사(La Capricciosa)" 주제에 의한 32개의 변주곡(BuxWV 205)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작품은 주제가 사라방드 풍의 G장조 아리아라는 점, 변주곡 수가 30개라는 점, 당시에 유행했던 민요 Kraut und Rüben(양배추와 순무)[3]의 선율을 인용한 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다만 라 카프리치오사 변주곡은 전체 연주시간이 30분 내외로 주로 1분 이내의 짧은 변주곡들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변주곡들은 상대적으로 전개부가 훨씬 길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래의 분석은 매우 간략한 개요만 이야기하고 있으며 좀더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가 쓴 문헌을 참고하기 바란다. (1)은 1단 쳄발로, (2)는 2단 쳄발로를 의미하며 (1)(2)는 어느 단으로 연주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이 1단/2단 여부는 연주자에게 상당히 중요한데, 2단 쳄발로를 위해 작곡된 곡들은 양손의 교차가 자주 일어나고 같은 음 또는 인접한 음을 누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이 없는 쳄발로나 피아노로 연주할 경우에 양손이 겹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4] 게다가 2단을 요구하는 곡들 상당수는 속도가 빠르고 기교적으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현대의 연주자들을 매우 괴롭게 만들고 있다.
변주곡 상세 설명 [ 펼치기 · 접기 ]
  • 1. 아리아 - G장조의 느린 사라방드 형식의 주제로 프랑스풍의 건반음악처럼 장식음이 자주 등장한다.[19] 일부 학자들은 이 아리아를 바흐가 작곡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특별한 근거는 없다.[20]
  • 2. 변주곡 제 1. (1) - 전주곡 풍의 변주곡
  • 3. 변주곡 제 2. (1) - 트리오 소나타풍의 변주곡
  • 4. 변주곡 제 3. (1) - 1도 카논으로 베이스 반주 위에 동일한 음정, 동일한 선율의 두 성부가 1마디 차이를 두고 진행된다.
  • 5. 변주곡 제 4. (1) - 3/8박자. 파스피에 풍의 활기있는 곡
  • 6. 변주곡 제 5. (1)(2) - 오른손이 계속 건반 중앙부에서 빠른 선율을 진행시키고 왼손은 좀더 느린 템포로 건반 저음부와 고음부를 주기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전형적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식의 양손교차가 일어나는 변주곡이다.
  • 7. 변주곡 제 6. (1) - 2도의 캐논
  • 8. 변주곡 제 7. (1)(2) - 6/8박자의 시칠리아노풍으로 진행되며 지그의 템포로 연주하라는(al tempo di Giga) 지시가 붙어 있다.
  • 9. 변주곡 제 8. (2) - 3/4박자의 토카타풍의 변주곡
  • 10. 변주곡 제 9. (1) - 3도의 캐논
  • 11. 변주곡 제 10. (1) - 푸게타(Fughetta)
  • 12. 변주곡 제 11. (2) - 12/16박자의 빠른 토카타풍의 변주곡
  • 13. 변주곡 제 12. (1) - 4도의 캐논
  • 14. 변주곡 제 13. (2) - 3/4박자의 사라방드풍의 느린 변주곡
  • 15. 변주곡 제 14. (2)
  • 16. 변주곡 제 15. (1) - 5도의 캐논
  • 17. 변주곡 제 16. (1) - 서곡(Ouverture)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프랑스식 서곡양식인 느림-빠름-느림의 규칙을 따르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짧고 빠른 푸게타가 붙어 있다.
  • 18. 변주곡 제 17. (2) - 빠른 토카타풍 변주곡
  • 19. 변주곡 제 18. (1) - 6도의 캐논
  • 20. 변주곡 제 19. (1)
  • 21. 변주곡 제 20. (2) - 토카타 풍의 변주곡.
  • 22. 변주곡 제 21. (1) - 7도의 캐논. 반음계적 진행이 종종 등장한다.
  • 23. 변주곡 제 22. (1)
  • 24. 변주곡 제 23. (2)
  • 25. 변주곡 제 24. (1) - 8도의 캐논
  • 26. 변주곡 제 25. (2) - 느린 환상곡 풍의 변주곡. 30개의 변주곡 가운데 가장 연주시간이 길다.
  • 27. 변주곡 제 26. (2)
  • 28. 변주곡 제 27. (2) - 9도의 캐논. 다른 8개의 캐논은 모두 베이스 반주부가 있는데 이 27변주곡의 캐논만이 반주가 없는 순수한(?) 2성의 캐논이다.
  • 29. 변주곡 제 28. (2) - 토카타 풍의 변주곡. 기본 선율선을 트릴이 꾸준히 장식하면서 진행된다.
  • 30. 변주곡 제 29. (1)(2)
  • 31. 변주곡 제 30. (1) Quodlibet - 하단의 별도의 서술 참고.
  • 32. 아리아 다 카포(Aria da Capo) - 처음 주제인 아리아가 동일하게 반복된다.

