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석재판
1. 개요
궐석재판(闕席裁判)은 당사자 한쪽(주로 피고 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하는 재판을 말한다.
2. 설명
피고인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서 내지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한 경우 등의 이유로 고의로 재판에 불참하거나, 생명이 위독하거나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 경우, 또는 피고 몰래 재판을 실시하는 경우 등이 있다. 혹은 피고인이 당장 재판장으로 데려올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인물(예: 마약 카르텔의 보스, 거대 용병단 사령관 등)인 경우에도 이루어진다.
궐석재판의 문제점은 피고 또는 피고인의 절차권 또는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당사자 한쪽이 불참하는 재판인 관계로 편파적으로 원고 또는 검사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가 있게 된다. 실제로도 라스푸틴처럼 사형을 선고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짜고 벌이거나 김형욱처럼 해외로 도피하여 정부를 비판한 자를 처벌하고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벌인 궐석재판도 있었다.
대한민국보다 인권이 많이 보장되는 유럽연합에서는 회원국의 법에 따라 궐석재판을 실시할 수 있지만 유죄로 판결된 자가 새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3. 대한민국의 궐석재판 제도
3.1. 민사재판
민사재판의 경우, 대한민국에서는 현행법상 궐석재판이 인정되지 않는다.[1] 도리어 소송지연이 될 염려 때문이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대석판결주의를 취한다. 즉, 당사자 한쪽이 불출석한 경우, 그가 소장, 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는가에 따라 불출석하였으되 마치 출석하여 (제출한 경우) 진술하였거나 또는 (부제출한 경우) 자백한 것처럼 보아 절차를 진행하고 판결한다(진술간주(동법 제148조), 자백간주(동법 제150조 제3항)). 물론 공시송달 사건의 경우에는 자백간주 규정이 배제되므로 원고의 말만 듣고 재판할 수밖에 없으나, 피고는 나중에라도 재판이 공시송달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실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추후보완항소(민사소송법 제173조)를 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3.2. 형사재판
형사재판의 경우 기본적으로 신속한 판결이 요구되므로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불출석하거나[2] 교도관이 보기에 재판에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궐석재판이 인정된다. 이 경우 병이 나거나 천재지변 같은 이유가 아닌 이상 재판에 안 나가는 것은 사실상 내가 범죄자라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보다 더 많은 형량이 매겨진다. 다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궐석재판을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재판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고인에게 공판기일을 알리고, 그래도 안되면 마지막으로 공시송달을 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궐석재판의 문제에도 적었듯이 형사재판에 있어 궐석재판은 피고인에게 극히 불리하기에 이런 엄격한 조건을 제시한다.
4. 현실에서의 궐석재판
- 그리고리 라스푸틴 - 제정러시아 황실 귀족들끼리 모여서 피고인인 라스푸틴 당사자 몰래 재판을 해서 사형을 선고했다. 사실 재판은 명목상의 변명일 뿐 실제로는 라스푸틴을 살해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벌인 촌극에 더 가깝다. 다만 라스푸틴이 니콜라이 2세 황제의 황후인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의 총애를 받고 있는 권신이라서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죽이지 못하고 암살을 하기 전에 라스푸틴을 죽일 사유를 만들기 위해 궐석재판을 벌인 것이다.
- 김형욱 - 1979년 10월 1일에 파리에 도착후 행방불명이 되었고, 1982년 실종 상태에서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3] 으로 형사재판을 받았다. 실종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파리에 도착 후 어떻게든 살해당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므로 죽은 사람을 데리고 궐석재판을 벌인 셈이다.