  • 32. 아리아 다 카포(Aria da Capo) - 처음 주제인 아리아가 동일하게 반복된다.}}}
이 중에서 특히 변주곡 30번 "Quodlibet" 이 굉장한 연구거리가 있어서 화제를 모았는데, 라틴어의 "무엇이든지" 에서 기원한 이 장르는 다수의 선율을 동시에 혹은 시간차를 두고 엮어내는 형태이다. 현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시업 같은 느낌. 반면 캐논은 '동일한' 선율을 동시에 혹은 시간차를 두고 엮어내는 형태이므로 좋은 대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는 당시에 유행했던 여러 선율들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현재 확인된 것은 하술될 몇 가지의 출처가 있고 나머지 선율들의 출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 선율들은 실제로 바흐 가족이 다함께 부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 《Ich bin solang nicht bei dir g'west》 (오랫동안 당신을 만나지 못했네)
처음부터 8분음표로 시작하는 레 솔 라 시 도 레 도시 라 시 ... 선율에 해당된다. 이후의 테너의 진행을 보면 이 선율이 베이스라인이 시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연장 부분은 2~3마디에서 등장한 것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가사의 내용과 영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Ich bin solang nicht bei dir g’west, ruck her, ruck her.

-

I have been away from you so long, come here, come here.

  • 《Kraut und Rüben》 (양배추와 순무)
4분음표로 오른손 둘째마디부터 나타나는 솔 - 솔 - 라 - 라 ... 선율과, 각 도막이 끝나는 부분에서 8분음표로 나타나는 시 도 레 시 도 시 라 솔 ... 에 해당된다. 가사를 보면 상당히 코믹한데 어머니의 채식 위주의 식단에 대해 반찬투정을 하는 내용이기 때문. 이 선율은 30번 변주곡에서 가장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 기원을 따지자면 디트리히 북스테후데의 "라 카프리치오사" 에서도 확인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사의 내용과 영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Kraut und Rüben haben mich vertrieben.

Hätt' meine Mutter Fleisch gekocht,

so wär' ich länger bleiben.

-

Cabbage and turnips have driven me away.

Had my mother cooked meat,

I would have stayed longer.

  • 《Mein junges Leben hat ein End》 (내 젊은 날은 가고)
3마디 왼손 테너에서 하강하는 레 도 시 라 솔 파# - 미파# 레 - - 선율에 해당된다. 이 선율은 얀 피터르존 스벨링크의 동명의 대표작이자 역시 건반을 위한 세속 변주곡인 "내 젊은 날은 가고" 를 출처로 하고 있으며, 이 작품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독일 전통 민요에 기원하고 있다. 두번째 도막에서 이 선율은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원곡에서는 제목 이후로 계속 가사가 이어지기는 하지만 골드베르크 변주곡과는 무관하므로 여기서는 추가적인 소개를 생략한다.

3. 평가


오늘날 이 곡은 변주곡계에서도 특히 잘 알려진 간판급의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베토벤디아벨리 변주곡과 더불어 건반악기 변주곡의 쌍벽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제대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바흐가 복권되고 그의 다른 작품들이 제대로 인정을 받은 후에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원래 피아노가 아니라 클라비쳄발로를 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주법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피아노로 큰 연주효과를 거두기 힘들었다. 게다가 애초에 주목을 끌기 쉽지 않은 변주곡이라는 장르에다 무척이나 길고 연주하기도 뭣같이 어려웠으니......작품성 외적인 측면에서 연주자와 대중들에게 외면 받을 요건은 다 갖추고 있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이르러 쳄발로를 복원한 모던 쳄발로가 등장하면서 쳄발로를 위한 연주곡들이 발굴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쳄발로 연주자인 반다 란도프스카 등이 이 곡에 주목하였고, 그녀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1933)은 아직까지도 쳄발로 연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5]
한편 최초로 피아노 연주로 레코딩을 한 사람이 그 유명한 글렌 굴드였다.[6] 1955년 굴드는 음반사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서 녹음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연주를 통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한편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 하면 다들 먼저 굴드를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7]
이 장대한 변주곡의 진가는 단순히 주제의 박자/리듬/선율을 변화시켜 전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전주곡/토카타/춤곡/서곡/캐논/푸가 등 각종의 다른 음악장르를 창출하는 수준으로 심화된 변용을 추구했다는 데 있다.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30개나 되는 곡을 만들었는데도 '''각 곡의 개성과 특징이 상당히 뚜렷해서 같은 주제로 묶여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이처럼 각 곡들이 개성적이고 제각각 노는 것 같은데도 '''전혀 산만하거나 무질서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8] 변주곡 분야에서 이처럼 극한으로 주제를 해체하여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려고 한 작곡가는 바흐 이전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바흐 이후에도 베토벤이 거의 유일하다. 다만 베토벤 이후 두 거장의 작품에 필적할만한 변주곡이 나오지 않는 배경에는 고전파 시기 이후 변주곡 장르 자체가 쇠퇴한 탓도 있다.[9]

4. 연주 및 음반


이 작품은 연주자에 따라 각양각색의 연주가 나오는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아니 악명이 높다. 원래 1시간을 넘는 긴 작품들은 연주자에 따라 연주시간의 기복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처럼 40분에서 90분까지 극단적으로 연주시간이 달라지는 작품은 없다.[10] 게다가 같은 곡인데도 쳄발로로 연주할 때와 피아노로 연주할 때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악기 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서도 곡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만약 100명의 연주자가 이 곡을 연주했다면 제목만 같은 100곡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탄생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같은 악보로 이렇게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물론 어떤 악기/어떤 연주자가 더 나은지 우열을 정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며 어떤 연주가 좋은지, 어떤 연주를 즐길 것인지는 철저하게 감상자의 몫이다.
특이하게 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극단적인 해석을 내놓은 연주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쪽 극단에는 글렌 굴드가 있는데, 그는 1955년 음반에서 기존의 해석과 악보에 있는 도돌이표를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시종일관 빠른 템포로 38분여만에 연주를 완료했다. 당연히 이 연주는 큰 센세이션과 더불어 심한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 연주는 아직까지도 평론가나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명백하게 갈린다. 다만 굴드가 26년 후인 1981년에 다시 녹음한 골드베르크 연주곡은 연주시간이 51분 정도로 좀더 무난(?)한 템포로 진행된다.[11] 듣기
굴드와 정 반대편에서 극단적인 해석을 내놓은 연주자가 바로 로잘린 투렉(Rosalyn Tureck). 그녀가 1988년 VAI에서 발매한 골드베르크 연주곡 음반은 연주시간이 74분 정도인데, 부분 반복을 지향한다. 기교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으로 시종일관 느린 템포를 준수하고 있다. 당시 연주자로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로잘린 투렉은 자비로 이 음반을 출반했는데, 이 음반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 또 한명의 본격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1999년에 출반된 그녀의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라이브 연주는 1988년의 연주보다 더 느려서 연주시간이 무려 90분을 훌쩍 넘어간다.[12] 이러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 투렉의 연주 역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기는 마찬가지. 듣기
꼭 극단적이라기보다는 특이한 해석을 하여 호불호가 갈리는 다른 사례 중에는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가 1982년에 녹음한 것도 있는데, 바로크 시대 음악임에도 댐퍼 페달을 마구 밟아대서 각 음표들이 죄다 섞여드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한 연주들이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오히려 무난한(?) 명연주들이 묻힌 감이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당연히 무난한 연주를 지향한다. 정격에 가까운 명연주로는 쳄발로 쪽에서는 반다 란도프스카를 필두로 칼 리히터, 헬무트 발하, 트레버 피녹,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등의 연주가 유명하며 피아노 쪽에서는 1969년 빌헬름 켐프의 연주 음반을 필두로 수많은 바흐 스페셜리스트들의 음반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굴드나 투렉만큼 극명하지는 않더라도 각 음반에 대한 호불호가 제각각이니 이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부디 여러 사람의 연주를 들어보기를 권한다. 마지막 문단에서 들어볼 수 있다.
한참 동안 묻혀 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유명해지자 쉴 새 없이 많은 음반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곡의 길이가 CD 한장을 채우기 딱 좋은 분량인데다 연주자 입장에서 '바흐 연주자'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도 숱한 전문 연주자들이 이 곡의 연주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쳄발로 연주자들에게는 쳄발로 음악의 끝판왕에 해당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거의 필수 레퍼토리가 된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임동혁이 2008년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내놓아서 호평을 받았으며,[13] 이후 골드베르크 변주곡만을 레퍼토리로 전국 순회공연을 갖기도 했다.
2016년 피아니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손민수의 연주도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실황 연주의 영상은 유투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14] 74분에 달하는 긴 연주의 그 내용과 깊이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번 그가 바흐의 스페셜리스트임을 증명하였다.
2018년 2월 피아니스트 지용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집을 발매했다. 연주시간은 60분 26초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제르킨(1903-1991; 오스트리아-미국)은 17세 때 어느 실내악 연주회에서, 본 프로그램(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의 협연을 마치고 청중들의 열화와 같은 앙코르 요청에 응했는데, '현재로서는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이 곡밖에 없다'고 말한 후, 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70여 분간 연주하였다고 한다.