-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 에티오피아에서는 반란 및 학살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지만 정작 멩기스투는 이 재판을 할 당시에 이미 짐바브웨로 도망친 이후였다. 사형에 처해야 할 중범죄자이지만 로버트 무가베의 비호 때문에 잡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12월, 드디어 무가베가 쫓겨나면서 잡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 이란 팔라비 구 왕가 - 1979년 이란 혁명으로 군주제가 폐지된 이후 이란에서는 팔라비 구 왕족들에게 국가반역혐의로 사형을 선고했지만 정작 이 재판에서 사형 판결이 선고될 당시 팔라비 2세 전 국왕을 위시한 팔라비 왕가의 사람들은 이란 혁명 당시 이란을 탈출해 각각 국외로 도주한 뒤였다. 비록 팔라비 2세 전 국왕은 이란 혁명과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인 1980년 이집트에서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지만 현재 생존 중인 레자 팔라비 전 황태자와 파라 팔라비 전 황후, 파라나즈 팔라비 전 공주 등 나머지 직계와 방계의 구 왕족들은 현재까지도 이란 정부에서 이 사형 판결에 의거해 귀국하면 사형 집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4] 이란에 귀국하지 못 하고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 박근혜
- 자세한 내용은 위 문서 재판 단락을 참조하기 바라며 최순실 게이트로 국회에서 234표의 찬성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게 된 그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에도, 모든 변론기일에도 스스로 직접 나와서 진술하지 않고 대리인단에 의한 간접적인 참석방식을 유지했다. 헌데 최순실 태블릿 사건 초기부터 박근혜 본인이 수차례 국민을 상대로 '검찰 및 특검의 수사절차에 성실히 응하여 위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협조한다'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던 것과 겹쳐서 그녀가 대통령으로서 준법적인 절차에 따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여야할 중대의무를 지키려고 하는 뜻은 보이지 않고 단지 '회피'만 할 뿐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사유를 일부 인용하여 대통령직 '파면'결정을 함에 따라 대통령 박근혜는 사인(私人)이 되었다. 그리고 '파면'결정이 있은지 11일 만에 최순실과 공모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의 피의자로 박근혜 前 대통령은 검찰에 소환되어 밤샘조사를 받았고 연이어 일주일만에 검찰이 사건담당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증거인멸의 사유'로 인정되어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사건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혐의 등의 '피의자'로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박근혜 前 대통령은 2017년 4월 16일 검찰이 담당사건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함으로서 형사사건의 '구속피고인' 신분으로 2017년 5월부터 본격적인 재판의 심리절차를 밟게 되었는데 5월 23일 첫 공판기일부터 5개월여정도 중간에 발가락 통증 호소로 몇차례 진통이 있었으나 꾸준히 법정에 지속적으로 출석했다. 근데 검찰이 제기한 박근혜의 공소사실 중 위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 만료가 다가오자[5] , 워낙 그녀의 피의혐의가 방대하다보니까 국정농단사건 1심의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가 6개월의 구속기한 내에 모든 재판절차를 마치고 선고를 해야하는데, 공판심리의 반의 반도 진척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자 기존 구속영장에 일부 (재벌)범죄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근거로 별건의 구속영장을 새로이 2017년 10월 13일 '2차'로 발부하면서 박근혜는 자신을 '정치보복'에 의한 '희생양'으로 자처하며 향후 진행되는 일체의 형사사법적인 절차를 '보이콧'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2017년 10월 16일 법정에서 발표하고, 그 이후 박근혜 前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명분삼아 더 이상 사법부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다면서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 일체의 형사사법적인 절차에 응하지 않고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고립을 자처하며 수감생활을 2020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재판/박근혜·최순실·신동빈 - 상술했듯 중도에 재판 거부 선언을 하고 출정을 거부하여 1심과 항소심 재판까지 피고인이 불출석하는 궐석재판이 실시되었다. 2019년 5월 1일 현재 대법원 상고심 전원합의체 심리 진행중. 해당 문단 참고.