5. 개작 및 편곡


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편곡과 개작의 대상으로도 아주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만큼 편곡과 개작이 많이 시도된 작품은 무소르그스키전람회의 그림이나 파헬벨의 캐논 정도일 것이다.
1883년 조세프 라인버거라는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는 이 작품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편곡하였는데,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최초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편곡/개작 기록이다. 이어 1890년대에는 최초의 바흐 스페셜리스트이자 1급의 피아니스트였던 이탈리아의 페루치오 부조니가 이 골드베르크 변주곡 가운데 일부 변주곡을 빼고 피아노에 어울리는 패시지를 많이 추가하여 3악장 형태의 작품으로 개작하였다.[15] 1930년대에는 관현악 편곡판이 발표되었는데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다.
글렌 굴드에 의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1960년대부터 이 작품에 대한 편곡과 개작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1975년에는 두 대의 기타 편곡버전이 음반으로 출시되었고[16] 러시아 출신의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는 1984년에 현악 3중주를 위한 편곡을 만들었는데, 이후 현악 합주를 위한 편곡판도 발표했다. 후자의 경우 2단 건반을 가진 하프시코드 특유의 구조를 반영해 전반V의 아리아와 1단 만으로 연주하는 변주들은 단촐한 현악 5중주 편성으로, 1단과 2단을 모두 사용하는 변주들은 좀 더 풍성한 울림의 현악 합주로 연주하도록 했다. 시트코베츠키 외에도 여러 연주자가 현악 3중주나 현악합주용으로 편곡을 시도했다.
오르간이나 관악 앙상블을 위한 편곡도 있다.
단순한 편곡이 아니라 골드베르크변주곡을 응용한 연주도 많이 있는데, 재즈 분야에서 유명한 자크 루세(Jacques Loussier) 트리오는 2000년 이 곡을 자신들의 재즈 앙상블에 맞게 편곡하여 발표하였으며 2011년에는 단 테퍼(Dan Tepfer)가 재즈피아노 연주용으로 이 변주곡의 아리아를 바탕으로 한 즉흥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6. 대중매체에서


워낙 유명한 음악이라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는 한니발 렉터가 경관을 죽일 때 이 곡의 아리아 부분이 흘렀고[17], 쥘리에트 비노슈 주연의 잉글리쉬 페이션트라는 영화에서는 맨 마지막 장면에서 영국인 환자가 임종을 맞이할 때 흘러나온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제1변주가 여러번 흘러 나온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애니메이션 판에서 주인공 커플이 첫 섹스를 할 때도 아리아가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한편 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편의 위저드 성 배경음악은 제1변주를 변형한 곡이다.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는 한태웅(현빈)이 죽은 친구 정규를 그리워하며 간혹 듣던 곡이다. 정규가 가장 좋아했던 곡으로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3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아예 굴드의 연주로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고, 작품 여기저기에서도 연주된다.
스티브 매퀸 감독의 2011년작 영화 셰임의 초반부에서도 나오는데, 뉴욕의 전형적인 여피이자 섹스 중독자인 주인공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이 퇴근 후에 턴테이블에 걸어놓은 LP판이 글렌 굴드가 연주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이다.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글렌 굴드에 대한 32개의 단편들에서 글렌 굴드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오기도 한다.

7. 연주 영상



'''글렌 굴드의 1981년 레코딩.'''

'''글렌 굴드의 1955년 레코딩.''' 1981년과 아주 대조적이다.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버전도 있다.

하프시코드(쳄발로) 연주자인 반다 란도프스카의 1945년 레코딩.[18]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하프시코드 연주로 유명한 매기 콜(Maggie Cole)의 2009년 버전. 위의 음반에서 변화한 악기 제조기술, 녹음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예브게니 코룔로프의 피아노 연주. 하프시코드처럼 일정한 다이내믹스에다, 정갈하며 투명한 음색이 특징이다.

키미코 이시자카의 피아노 연주. 악보와 함께 들을 수 있는 영상이다. 코룔로프처럼 정갈하고 투명한 음색을 갖고 있다.

클라비코드로 연주한 아리아. 음질이 상당히 좋으나 음량이 다소 크므로 스피커를 조절하자.

그 외에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이나 시대연주자들이 한 번씩 전곡연주에 도전하고 있다.

[1] 금잔에 금화.[2] 바흐와 친분이 무척 두터웠으며, 전에 바흐가 작센 궁정 작곡가 타이틀을 얻으려고 노력할 때 도와주기도 했다.[3] 원래 이탈리아 민요였는데 독일에서도 유행했다.[4] 예를 들어 11변주같은 경우 2단 쳄발로로 연주할 때는 무난하게 연주할 수 있지만 피아노로 연주할 때는 상당한 난곡이 된다.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를 참고하기 바란다. 20분 20초부터 11번 변주가 나온다.[5] 다만 20세기 초중반에 사용되었던 모던 쳄발로는 너무 음색이 크고 날카로워서 장시간 들으면 귀가 피곤해지는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1960년대 이후에는 개량 쳄발로가 퇴조하고 다시 17~18세기에 사용된 쳄발로를 복원한 클래식 쳄발로가 대세가 되었다.[6] 엄밀히 말한다면 최초의 피아노 녹음은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1942년 녹음이다. 하지만 이 녹음은 란도프스카의 녹음이 시장에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로 발매되지 못하였고 한참 뒤에야 아라우의 허락하에 CD로 발매된다.[7] 다만 굴드의 해석은 6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자.[8] 주제를 맨 처음과 맨 끝에 배치하고 주기적으로 캐논이 등장하며 중간에 서곡풍의 변주로 새로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등, 각종 음악적 장치를 통해 곡이 산만해지는 것을 막고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연구거리가 무궁무진한 작품이기도 하다.[9] 베토벤 이후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훌륭한 변주곡을 남긴 작곡가는 멘델스존/브람스/라흐마니노프 등이 있다.[10]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통상적인 연주시간은 대체로 70분 내외이다.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도 정말 해석이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곡인지라 연주자에 따라 전곡 연주시간이 15분 넘게 차이가 나는데, 그래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비하면 연주시간 격차가 양호한 편. 다만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극단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소수의 연주자를 제외하면 연주시간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11] 1981 음반 역시 도돌이표를 무시하고 반복연주를 하지 않는데 10분 정도 늘어난 것이다. 현재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55년 연주와 81년 연주를 CD 2장으로 묶어서 재발매한 음반을 구매할 수 있다.[12] 그녀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뿐만 아니라 평균율을 비롯한 다른 바흐의 작품들도 모두 이런 스타일로 연주했다.[13] 쳄발로의 효과를 내기 위해 둥근 스타카토로 연주했는데 어느 정도 감상자의 취향을 탈 수 있는 연주다.[14] https://youtu.be/XJl2t0Uk0Ws[15] 부조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외에도 바흐의 많은 곡을 이런 식으로 개작하였다.[16] 1997년에는 무려 솔로 기타를 위한 편곡 버전도 나왔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17] 원작 소설을 보면 렉터가 글렌 굴드의 연주 테이프를 요청해서 감방에 틀어놓는다. 이후 렉터가 탈옥하고 호텔에 숨어지낼 때도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속편인 '한니발'에서도 렉터 박사가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짤막하게 묘사된다.[18] 하프시코드 항목에도 나와 있지만 피아노로 연주한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느낌이 다르다. 반다 란도프스카는 그녀 전용의 하프시코드를 제작하여 이 곡을 녹음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