-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관련 뇌물수수·총선 개입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 언론보도가 터지고, 검찰 조사를 거쳐 국정농단사건 1심 진행도중 별도로 기소되었는데 재판 처음부터 출석을 거부해서 궐석재판이 진행됐다. 박전대통령은 일체의 공판심리절차에 응하지 않았고 항소하지도 않았다. 특활비 사건은 1심에서 징역 6년, 추징금 33억원이 선고되었고 검찰에서 '뇌물'혐의 무죄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근 1년 가까이 기일추정상태로 단 한차례의 재판도 열리지 않은채 계류중. 제20대 총선 부정개입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1심에서 징역 2년형이 선고된 것이, 2심에서 검찰이 대부분 공소사실의 유죄가 인정되었고 피고인의 '보이콧' 및 10년 이하의 징역형의 하급심선고사유는 상고의 이유가 될수 없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상 규칙이라 그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형이 확정되었다. 그래서 2019년 5월 1일 기준 위 사건의 징역형 확정자 신분으로 그 형이 집행중인 수형자로서 서울구치소에 수감중.
- 토머스 베케트 - 원래 헨리 2세의 총신이었으나 켄터베리 대주교가 된 이후 헨리 2세와 반목했다. 헨리 2세의 부하들이 베켓을 죽여버리자 교황청은 베켓을 성인으로 시성해버렸다. 그리고 베켓이 죽은 지 361년 후인 1531년, 당시 영국 국왕인 헨리 8세는 토마스 베켓을 반역죄로 기소하고 30 일안에 법원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연히 베켓은 법원에 출두하지 않았다 (...) 법원은 궐석 재판에서 베켓에서 유죄를 선고하고, 켄터베리 대성당에 있던 베켓의 무덤을 부수고 유해를 불태운 후 순례객들이 두고 간 보물들을 몰수했다.
5. 창작물에서의 궐석재판
- 베르사이유의 장미 - 오스칼의 부하들이 삼부회의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여 체포된 후 궐석재판으로 이들의 처형이 결정된다. 하지만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오스칼은 베르나르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베르나르가 민중들을 연설로 선동하여 성난 군중들이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여 전원 무사히 석방된다.
- 아르센 뤼팽 시리즈 - 주인공인 아르센 뤼팽은 화려한 절도 행각으로 인해, 너무 안잡혀서 결국 궐석재판에서 징역 20년형을 받았다. 잡히질 않거나, 잡혀도 탈출해서 문제지(...)
- 역전재판 4 <역전을 잇는 자> 두 번째 재판 - 피고인이 형사재판 도중 급성중독으로 생사가 위독해서 둘째 날에는 피고인 없이 심리했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궐석재판이니만큼, 가류 쿄야 검사는 이 점을 두고 피고인이 죄책감에 스스로 독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 역전재판 5 <역전의 귀환> 첫 번째 재판 - 피고인(?)이 수족관에 사는 범고래라서(…). 결국 수족관과 법정을 화상으로 연결해서 재판을 하게 되었다. 굳이 따지면 애초에 재판 자체가 아니지만(…)
- 역전재판 6 <역전의 대혁명> - 피고인 두르크 사드마디가 심리 도중 도주하여 피고인을 다시 찾을 때 까지 재판이 중단될 것으로 보였으나, 여왕 가란 시가타르 쿠라인이 직접 즉석에서 법령을 고쳐서(...) 궐석재판이 진행된다.
[1] 과거 일본 민사소송법을 의용하던 시절에는 궐석재판 제도가 있었다.[2] 법조문만 보면 한 번만 안 나와도 궐석재판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무관행상 두 번 안 나와야 비로소 궐석재판을 한다.[3] 사실상 김형욱 때문에 만든 법으로, 훗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했으며(헌재 1996. 1. 25. 95헌가5 결정), 1999년에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4] 이란의 일부 정치인들은 사형 대신 구 팔라비 왕족 전원이 망명지인 국외에서 사망할때까지 입국금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5] 재판절차가 끝나지 않은 구속피고인의 최장 구속기한은 6개월이다.